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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뜨니 고블린-238화 (238/374)

238화

또 다른 전투

제라임 성주가 고블린들에 의해서 목숨을 잃었지만, 그 사실은 알려지지 않았다. 정확히는 알려지지 못했다.

무엇보다도 대다수의 인원들은 그가 고블린들을 토벌하러 갔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 위치가 정확히 어디인지는 모르고 있었다.

그것은 성주가 지닌 핵심 전력이라고 할 수 있는 기사들과 마법사들도 마찬가지였다. 애초에 지금 이곳에 있는 이들 대부분이 그가 신임하던 이들이 아니라는 것도 그 이유중 하나일 것이다.

가장 중요한 두 전력을 그가 신임하지 못하게 된 것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그와 바스티온 성주간의 전쟁은 생각보다도 격렬했다. 무엇보다도 서로 반드시 죽이겠다는 각오하에 행해졌던 만큼, 그 전투의 격렬함은 이루 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였다.

자연히 전투가 격렬해지니 주 전력인 기사와 마법사가 나서는 일이 많아졌다. 그러던 중 사고가 생겨, 그의 휘하에 있는 이들 대부분이 목숨을 잃는 일이 발생했다.

그 후 전력이 한창 밀리는 와중에도 어떻데든 인맥으로 끌어오고, 상대의 과거는 신경도 쓰지 않고 등용하는 등의 방법으로 전력을 회복했다.

그 이후 다시 밀리는 일은 없었지만, 전체적으로 믿을 수 없는 이들이 그의 전력으로 들어온 것이다. 때문에 그로서는 이 중 누군가 첩자가 있어도 이상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는 중이었다.

어쨌든 그가 명령을 내리면 일단 듣기는 하기에, 전쟁에서 써먹고 이후 고블린들 때문에 벌어진 사태에서도 이용 할 수 있었지만 그 뿐이었다.

고블린 토벌전에 그들을 데려가지 않았고, 그 때문에 성주가 목숨을 잃는 일이 발생했다. 그리고 그 사실이 바깥으로 전달되지도 못해 그의 죽음은 성에 존재하는 그 누구도 알지 못했다.

그렇게 전혀 대비가 되있지 않은 상황에서, 그들은 대대적인 고블린들의 공세를 받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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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란은 최대한 많은 수의 통로를 뚫어냈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통로들은 제라임 성의 영역 안에서도 제법 많은 수가 있었다.

적 중 하나를 손쉽게 거꾸러트릴 수 있는 기회를 그와 고블린들은 놓치려하지 않았다.

고블린들이 이번 제라임 성 공격전에서 얻으려 하는 것은 여러가지가 있다. 일단 가장 큰 이득은 무수한 인간들을 상대하면서, 그만큼 성장에 대한 기대치가 높다는 것이다. 특히나 부족한 상급의 전력을 얻을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게 그들로서는 가장 큰 이득이다.

다음으로는 고블린들의 전력을 과시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고블린들이 손쉽게 인간들의 병력을 상대 할 수 있었던 것은, 고블린들을 얕보는 마음이 컸기 때문이다. 그들리 얕보는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기는 했지만, 덕분에 고블린들은 비교적 편하게 그들을 상대 하는게 가능했다.

하지만 이제는 고블린들도 인간들이 자신들을 얕보는 일이 드물어질것임을 알았다. 몇번이나 당한 일이 있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어차피 인간들이 이제 더 이상 방심 할 일이 없다면, 자신들의 전력을 과시하려는 의도로 처들어가는 것이다. 마침 제라임 성은 우두머리가 없는 몸통만 움직이는 것과 같은 상황이다. 단번에 들이친다면 충분히 그들의 전력을 과시하면서, 이득을 얻어내는것이 가능하다.

그리고 전력을 과시하자는 그들의 의도가 성공한다면, 주변에 있는 인간들도 손해를 생각해서라도 무작정 달려드는 일은 드물어질 것이다.

그 두가지를 떠올린 드란은 쿠알론과 트레이에게 이야기했고, 둘의 허락하에 그의 주도로 공세가 시작되었다.

///

그 날은 평소와 별다를바가 없는 날이었다.

평소대로 밭일을 손에서 놓치 않고 있던 농부들도, 마모된 농기구를 수리하던 대장간도, 그 날 하룻동안 팔 빵을 굽던 빵집도, 집 사이사이를 뛰어놀며 돌아다니던 아이들도, 마을 입구에서 졸면서 주변을 경계하던 게으른 자경대도 온전히 평소와 같은 일상이었다.

하지만 그 일상이 무너지는 것은 한 순간이었다.

두두두두두-

"으...으음?"

꾸벅 꾸벅 졸고 있던 자경대원은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올리면서 정면을 바라보았다.

"으...어?"

뭔가가 희끗희끗 보이는 듯 하지만, 졸음에 잠긴 눈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눈을 한차례 부비고는 다시 정면을 바라본 그는 순간 대경실색했다.

"저...저...적?!"

외마디 비명과 같은 고함을 친 그는 재빨리 그의 옆에 초라하게 보이는 녹슨 종을 치기 시작했다.

댕댕댕댕-

고요하고 조용하던, 한 마을에서 갑작스럽게 요란한 종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최근 들어 고블린들에게 시달리는 일이 많았던만큼, 지금 울리는 종소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마을의 주민들도 잘 알고 있었다.

느긋히 하루의 일과를 진행하던 주민들은 귓가로 들려오는 소리에 황급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쩐지 느긋하게도 보이던 그들의 행동이 거짓과도 같은 움직임이었다.

성인 남성들은 모두 하나같이 종소리가 울리는 마을의 입구로 달려갔다. 입구로 달려간 그들은 그곳에서 나누어주는 무기들을 각각 쥐어들었다.

몇몇 중요성이 높은 마을들, 혹은 고블린들이 출몰할 확률이 높은 마을에는 기사나 마법사, 혹은 병사들이 주둔하면서 오히려 고블린들을 역으로 사냥한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 그들이 살아가는 이 마을에는 양쪽 다 해당사항이 없었다. 당연히 이런 마을이라도 고블린들은 공격해 왔고, 그들 개개인이 각각 대비책을 가져야만 했다.

무기를 쥐어든 그들은 재빨리 달려갔다. 그들이 달려간 곳은 다름아닌 마을에서 가장 큰 건물. 촌장의 자택이면서, 마을에 필요한 업무를 처리하는 일종의 공관과도 같은 장소였다.

그들이 도착 했을 때, 마을 주민들도 마찬가지로 그곳으로 모이고 있었다. 이곳의 지하에 대피처를 마련해 두었던 것이다.

비 전투 인원인 일반 주민들. 노인과 아이들, 그리고 여성들의 순서로 들어간 그들은 단단한 철문을 걸어 잠궜다. 그리고 건물 전체로 무기를 든 인원들이 나눠졌다. 건물 전체로 차례차례 자리를 잡아갔다. 특히나 대피자들이 모여있는 철문의 부근은 인원들 중에서도 정예라고 할 수 있는 정식 자경대원들이 자리를 잡았다.

그나마 그들에게 다행인 것은, 처들어오는 고블린을 비교적 일찍 눈치챘다는 것이다. 경계를 서던 경비병의 감이 좋았던 건지, 아니면 단순한 운이었는지 간신히 그들이 시야에 들어올 무렵 눈치를 채는게 가능했던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렇게 모두가 한마음이 되어 자리를 잡았을 무렵. 고블린들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끄아아아악!"

바깥에서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먼저 고블린들이 다가올 때, 소식을 알리기 위해서 대기해둔 인원이었지만, 미처 알리기도 전에 고블린의 손에 잡혀서 목숨을 잃은게 분명했다.

끔찍한 비명소리와 함께, 건물의 안에서 대기중인 인원들은 자세를 고쳐잡았다.

몇번이나 훈련으로 대비해왔지만, 대부분의 인원들이 첫 실전이었고, 몬스터를 직접 얼굴대고 마주하는 것도 처음이었다.

단지 가족들을 지키고자 하는 마음가짐 단 하나만을 가지고 이 자리에 서 있는 이들이었다.

덜컹-

긴장에 휩싸여있는 그들에게, 경고하듯이 건물의 문이 활짝 열렸다. 그곳에는 그동안 그들이 보지 못했던, 몇번 몬스터를 마주해왔던 이들도 깜짝 놀랄만한 큰 체구의 고블린이 있었다. 그리고 그의 주변으로 무수한 고블린들이 건물의 안쪽을 노려보고 있었다.

가장 앞에 선 고블린은, 고블린의 평균 체형을 알고 있는 이들이 보았을 때 깜짝 놀랄만한 체구의 고블린이었다. 손아귀에는 방금까지 바깥에서 망을 보던 주민의 머리만을 쥐어든채, 그는 안으로 들어섰다.

건물의 안에서 대비하던 인원들을 슥 한번 둘러본 그는, 같잖다는 듯이 건물 안의 인간들을 가리켰다. 그리고 그것이 신호가 된 듯, 밖에서 대기하던 고블린들이 들이닥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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