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6화
또 다른 전투
정찰을 다녀온 병사가 전달해준, 그들이 향하는 길목에 독지가 있다는 말은 성주와 병사들의 발목을 잡았다.
"...일단 가보도록 하지"
여기까지 와서 후퇴 할 수는 없다고 판단. 성주는 병사들을 이끌고 일단 전진했다. 그리고 과연, 그곳에는 들었던 대로 독지가 만들어져 있었다.
퐁- 퐁-
거품이 터지는 소리가 들려오고 그들이 들고 있는 횃불에 비친 그곳은 녹색빛과 보랏빛이 섞여들면서 꺼림칙한 색을 드러내고 있었다. 거부감이 드는 모습이었지만, 이곳을 건너지 못한다면 더 이상 전진은 어려울것은 분명했다.
"이래서 이곳만은 막아두지 않았던 건가?"
공기중으로 퍼져나간 독기가 영향을 미치는지 살짝 어지럼증이 오는 머리를 부여잡고 성주는 중얼거렸다. 다행히 공기중으로 퍼지면서 희석된건지, 아니면 그리 강한것은 아닌지 그 이상의 증상은 없었다.
일단 대책을 생각해야 하기에 그는 함께 여기까지 온 참모를 한명 불러들였다.
그의 부름에 응답하듯이 후방에서 헐레벌떡 달려온 그는 숨을 몰아쉬고는 그에게 무슨일인지를 물었다.
"들고온 자제로 이곳에 길을 만들 수 있겠나?"
성주의 물음에 참모는 슬쩍 독지를 바라보았다.
꿀꺽
생각이상으로 꺼림칙한 모습에 절로 침이 넘어가는 것을 느낀 그는, 몇가지 행동을 취함으로서 길을 만들 수 있는지를 알아보았다.
몇가지 실험을 진행한 참모는 성주에게 목판을 이어붙인다면 충분히 건널 수 있는 다리를 만드는게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그의 대답에 성주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의 말대로 실행했다.
병사들이 분주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목판들을 바닥에 대고 서로 연결을 시작한 것이다. 사람의 무게도 버틸 수 있는 계산까지 진행해서 빠르고 신속하게 다리를 놓기 시작한 것이다. 다행히 독지가 넓지는 않았다. 폭이 사람 다섯이 누운것과 비슷했기에 임시 다리를 만드는 것도 그리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그렇게 반나절정도의 시간이 지나자 충분히 건너는게 가능한 다리가 하나 만들어졌다.
처음 몇명의 병사가 실험적으로 건너는 모습을 보여주자, 성주도 다른 병사들과 함께 다리를 건너가기 시작했다.
병사들이 모두 무사히 다리를 건너오자 성주는 다시 전진을 시작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이번에는 다른 이유로 다시 발걸음을 멈춰야만 했다.
"두갈래?"
또 다른 장애물의 등장에 인상을 찌푸리던 성주는, 깊게 생각지 않기로 했다. 둘로 갈라졌으니, 일단 양쪽 모두 살펴보기로 결정한 것이다. 병사를 셋으로 나눠, 하나는 이자리에서 자신과 함께 대기하도록 하고, 다른 둘은 각각 하나씩 길을 살펴보고 오도록 시켰다.
한쪽으로 떠나갔던 병사들은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아 돌아왔다. 그들은 길이 막혀있어 더 이상 갈 수 없어 돌아왔다고 말했다. 반대쪽으로 향했던 병사들은 그들이 돌아오고 머지 않아서 돌아왔다. 다만, 그들의 상태는 그다지 좋다고 말하기 어려워 보였다.
병사들 중 일부가 부상을 입었으며, 몇몇 병사들은 이미 죽은 동료들을 그 등에 짊어지고 도착했다.
"무슨일이 있었지?"
성주는 생각지도 못했던, 아직 초입이라고 말 할 수 있는 장소에서 희생이 발생하자 굳은 표정으로 정찰을 다녀온 병사들에게 물었다.
병사들의 대답은 간단했다. 그곳에서 고블린들과 마주쳤다는 것이었다. 다행히 그들을 물리치는 것에는 성공했지만 피해를 입는 것 만은 피할 수 없었다고 한다.
"안타까운 일이군. 부상자들은 간단하게라도 치료를하고, 시체는 이곳에 묻고 출발한다"
기껏 시체를 짊어지고 돌아온 그들이었지만, 이미 죽은자들의 시체를 들고 돌아다닐수도 없는 일이다. 성주는 일단 이곳에 묻어두고, 돌아가는 길에 찾아서 다시 매장해주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일단의 작업이 끝나고 그들은 다시 출발했다.
출발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병사들은, 바닥에 흐르는 피를 발견 할 수 있었다. 다만, 이곳에 있어야 할 고블린들의 시체가 없는게 그들을 곤란하게 만들었다. 동료의 시체는 들고 왔지만, 고블린들의 시체는 그저 방치해 놓았던 병사들도, 시체가 없자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선두에 섰던 성주는 중간즈음으로 빠지고, 선두는 병사들이 무기를 들고 경계를 하면서 지나갔다. 아무래도 위험이 있을것 같다는 짐작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걱정이 무색하게도 그들은 오랫동안 고블린들과 마주치지 못했다. 마치 처음 마주쳤던 이들이 전부라고 주장하는 듯 했다.
가는 길 중간중간 이전처럼 독지가 눈에 띄었지만, 이미 건널 방법을 알고있는 이상 굳이 그곳에 발목이 잡힐일은 없었다.
그러나 마냥 순조롭다고 볼수는 없었다. 길을 걸으면 걸을수록 점점 수렁에 빠지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던 것이다. 두 갈래 길은 기본이고, 세 갈래 네 갈래로 갈라진 길들이 수시로 나타났던 것이다. 마치 길이 미로처럼 꼬여있는 모습은 그들에게 혼란만 가미시켜 주었다.
거기에 중간중간 후방에서 다시 식량이든, 필요한 물건들을 보급받기 위해서 뒤로 빼서 보냈다. 그리고 그들에게서 처음 한두번은 제대로 전달을 받았다.
성주는 자신이 가용 할 수 있는 병력의 대부분을 이끌고 있었다. 족히 이천은 넘을 그들은 그 존재만으로도 많은 것들을 소모한다. 외부로부터 보급을 받는것도 그를 위해서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어느 시점부터 제대로 보급품이 전달되지가 않았다. 처음에는 어디선가 나타난 고블린들에 의해서 습격당했다면서 보급품의 일부만 들고오는 일이 반복되었다. 거기에 아예 길을 잃어서 조난당하는 경우도 있었다. 후방으로 보냈던 병력이 어떻게 된것인지 나가지도 못하고 다시 본대와 합류하는 경우도 있었던 것이다. 결국 보급품이 충분하지 못했고, 겨우겨우 연명할 정도만을 남기고 있었다.
상황이 그렇게 되자 후퇴하자는 이야기도 나왔다. 실제로 대다수의 병사들은 그러고 싶다는게 본심이었다. 하지만 그들을 이끄는 최고 지휘권자인 성주에게 그럴 생각이 없었다. 일단 이곳에서 뭐라도 성과를 보지 않는 이상은 나가지 않겠다고 벼르고 있었던 것이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점점 돌아오는 이들의 수가 줄어들더니 마지막에는 보내도 보내도 돌아오는 이들이 없었던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것은 이미 그 전부터 보급품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음을 알고 있던 그들이 소모량을 최대한 아꼈다는 것이다. 보급이 끊기자 일단 남아있는것으로 연명해갔다. 하지만 거기에도 한계는 있었다.
결국 남은 식량들이 얼마 남지 않자, 성주도 후퇴를 생각하게 되었다. 갈수록 고블린들은 눈에 띄지도 않고, 보급도 제대로되지 않으며, 독지를 건너는데 이용할 도구도 줄어들었던 것이다.
결국 성주는 이대로 있다가는 결국 죽기밖에 안된다고 판단하고는 후퇴를 결정했다.
성주와 병사들은 후퇴하기 시작했다. 진행하면서 자신들이 통과했던 길목은 표시를 해놓았었기 때문에, 되돌아가는게 어렵지는 않을 듯 보였다.
하지만 역시나 상황은 쉽게 돌아가지 않았다.
이상함을 느낀것은 그리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서였다. 그야, 지금까지 계속 확인되었던 그들이 일정 시간마다 해두었던 표식들이 사라지니 이상함을 느끼지 못하는게 오히려 이상할 것이다.
그렇게 일시적으로 혼란에 빠져 있는 그 때. 그동안 어디에 숨어있었는지 알 수 없었던 고블린들이 그들을 향해 나타나기 시작했다.
"캬악!"
"캬갸갹"
"키요옷!"
조잡한 무기들을 휘두르면서 그들은 공격해 왔다. 아무래도 그동안 숨어있다가, 병사들이 도주하는 듯한 행동을 보이자 직접 나선 듯 보였다.
결국 어떻게든 습격해온 고블린들을 따돌리는데는 성공했지만, 희생은 컸다. 지친 그들로서는 날렵하게 치고 들어오는 고블린을 막을 수 없었던 것이다. 결국 제법 많은 수의 병사들이 희생되고서야 간신히 도주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더 이상 후퇴하는 것도 어렵게 되었다.
간신히 도망친 그들의 앞에, 지금까지 그랬던것 처럼 독지가 나타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