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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뜨니 고블린-233화 (233/374)

233화

또 다른 전투

사태는 드란이 예측한 그대로 흘러갔다. 갑작스런 지진과 함께 일어난 산사태로 조난당한 병사들의 구출작전을 실행하고는, 얼마 지나지 않아서 부상병들을 데리고 완전히 철수했다.

이미 사전 보고로 산에서 고블린들의 흔적이 발견되었음은 본대도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이번 재해로 벌어진 사건도 그들의 소행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었다.

진원으로 생각되는 중심에 있던 이들은 하나같이 발견 할 수가 없었기 때문에, 자세한 사항은 그들로서도 알 수 없는 이야기였지만 말이다.

재해의 원인이 고블린들이라는 사실을 안 본대의 수뇌들은 놈들이 지하에 숨어든 것이 아닌가 의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들은 더 이상 움직이지는 않았다. 강행으로 조사를 진행시키기 보다는 후퇴를 선택한 것이다.

무작정 지하로 파고 내려갈수도 없는 일이며, 어느 순간 고블린들의 함정에 걸려들지 알 수 없는 것이다. 이미 저런 재해를 일으킬 정도니 경계심이 안들래야 안들수가 없었다.

///

인간들이 고블린들의 본거지로 짐작되는 장소에서 제법 큰 피해를 입고 물러난 뒤. 고블린들도 그저 멍때리고 있지는 않았다.

치덕- 치덕-

알수 없는 적갈색의 물질을 천장이며 벽이며 바닥이며 신경쓰지 않고 바르고 있었으며, 조금이라도 바로 위의 지상과 연결되어 있는 통로는 하나같이 무너트려 버렸다.

"이미 인간 놈들이 지나간 자리에, 우리가 갈 필요는 없지"

쿠알론은 작업이 진행되는 부족 내부를 걸으면서 이야기했다. 그의 말에 옆에 있던 트레이가 반응했다.

"드란 녀석의 말대로 되서 다행이군. 놈들이 그대로 지하고 파고들어 왔으면 좀 골치아팠을 텐데"

"골치아프기는, 오는 족족 물리쳐버리면 되는 일인데"

트레이의 말에 쿠알론은 평온히 대답했다. 그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처럼 물러나도 좋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이 지하는 고블린들의 홈그라운드. 처들어오는 적들에게 한층 유리한 지점을 잡는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 때문인지 쿠알론은 자신감있게 대답했지만, 반면 트레이는 여전히 걱정이 남아있는 듯 보였다.

"그야 우리랑 비슷한 수거나, 좀더 많은 경우에는 그렇겠다만은... 월등히 많은, 네배에서 다섯배에 달하는 수가 처들어온다면 어쩔수 없지 않나?"

그 이야기에도 여전히 쿠알론은 자신감에 차있었다.

"이미 다 대비를 해놓았는데 무슨 걱정이야? 숫적으로 감당하기 힘들다면, 여차할때 아예 이곳을 무너트려 버리면 되는데"

아무런 걱정이 없다는 듯 쿠알론은 말을 이었다.

"뭐, 그 때문에 희생이야 좀 생기겠지만 그건 어쩔 수 없지. 일단 살고 보는게 중요하지 않겠어? 그리고 아버지 부족의 영향때문에라도 우리만 살아있다면 얼마든지 다시 부족을 세울 수 있는 일이고"

그렇게 이야기한 그는 씩 웃어보였다. 그런 그의 모습에 트레이는 헛웃음을 짓고는 또 다른 중요한 이야기에 대한 운을 띄웠다.

"그래서, 드란은 어때?"

그의 물음에 순간 멈칫했지만, 다시 자연스럽게 움직이면서 고민했다.

"흠..."

쉽게 입을 떼지 못한 그는 한참의 시간이 지나도록 그저 걷기만 할 뿐, 직접 말로 꺼내진 못하고 있었다. 그런 그를 도와주듯이 트레이가 다시 운을 뗐다.

"지금은 우리한테 도움이 되고 있지만... 요즘 좀 수상한 움직임이 있단 말이지"

주변을 슬쩍 둘러보고는 아무도 없음을 확인하고 트레이는 다시 입을 열었다.

"중간중간 어디로 사라지듯이, 종적을 알 수 없는 때도 있고. 은근히 우리하고도 선을 긋고 있는 모습도 그렇고"

은근히 걱정하는 어투로 이야기하자, 쿠알론도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했다.

"의심할 필요가 있는가? 그 태도 때문에 의심한 적은 나도 있다만은... 자기 몫의 일은 반드시 해내고, 오히려 성과로는 예상치보다 넘어서는 일도 종종 있는 녀석이지. 괜히 의심하기 보다는 믿어주는게 지금으로서는 더 좋을것 같은데"

드란이 간혹 수상한 모습을 보이는 것도 사실이지만, 따로 조사를 해보면 별것 아닌 경우도 많았기 때문에 그는 의심을 거둔지 이미 오래였다. 그런 쿠알론의 모습에 트레이는 속으로 혀를 찼다.

'그녀석... 정말 우릴 배신하지는 않을까? 영 의심스러운데... 그렇지만 괜히 더 이야기했다가는 오히려 내가 더 의심을 받을테니... 일단 여기까지만 하고 이 이야기는 그만둬야 겠군'

그렇게 생각한 트레이는 고개를 끄덕여 쿠알론의 의견에 동조해 주었다.

"부족의 대장인 분이 그렇게 이야기 하면 어쩔 수 없지요"

으쓱

"뭐, 그래도 만일은 대비해두는게 좋다고 생각해. 만일 정말 녀석이 배신이라도 하면 그건 정말 큰 일이 될테니까"

이 정도 까지는 괜찮은 듯, 잠시 고민에 잠겼던 쿠알론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둘은 각자의 업무를 위해서 흩어져서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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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알론과 트레이, 둘이 걸으면서 의견을 나누는 동안. 또 다른 형제, 드란은 따로 움직이고 있었다.

"흠... 아버지가..."

그의 앞에는 한 고블린이 머리를 숙이고 그에게 보고를 올리고 있었다. 그가 따로 운영중인 정찰대 겸, 정보 수집을 위한 부대의 일원이었다.

그의 부하가 들고 온 이야기. 그것은 이제 더 이상 볼 일은 없다고 생각했던 그의 아버지, 루프스에 대한 이야기였다.

최초 그가 부족을 나왔던 명분 중 한가지가 그들의 족장 루프스의 생사를 알 수 없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를 비롯한 그의 자식들은 이미 그의 생존을 직감하고 있었으니, 그저 명목뿐인 명분이었음을 모두가 알고 있었다.

하지만 드란은 그가 군락지에서 나오기를 더 긴 시간을 두고 보았다. 아직 인간들과 비교 했을 때, 전력적으로 크게 차이가 난다고 알고 있었으며, 그것은 루프스도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현실은 현실. 그의 예상보다도 빠른 그의 출현은 그에게 의외라는 감상을 가져다 주었다.

"그래서 요즘 공격이 격렬해진게 그것 때문인가?"

한 지점에서 유난히 나타나는 고블린들을 향한 공세가 격렬해지는 성향이 나타남은 이미 파악하고 있었다. 루프스가 나타났다는 이야기와 얼마간의 텀을 두지 않고 벌어진 일은, 그에게 그런 의심을 가지게 만들었다.

"어쨌든 더 조심해야겠군. 우리한테 관심도 없을 수 있지만, 조심해서 나쁠건 없겠지"

중얼중얼 이야기하던 그는 이내 자신에게 보고를 올리던 고블린을 바깥으로 내보냈다.

그의 거처 안에 홀로 남아있던 그는, 이내 자리를 옮겼다. 앉아있던 의자를 치우고, 바로 그 밑을 차지하고 있던 곰의 가죽을 치운 그는 바닥을 더듬었다.

스스스- 텁

바닥을 훑듯이 더듬던 그는 이내 한 지점을 손잡이처럼 쥐어 잡았다.

"흡!"

덜컹-

힘을 주고 들어 올리자, 바닥에 숨어있던 문이 그 속을 드러냈다. 시커먼 동공과 같은 그곳에는 오로지 열개의 계단만이 보일 뿐, 그 안쪽으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 뿐이었다. 아무도 이런게 있을거라는 생각도 못 할 장소에 뜬금없는 문이었지만, 드란은 익숙하다는 듯이,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저벅 저벅 저벅

별다른 장치도 없이 그저 어둠에 잠겨있던 그곳은 으스스해 보이기도 했다. 계단을 내려가고 얼마지나지 않아 그는 이내, 목적지에 도착 할 수 있었다.

그르르르르-

그곳에는 알 수 없는 재질로 만들어진, 마치 감옥의 쇠창살과 같은 것들이 늘어서 있었다. 마치 무언가를 가두고 있는 듯한 모양새 였다. 그리고 그것이 잘못된 예상이 아니라는 듯이, 쇠창살의 안에는 붉은 눈빛을 드러내는 마치 짐승과도 같은 것들이 그 안에 몸을 웅크리고 으르렁 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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