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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뜨니 고블린-231화 (231/374)

231화

수성

후퇴하기 시작한 인간들을 보면서 냉소를 지으면서 바라보던 루프스는, 고블린들의 승리로 끝나는 듯 하자 마음을 놓으려고 했다. 위험한 상황이 올 줄 알고 긴장하고 있었지만 그런 상황은 오지 않았다.

그렇게 그가 안도감에 차 있을 때, 그에게는 생각지도 못한 일이 일어났다.

오싹

"엇?!"

갑자기 생각지도 못했던 오싹한 감각이 그를 엄습한 것이다. 그것을 느낀것도 그만이 아닌 듯, 그의 주변을 지키고 있던 이들도 몸을 흠칫 흠칫 떨어대고 있었다. 뭔가 꺼림칙하다고 느낀 그의 시선은 순간 후퇴하는 인간들을 향했고, 꺼림칙한 느낌의 원인을 발견 할 수 있었다.

그가 눈을 돌린 그곳에는 하나의 무리, 로브를 뒤집어쓰고 지팡이를 들고 있는 전형적인 마법사로 보이는 이들이 고블린 부대를 향해서 팔을 내뻗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피-! 해-! 라-!"

저도 모르게 큰 목소리로 행실이 풀어진 고블린들을 향해서 외쳤고, 그에 뒤따르듯이 불과 조금 전 함정들을 해체시킬 때와 같이 불과 물, 얼음과 번개를 비롯한 자연재해와 같은 그것이 고블린들을 향해 떨어져 내렸다.

그의 외침소리를 듣는 순간, 후퇴하는 이들에게서 관심을 끊고 있던 고블린들도 무언가 이상을 느꼈다. 하지만 이상을 느낄새도 없이 그들의 몸은 먼저 루프스의 말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일단 이 자리에서 떨어지겠다는 듯 다급하게 흩어지는 그들을 향해서, 그들이 느꼈던 불안감, 족장이 외친 피하라는 말의 원인이 떨어져내리고 있었다.

쾅- 쾅- 쩌저저적- 화르르륵-

루프스의 외침에 곧바로 흩어지듯이 피하기는 했지만, 그것도 외곽부에 있던 이들에게나 가능한 이야기였다. 뭉쳐있던 중심이면 중심일수록 마법의 범위에서 피하는 것은 어려웠으며, 지금 그들을 향해서 머리위까지 다가온 각종 원소로 이루어진 공격 마법들과 마치 프리트의 늪지처럼 그들의 발을 잡는 속박 마법이 고블린들을 향해서 떨어져 내렸다.

----!!!

마법이 고블린들을 향해서 쏟아지는 소리와, 그들의 비명소리가 겹쳐져 알아듣기 어려운 소리가 주변으로 울려퍼진다. 간신히 피하는데 성공한 이들은 혼비백산하며 요새의 안으로 들어오려 하고 있었으며, 떨어지는 마법들의 외곽부에 있어 비교적 피해가 적은 이들은 어떻게 해서라도 그 자리를 기어서라도 벗어나려 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확실히 맨 처음 함정들을 해체하기 위해서 마법을 사용했던 것이 영향이 있는지, 이번에는 그보다는 규모가 작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이번에 입은 피해만 하더라도 살아남았던 고블린들의 절반에 달하는 이들이 목숨을 잃었다.

루프스는 그런 부하들을 보면서 이를 꽉 깨물었다. 마지막의 마지막, 이번에는 자신이 상대를 얕보면서 이런 피해를 입었다는 자책감이었다. 재빨리 아직 요새의 안에 있는 병력들을 밖으로 보내 아직 살아남은 이들을 수습하도록 지시했다.

그 사이 마법을 쏟아부은 인간들은 뒤로 후퇴했고, 최초 그들이 만들었던 진지도 지나치고는 그대로 사라져갔다.

결국 루프스가 이끄는 고블린들과 성주들이 보낸 토벌군의 첫번째 전투는 양쪽 모두에 큰 피해를 입히면서 그 끝을 맺었다.

///

루프스와 토벌군의 전투가 끝날 무렵. 쿠알론을 비롯한 삼형제는 머리를 싸매고 있었다. 순조롭게 계획이 진행되고 있던 와중,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었다.

최초로 문제를 자각한 것은 습격을 진행했던 이들이 부족으로 되돌아오면서 벌어졌었다.

"무슨... 무슨 일이냐?!"

평소처럼 습격을 끝내고 돌아오는 이들을 맞이하던 트레이는, 돌아오는 고블린들의 수가 대폭 줄어들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묻지 않을 수가 없었다.

간신히 도망쳐온 고블린들은 그에게 자초지종을 이야기했고, 그것은 트레이를 통해서 다른 두 형제들의 귀에까지 들어가게 되었다.

그 후 일단 상황을 지켜보기로 결정했던 그들은 기다렸고, 이후 계속해서 같은 일이 벌어지는지 피해를 입고 돌아오는 고블린들의 수가 자꾸 늘어나자 새로운 대책을 내기 위해서 셋은 한자리에 모이게 되었다.

"상황은 알고 있겠지"

쿠알론이 계획대로 되던 상황에서 다른 변수가 나타나자 심기가 불편한듯 표정을 찡그리면서 다른 둘에게 운을 떼었다. 그에 가장 먼저 입을 연것은 드란이었다.

"아마 놈들이 우리의 움직임을 어느정도 예측하는게 가능해진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그동안 습격한 장소들과 고블린들이 이동하는 통로를 그려넣은 지도를 꺼내 들었다. 정확히는 어디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그가 일일이 발로 뛰어다니면서, 그리고 부하들을 시켜서 함께 자체제작한 물건이었다.

그들 자신들은 무작위로 다닌다고 생각했지만, 중앙에 본거지가 있는 만큼 무의식적인 행동이 있었다.

지도를 펼쳐들고 지점들을 하나씩 하나씩 확인시키던 드란은 그들이 그동안 습격한 지점들을 확인시켜 주었다. 그리고 쿠알론과 트레이는 그제서야 무언가 이상함을 느끼고 그에게 묻게 되었다.

"이게 우리가 지금까지 공격한 장소들이라고?"

"예, 일부분은 제가 직접한게 아니다보니 정확성이 떨어집니다만... 그렇습니다"

지도를 보면서 쿠알론은 생각에 잠겼다. 지도에 그려진 점들을 보면서 그는 고민에 빠지지 않을 수 없었다. 그곳에 펼쳐진대로라면 인간들이 그들이 공격할 지점에 대해서 대략적인 예상을 하는게 가능했을 것이다.

"이걸 알 수 있다면, 멍청이가 아닌 이상 짐작하는 거야 가능하겠지"

쿠알론이 바라보는 지도에는 중심지대부터 주변으로 뻗어나가듯이 점이 찍혀 있었다. 그동안 자각하지 못했지만, 저도 모르게 지하 부족을 중심으로 마을을 순차적으로 밀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이래서 습격에 성공하는 이들과 실패하는 이들이 나타난거였군"

만약 적들이 정확히 고블린들이 습격할 장소를 알았다면, 모든 습격은 실패하고 쿠알론의 무리들은 더욱 깊숙히 파고들어가서 숨죽여 지냈을 것이다. 하지만 적들은 모든 습격을 막지는 못했다. 전체로 따지면 절반에 좀 못미치는 수의 습격만을 막아 낼 수 있었다.

모두 무작위로 공격을 진행하는 고블린들에 의해서, 그 범위가 넓어졌기 때문이다. 고블린들을 상대 할 수 있는 병력들은 분명히 많지만, 그렇다고 무한한 것이 아니었다. 특히나 성주는 이 성가신 고블린들을 토벌하는 일에, 피해를 입고 싶지 않아했다.

실제로 지금까지 고블린들이 마주했던 적들은 모두 그들보다 강한 전력을 가지고 있었으며, 단 하나를 죽이는 것도 어려운 적들이었다.

습격을 진행하는 고블린들에 비해서 압도적인 전력을 자랑하는 적들이었고, 그들과 마주친다면 습격은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실패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항상 저들을 마주치는 것은 아니었다. 습격의 실패가 절반에 좀 못미친다는 것은 습격횟수의 절반이 좀 넘는 수가 성공이라는 이야기였다. 당연히 성공하는 장소에는 저들이 없었고, 순조롭게 습격이 진행되었다.

"하지만 이 구도라면... 적들도 대략적으로 우리 본거지의 위치를 알고 있다는 거겠군"

가만히 지도를 들여다보던 트레이가 한가지 걸리는 점을 이야기했다.

"그렇겠지요. 지금까지 습격당한 마을 전체를 보았을 때 그 중심이 어디인가 하는 생각만 떠올린다면 당연히 우리가 있는 이 장소를 찾을 수 있습니다"

그렇게 이야기한 드란은 이 주장에 힘이 실리는 한가지 중요한 이야기를 꺼냈다.

"실제로 회의가 시작되기 전, 주변을 정찰했습니다. 그리고 산 전체에 퍼져있듯이 인간들이 샅샅이 수색하고 있더군요"

그의 이야기는 쿠알론과 트레이에게 경계심을 짙게 심어주는 이야기였다. 적들이 바로 코 앞까지 밀려왔다는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은 걱정하지 않아도 좋을 듯 합니다. 적들은 지하를 살펴볼 생각 자체를 못하고 있거든요"

그렇게 말한 쿠알론은 입가를 씨익 말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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