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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뜨니 고블린-223화 (223/374)

223화

침공

쿠알론의 무리들이 곤란을 겪고 있는 그 시간. 루프스는 프리트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함정의 설치는 순조롭나?"

어느새 편안히 앉아있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루프스는 물었다.

"낙하 함정들은 순조롭게 설치가 끝났습니다. 덮개로 모두 덮어놓았기 때문에 겉으로는 알아차리기 힘들 겁니다. 그리고 통나무 함정들도 설치하고 싶었지만... 그건 무리겠더군요. 요새 주변은 거의 대부분이 평지라, 저희가 할 수 있는 것은 낙하 함정 정도 뿐이 없었습니다"

"그런가"

단순한 낙하 함정이라고 해도 종류가 다양하다. 가장 기본적인 깊이 파고들어갔을 뿐인 함정부터, 지면을 끈끈이로 채워 도주하지 못하게 만드는 함정, 얕고 길게 파서 기병들의 돌진 같은 위험한 공격에 이용되는 함정, 꼬챙이를 박아놓아서 단숨에 죽음에 이르게 하는 함정들 까지 다양한 함정들이 있었다.

"늪지대는 요새를 둘러서 만들어졌으니 적어도 처들어오는 이들의 발목을 잠시라도 묶어두는게 가능 할 겁니다"

프리트는 낙하 함정 이외의 건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그리고 이것이야말로 루프스가 그에게 요새 주변의 함정지대를 만드는데 일임하게된 이유였다.

함정과 독에 대한 연구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이 두 연구는 어느 시점부터는 서로 연계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정확히는 함정에 독을 어떻게 이용하는 것이 적들에게 더 큰 피해를 줄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였다.

아직까지 이렇다 할 결과는 냊비 못해, 함정에 독을 뿌려놓는 조잡한 수준이지만, 이것이 프리트의 늪지대와 만나면 이야기가 또 달라진다.

본래라면, 늪지로 변하면서 특유의 녹색빛깔이 나는게 원래의 그가 사용하던 늪지 변형이었지만 최근 그가 강해지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회색빛의 암석지대를 늪지대로 만든다면, 겉으로는 아무런 변화도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그곳에 발을 들이는 순간, 그 때 까지 멀쩡한 모습이었던 암석지대는 그야말로 늪으로 바뀌어 그 위에 서있는 자를 지면으로 빨아들인다.

그리고 그 곳에 발을 들이는 순간, 프리트가 미리 조치해놓은 독의 효과가 곧바로 돌기 시작한다. 반드시 구강섭취를 해야만 독이 효과를 보는 경우도 있었지만, 무슨 작용인지 그의 늪에 섞이기만 하면 접촉으로 바로 효과를 보여주었던 것이다.

보고를 끝내고 잠시 머뭇거리던 프리트는 루프스를 향해서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실은... 함정 설치를 진행하면서 주변 정찰도 병했했었습니다만..."

"뭐가 있었나?"

왠지 조심스러운 그의 모습에 루프스가 물었고, 프리트는 떨떠름히 그가 들은 보고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다른 인간들이 하는 이야기를 들었다면서 전해온 이야기가 있는데, 그것이 우리를 제외한 동족들에 대한 이야기였답니다"

"우리를 제외한?"

"예, 아무래도 이전 탈주자들과 관련된 이야기 갔습니다"

"흐음"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이들의 이야기에 그는 얼핏 관심을 드러냈고, 프리트는 그의 관심을 충족시켜 주었다.

"우리에 대한 이야기도 섞여 있었지만, 대부분이 그들에 대한 이야기였다고 합니다. 최근 갑자기 활동하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더군요"

"최근?"

"아마 힘을 키우기 위해서인것 같습니다. 습격하는 마을마다, 살아남는 이들이 거의 없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몇몇 인간 여성체들이 잡혀갔다는 소문도 돌고 있더군요. 아마도 우리가 가진 특성이 그대로 이어졌든지, 아니면 비슷한 특성을 개화한 개체가 있는 듯 합니다"

그가 별로 사용하지 못했던 특성에 관한 이야기였다. 사용이라고 해보았자, 이전 코볼트 왕에 의해서 갇혀있던 소수의 인간 여성체들에게나 사용되었던 특성의 이야기였다.

"으음... 어쨌든 지금 당장 여유가 생긴건 녀석들 덕분인가?"

"그런듯 합니다. 거리가 어느정도 떨어져 있긴 합니다만, 근접해 있다보니 우리를 상대 해야 할 전력이 줄어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럼 우리쪽으로 향할 여유가 없다는 건가?"

"그건 아닌 듯 합니다. 최근 이곳과 가까운 성으로 짐을 잔뜩 실은 수레와 많은 인원들이 움직이는 모습이 관찰되었습니다. 혹시나 해서 다른 성들도 확인하기 위해서 멀리 확인을 나갔습니다만... 다른 장소에 비해서 월등한 양이 옮겨지는게 한창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프리트의 이야기에 루프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이야기 대로라면, 이제 잠시간의 평온도 그 끝이 보이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당연히 그는 이런 상황에 대한 대비를 해 놓았기 때문에, 처들어올 적들에 대해서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 상태였다.

"이제, 진짜 적들이 올 때 까지 기다리기만 하면 되겠군"

간신히 하나의 요새만을 점거한 상황이지만, 아직까지 그는 더욱 뻗어나가는 것에 주저하고 있었고, 그 결정은 이번 전투에서 내려질 것이다.

///

요새와 가장 가까운 르윅 성을 향해서 많은 물자가 옮겨지기 시작했다. 병사들이 사용해야 할 병장기는 물론이고, 전투가 지속되는 동안 사용될 식량, 그리고 요새를 공략하기 위한 공성병기의 부품들이 나날이 르윅 성의 안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그리고 노르드 성에서부터 출발한 병력들도 얼마 지나지 않아 르윅 성으로 진입했다. 본래라면 직접 성 안으로 들이는 일은 없어야 했지만, 두 성주의 신뢰관계의 표명을 위해서라는 이유로 이번에 한해서 많은 병력들이 성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허가한 것이다.

성벽에 둘러쌓인, 거대한 성의 한 가운데에 위치한 성주의 접견실. 그곳으로 두터운 갑주를 입은 한 사람이 복도를 걷고 있었다. 당당히 걷는 그의 폼새와 사나워 보이는 갑주의 형태는 주변으로 위압감을 퍼트려 주고 있었다.

그는 곧 성주의 접견실에 도달했고, 그의 키보다 두배는 거대한 문을 밀어내면서 안으로 들어섰다.

접견실의 안에는 높은 단상이 있었으며, 단상의 끝에는 이곳 르윅 성의 성주가 앉아 있었다. 그리고 그의 주변에는 호위를 위한 두 인물이 미동도 하지 않고 접견실의 문을 열고 들어선 이를 확인했다.

문을 연 그는 성주를 향해 다가갔고, 그에게서 스무걸음쯤 떨어진 장소에서 멈춰섰다. 그리고는 무릎을 꿇고 머리에 쓰고 있는 투구를 벗었다.

"노르드 군의 대장, 무르디안 노르드. 르윅 성의 성주께 인사 드립니다"

정중한 음성의 그는 르윅 성주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투구를 벗은 그의 모습은 젊었고, 그의 얼굴은 성주도 잘 알고 있는 모습이었다.

"노르드 성주의 아들이구나"

주변 성주들에 대한 정보를 모으던 중 한번 눈에 담은 적이 있는 모습이었다.

"노르드 성주에게 장성한 아들이 하나 있다더니, 그대의 이야기였군. 과연 과거 들은바대로 힘찬 기상이 느껴지는 인물이로구나"

그의 이야기에 무르디안은 그저 고개만을 더욱 깊숙이 숙일 뿐이었다.

서로 조용히 잠깐 이야기를 나누던 둘은 곧 물러났고, 그 날 부터 두 성주의 군대는 합동 훈련을 하기에 이르렀다.

요새를 차지한 고블린들을 상대하기 위한 준비의 일환이었고, 양쪽의 수뇌들이 이야기를 나눠두었기 때문인지, 사소한 문제, 간혹 일어나는 조그마한 다툼을 제외하고는 별 문제없이 훈련은 진행되었다.

그렇게 양 군이 융화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전투가 벌어질 시기는 빠르게 다가왔다. 한달정도의 시간이 걸렸지만, 그보다 더 끌수는 없었다. 고블린들이 어떻게 움직일지는 아무도 모르니, 최소한의 훈련으로 서로가 방해가 되지 않는 정도만으로 끝을 맺어야만 했다.

무르디안은 만족스럽지는 않았지만, 두 성주의 결정을 물릴 정도의 힘은 없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를 비롯한 모든 지휘관들이 훈련의 끝을 고했다.

그렇게 요새를 향해 출전해야 할 날이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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