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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뜨니 고블린-222화 (222/374)

222화

침공

머물던 자리에서 벗어난 루프스는 요새 전체를 둘러보았다.

요새라고는 해도, 모험가들이 머물면서 군락지에서 사냥을 이어갔기 때문인지 병사들 뿐만이 아닌 민간인들도 머물도록 만들어져 있었다.

정확히는 안쪽은 병사들만이 머무는 공간으로 만들어져 있었지만, 그 외곽부로 거주지와 시장이 조성되어있는 모습을 확인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요새의 내성 안으로는 바깥 보다도 더욱 견고하게 지어진 성벽과 무기들로 채워져 있었지만, 루프스를 비롯한 고블린들에게는 별 효과를 보지 못했다. 무엇보다도 대부분의 인원이 외성을 지키고 있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대부분의 인원들이 초짜들이었기 때문인가, 전직 모험자였던 병사들은 내성과 외성 사이에 머물던 민간인들을 내버려 둘 수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민간인들 중 많은 수가 섞여있던, 병사가 아닌 모험자들도 참가하게 만드는 원동력이기도 했다.

결국 루프스와 고블린들에 의해서 패배했지만, 모두가 죽은 상황은 아니었다. 끝까지 반항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겁을 집어먹고 그대로 투항하는 이들도 많았다. 특히나 요새 안에서 머무는 소상인들을 비롯한 일반 주민들은 더욱 그러했다.

그리고 그들은 대부분이 그대로 요새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완전히 점령했다지만, 굳이 반항하지 않는 이들을 가둬둘 필요는 없다는 판단이었다. 특히나 풀려나서 일상을 이어가고 있는 이들은 하나같이 별 힘을 가지지 못한 이들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시장에는 활기차지는 않지만, 조심스레 활동이 이어지고 있었다. 고블린들이 코앞에서 그들을 감시하고 있더라도 생리현상이 사라지지는 않으니 말이다.

하지만 요새에 갇혀있는 인간들도 어떻게든 살기 위해서 활동을 하고는 있지만, 겁을 먹은 기색이 역력했다. 지나가는 루프스를 볼때마다 몸을 움츠렸으며, 주변의 고블린들에게도 기가죽은 태도를 취했다. 다만 그들을 대하는 고블린들은 이미 이전부터 함께 살던 인간들이 있었기 때문인지 그와 정 반대로 태연한 태도를 취하고 있었다.

시장을 벗어난 루프스는 그대로 성벽 쪽으로 향했다. 언제 어느새 인간들이 처들어올지 모르는 일이기 때문에 성벽 위에서는 고블린들 대다수가 교대하면서 경계를 서고 있었다.

굳건한 자세로 미동도 않고 바깥을 주시하는 그들의 모습은 루프스에게 듬직함을 느끼게 했다. 그리고 이들이 이런 태도를 취하는 것이 다름아닌 마인에 의한 영향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인가, 더욱 흡족한 기분을 느끼게 해주었다.

요새의 성벽에서 주변을 경계하는 것은 현재 마인의 책임하에 이뤄지고 있으며, 현재 다른 부하들, 자식들 모두 각자의 임무를 가지고 여기저기 퍼져나가 있었다.

마인은 이곳에서 경계를 한다면, 라둔과 그룬은 군락지 내부에 있는 부족과 요새를 오가면서 부족한 물자를 옮기고 있었다. 그리고 프리트는 요새의 주변을 둘러보면서 함정을 설치하고 있었다. 만일 요새를 향해 인간들이 공격해올때를 대비한 행동이었다.

스콘드는 요새에서 물러나 부족으로 되돌아갔다. 첫 공격인 만큼 어떻게 될지 몰라 전력을 다 한 것이었지만, 생각보다 싱겁게 끝나면서 부족을 지키기 위해서 물러난 것이다. 부족은 루프스의 두 딸들과 아들 하나가 지키고 있었지만, 그들로는 부족 전체를 돌보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루프스는 이제 이후의 행동 방침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는 와중이었다. 그는 일단 움직이지 않기로 결정했다. 자신들이 이곳을 차지한 만큼, 인간들도 무슨 반응을 보일것이 분명했다. 손쉽게 요새를 차지했지만 그가 생각하기에도 이번 전투는 요행이 많았다.

딱 보아도 어설펐던 군대의 대응 방식도 그렇고, 이전에 상대해본바 있던 일개 도적단과 비슷한 수준의 무력도 영 이상했기 때문이다.

다음 전투는 요새를 끼고 하는 전투를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처들어오는 이들이 루프스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적들이라면 망설이지 않고 후퇴할 생각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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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알론이 다스리는 고블린들은 쉬지 않고 기습에 기습을 이어서 하고 있었다. 특히나 비슷한 장소가 아닌 전혀 생각지도 못한 멀찍이 떨어져 있는 장소들을 기습하고 있었다.

처음 마일론 성의 영역에 있는 또 다른 마을을 기습을 하고는 이어서 바스티온 성의 마을을 기습한다. 그리고 연이어서 다른 성의 영역에 있는 마을들을 습격하기를 이어갔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그의 부족에 속해있는 고브린들은 점점 성장해 나갔다. 지금도 어린 고블린들은 계속해서 태어나고 성체로 자라나는 녀석들도 매일같이 늘어나고 있지만, 하급 이상의 고블린들의 비율은 점점 높아져만 갔다.

하급 이상의 고블린들이 극히 드물었던 그들이 어느새 대부분이 하급 고블린 아니면 중급 고블린으로 채워지는 날도 머지 않았다고 할 수 있었다.

연속되는 성공적인 기습은 그들의 긴장감을 풀어버렸다. 개중에는 긴장이 풀어졌다가는 위험한 상황이 올 수 있음을 이해하고 있는 이들도 있었지만, 계속해서 이어지는 성공은 그들의 마음속에서 긴장이라는 단어를 점점 지워가고 있었다.

이날도 또 하나의 마을이 고블린들의 기습으로 사라져가고 있었다.

"캬앗!"

"끄으악!"

콰지직-

살이 갈라지는 소리가 나면서 한 사람의 목이 몸과 작별을 고했다. 그리고 그런 광경은 마을 이곳저곳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캬캬캿"

"꺄아아악! 사... 살려... 살려 주세요!"

어디서는 고블린 하나가 한 인간의 머리채를 쥐어잡고는 후방으로 물러났다. 그리고 그곳에는 다른 고블린들에 의해서 잡혀온듯 몇몇 인간들이 몸을 웅크리고는 벌벌 떨고 있었다.

고블린들의 움직임은 능숙했다. 필요한 물건이 있을거라 짐작되는 곳을 곧바로 찾고는, 식량, 물 그리고 숨겨져있던 인간들을 잡아나갔다.

그리고 마을을 완전히 초토화 시키고, 포획한 이들을 제외한 인간들 모두를 몰살시킨 고블린들은 지하로 향하는 입구로 다시 되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평소와 똑같이 움직이던 그들에게 평소와는 다른 변수가 끼어들었다.

쐐에엑-

퍽!

"켁"

다른 고블린들과 낄낄 거리면서 움직이던 한 고블린의 머리에 하나의 화살이 관통되었다. 고블린의 두개골을 뚫고 반대쪽ㅇ로 튀어나온 화살은 붉은 피를 흘리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했다.

털썩

그렇게 하나의 고블린이 쓰러졌고, 그것이 시작이라는 듯이 화살들이 비가 내리듯이 고블린들을 향해서 내리 쏟아졌다.

"캬앗!"

"케..."

"캬걋! 적이다! 뭉쳐서 날아오는 화살을 막아!"

적들의 출현은 고블린들을 뭉치게 만들었고, 화살이 쏟아지는 와중에도 어떻게든 스스로의 몸을 지키는데 성공한 고블린들은 곧 하나의 덩어리로 뭉쳤다. 그 과정에서 다급하게 움직이느라 포로로 잡았던 인간들을 내던졌지만, 적들도 그곳까지는 공격하지 않은건지 쓰러진 그들은 간신히 목숨은 붙어 있었다.

뭉쳐 있는 고블린들을 제외하고는 쓰러져 기절해 있는 인간들 밖에 없는 장소로, 한무리의 무장 병력들이 다가왔다. 날카롭게 빛나는 검을 들고, 온 몸에는 빈틈 하나 없이 꽁꽁 숨겨주는 갑주를 입은 그들은 곧바로 고블린들을 향해서 돌진했다.

간신히 한곳에 뭉쳐서 화살에 대한 피해를 최소화 시킨 고블리들은 갑작스럽게 달려드는 이들을 견제하기 시작했다.

간헐적으로 날아오는 화살을 쳐내면서 앞으로 다가오는 온몸에 갑주를 걸친 적들을 마주한 것이다.

지금까지 고블린들이 마주친 인간들과는 전혀 다른 인상착의에 전혀 다른 무력을 지닌 그들은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고블린들에게는 감당하기 어려운 적이었다.

처음 호각지세를 이루는가 싶던 전투는 곧 바닥에 기절해있던 포로들을 후방으로 옮기는 순간 곧바로 인간들 쪽으로 기세가 넘어갔다.

그 뒤로는 인간들의 일방적인 공격이 있었다. 고블린들은 간신히 뒤로 물러나면서 어떻게든 그들을 상대했지만, 결국 힘의 차이로 몇몇 간신히 도주한 이들을 제외하고는 전멸을 면치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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