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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뜨니 고블린-221화 (221/374)

221화

침공

세 성주의 회담은 다음날 다시 열렸다. 고블린들이 바로 그들의 코 앞에 있는 요새에 들어차있는 것은 현실이었으며, 언제 그들이 자신들의 영역까지 침범할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바스티온의 성주가 처한 상황에 대해서 파악한 둘은, 이곳까지 병력을 파견하라는 이야기를 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조약에 따라 상황 파악을 위해서라며 회담에 참가하는 그를 막지는 않았다.

고블린들이 그의 영역뿐만이 아닌 가까운 장소에서 또 나타났다는 사실은 그에게 위협을 느끼게 하기 충분했기 떄문이다.

사실 고블린들이 요새에서 더 이상 움직이지만 않는다면, 그대로 그곳에 머물도록 하는 것도 나쁜 선택은 아닐 것이다. 요새를 빼앗겼다는 사실이 걸리긴 하지만, 요새에서 그들의 성과 영지로 향하는 길목만 막는다면 고블린들을 그곳에 밀어 넣어서 못 움직이게 하는게 가능 할 것이다.

하지만 두가지 이유로 그럴 수 없다.

첫번째는 무엇보다도 요새에 살아가던 이들 때문이다. 그들이 지금 살아있을지 아니면 전원 죽었을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시체라도 찾아오지 않는다면 민중들이 왕실과 성주들에게 가지는 신뢰가 깎여나갈 것이다.

두번째는 자존심의 문제다. 고블린들이 처들어오는 것을 대비하고 막아서는것도 좋지만, 그건 그들의 생각이다. 그들 이외의 자들이 볼 때, 그들의 움직임은 고블린들에게 겁을 먹은 것 처럼 보이게 마련이다.

그런 만큼 세 성주는 본의는 아니더라도 반드시 고블린들을 공격해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바스티온 성주의 사정은 알았네, 그대의 지원은 없다는 가정하에 작전을 짜야하는군"

"병력은 지원하지 못하지만, 물자라면 최대한 지원해 주도록 하지. 인원을 빼지 못하는 내 성의로 봐주면 좋겠군"

그는 병력을 지원하지는 못 하지만 그 대신 물자를 지원해주는 것으로 합의를 보았다. 이후를 내다 본 결정이었다.

요새를 차지한 고블린들을 물리치는 일은 여러모로 어려움이 보이는 작업이다. 그들이 승리할지, 아니면 패배할지는 아직까지 모르는 일이다. 다만, 그들의 심정적으로는 절대로 질리가 없다고 생각하는 만큼 그에대한 투자를 하는 것이다.

겉으로 보면 별 이득이 보이지 않는 토벌작전이다. 물적 피해나, 인적 피해는 고블린들의 토벌로 나오는 상금과 현상금으로 어떻게든 손해를 매꿀 생각을 하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그 정도가 전부일 것이다. 그들이 노리는 것은 그런것이 아니었다.

군락지에서 일어난 이변은, 그 주변에만 영향을 끼친것이 아니었다. 아니, 정확히는 그 시기에 일어난 것이 군락지의 이변뿐만이 아니었다.

대륙 최대의 국가에서는 정변이 일어나 아직까지도 내전이 이어지고 있으며, 그 주변의 나라에까지 그 영향을 퍼트리고 있었다. 바다와 강가에서도 몬스터들의 폭동이 일어나고, 그 때문에 수산자원을 더 이상 얻을 수 없는 상황이 발생했다.

그리고 그들 왕국에서도 또 다른 문제가 생겨났다. 왕은 병에 걸려 깨어나지 못하는 상황이며, 그대로 못 깨어날 확률이 더 높다는 판결이 나타났다. 설령 조금이라도 깨어날 확률이 있더라도, 그러지 못할 것임을 나라의 성주들과 귀족들은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현재는 중립파와 1왕자파 그리고 3왕자파로 갈라져가는 와중이었고, 서로 이합집산이 이어지고 있었다.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며, 내일의 동지가 되는 아무도 믿을 수 없는 상황의 연속이었다.

게다가 정치적 이유로 시작된 이 싸움은 지금, 더욱더 퍼져나가 나라 곳곳에서 벌어지는 성주끼리의 전쟁의 이유가 되어주고 있었다.

그나마 아주 시골이나 변방이 깡촌이 아니라면 전쟁이 이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듬직한 아군만큼 안심이되는 존재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번 고블린 토벌전으로 세 성주는 서로가 맺고 있는 동맹을 알리려는 것이다.

아군 하나 하나가 소중한 지금 1왕자파도 3왕자파도 굳이 전력을 소모시키면서 그들을 건드릴 일은 없다는 판단이었다. 그리고 그 사이 그들은 최대한 자신들의 영향력을 넓히려는 의도인 것이다.

그렇게 세 성주는 서로 합의점을 찾아서 회의했고, 다음날 각 성주의 성에서부터 병사들이 출병했다. 하나같이 현재 고블린들에게 점령당한 요새를 향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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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안에서 관청으로 사용되던 건물의 안. 그 중에서도 한 집무실에서 루프스는 고민에 휩싸여 있었다.

'점령까지는 순조로웠다. 하지만 다음은...'

일단 더 이상 공격받고 있지만은 않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한 공격이었지만, 막상 요새를 점령하고 보니 자신감 보다는 잘못된 선택을 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떠올랐다.

'전력을 더 키웠어야만 했나? 아니... 그러려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괜스레 후회에 후회를 거듭했지만, 현실이 바뀌지는 않았다. 그리고 그도 언제까지고 후회만 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여기까지 온 이상, 이제 저들도 무슨 반응이 오겠지. 그 동안 나는 대책을 세워야만 하고'

그렇게 고민에 잠겨 있던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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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에서 급작스럽게 등장한 고블린들에 신경을 쓰는 것은 세 성주들 뿐만이 아니었다. 자연스레 고블린들의 출현에 민감한 이들이 있었고, 한창 고블린들 사냥을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에 더더욱 민감하게 반응 했다.

"요새가... 무너졌다고?"

최근 기분이 좋던 중년 남성은 다시 들어온 비보에 인상을 찡그렸다. 최근들어 문제가 계속 발생하면서 표정이 다양해진 그는 이게 또 무슨 일인지 눈 앞의 남성에게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예, 중과부적이었다고 합니다. 게다가 놈들이 대비까지 하고 있었는지, 별 피해도 입히지 못하고 요새를 그대로 내줬다고 하더군요"

"이게 무슨..."

인상을 한껏 더 찡그리면서 그는 저도 모르게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최근 고블린들을 잡을 수 있는 명분이 생겼다기에 좋아했건만, 그보다 더 큰건이 이렇게 근 시일내에 나타나니 어처구니가 없었던 것이다.

게다가 하필이면 고블린들이 요새를 차지했다는 사실에 더욱 인상을 찡그렸다.

세 성주는 별 생각이 없었지만, 그에게는 이것이 하나의 위기감으로 다가온 것이다.

아직 다른 이들은 알아차리지 못한 듯 싶지만, 이번에 나타나는 고블린들은 그리 만만한 놈들이 아니었다. 대대로 고블린들을 사냥하고 있었던 만큼 그들에 대해서 누구보다 잘 아는 그들의 생각이니 분명할것이다.

이전 그가 경험했던 것은 무작정 돌진하고만 다녔던 고블린들이었다. 적이 자신들보다 강해도, 약해도 무작정 돌진하고 보았던 것이 그들이었다. 간혹 갖은 기책을 펼치는 이들이 있었고, 그 경우는 매우 까다로웠지만 대부분이 그렇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 나타나는 놈들은 아니었다. 아직 무슨 수를 썼는지 파악되진 않았으나, 영역 안에 존재하는 고블린들은 신출귀몰하게 나타났다. 그들이 어떤길을 썼고, 어디서 나타나는지는 아직까지도 오리무중인 상태였다.

이번에 나타난 녀석들이 이들과 같은지는 아직 그로서는 모른다. 하지만 같은 동류의 존재들이라면 그들은 큰 위협이 될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둘 모두 그들의 가시거리 안으로 들어왔다는 것이다. 만일 외국에서 나타났다면 그들은 사태가 커지기 전까지는 손도 쓰지 못했을 것이다.

그는 눈 앞에서 지시를 기다리는 가신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요새에 나타난 고블린들도 걱정인것은 사실이지만, 일단 지금은 눈 앞의 목표에 집중하기로 한 것이다.

요새는 그가 아닌 다른 곳에서 대처를 할 것이다. 하다못해 그들이 더 이상 전진하지도 못하게 길을 막아설것이라는 확신이 그에게는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 가장 성가신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먼저 나타났던 고블린들을 상대하는 것을 우선으로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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