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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뜨니 고블린-217화 (217/374)

217화

탈주자들

주변에 있는 다른 성주들의 그 어떤 성보다도 거대한 하나의 성. 그곳의 가장 깊숙한 심처에서는 다시 네명의 인물로 이루어지는 회의가 벌어지고 있었다.

"호오, 호오"

바로 얼마전 불같이 화를 내던 모습이 거짓이라는 듯, 중년 남성이 이번에는 입가에 미소를 그으면서 흡족해하고 있었다. 다름아닌 고블린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서였다.

"그래서 녀석들이 어떻다고?"

이미 한번 들은 내용이지만, 그는 상관하지 않고 다시 한번 물었다. 그의 물음에 보고를 올리던 말상의 남자는 다시 처음부터 말하기 시작했다.

"들어온 이야기에 따르면, 최근 왕국의 영역 안에서 나타났던 고블린들이 갑작스럽게 습격의 빈도를 높였다고 합니다. 하루에 하나에서 두개 정도로, 수일에 한번 습격하던 것과 비교하면 현격하게 올라간 격입니다.

그 때문에 전쟁을 벌이던 두 성주는 임시 휴전을 하게 되었고 지금은 각자의 영역에 나타난 고블린들을 토벌 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으하하하하! 그렇게 뻗대더니 결국은 그렇게 되버렸나! 이거 참 안타까운 일이구만!"

안타깝다고 말하는 것 치고는 그의 입가에서 웃음기가 전혀 떠날 생각을 않고 있었다. 결국 그가 보고하는 내용이 그를 즐겁게 하고 있음이 분명한 사실이었다. 한참을 웃고서야 그는 겨우겨우 진정 할 수 있었다.

"흐하하하, 하... 후우"

웃음기가 멈춘 그는, 지금까지의 모습이 꾸며낸 것이었다는 듯이 무표정한 얼굴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곳에는 평소와 하나도 다를 바가 없는 인원들이 모여있었다. 모두 하나같이 그의 가문의 정예들이면서, 그가 가장 믿고있는 심복들의 모습이었다.

그것이 그에게 안정을 준 것인지, 그도 아니면 그의 자체적인 판단인지 다시 냉정한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그래서, 뭔가 이상한 점은 없었나?"

"몇가지를 제외하고는 그렇습니다"

"음?"

그는 자신의 부관과도 같은 말상을 한 사내의 말에 순간 의아한 표정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 없다는 이야기가 나올 줄 알았지만 그가 내오는 정보가 그것은 단순한 억측일 뿐이라고 주장했던 것이다.

"명백하게 수상 할 뿐인 이야기입니다만... 가장 첫번째는 적들은 어디서 어디로 이동하는가 입니다"

"..."

그의 말을 경청하는지 몸을 앞으로 숙이면서 눈을 내리감는 그의 모습에 말상의 사내는 말을 이었다.

"고블린들의 목격 정보는 많습니다. 하루에 반드시 한번 이상은 습격하고 있으니 시간이 지나면서 절로 쌓이는 정보를 취합한다면, 녀석들의 본거지를 찾는것도 시간문제 입니다"

그리고 한숨을 들이킨 그는 이어서 말했다.

"라는 것이 두 성주의 주장입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오류가 한가지 있습니다. 다름아닌 습격당한 장소간의 거리입니다"

"거리?"

"예, 하루에 한두번의 습격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은 사실입니다만... 거리상으로 볼 떄 같은 이들이 연달아서 습격을 벌이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벌어지는 습격들도, 양측에서 거리를 확인했을 때, 하루 이상 거리에서도 습격이 발생하는 걸 보면 적어도 세 무리 이상은 있다고 보는게 맞을 겁니다"

평소의 태평한 태도를 내다버린듯 진중히 말하는 그의 모습에, 보고를 듣고 있던 그도 제대로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거리도 거리지만, 그 누구도 고블린들이 움직이는 모습을 본적이 없다고 합니다"

"뭐, 그야 대놓고 돌아다니지 않아서 그런것 아닌가?"

애초부터 찾기 힘들어졌던 이들이니, 그들의 모습이 발견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주목하는 그의 모습을 그는 이상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보고를 올리는 말상의 남자가 이상하게 생각하는데는 충분히 이유가 있었다.

"어디서 오고 ,어디로 가는지. 아직 정확하게 알지는 못합니다만, 대략적인 경로를 예상하고는 있습니다. 이미 초기에 벌어졌던 습격지에는 조사대가 파견되어있고, 그들로부터 고블린들의 습격지 주변에서 어디로 들어왔는지, 어디로 나갔는지, 그리고 수가 얼마나 되는지 정도는 조사가 끝났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대략적인 예상경로가 만들어졌습니다만... 어디 하나 예상에 들어맞는 곳이 없습니다. 그만한 수가 지나갔으니 흔적이 남는것이 정상이지만, 아무런 흔적도 없어 추적 전문가들도 난항을 겪고 있다고 합니다"

"흠흠"

그다지 좋은 소식들은 아니었지만, 이야기를 듣는 그의 기분은 그리 나빠보이지 않았다.

"그러니까, 결론은 고블린 놈들이 대량으로 출몰하고 있다는 이야기로군"

그는 흡족한 표정을 지으면서 말을 이었다.

"이 정도면, 우리가 본격적으로 나서도 괜찮겠지? 아직까지 군락지 쪽은 접근하기도 힘드니 이 기회에 놈들을 몰살시켜야지"

"그럼 준비하겠습니다"

딱딱한 표정을 지은 말상의 남자가 그렇게 말하고는 방의 바깥으로 나섰다. 그를 시작으로 다른 둘도 나갔으며, 그때서야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중년 남자도 몸을 일으켰다.

"크흐흐, 그렇게 삐딱하게 굴더니, 꼴 좋구나. 크하하하하"

이번에 일어나는 사태가 정말 유쾌하다는 듯 그는 크게 웃으면서 마지막으로 방을 나섰다.

///

그렇게 외부로 나선 고블린들과 인간들의 싸움이 본격적으로 격화되기 시작 할 무렵. 루프스가 이끄는 고블린으로 이루어진 군대가 군락지의 바깥으로 몸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군락지의 바깥으로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고블린들의 군대는 계속해서 군락지의 동태를 감시하던 인간들에 의해서 발각된 듯 했다.

땡땡땡땡-

뿌우우우우우-!

갓 군락지를 벗어난, 루프스의 군대는 그들의 눈 앞에 둔 요새에서부터 시끄러운 소리가 울려퍼지기 시작한 것을 들었다. 그들이 울리는 소리가 위험을 알려주는 경종과도 같았지만, 그곳으로 나아가는 루프스의 귀에는 거대한 하나의 혼란으로 들려왔다.

언뜻 위태롭게 느껴지기도 하는 소리를 들으면서 그의 군대는 진군했다.

한편, 최근들어 자주 소동이 일어나는 군락지를 유심히 살펴보고 있던 골가드 요새에서는 자연스레 그들의 모습을 발견 할 수 있었다.

"저 무슨?!"

요새의 성벽 위에서 대기하고 있던 수비대장은 밑에서 올라오는 보고에 망원경을 눈에 대고 군락지를 살펴보았다. 그곳에서는 지금까지 그가 보지도 못했던 오로지 몬스터들로 이루어진 군대가 바깥으로 나타나고 있었다.

전체적으로 대부분의 부대가 흩어져 있었다. 하나의 조로 구성되어 있는 듯 보였다. 방패병 하나가 거대한 방패를 들어 주변 동료들을 지켜주고 있었다. 한편 검병과 창병이 그의 주변을 지키고 있었고, 그들의 중심에는 궁병이 있었다.

그렇게 구성되어 진군해오는 그들의 사이사이에는 요새의 성벽을 오르기 위해서인 듯 길고 튼튼해 보이는 사다리가 있었다.

그 중에는 마치 공격해 보라는 듯이 아무런 방비도 되어있지 않은 고블린들이 있었지만, 유난히 거대한 덩치는 그들이 수뇌부임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지표였다.

그들의 등장에 수비대장은 다급히 주변에 있는 부하들에게 이 소식을 요새의 성주를 비롯한 수뇌부에 전달하기를 명령했다. 그리고는 그의 옆에 놓여있는 뿔피리를 불었다. 크고 웅장하게 울려퍼지는 뿔피리 소리는 요새 전체에 위험을 알려주고 있었다. 그가 뿔피리를 불기 시작하자 경계병들은 그들의 주변에 놓여있는 종들을 빠르게 울리기 시작했다.

뿔피리는 요새에서도 가장 위험하다 판단하는 때에 부는 물건이었고, 그런 물건을 사용했다는 것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고 판단하고 빠르게 종을 쳐댄 것이다.

그런 다급한 상황은 미처 전령이 수뇌부에 도달하기도 전에 퍼졌고, 요새에서 휴식을, 식사를, 여가시간을 보내던 병사들은 다급하게 각자의 위치를 찾아가기 시작했다.

요새의 수뇌부들도 당황하는 와중에 무슨일인지 알아보기 위해서 그들의 주변을 호위하는 이들을 부리려했지만, 그 무렵 수비대장이 보낸 전령이 도착해 그들이 발견한 사실에 대해서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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