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눈을 뜨니 고블린-215화 (215/374)

215화

탈주자들

"으아아아!"

한 전령의 보고를 듣고 내보낸 쿠알론은 괴성을 지르면서 스트레스를 토해냈다.

"왜! 왜! 왜! 벌써 들통나게된거야!"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면서 트레이는 애써 평정을 유지하면서 그를 말렸다.

"자자, 일단 진정하라고. 어차피 마을을 만들때부터 그걸 고려하고 만든 건데, 뭘 그리 열을 내고 있어"

트레이가 진정시키자 그제서야 씩씩대던 숨이 고르게 바뀌었다. 그리고 그 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드란이 걱정하는 그를 향해서 말했다.

"걱정하지 마시지요. 이미 혹시나 들켰을 때를 대비해서 계획해둔게 있습니다"

드란은 조금이나마 걱정하는 둘과 달리 아무런 걱정을 하지 않고 있었다. 아니, 오히려 이것도 상정되어있는 일이라는 듯 담담히 다음 계획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따로 보고는 하지 않았지만, 두번째 세번째 위장 마을이 만들어지는 중입니다. 그리고 원래의 장소도 여기와 이어지는 통로는 바로 무너트릴 수 있도록 조작해 놓았습니다"

그의 이야기를 듣자 쿠알론도 트레이도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의 말대로 무언가 생각이 있는 것 처럼 생각한 것이다.

"전력 손실은 최대한 적을 수록 좋지요. 일단 두번째 위장 마을에 인력을 더욱 투입해서 빠르게 짓고, 기존의 마을에 있던 녀석들은 퇴각시키고, 통로는 무너트립니다"

그의 이야기에 한가지 걸리는게 있기 때문인지 쿠알론은 눈살을 찌푸리면서 그에게 물었다.

"그럼, 너무 대놓고 속이는것 아닌가? 통로를 못찾으면 다행이지만, 무너트린다면 도망쳤다는걸 겉으로 보여주는 것 밖에 안될텐데?"

"그건 걱정 할 필요가 없습니다. 통로를 들킨다면 들키는대로 인간들에게 우리가 정확히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다는 점을 심어 줄 수 있습니다. 그러면 적어도 정찰을 해야 할 테고 그 정도는 우리도 금방 알 수 있을겁니다. 그리고 들키지 않는다면 그건 또 그것대로 감쪽같이 사라진 우리들의 모습에 혼란을 줄 수 있겠죠. 거기에 보고를 한 이들의 신뢰도까지 깎인다면 그것이야 말로 가장 완벽한 결과일겁니다"

"음..."

그의 이야기에 혹한듯, 잠시 고민에 빠진 쿠알론이었다. 그리고 그런 그를 보면서 드란은 보충설명을 더 했다.

"일단 이 작전 자체는 여러 위험이 있는게 사실이지만, 지금 사용하기에는 가장 유용한 방법입니다. 그리고 우리를 잡는것과, 내버려두는 것의 코스트차이를 각인시킨다면 인간들은 우리를 찾는것을 아예 포기시킬 수 있을 겁니다"

그의 말처럼 작전에 허점이 없는것은 아니다. 통로를 무너트려 그들이 찾지 못하도록 만든다지만, 그것은 동시에 그들의 이동경로가 지하에 있다는 것을 광고하는 것과 같았다. 그리고 찾아온 인간들이 허탕을 쳤다고 바로 돌아간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첫번째 마을은 고스란히 버려야만 했다.

하지만 그 모든것을 감수하고 얻을 수 있는 이득이 있었다. 적어도 인간들은 이번에 얻은 정보를 듣는다면 그 확인을 위해서도 최소한의 병력을 보낼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텅 빈 마을을 보게 될 것이고, 고블린들이 머물렀던 흔적을 보게 될 것이다.

그러면 그들의 반응은 몇가지로 특정 할 수 있을 것이다. 마을을 지켜 만에 하나 돌아올 고블린들을 노리고나, 이대로 머물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리고는 곧바로 떠나거나, 그곳을 기점으로 고블린들의 위치를 찾으려 할 것이다.

전자라면 그저 마을을 버리기만 하면 된다. 그러면 시간이 지나 다른곳을 습격했을 때 마을은 다시 얻을 수 있을것이며,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습격을 지속 할 수 있을 것이다.

두번째의 경우는 별로 생각할 것도 없다. 지금까지 처럼 대응하면 될 뿐인 일이다.

세번째의 경우는 약간 위험성이 있다. 마을에는 별다른 흔적이 남아있지는 않겠지만, 이 경우 분명히 그들은 지하로 통하는 통로를 발견 할 것이다. 그나마 있을 유일한 단서기 때문이다. 그것은 고블린들이 지하를 이용한다는 것을 의미하니 문제가 없지는 않다. 하지만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그들이 진입 할 수 있는 것은 결국 발견된 장소 한 곳 뿐이며, 그곳의 주변은 온톤 함정과 독지로 가득하기 때문에 인간들 입장에서는 가장 고될것이 분명했다.

"어느쪽이 걸리던 문제는 없습니다. 그에 맞춰서 행동하면 되니까요. 그리고 여기저기 들쑤시면서 움직인다면, 그들은 더욱 혼란스러워 하면서 우리의 진짜 거점을 찾지 못하게 될 것입니다"

그 말을 끝으로 드란은 말을 끝맺었다. 잠시 고민하던 쿠알론은 그 이외의 방법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의 제안에 동의하고 부하들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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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가들을 뒤쫓았던 파티는 근방의 마을로 돌아가 곧바로 고블린들의 마을로 추정되는 장소를 신고햿다. 마을이 그 장소의 근방에 있었기 때문인지, 빠르게 움직여 그들의 말이 사실인지 확인했고 그대로 보고는 성주에게까지 올라갔다.

보고를 들은 성주는, 전쟁중임에도 일단 내부의 혼란을 막기 위해서 병력을 일부 후방으로 돌렸다. 그리고 그들은 고블린들이 있다는 이야기가 있는 장소를 향해갔고, 곧 도착 할 수 있었다.

"어라?"

분명히 고블린들의 존재가 있음을 신고받고 왔기에, 발걸음 소리도 줄이고 움직이고 있던 그들은 곧 당황해하며 저도 모르게 의아함을 내비치게 되었다.

고블린들이 있을것이라 짐작했던 마을에는, 그 어떤 흔적도 남아있지 않았던 것이다. 지어져있는 움막이나 목책을 보면, 확실히 이곳에 무언가가 살고 있었지만 그 어디에도 그들의 목적인 고블린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여기가 아니었나?"

한껏 긴장한채로 고블린들의 마을로 찾아온 그들은 적의 모습이 그림자도 보이지 않자 절로 긴장이 훅 풀려버렸다.

"긴장을 풀지 마라! 혹시 매복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일반 병사들이 긴장을 풀었지만, 지휘관은 아직 일말의 긴장감을 가지고 있었다. 적이 없다고 확신했다가, 습격을 받았서 입을 피해가 얼마나 클지는 충분히 예상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의 지휘아래 병사들은 마을의 곳곳으로 퍼져나갔다. 이곳까지 도달하면서 고블린들이 만든것으로 짐작되는 함정들에 고생했던 그들은 흩어지는 이들 사이에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만큼 함정 전문가들을 붙였다.

대부분이 도적이고 소수는 함정 그 자체를 연구하는 연구자들이었다. 다행히 마을 전체를 둘러볼때까지 적들도, 함정도 발견되지 않았다.

언뜻 이런 상황을 짐작하기는 했지만 진실이 되자 병사들의 지휘관은 머리를 긁적였다.

흔적을 보면 들어온 신고가 거짓은 아니었던것으로 짐작되었다.

혹시나 녀석들이 도망간 흔적을 발견 할 수 있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두 부대에게 마을 주변을 정찰하도록 시켰다. 그 과정에서 다양한 함정들이 나타나긴 했지만, 결국 별다른 흔적을 발견하지는 못했다. 일정 지점이 폭삭 가라앉은 지점이 있었지만, 함정이 있던것을 떠올린 그들은 그에 대해서는 별다른 생각을 가지지 않았다.

"으음..."

머리를 긁적인 지휘관은 결국 고블린들이 살았던 마을에서 퇴각 할 수 밖에 없었다. 아직 전쟁은 진행중이며, 오랜시간 자리를 비울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시간이 빠듯 할 때까지 최대한 마을을 이잡듯이 뒤졌지만 조금 남아있는 식량이나, 조잡한 토기, 불이 완전히 식은 모닥불을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발견되지 않았다.

결국 그들이 할 수 있던 것은, 고블린 놈들이 돌아오더라도 마을을 다시 사용하지 못하게 마을 전체를 불태우는 것 뿐이었다.

결국 제법 견실해 보이던 마을 하나를 완전히 소각한 병사들은 별 수확을 올리지 못하고 돌아가게 되었다.

그리고 그들이 돌아간지 얼마 되지 않아, 완전히 타버려 잿더미가 된 마을의 한 지점에서 흙이 들썩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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