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눈을 뜨니 고블린-210화 (210/374)

210화

탈주자들

고블린들이 지하 통로를 공사하고 있을 무렵. 작업에서 제외된 고블린들이 있었다.

드란의 대비로 큰 공사가 이루어지고 있었지만, 이미 뚤려진 통로나 만들어진 위장 마을은 제대로 이용 할 수 있었다.

당연히 고블린들이 그걸 그대로 내버려 둘 이유는 없었다. 공사 진행에 필요한 인원수를 제외하면 비교적 적은 수의 고블린들만이 남는다. 어찌되었든 고블린들 입장에서 대공사라고 불리우는 상황에서 남녀 가리지 않고 도울수 있는 이들은 대다수가 참가했지만, 그 중 일부를 쿠알론이 일부러 남겨두었다.

안전을 위해서도 전력을 길러야 하며, 애초 지금 하고 있는 대공사도 그들이 더 강했다면 필요치 않은 일이었기 때문이다.

따로 대기중이던 고블린들은 통로가 어느정도 구축되자 바로 바깥으로 뛰쳐나갔다. 이번에는 이전 습격했던 마을과 상당히 거리가 떨어진 장소였다.

인간들의 영역이라지만, 정작 인간들이 살고 있는 영토는 전체의 절반이 안된다. 당연히 마을과 마을 사이의 간격도 상당히 넓은 편이다.

다시 한번 이루어진 고블린들의 습격은 하나의 마을을 또다시 초토화 시켰고, 그것은 다시 인간들의 사이로 퍼져나갔다.

지금 모험자들이 머무는 마을에 들어선 상단도 마을을 방문했다가, 몬스터들에 의해서 무너졌음을 눈치채고는 다른 곳으로 떠나간 이들 중 하나였다.

"그럼, 마을이 또 무너졌다는 건가?"

좀 전에 한스가 질문을 퍼부으면서 정보를 캐내려 했던 중년의 남성이 상단에서 나온 사람에게 질문을 하고 있었다.

"어휴- 입구부터 들어가기 꺼려지게 만들어졌다니까요. 입구에서 슬쩍 확인만 해습니다만... 그 안에서 살아남은 사람이 있을거라는게 더 무리한 생각일 겁니다"

그 광경이 끔찍하다는 듯, 상인은 몸을 부르를 떨었다.

"끄응"

주변의 마을도 그렇고, 또 거리가 떨어졌다지만 또 다른 마을이 궤멸했다는 이야기는 그는 물론 마을사람들 전체를 불안에 떨게 만들기 충분했다.

약간 떨어진 거리에서 상인과 중년 남성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한스도 둘의 이야기에 절로 인상이 굳어짐을 느꼈다.

그의 생각으로는 이번에 무너졌다는 마을도 십중팔구 고블린들에 의해서 무너졌음을 짐작 할 수 있었다. 다른 몬스터일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지금 마을을 무너트릴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음을 증명한 몬스터는 고블린들 뿐이다.

게다가 지금 이 근방은 과거 벌어졌던 군락지 토벌 때 군대가 지나가던 길목의 역할을 했다. 당연히 지나가던 그들이 혹시 모를 위협을 내버려 둘리가 없었고, 지나가는 길마다 별동대를 보내 몬스터들을 토벌하도록 만들었다.

강력한 몬스터들. 특히나 별동대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몬스터들은 이 지역에 존재하지 않았다. 이미 과거에 죽어나갔거나, 아니면 군락지로 밀려나 그곳으로 숨어들어갔기 때문이다.

당연히 지금이 이 마을은 물론이고, 성주가 통치하는 영지 전체가 가장 안전한 시기를 구가하는 중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고블린들 같은 이레귤러가 둘이나 생겨나기는 힘들겠지'

게다가 고블린들은 매우 특수한 경우였다. 그가 알기로 고블린들에 대한 이야기는 군락지에서 이변이 일어나기 전 부터 어느정도 이야기가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고블린들한테 쫓겼다는 사람들이나, 군락지의 안에 고블린들이 있다는 소문이 은밀히 퍼지는 등의 일이 있었다. 그것을 믿는 이들도 있었고, 믿지 않는 이들도 있었지만 지금 상황을 보건데 아마 그것은 사실이었을 것이다. 지금 그들이 노리고 있는 것이 바로 그 고블린들이었으니 말이다.

그런 상황인 만큼 그가 생각하기에 또 다른 마을을 습격했다는 몬스터도 고블린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타당 할 것이다.

그는 일단 자신이 나왔던 여관으로 다시 들어갔다.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눠보아야 할 필요성을 느낀 것이다.

"다녀왔다"

여관의 안에는 다시 밖으로 나섰던 그를 기다리는 두 동료의 모습이 있었다.

"어떻게 됐어?"

헤론은 궁금증을 담아 단도직입적으로 물었고, 그것은 월터도 마찬가지였는지 호기심이 담긴 눈으로 그를 보았다.

"또 다른 마을에 습격이 있었다더라고"

밖이 소란스러워 무슨일인지 알아보기 위해서 나갔었던 한스가 가져온 정보는 그저 흘려들을 수 없는 이야기였다.

"또 다른 마을이?"

월터도 그 사실을 예상하지는 못했는지 저도 모르게 목청이 커지는 듯 했지만, 일단 그의 말을 들으려는 것인지 그가 말하기를 가만히 기다렸다.

"음... 여기서 제법 떨어진 마을인것 같다만은... 또 그렇게까지 아주 먼 마을은 아니고, 사이에 한 세개정도 마을이 끼어있는 정도라고 하던데"

머리를 긁적이는 한스의 모습을 본 월터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

그가 일어나는 모습에 나머지 둘은 의아하다는 듯이 그를 바라보았다.

"바로 움직이는게 좋지 않겠나? 여기서 더 얻을 수 있는 정보는 없고, 미리 조사대가 확인한 마을은 더 이상 우리가 알아볼것도 없겠지만 새로운 피해 마을은 새로운 정보를 얻기 좋을거로 생각된다만은"

일어나지 않는 둘을 오히려 의아하다는 듯이 바라보는 그의 모습에, 헤론과 한스는 멋쩍어 하면서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너무 급하게 움직이는거 아니야? 천천히 움직여도 상관 없을 건데"

헤론이 투덜거리는 듯이 말했지만, 월터는 그의 말에 고개를 저었다.

"늦으면 늦을수록 단서만 더 줄어들 게야. 지금도 그리 빠른것도 아니지. 세개 마을을 건너서 정보가 들어왔으니, 어지간한 곳은 이미 다 알고 있다고 봐야 할 거고. 거길 조사하려는 것도 조사대 말고도 더 많을 테니까"

"더 많다니?"

헤론은 알수없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했다.

"흠... 설마 의뢰받은게 우리 뿐이라고 생각하는건 아니겠지? 다른 팀들도 있을게 뻔하다 시피 한데, 그런 먹이를 내버려 둘리가 없잖나"

과연, 그의 말이 일리가 있어 엉거주춤 하던 둘이 다급히 일어나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

셋은 이틀에 걸쳐서야 몬스터들의 습격에 무너졌다는 마을에 도착 할 수 있었다.

목적지에 도착하자 헤론과 한스는 입을 쩍 벌릴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들이 바라본 것을 본 월터도 헛웃음을 터트릴 수 밖에 없었다.

"허허"

"이... 이게 무슨"

그들이 보고 놀란것은 피해자들이 너무 잔혹한 모습으로 죽어 있어서도, 보기만해도 역겨운 피와 내장이 흩뿌려진 땅의 모습도 아니었다.

그 끔찍한 외견의 마을에는 그들이 상상도 못하도록 많은 수의 사람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던 것이다. 월터에게 이야기를 듣긴 했지만, 반신반의 했던 둘은 그 모습에 어처구니 없다는 듯 입을 벌린 것이다. 반면 월터는 이미 알고있으며, 생각하기도 했지만 그의 생각을 뛰어넘도록 많은 수의 사람들의 모습에 헛웃음이 절로 나온 것이었다.

완전히 폐허가 된 마을에, 상당한 수의 사람들이, 집게나 막대를 이용해서 시체를 들썩여 보고, 어딘가에 흔적이 있지 않은지 바닥에 얼굴을 바짝 들이대고, 피해자들이 살던 집에 드나들면서 단서가 없는지 이리저리 살펴보는 이들로 어지러운 상황이었다.

"서두르지"

하지만 월터는 그에 아랑곳 하지 않았다. 점점 안색이 나빠지기 시작하는 둘을 이끌고 조사를 하려 한 것이다.

아직 조사대로 보이는 자들은 없었다. 아마 이들 대부분이 성주의 의뢰로 모인 모험자들일 것이다. 그리고 이들도 생각은 있는지, 아직 조사대가 오지 않아 최대한 현장을 훼손하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었다.

하지만 단순히 관찰하면서 무의식중에 단서를 훼손 할 수도 있는 법. 월터는 다른 둘을 이끌고 서둘러 폐허가 된 마을의 안으로 들어갔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