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눈을 뜨니 고블린-209화 (209/374)

209화

탈주자들

"흐음..."

트레이의 새로운 타겟을 잡아 지금의 기세를 몰아치자는 의견과, 드란의 그래도 혹시 모르니 안전을 생각해서라도 보다 더 은밀성을 추구하자는 의견에 쿠알론은 고민했다. 평소라면 트레이의 의견에 더욱 머리가 기울어졌겠지만, 인간들에게 발각된다는 것이 걸려있는 만큼 드란의 의견에도 혹한 것이다.

그도 이번 마을에서 벌어진 일은 그들이 너무 약했을 뿐, 인간들 전체를 얕보면 안된다는 사실쯤은 정확히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고민이었다.

트레이도 그 사실은 잘 알고 있었지만, 그렇기에 더욱 몰아치자는 의견을 낸 것이다. 그의 생각으로는 어차피 이곳이 발각되는 것은 시간문제이며, 그것도 오래 걸리지 않을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번의 호쾌한 승리로 통쾌해 했지만, 한편으로는 가장 인간들을 경계하는 것은 그 트레이라고 보는게 맞을 것이다.

"좋아, 일단은 드란의 의견을 채용하지. 속전속결도 좋겠지만, 그보다는 우리 본거지가 들키지 않는게 더 중요하니까"

고개를 끄덕이며 쿠알론은 그렇게 결정을 내렸다. 나머지 둘도 그의 의견에 토를 달지 않고 그저 따를 뿐이었다.

쿠알론도 트레이가 어째서 그런 의견을 냈는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일단 본거지가 발각되지 않는것을 우선시 했고, 위장 마을의 지속성에 대해서는 그 나름대로 생각해둔 것이 있었다.

"자자, 이제 본격적으로 움직이자고. 시간은 우릴 기다려주지 않을테니까 말이지"

짝 짝

박수를 치면서 둘의 의식을 돌리면서 행동을 재촉했고, 드란과 트레이는 본격적인 대비를 위해서 몸을 움직였다.

///

고블린들이 최우선사항으로 결정한 은밀함. 그것은 이미 처음부터 추구하던 방식이었다. 드란이 제시한 의견은 마을과 지하를 이어주는 통로를 보강하자는 것이었지만, 그것만으로 인간들이 통로를 찾지 않기를 바라기는 요원할 것이다.

하지만 지하 통로를 완전히 없애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랬다가는 애써서 만든 위장 마을이 아무 소용도 없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그는 방법을 바꿀것을 생각해냈다. 얕은수지만 이것이라면 그들을 쫓아오고 탐색할 인간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을것이라고 확신한 것이다. 거기에 만일 그들이 위장 마을의 통로를 발견하더라도, 나름의 안전장치를 첨가할 생각이었다.

결정을 내린 그가 가장 먼저 한 것은 위장 마을과 연결된 통로를 완전히 미로로 만들어두는 것이다. 다만 미로라고 하더라도, 그걸 사용해야 하는 고블린들이 햇갈리는 바람에 길을 잃는 일이 없도록 한가지 수작을 걸어두었다.

"꼼꼼히 발라야 한다! 그게 우리의 이정표가 되어줄테니 한군대라도 빠지는 곳이 있어선 안된다!"

이리저리 길을 비비 꼬면서 만들어지는 지하. 그곳에서 드란은 고블린들을 지휘하고 있었다.

키익-

키기기

캬앗!

거의 대부분의 인원이 동원되다시피한 공사는, 그들 삶에서 처음 하는 대공사였다. 이곳에서 굴을 파는 역할의 고블린들을 제외하고는 모두 하나같이 묶음 솔과 같은 것을 들고 있었다. 솔에 녹색과 흑색이 섞여든 기괴한 액체에 담갔다가 그대로 벽에 묻히고 있었던 것이다.

벽에 묻은 물체에서 은은히 배어나는 독기가 느껴졌지만 고블린들은 별 신경을 쓰지 않고 있었다.

고블린들의 모습을 보면서 드란은 흡족한듯, 티가나지 않게 슬쩍 입꼬리를 올려 웃고 있었다. 저 독이야말로 그가 만드는 미로의 함정이면서 고블린들의 이정표가 되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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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수의 고블린들이 지하 미로 곧곧을 독이 스며든 액체를 바르는 동안, 굴을 뚫는 고블린들은 여전히 바쁘게 일하고 있었다.

생각할것도 없이 메인이 되는 통로를 기준으로 마구잡이로 굴을 뚫어 미로를 만든 그들은, 다음으로는 병력들을 새롭게 보낼 통로를 만들고 있었다.

드란이 생각했던 수작. 그것은 고블린들의 출몰지역을 다수로 늘리는 것이다.

이미 이 주변의 권역은 인간들의 것이 분명하기에, 그들이라면 마을을 습격한 고블린들이 돌아간 장소는 물론이고, 어디서 나타났는지도 확인할 것이 분명하다. 보통이라면 돌아가는 곳이 곧 출발한 장소라는 것이지만, 상황이 지속되다 보면 그들도 이상을 알아차릴 것이고, 위장 마을이 진짜 고블린들의 마을인가 의심하게 될 것이다.

의심하지 않게 되어도 좋다. 드란의 생각으로는 인간들이 나타난다면 바로 마을을 버리고 도망치도록 만들 생각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도착했을 때 보는 것은 도주한 고블린들이 모두 사라진 마을 뿐일 것이다.

고블린들의 흔적을 거꾸로 거슬러 쫓더라도 그들이 발견 할 수 있는 것은 없을 것이다. 어쩌다 굴을 찾는다고 하더라도 임시로 만들어진 굴. 무너트리는 결단 쯤이야 얼마든지 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길게 연결하는 것이기도 했다. 언제라도 끊을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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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알론의 부족이 인간들을 대비해서 움직이고 있을 무렵. 그들에게 피해를 입은 성주는 모험가들을 고용하도록 지시했고, 그의 지시를 기사는 충실히 이행했다.

본래는 용병을 구하는게 정상일 것이다. 단체로 움직이며, 하나 하나도 정예의 실력을 가진 그들이라면 고블린들을 상대하는 것 쯤 손쉽게 해낼 수 있음이 틀림이 없다.

하지만 그 비용이 상당히 나가기 때문에 성주는 그들을 고용하지 않은 것이다.

반면 떠돌이와 같은 모험자들을 고용하기는 무척 저렴하면서 손쉽기까지 했다. 모험자라고 하지만 반쯤 부랑자와 같은 이들이다. 용병이 되고자 했다가 실패한 이들이나, 아직 그 과정에 있는 이들. 그리고 성주끼리나 나라끼리의 전쟁으로 집을 잃은 난민들의 전향지와 같은 것이다.

어찌보면 산적이나 해적, 마적들과 같은 도적들과 그리 다르지 않은 이들이라고 할 수 있는 이들이다. 다만, 무슨 일이든지 돈이된다면 어지간해서는 의뢰를 받는 만큼, 간혹 귀족이나 기사들, 그리고 상단에서 어두운 일이나 성가신일에 고용하는 경우가 왕왕있는 이들이다.

고블린들에 의해서 궤멸한 마을 근방에 위치한 또 다른 마을로 들어선 그들은 주민들에게 탐문하기 시작했다.

"최근 몬스터들이 출몰하지는 않았던 겁니까?"

"글쎄... 예전에 군대가 한번 지나가면서 위험한 몬스터들은 대부분 정리가 되고, 그 뒤로는 딱히 이렇다할 몬스터들이 나오지는 않았다만..."

한 젊은 남성이 밭일을 하고 있던 중년의 남성에게 무언가를 묻고 있었다. 딱히 생각나는게 없다는 듯, 곤란한 표정을 지은 그의 모습에 젊은 남성은 감사하다는 말 한마디를 남기고는 그로부터 떠나갔다.

젊은 남성은 떠돌이 모험가 중 하나로, 이번에 함께 다니던 동료와 함께 이번 성주의 의뢰를 받은 이들의 리더 격의 인물이었다.

미리 잡아둔 숙소로 돌아온 그는 여관의 안에 미리 자리잡고 있는 동료들을 바라보았다.

동료들이라고 해도 남성 일색의 파티로 모두 하나같이 용병을 꿈꾸고 모험가가 된 이들이다.

"뭔가 수확이라도 있었어?"

"음... 별로 이렇다 할 정보가 전혀 없더군. 무엇보다 아직까지 출몰했다는 고블린들의 본거지도 모르고 있으니..."

젊은 남성. 리더인 한스의 질문에 구릿빛 피부와 일반인에 비해 월등한 덩치를 자랑하는 월터가 대답했다. 한스가 다른 동료인 체형을 알 수 없는 품이 넓은 로브에 챙이 넓은 모자를 쓴, 헤론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이쪽도 마찬가지. 왜 미리 몬스터 토벌을 하지 않아서 이런 상황을 만들었냐고 역정까지 들었지만, 알맹이 있는 정보는 얻지 못했어"

"후우... 그런가, 나도 마찬가지지만, 정말 아무런 단서가 없다는게 문제네"

한스는 둘의 대답에 머리를 헝크리면서 말했다. 가능한한 적어도 고블린들의 본거지라도 알아보고 싶었지만, 녀석들도 전혀 생각이 없는 놈들은 아니었는지, 어느 순간 부터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아서 골머리를 썩이고 있었던 것이다.

"어려울건 원래부터 알지 않았나. 우리한테까지 온 의뢰중에서 어렵지 않은게 있었던가?"

월터는 처음부터 예쌍했던 일이라는 듯, 평온하게 이야기했지만 한스는 그럴 수 없었다. 앞으로 한발짝이면 용병으로 직종을 변경 할 수 있을것 같은 상황에 연달아 실패를 겪어 그렇지 않아도 심정적으로 급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어차피 의뢰인도 별로 기대는 안하고 있잖아? 우리를 고용해놓고 별다른 정보를 안주는 것 부터 시간을 끌 생각 만만이라는 뜻인데. 그런건 처음부터 알고 있는 이야기였고. 천천히 해도 되지 않을까?"

"맞는 말이지만... 적어도 녀석들이 어디로 갔는지라도 알고 싶은데... 우리가 상대해야하는 몬스터. 분명히 고블린이라고 했지?"

"음"

"최근 은밀하게 소문은 있었어. 저기 군락지에서 부터 다시 나타나기 시작했다나 뭐라나"

"우리가 태어나기도 전에 멸종했다고 알려진 몬스터를 상대해야 한다니... 고블린에 대한 정보는 있지만, 그 습성같은 거는 잘 알려지지 않았잖아"

"기록에도 그저 신출귀몰하게 어디서나 나타나곤 했었다는 이야기 뿐이네"

그렇게 셋이 고블린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그 때. 마을에 한 상단이 도착했고, 그 상단은 모험가들이 그렇게 원하는 새로운 정보를 가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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