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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뜨니 고블린-208화 (208/374)

208화

탈주자들

고블린들이 한 인간의 마을을 습격하고, 곧 그 일대를 지배하는 성주가 거주하는 성으로 보고가 들어갔다.

"고블린?"

"예, 마을을 습격한 것은 고블린인것으로 판명났습니다"

마을을 습격한 몬스터에 대해서 보고하는 이는, 성주의 기사로 마을의 조사 결과를 보고하고 있었다. 그가 고블린이 범인이라는 이야기를 하자 성주는 분노로 토벌을 명령하기도 전에 의아함에 그에게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고블린들이라면 발견되지 않은지 오래된 녀석들이 아니었나?"

"그렇습니다만... 흔적을 살펴보니 그들이 마을을 습격한 주범들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는 몬스터 도감으로 수차례 확인한 뒤 내려진 결론입니다"

몬스터들의 습격이 있고, 그 원인과 습격자를 판명하기 위해서 조사대가 항상 파견된다. 그리고 그들에게는 한가지 매뉴얼이 있었다. 먼저 샅샅이 뒤져서 인간이 아닌 것들의 발자국을 가장 먼저 찾아본다는 것이다.

특히나 이번 습격에 희생된 마을같은 경우는 거주민 모두가 인간들이며, 몇몇 가축을 키우긴 하지만 종류가 몇 되지 않기에 이질적인 발자국을 찾기는 쉬웠다. 발자국을 찾는다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대조하는 일이다. 조사대가 들고 다니는 도감에는 다양한 몬스터들의 발자국이 기록되어 있고, 그곳에는 그동안 인류가 맞이했던 대부분의 몬스터들에 대한 정보가 기록되어 있었다.

당연히 고블린의 기록도 있었으며, 발자국의 형태로 유형을 추측하고 그와 관련된 몬스터들을 대조해본 결과 고블린이라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그렇게 보고가 올라온 정보를 나름 중요하다고 판단. 성주의 심복인 기사가 그에게 보고를 올리는 것이다.

"이런... 다른것도 아니고 고블린이라면 좀 성가셔질거다만..."

성주는 고블린이라면 학을 떼는 이들을 떠올리면서 인상을 찌푸렸다. 고대부터 지금까지 무수한 몬스터가 있었으며, 많은 몬스터나 유사인종들이 멸종해 왔다. 그것은 특히나 매일같이 몬스터를 사냥하는 인간들에 의해서 이루어진 일이었다.

영토를 늘리기 위해서 그곳에 살던 몬스터들을 전멸시키고, 직위상승에 목마른 이들이 성장을 위해서 몬스터들을 잡으니 지금까지 남아있는 이들은 고대에 비한다면 1할도 남지 않았다고 말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자리에 있는 성주와 기사의 입장에서는 고블린들은 그렇게 멸종한 하나의 몬스터에 지나지 않았다.

"고블린이 아니었다면, 그저 무시나 하면 그만이다만..."

"이걸 '그 쪽'에서 알면 어째서 내버려두느냐는 이야기가 나오겠죠"

"그렇다고 사실대로 전력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하면..."

"그럼 자기들이 하겠으니, 무력부대가 성주님의 영토로 들어오도록 허가해달라 말해오겠죠"

"크으으"

성주라는 직위를 달고 있는 만큼 그는 제법 많은 수의 병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하나의 마을을 궤멸시켰다고 하지만, 고블린 따위에 신경쓰고 있을 틈이 없었다. 그도 그럴것이 그는 지금 다른 성과 전쟁을 치루는 중이기 때문이다.

"젠장! 언제적 이야기를 아직도 끌고오는 건지"

고블린을 토벌하러 갈수도, 그렇다고 고블린 헌터를 자칭하는 이들을 들이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은 그는, 트집을 잡으면서 싸움을 걸어온 상대편 성주를 씹기 시작했다.

"일단 임시방편으로 용병이라도 고용하시는게 어떻습니까?"

"그 녀석들을 고용하려면 돈이 많이 깨질텐데"

용병이라는 이야기에 고민하는 와중에도 눈살을 찌푸린 성주가 투덜거렸다.

"그렇다면 차선으로 모험가들을 고용하는 것도 한 방편입니다"

"모험가라... 그런 떠돌이들이 제대로 할 수 있겠나?"

"제대로 하지 못해도 상관 없습니다. 일단 놈들을 잡으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는 제스쳐가 필요한 거니까요"

"그냥 비밀로 붙이는건?"

"마을이 하나가 완전히 파괴되고 그 거주민들도 대다수가 죽고 나머지는 실종상태입니다. 게다가 그 주변에도 마을들이 펼쳐져 있음을 생각하면 그들의 궤멸은 금방 알려질거고, 그 때 까지 원인규명도 못하고 있다면, 우리의 무능을 성토하게 될 겁니다"

게다가 기사는 말수를 아꼈지만, 그 파괴된 마을은 새로 만들어진지 몇년 지나지 않은 마을이었다. 인원이 포화된 마을에서 떠난 개척민들이 새롭게 지은 마을이었으며, 그들도 자발적으로 나선 것이기 때문에 파괴된 마을의 주변에 있는 마을들은 대다수가 해당 마을의 친척들이 머물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자주는 아니더라도 간혹 한번씩은 교류를 하는 만큼 마을의 궤멸이 알려지는 것은 머지 않았다고 보는게 맞을 것이다.

"모험가들을 이용하면 일단 시간을 끄는 것은 가능할 겁니다. 그쪽도 단순히 명분만 차리고 있다는 걸 알고 있겠지만, 막무가내로 밀고들어올수는 없습니다. 그 사이 우리는 전쟁을 끝나고 제대로된 병력을 보내 놈들을 토벌하면 됩니다"

"그럼 자네가 책임자로서 모험가 놈들을 고용하고, 놈들을 용병으로 위장시켜서 파견 보내도록 하게나"

"알겠습니다. 그럼 비용은?"

"모험가들을 이용하는 만큼 최대한 후려칠수 있는대로 후려치게. 그래도 비용은 넉넉하게 내줄테니 알아서 해주게. 그 사이 나는 전쟁에 집중하고 있겠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이야기를 끝낸 기사는 그대로 성주의 방에서 나섰다.

///

첫 성공적인 습격은 고블린, 특히 쿠알론을 흡족하게 만들어 주었다. 특히나 은근히 인간들에 대해서 겁을 집어먹고 있던 그로서는 이번 전투로 자신감을 회복한 것이기도 했다.

"좋아, 좋아. 이대로만 가자고. 흐하하!"

"정말, 별것도 아닌 놈들을 향해서 너무 겁을 먹은것 같단 말이지. 흐흐흐"

쿠알론과 트레이는 이번 일로, 인간들에 대한 걱정을 완전히 떨쳐냈다. 그들이 생각보다 약하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너무 들뜨지는 마십시오. 확실히 이번에 습격하는데 성공한 인간들의 마을은 매우 약했지만, 그렇다고 모두가 약하다는 결론을 내리면 위험합니다. 이들이 약한것은 사실이지만, 이전 마주쳤던 인간놈들이 강했던 것 또한 사실입니다"

두 고블린이 들떠서 크게 웃고 있는 사이 드란은 그들에게 찬물을 끼얹었다. 너무 인간들을 얕보는 듯한 모습이 위험하게 느껴졌던 것이다.

"흥! 그 정돈 우리도 알고 있다! 내가 말한 것은 인간놈들 모두가 강한것은 아니니 너무 걱정하지 말자는 이야기다"

"자자, 형제 우리 동생도 걱정해서 하는 말이잖아. 너무 열내지는 말라고"

좋은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게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쿠알론은 거칠게 소리치면서 나무랐지만, 은연중 드란의 생각에 동의한 트레이는 열을 내는 쿠알론을 진정시켰다.

"칫, 뭐 어쨌든 좋아. 그럼 향후 어떻게 할지를 결정하자고"

그래도 크게 열을 낸것은 아니었는지, 트레이의 말에 일단 진정한 그는 셋이 모인 이유를 입에 담았다.

이번 습격은 성공적이었지만, 앞으로도 그럴 수 있다고 장담 할 수는 없었다. 그리고 마을을 하나 궤멸시킨 만큼 그에대한 복수를 위해서 그들이 고블린들을 찾아내려는 시도가 있을 것이다. 그 모든 일에 대한 대책을 상의하고자 셋은 모인 것이다.

"무엇보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이것부터 결정하지"

"다음 타겟 아닌가? 첫 습격이 끝났다지만, 그건 말 그대로 '첫' 습격이고 앞으로 두번째 세번째가 벌어질건데 말이야. 무작위로 결정하는 것 보다는 어느정도 규칙을 정하는게 좋지 않겠어?"

"제 생각에는 보다 은밀함을 추구해야 한다고 봅니다. 제 의견이었지만, 위장 마을은 가짜로 만든 마을이긴 하지만 실제로는 제대로 기능하고 있습니다. 이런 곳을 잃어버리는 것은 생각보다 큰 타격이 될 겁니다. 그리고 통로를 숨겼다고 하더라도, 이중 삼중으로 보안을 강화해서 인간들이 우리 본거지를 찾지 못하게 만드는게 가장 중요하다고 봅니다"

두 고블린들이 자신들의 의견을 이야기하고 최종 결정을 내려야 하는 쿠알론은 둘의 의견에 가만히 고민을 잇다가 그들을 향해서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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