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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뜨니 고블린-206화 (206/374)

206화

탈주자들

루프스와 고블린들이 출전하던 그 때. 그들과는 결별하고 그들과는 다른 길을 걷는 고블린들이 있었다. 다름아닌 이전 루프스의 부족에서 떨어져나온 쿠알론이 이끄는 이들이었다.

그들은 지금 지하에서 숨어 살아가고 있었다. 위급한 상황에 지하로 파고들어서 위험을 회피했던 고블린들은, 밖으로 나가기 여의치 않다고 판단. 그대로 지하에 살림을 꾸린 것이다.

지하에서 살아간다는 것이 만만한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한번 파고들어가니 그들의 예상보다도 살만했던 것이다.

먼저 고블린들은 성의 지하에서 살아가기에는 위험하기 때문에 일직선으로 파고 파고 또 파서 성을 빠져나갔다. 일직선으로 파고나간다면 언젠가는 성을 빠져나갈 것이라는 생각이었고, 그들의 생각대로 시간이 제법 걸렸지만 성을 빠져나가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그들이 지금 있는 지하를 뚫고 위로 올라간다면, 완전한 인간들의 영역이었다. 그렇다고 거꾸로 돌아가기에는 수고가 너무 많이 들었다.

하지만 가도의 옆으로 상당히 경사가 있는 산이 하나 있었다. 인간들의 손길이 전혀 안닿은 것은 아니지만 잘 사용하지 않는 길로 인적이 매우 드물었다.

게다가 그들이 내놓은 길도 그저 산을 올라가고 내려가는 길이 좁게 나있을 뿐이었다. 덕분에 그들이 활동하기 좋게 대부분이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었다.

그저 살아가기에는 이전 군락지에서 살아가던 당시와 비교하자면, 훨씬 살기 좋은 땅이었다. 나무는 그들이 지내는 지하를 지탱해주는 기둥이 되었으며, 숲 곳곳을 살아가는 많은 동물들과 자연 식물들은 그들에게 식량이 되어주었다. 게다가 그리 크지는 않지만 고블린들이 마시고 사용하기에는 충분한 계곡까지 형성되어 있어 그야말로 안성맞춤이라고 해도 좋았다.

단 하나. 단점이 있다면 고블린들의 성장을 위한 적절한 적대자들이 없다는 것이다. 몬스터들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이 최하급이며 그들을 이끄는 이들이 간신히 하급에 걸치거나 그저 최하급 정예로서 존재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이 사실 때문에 고블린들은 인적이 드물지만, 인간들을 유심히 경계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렇기에 지하를 거주지로 선정한 것이다. 산의 지하라는 거주할 장소를 정한 고블린들은 그곳에 새로운 부족을 지었다.

생활은 단조로웠다. 일정량의 식량을 얻기 위해서 사냥을 나가고, 물을 길어오고 먹을 수 있는 열매를 캐오는 작업의 연속이었다. 간혹 단체로 지나가는 인간들이나 소소히 지나가는 이들이 있었지만 대부분 무시했다. 어쩌다 걸린다 하더라도 그들이 예상치도 못하던 중급 몬스터의 힘으로 어떻게든 그들의 존재가 퍼지길 막는것은 가능했다.

의심을 사서 근처 성에서 군대가 찾아오는 일은 있었지만, 쿠알론도 완전히 바보는 아니라서 인간들쪽, 특히나 이전에 호되게 당할뻔했던 군대에 대해 대비하기 위한 정찰병을 운용하고 있었다. 덕분에 군대가 올라올라치면 고블린들은 곧바로 숨어버리기에 심각한 사태로 이어진 적은 없었다.

쿠알론과 그의 부족은 본래의 부족으로부터 떨어졌고, 동시에 루프스와도 떨어졌지만 그와의 연결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었다.

상급 고블린이었던 쿠알론과 드란 그리고 트레이가 어느 날, 갑작스럽게 축복이 내려와 한단계 더 나아간 일이 있었다. 그들이 여전히 루프스와 이어져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사건이었다.

그렇게 셋은 한단계 성장을 했지만, 그의 부족은 그리 성장하지 못했다. 간혹 전투가 벌어지면서 최하급 고블린들 다수가 정예까지 다다르는 경우는 있었지만, 거기서 하급으로 올라가는 경우는 매우 드물었던 것이다.

게다가 그 이상은 호적수라고 부를만한 이들이 없기 때문에 전혀 성장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것이 인간들이 최하급과 하급의 몬스터들은 그대로 내버려두는 이유였다.

그제서야 군락지의 바깥으로 나오면서 생긴 문제점을 인지한 쿠알론이었다.

하지만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고, 쿠알론의 부족이 안고 있는 더 이상의 성장이 힘들다는 문제에 대한 해결법이 나타났다.

"흐음..."

동물의 뼈로 추정되는 것들이 얼기설기 얽혀서 만든듯한 모습의 의자에 앉아있는 쿠알론은 고민에 빠져있었다. 그가 고민에 잠겨든 것은 다름이 아닌 부족원들의 성장 때문이었다.

군락지에서 탈출 할 때, 다수의 고블린들이 희생 했었지만 그 수만큼은 이미 복구된지 오래였다. 다만 그들이 과거 희생된 이들을 새로 태어난 고블린들이 따라잡지 못한다는 문제에 고민하고 있는 것이다.

"형님, 역시 그 방법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굳이 그래야 하나? 어차피 여기서 우리를 이길 수 있는 녀석들도 없는데"

고민하는 그를 보면서 함께 부족을 나온 트레이와 드란이 그를 보면서 각자의 의견을 이야기했다.

"전력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법입니다. 지금이야 우리가 최고지만, 언제 우리를 넘어서는 이들이 나타날지 모르는 법입니다. 가장 대표적으로는 저 인간들의 군대가 있겠지요"

"그거야 네 말이 맞다만은, 인간들이야 우리가 설마 지하에서 생활한다는것도 모를 테니 별 상관 없을 거다. 그리고 우리보다 강한 녀석들이 이런곳으로 올리가 있나? 이 근방은 인간 녀석들의 영역인데, 굳이 위험을 무릅쓰고 여기까지 올 이유가 없지"

"하지만 모두가 우리의 생각대로 움직이지는 않을 겁니다. 갑자기 오늘 강력한 몬스터가 등장 할 수도 있고, 인간들이 어쩌다가 우리 부족으로 들어오는 입구를 찾을수도 있을겁니다"

"그렇다고 그 방법을 쓰기에는 너무 위험해. 그건 오히려 우리 위치를 노출시키는 일이 될수도 있어"

"그만, 그만!"

드란과 트레이가 대화를 나누자, 바로 근처에서 듣고 있던 쿠알론이 귀찮다는 듯 손을 휘저었다.

"그래도 대비는 하는게 좋은게 당연하지. 다만 트레이 말대로 우리가 가진 유일한 방법은 위험성이 너무 커. 인간들을 죽이는 것이 다른 몬스터들을 잡는것 보다 훨씬 이득을 보인다지만, 녀석들은 너무 똘똘 뭉쳐있어. 우리 부족의 인원들이 성장 할 만큼의 인원을 잡았다가는 들킬수가 있다"

굳은 표정의 쿠알론이 드란의 말을 찍어누르듯이 이야기했다.

그들이 이야기하는 유일한 방법은 인간들을 사냥하는 것이다. 아직 들키지 않았다고 하지만, 그것은 큰 관점에서 보았을 때였다. 간혹 소수의 인간들에게 들키는 일이 있었고, 그들은 인간들이 그 사실을 전달하지 못하도록 눈치챈 이들을 하나 하나 죽이거나 사로잡았고, 그 때문에 아직까지 그들의 존재는 알려지지 않은 것이다.

인간들 입장에서는 비교적 안전한 지역이라지만, 여전히 몬스터들이 돌아다니고 있으며, 약한 이들은 야생 동물에게 죽기도 하니, 밖으로 나왔던 인간들이 사라졌다고 이상하게 여기진 않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이 우리 본거지인 이곳을 찾지 못하도록 하면 괜찮을 겁니다"

드란도 그들이 걱정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었다. 군락지를 나올때의 모든것을 손에 넣은 듯한 태도의 그들이 더 이상 아니었다. 성에서 벌어졌던 그 일은, 쿠알론은 물론 드란과 트레이에게도 큰 충격을 준 일이었다. 괜히 부족을 뛰쳐나온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런 그들이니 인간들을 경시하지 못했고, 인간 사냥에 나섰다가 걸려드는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을 떨치지 못하는 것이었다. 만일 걸려든다면 지금의 그들로서는 속수무책으로 당할것이 뻔했기 때문에 그들로서는 당연한 일이었다.

"어떻게?"

"그건..."

잠깐 생각에 잠긴듯 뜸을 들이던 드란은 생각했던 방법을 이야기했다.

"위장 마을을 만드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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