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화
준비
코볼트들. 특히나 이번 배신의 주동자라고 할 수 있는 촌장들과 소수의 생존자들을 데리고 마을을 향해서 복귀했다. 그리고 그들의 뒤에서 비교적 약한 포박만으로 이동하는 것이, 크링크 그리고 그와 함께 투항한 자들이다.
루프스는 이번 일에 대해서 선선히 넘어갈 생각이 없었다. 이번에는 그들에 의해서 잘못된 정보를 들고 왔기에 적들을 수월하게 격파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코볼트들이 일부러 그런게 아닌, 몰랐기에 가능한 일이었을 뿐이다. 만일 올바른 정보를 들고 있었다면 그들이 오크들을 수월하게 물리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다만 크링크에 대해서는 잠시간 두고보려는 의향이 있었다.
코볼트들 전체의 배신이라는 상황이 그도 의심하게 만들었지만, 과연 그가 정말로 배신했는가에 대해서는 약간 회의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믿을수도 없는 노릇. 당연히 루프스는 그들을 살려주려는 생각은 있었지만, 손쉽게 무죄방면해줄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그러는 사이, 그와 그가 이끄는 이들은 숲속 마을에 도착 할 수 있었다.
마을의 입구에는 그들이 다가오는 것을 알았는지 미리 앞에서 대기중이던 스콘드가 그들을 반겨주고 있었다. 이미 사전에 승전보가 전달되었고, 코볼트들도 포로들을 이끌고 귀환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감시탑으로 부터 접근하는 그들의 존재를 알아차리고는 입구로 다가가 서서 그들을 기다렸던 것이다.
"오셨습니까"
스콘드는 고개를 숙이며 가장 선두에서 다가오는 루프스를 향해서 고개를 숙였다. 고개를 숙여오는 그의 모습은 지금까지와는 또 달라 보였다.
외적으로 가장 크게 눈에 띄는 것은 그의 키가 커졌다는 것이며, 두번째는 검은색과 회색이 애매모호하게 뒤섞인듯한 피부색을 지니고 있었다. 언뜻 잘못보면, 생기가 사라진 시체처럼 보이기도 할 정도로 생기가 없는 모습이기도 했다.
탁하고 생기없는 모습이지만, 그 얼굴에는 반가움에 만면의 미소를 띄우면서 그를 반겼다.
끄덕
"안에서 기다려도 됐을텐데, 굳이 나오니 수고가 많구나"
그의 말에 스콘드는 고개를 숙였고, 프리트와 파인피처럼 그의 옆으로 다가가 그와 나란히 섰다. 그와 동시에 지금까지와 별 차이 없는 모습을 보이던 프리트와 파인피도 그 모습을 바꾸었다.
지금까지 성장하고 그 모습을 숨기고 있던것이 이곳에서 드러나고 있었던 것이다.
"포로들은 압송하도록"
루프스는 문을 통과하면서 대기하던 고블린들에게 그렇게 말하고는, 마인에게 동생들과 함께 병력들을 통솔하도록 지시해두고 세 고블린들과 함께 안으로 들어갔다.
그대로 병력들과 떨어진 넷은 루프스의 오두막을 향해서 출발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도착 할 수 있었다. 문 앞으로 다가간 루프스가 문을 열자, 그 안에는 엘라가 앉아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왔나요?"
조용히 입을 연 엘라는 간단히 그를 환영했고, 그 말을 들으면서 루프스와 세 고블린들이 안으로 들어와 바닥에 털썩 주저 앉았다.
다섯이서 원형으로 둘러쌋 앉고는 회의에 들어갔다.
오크들을 물리쳤다지만 아직 모든 위험이 끝난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압송해온 코볼트들은 처형하는 것이 결정되었지만, 크링크와 함께 투항한 이들에 대한 처우를 생각해야만 했다.
"일단, 이번 오크 용병들의 습격. 모두들 수고했네"
먼저 입을 뗀것은 루프스의 치하의 말이었다. 어려울것으로 생각되었던 오크들의 습격을 생각보다도 적은 피해로 끝을 냈다는것은 고무적인 일이었다.
"하지만 아직 끝난것은 아니지"
"들은대로라면 녀석들에게 의뢰를 한 녀석들이 있을 테니까요"
그의 말에 프리트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답했다.
"어렵게 생각할것 없이, 처들어 올 때마다 이번처럼 다 물리치면 되는것 아닙니까?"
자신감 넘치는 표정을 지은 파인피의 주장이다.
"뭐, 언제까지 우리는 공격만 받고 있어야 한다는거냐? 족장, 이제는 우리가 직접 나설때가 된것 같습니다. 게다가 오크들은 용병입니다. 용병이라면 인간들에게 듣기로는 대신 싸워주는 병력이라고 볼 수 있는 이들. 그렇다면 정말 우리를 공략하고 싶어하는 이들이 따로 있다고 보는게 맞지 않을까요?"
파인피의 주장을 단숨에 일축한 프리트는 루프스에게 이제 출전하는게 어떻냐는 주장을 펼쳤다. 그리고 그것은 루프스도 생각하고 있는 사안이었다.
"그래, 그리고 처들어온 오크 녀석들의 대장들은 모두 우리와 동급의 존재. 그렇다면 그들을 통솔하는 이는 우리보다 강한 녀석이라고 보는게 맞겠지. 그러면 얼마나 더 병력이 있을지도 모르고. 그 말고도 다른 적들이 더 처들어올수도 있는 법. 언제까지고 막기만 하다가는 결국 우리가 지쳐서 나가 떨어지고 말겠지"
침음성을 흘리면서 루프스는 다른 고블린들과 엘라를 향해서 이야기했다.
"그럼 정말 나가는 수 밖에 없겠네요. 하지만 여기를 지켜야 하는 병력들은 반드시 필요해요. 군락지 바깥에서 오는 적들도 적들이지만, 아직 영역이 완전히 안전한건 아니니까요"
엘라는 그가 바깥으로 원정을 떠난 뒤 벌어질 일들을 걱정했다. 전투가 가능한 인원들을 모두 끌고 갔다가는 그들이 살고 있는 마을은 물론, 그들의 보호를 받고 있는 엘프들도 위험해지기는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고블린들과 동맹을 맺고 있는 엘프들로서는 어쩔수 없는 걱정이다.
"당연히 모두를 데리고 가지는 않을거야. 마을은 전쟁을 위해서 떠나더라도, 필요한 물건들을 공급해줘야 하니 우리에게도 중요하긴 마찬가지. 지킬 병력정도야 당연히 두고 가는게 맞겠지"
그 밖에도 어떤 인원들을 데리고 가야할지, 마을을 지킬 인원들 그리고 다양한 의견들을 나누던 그들은 결국 바깥으로 출전할것을 결의하는 것으로 끝을 보았다.
"다음은 코볼트들이군"
"각 마을의 촌장들이랑 포로로 잡은 그들의 측근이야 당연히 처형해야 합니다. 녀석들을 내버려둬 보았자 어차피 또 반란이나 생각할거고, 그들이 살아있다가는 반란에 대한 우리의 대처를 보고는 여차하면 그런 생각을 하는 이들이 나타날지도 모릅니다"
프리트가 인상을 찌푸리면서 그들의 처형을 주장했고, 그의 의견에 루프스도 그리고 다른 이들도 별다른 이견 없이 받아들였다.
"확실히 그의 의견이 맞습니다"
"흥, 그 기분나쁜 녀석들. 끝까지 자기들은 아무런 죄도 짓지 않았다고 발버둥을 치더군요"
스콘드는 조용히 수긍을, 그리고 파인피는 코웃음을 치면서 그들을 비난했다.
"그들에 대한 처형은 애초부터 그렇게 결정한것이니 더 이상 이야기 할 것도 없지. 다만 문제는 크링크랑 그와 함께 투항한 이들이다. 대부분이 어린녀석들이니 처형하기도 곤란하지. 다른 녀석들처럼 전투중에 죽었다면 이런 고민도 필요 없었을 거다만..."
루프스는 벌벌 떨면서 사죄를 빌던 크링크와 마찬가지로 그의 뒤에서 떨고만 있던 코볼트들을 떠올리면서 눈살을 찌푸렸다.
"애초에 그녀석도 배신하지 않았다는 것이 믿기 힘들군요. 혹시나 어린녀석들을 살려서 후일을 도모하려는 것일수도 있습니다"
"으음..."
"찝찝하면 그냥 다른 녀석들처럼 처형하면 되는거 아니겠습니까? 굳이 살려서 다시 위험분자들을 남겨둘 필요는 없으니까요"
"크링크 녀석만 따로 가둬두고, 다른 코볼트들은 따로따로 떨어트려서 키우는 것도 한 방법이겠지요. 믿을 수 없다면 일단 두고 보는것도 방법입니다. 오랜 기간 그들을 지켜보면 녀석들의 진의를 파악 할 수 있겠지요. 특히나 크링크를 제외한 이들은 아직 어리니 속내를 숨기는것은 더욱 어려울겁니다. 어떻게 한 둘 정도는 감출 수 있겠지만 다수 모두가 숨기기는 불가능 할테니까요"
모두의 의견이 갈라지자 루프스는 고민에 잠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