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화
준비
"반전!"
오크들의 진열 옆구리를 관통하면서, 반대쪽 동족들과도 교차한 기병들은 그들을 이끄는 라둔의 말에 한바퀴 돌아서 다시 오크들을 향해서 돌진했다.
이미 한번 헤집어진 오크들은 다시 한번 흩어졌다. 개중에는 그런 동족들을 수습해서 어떻게든 반격하려는 자세를 취하는 이들이 있었지만, 그들로서는 역부족이라고 해도 좋을만큼 오크들의 현재 상태는 엉망이었다.
오크들은 이 전투가 시작될 때 자신이 있었다. 손쉽게 고블린들의 거점 하나를 날려버리고 시작했으니, 자신감이 안찰리가 없었다. 하지만 본격적인 전투가 시작되자 상황은 그들의 예상대로 펼쳐지지가 않았다.
이미 내부적으로 고블린들의 틈바구니에서 살고 있는 코볼트들을 회유해서 정보를 빼내기까지 했으며, 그들의 전력은 이미 고블린들의 손아귀에서 빠져나온 그룬돌을 통해서 듣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를 통한 그들의 대비는 실패했다. 예상을 하고 왔음에도 불구하고 밀리는 처지가 된 것이다.
생각과는 전혀 다르게 돌아가는 상황에 오크들은 패닉에 빠졌고, 그 틈에 고블린들은 더욱 더 그들을 몰아쳤다.
이어지고 이어지는 기병들의 돌진은 오크들의 진지를 계속해서 해집어 놓았고, 그들이 전멸하는 것은 시간문제처럼 보였다.
하지만 오크들의 틈바구니에도, 루칸과 덴을 제외한 부지휘관급 오크들이 있었다.
"그랴아아아아!"
한 오크가 자신을 향해 빠르게 다가오는 고블린 기병을 향해 손에 들고 있는 망치를 휘둘렀다.
쾅-
"키헤엑-!"
깽- 깨갱
고블린과 늑대는 그 한번의 공격으로 옆쪽으로 튕겨져 나갔다. 결과적으로 그러면서 한 오크를 치면서 적을 하나 더 끝내긴 했지만, 날려진 고블린과 늑대도 그것을 끝으로 더 이상 움직임을 멈춰야만 했다.
그 뒤로도 오크의 맹진이 이어졌다. 달려오는 고블린과 늑대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기병들을 연이어 날렸고, 그 덕분에 일시적으로 오크들은 일부나마 시간을 벌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그야말로 바람 앞의 촛불과도 같았다. 그의 힘으로 시간을 끌었지만 그것도 길지 못했다.
동료들이 한 오크에 의해서 밀리는 모습을 보이자, 라둔이 자신의 부관에게 지휘를 맡기고는 그 자신은 그를 향해서 달려들었다.
"흐앗!"
늑대의 위에서 부터 찔러 넣어지는 그의 거창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고블린들을 처날리던 오크의 몸을 향해 빨려들어가듯이 찔러갔다.
"그륵, 이 무슨?!"
그의 공격에 오크는 황급히 몸을 비틀었다. 몸통 그중에서도 약간 왼쪽으로 치우친, 그의 심장을 노리고 돌진하던 창은 빗나갔다.
찌이이잉
하지만 그의 가슴께를 감싸주던 갑주는 그 한방으로 더 이상 사용하기 어렵게 되었다. 마치 천 옷을 칼로 벤듯이, 주욱 찢어진 강철 갑주는 보호해야할 내면을 그대로 드러내 보여주었다.
그를 지나쳐서도 달리던 라둔은 그대로 멈춰서더니 다시 뒤로 돌았다. 급정지에 급반전으로 이어지는 격렬한 동작이었지만 그 위에 타고 있는 라둔도, 그를 태우고 있는 늑대도 일말의 흔들림도 없이 자연스럽게 동작이 이어졌다.
반바퀴를 돌아 다시 오크를 정면에 둔 그는 또 다시 맹렬히 돌진했다.
그는 오크를 향해 다시 공격을 시도했다. 하지만 그의 돌진을 모든 오크들이 넋놓고 바라보지 않았다. 그들도 남은 그들을 지휘해줄 지휘관은 그 뿐임을 인지했다. 그리고 그의 죽음을 막기 위해서 라둔의 돌진을 막아서기 위해서 달리는 그를 향해 들고있던 무기를 휘두르고, 찌르면서 그도 안되면 직접 몸을 그의 경로에 집어넣으면서 그를 저지하고자 했다.
숱한 방해가 쏟아졌지만 라둔의 돌진은 멈추지 않았다. 피할수 있는 것은 피하면서, 못피하는 것은 들고있는 거창으로 날렸으며, 그와 늑대에게 붙은 가속도로 그들을 떨쳐냈다.
그 때 정신을 차린 오크는 멍하니 죽어주지 않겠다는 듯이 그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아아아아아!"
고함을 지르면서 달려드는 오크는 아무 생각 없이 달려드는게 아니라는 듯이, 그 모습을 변화시켜갔다. 한걸음 한걸음 내딛을 때 마다, 그의 몸은 부풀어 올랐고, 그를 상대하는 라둔의 눈에도 그 모습이 들어왔다.
하지만 라둔은 멈추지 않았다. 그의 모습이 얼마나 커지든, 얼마나 강력한 힘으로 그의 앞을 가로막든 그는 신경쓰지 않았다.
오크는 자신을 위협한다는 이유도 있었지만, 그가 저 고블린 기병들을 총괄적으로 지휘하는 이라는 사실을 눈치챘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목숨을 내버리는 듯한 모습까지 보여주면서 그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리고 라둔도 현재 남은 오크들을 그나마 규합하는것이 가능한 인물은 눈 앞의 오크 뿐이라는 사실을 알아챘다. 다른 오크들은 하나같이 그의 말을 따르거나, 아니면 흩어져서 각개격파를 당하고 있으니 못 알아차리는 것이 더욱 어려울거다.
라둔도, 오크도 일말의 멈칫거림도 없이 서로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들은 아직 이 전쟁에서 이루어지는 전투의 결과가 어떻게 끝맺어지고 있는지 알지 못했다. 하지만 서로가 지금의 전투에 최선을 다하니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달려들었다.
누구 하나는 분명히 죽는 돌진은 곧 그 결과를 보여주었다.
퍼석-!
둘의 충돌음은 격렬하지 못했다. 오히려 얕은 소리만을 배출했을 뿐이다.
하지만 그 결과는 육안으로 너무도 손쉽게 알 수 있었다. 오크의 가슴께에는 거대한 구멍이 뚫려 있었으며, 그를 상대하던 라둔은 멀쩡한 모습으로 끝이 우그러든 거창을 손에 쥐고 있었다.
생각보다 허무한 두 고블린과 오크의 결착이었다.
자리를 뜬 라둔은 다시 기병대에 합류했고, 결국 헤집어질대로 헤집어진 오크들은 그렇게 전멸로 접어들어갔다.
///
파인피가 찔러넣은 창은 덴의 머리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리고 달려들면서 그의 모습을 세세히 관찰하던 덴은 그의 공격을 눈치챘다.
'어떻게?!'
보이지 않을것임에도 불구하고 정확히 찔러넣어지는 그의 공격에 덴은 일순 당황했지만 침착히 그의 공격을 회피했다.
핏
살짝 스친 창날은 그의 볼에 생채기를 냈지만 간신히 살아남는데는 성공했다.
창을 찔러넣는 그 찰나의 순간, 파인피에게는 일순 틈이 생겼다. 큰 틈은 아니었다. 단순히 한번 찔러넣으면 그 힘을 회수하는데 걸리는 짧은 시간. 공격의 실패가 만드는 좁지만 자연스러운 틈이었다.
그는 그 틈에 파고들기를 시도했다. 창날이 그의 볼을 스치는 순간에도 멈추지 않고 파인피를 향해서 달려들었다.
하지만 그 찰나의 순간 생기는 틈을 파인피라고 모르지 않았다. 그의 눈에는 상대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찔러넣은 창을 피했음을 인식했고, 찰나라고 해도 부족한 그 시간에 파인피는 창날에 닿았던 순간 느껴졌던 감각으로 적이 어떻게 행동할지를 눈치챘다.
그가 힘을 회수하거나 창을 휘둘러서 그를 쳐내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그는 창을 휘두른 그 잠깐의 시간 동안 고민했고, 창에 실린 힘에 저항하지 않고 그대로 딸려나갔다.
'끝이다!'
파인피에게 근접한 덴은 입가에 미소를 지으면서 그를 향해서 단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파인피의 판단이 어떻게든 그를 살렸다. 덴은 정확히 노리고 단검을 휘둘렀지만, 창에 휘둘리듯이 움직인 그는 일순 휘청이면서 움직였지만 그가 노리던 타점을 빗겨가게 하는데는 성공했다.
서걱
치명타를 피하는데는 성공했지만, 제법 큰 상처가 남는것은 어쩔 수 없었다. 휘둘러지던 도중, 아직 낮은지점에 있던 그의 단검은 어깨 부근을 크게 베어냈던 것이다.
으득
파인피는 이를 악물고는 한바퀴를 굴렀다. 그리고는 뒤를 바라보면서 일직선으로 창을 강하게 찔러넣었다.
이번에야말로 끝이라고 생각했던 덴의 움직임이 일순 멈칫했던 그 순간, 한바퀴 돌아버린 파인피는 창을 내지르면서 한순간에 달려들었다.
푸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