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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뜨니 고블린-197화 (197/374)

197화

준비

루칸과 덴이 본격적으로 나서도 미리 자리를 잡고 있던 프리트와 파인피는 움직이지 않았다. 광산에서의 전투를 지휘하는 것은 둘 뿐이며, 루프스는 다른 장소로, 스콘드는 숲속 마을을 지키기 위해서 대기하고 있었다. 그리고 라둔과 그룬이 둘을 보조하는 것이 지금 이곳에서 고블린들의 현황이었다.

적들의 상태를 살펴보던 프리트는 루칸과 덴에 의해서 다시 진열을 잡아가기 시작하자, 준비해둔 수를 꺼내들었다.

두두두두두

숨겨진 통로에서부터 빠져나온 라둔을 선두로 한 고블린 기병들은 간신히 방패를 선두로 세운 진형을 굳히고 있는 상황에서 옆구리를 들이쳤다. 고블린들의 공격은 다시 오크들의 진형을 와해시켜 버렸다.

난전중이던 오크들을 수습하던 루칸과 덴은 둘로 나뉘고자하였다. 고블린 기병들은 양 옆을 동시에 들이쳤다. 좌우에서 들어온 공격으로 한쪽에 집중하지 못하니, 제대로된 방어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의 앞에서 벌어지는 난전에 휘말린 오크들은 소수 뿐이었다.

그러니 일단 난전에 휘말린 동족들 보다는, 후방에서 다시 혼란에 휩싸이기 시작한 동족을 구하는 것을 우선 한 것이다.

하지만 둘은 제대로 움직이지 못했다. 그들이 움직이기 시작한 순간, 잠잠히 지켜보고 있던 프리트와 파인피가 앞으로 나선 것이다.

둘은 바로 얼마전, 그룬돌을 위시한 오크들에게 크게 당하면서 절치부심 노력했고, 둘 아니 셋은 한단계 올라서는데 성공했다. 이제는 루프스와 비등한 수준으로 과연 그가 중히쓰는 이들이라는 것을 증명해주었다.

프리트는 자신이 서있는 장소에서부터 루칸이 있는 장소까지 바닥을 온전히 늪으로 바꾸어 버렸다. 능력을 사용했지만 이전과는 달랐다. 저절로 탁한 녹색빛의 늪으로 바뀌던 그의 능력은 지금에 와서는 늪으로 바뀌었다는것도 눈치채기 힘들도록 바뀌었다.

루칸도 움직이려하고 나서야, 바닥이 늪으로 뒤바뀌었다는 사실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바닥의 점성과 흡입력은 그가 들어왔던 것과는 달라 절로 당황했다. 루칸은 일시적으로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이 되자 일단 주변 상황을 살펴보았다. 그와 프리트 사이의 모든 오크들은 모두 그와 마찬가지로 움직이지 못하며, 바닥을 늪으로 바꾸면서 생긴 패널티인지 프리트 또한 마찬가지로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바닥에 달라붙은 발을 떨어트리기 위해서 그는 일단 바닥을 대검으로 내리쳐 보았다.

힘껏 내리친 힘에 비해서 바닥에 닿은 대검은 맥없이 바닥에 박혀들기만 했다. 그리고는 다시 들어올리자니 단단히 박혀서 들리지 않고, 천천히 바닥으로 스며드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 루칸의 모습을 약간 떨어진 자리에 서있는 덴도 확인을 했다. 프리트의 능력이 그에게까지 닿지는 않았는지 그는 자유로이 움직이고 있었다. 그는 루칸의 곤란을 확인하고 그를 돕기 위해 달려들었다. 그리 마음에 드는 상대는 아니지만 아군이 위험에 놓인 상황에서 그런걸 따질수는 없다는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국 그는 그를 도와주러 가지 못했다. 어느새 그를 향해 접근한 파인피가 그를 공격했기 때문이다.

쉬익-

날카롭게 허공을 가르는 소리가 그의 뒤통수를 향해 날아들었다. 막 달려가려던 그는 후방에서 느껴지는 위기감에 재빨리 뒤를 돌아보았고, 그곳에서 창이 날아드는 모습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창졸간에 그를 향해서 날아드는 창은 그의 지근거리에 도착했고, 창을 쳐내기 위해서 그는 양손에 든 단검을 들어올렸다. 그의 단검은 성공적으로 창을 처내는데 성공했지만, 그 잠깐의 틈을 파고드는 이가 있었다.

파인피가 창을 던지고는 그를 향해서 접근한 것이다. 자신을 위협하는 창에 시선을 집중하다 보니 덴은 그가 자신에게 접근했다는 사실도 미처 알아차리지 못한 것이다.

가까이 근접해 그가 창을 휘둘렀다.

화르륵-

그제서야 상대가 가까이까지 접근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고는 그의 공격을 회피하려 하였다. 하지만 그가 파인피의 존재를 알아차리는 것이 너무 늦었다. 그가 대응하려는 순간 그의 창은 그의 피부를 찌르고 있었다.

푹-

파인피의 공격은 덴의 어깨를 찌르는데 성공했다. 어깨를 찔리자 덴은 빠르게 뒤로 물러섰다. 그러면서 찔린 어꺠에 힘이 빠져, 단검을 바닥에 떨어트리고 말았다.

그가 상처입은 상태로 뒤로 물러서자 파인피는 그를 쫓았다. 한쪽 어깨만을 꿰뚫고 끝을 낼수는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챙- 챙챙

다시 그를 향해 접근한 파인피는 창을 찔러갔다. 하지만 이번에는 정확히 그를 인식하고 있었던 덴도 그의 공격을 남은 한손만으로 침착히 막아나갔다. 한손으로만 막기에는 중과부적이었지만, 그는 창에 스치는 한이 있더라도 어떻게든 급소를 찌르는 공격들은 막아섰다.

도망치기에는 글렀다고 판단한 덴은 태도를 바꾸었다. 일단 떨어져서 움직이지 못하는 루칸을 도우려던 그는, 먼저 눈 앞의 적부터 격멸시키고자 한 것이다.

그는 먼저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창을 강하게 쳐냈다. 그가 침착히 쳐내는 모습에 하나 하나의 공격을 일단 견제식으로 바꾸었기에 가능했다.

창을 쳐낸 그는 일단 뒤로 뛰어서 거리를 벌렸다. 찰나의 순간 강한 힘으로 밀쳐진 창을 되돌리고 다시 덴을 견제하려는 그 때, 파인피는 놀라 눈을 뜨게 되었다.

방금전까지 앞에 존재했던 덴의 존재가 그의 인식에 걸려들지 못하게 된 것이다. 적의 모습은 보이지 않지만 그의 본능은 적이 아직 이 자리에 있다고 판단했다. 그 때문에 그는 일단 주변을 경계했다.

전후좌우를 경계하던 그는 곧 적이 여전히 자리를 뜨지 못했다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핏-

허리 부근에서 느껴지는 소름에 몸을 빨리 뒤틀었다. 그리고 그 잠깐의 사이에 그의 옆구리는 날카로운 무언가에 슬쩍 생채기가 생겨 미세하게 피를 흘리고 있었다.

주변에 여전히 적이 머물고 있다는 확실한 증거였다.

'이게 녀석이 가진 능력인가?'

날카롭게 주변을 노려보던 그는 이내 눈을 감았다. 그의 예상으로는 적이 가진 능력은 투명화나 그와 비슷한 효과를 보이는 능력일거라고 판단했다. 지금 당장 그의 눈에 적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것으로 그 사실은 증명된것과 같았다.

파인피는 눈에 보이지 않는 적을 감지하기 위해서 눈을 감았다. 그에게는 이런 경우 사용하기 좋은 방법이 있었다. 지금까지 간혹 마주쳤던 투명화 관련 능력을 가진 적을 마주 할 때 마다 유용하게 사용된 방식이었다.

순간 번쩍이는 것 처럼 적의 위치를 감지하게 되었다. 그가 사용한 방식은 열감지였다. 워낙 무기나 주변 물품에 화염을 부여하고, 그 자체를 불로 바꿀수 있게 되면서 새로이 생겨난 그의 인지 방식이었다. 정확한 위치도, 그의 행동도 알 수 없었지만, 그가 자신을 향해 다시 접근하고 있는 상황은 충분히 알아 차릴 수 있었다.

그는 잠잠히 대기했다. 덴도 파인피가 육안으로 그의 모습을 확인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가 설마하니 열감지로 그의 모습을 확인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 수는 없었으니, 그가 자신이 어디 있는지를 알 수 없을거라는 자신감이 있었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덴 또한 방심하지는 않았다. 평소 가벼운 모습을 보인다고 해서, 전투에서까지 그가 가벼운 성정인 것은 아니었다. 그의 은신능력은 몸을 숨기는데는 탁월하지만, 시야에서 지울 뿐, 그 밖의 감각으로 그의 존재를 못알아채는 것은 아니었다. 대표적인 것으로는 청각이 있었다. 그가 달려드는 그 순간, 미세하게 발출하는 소리로 그를 위협한 적이 여럿 있었다.

그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조용히 달리고 움직이는 법을 숙달했다. 그리고 그것을 지금 이 순간 눈앞의 움직임을 멈춘 파인피를 향해서 선보였다.

그리고 그가 파인피를 공격하기 위해 순간적으로 달려드는 그 순간, 파인피는 그가 있다고 예상되는 지점을 향해서 창을 찔러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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