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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뜨니 고블린-194화 (194/374)

194화

준비

다시 하루가 지나고, 마인은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최대한 은밀하게 움직였던 것과는 다르게, 조금씩 조금씩 흔적을 남기면서 움직였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도주했던 고블린들을 잡기 위해서 움직였던 오크들이 그 흔적을 확인하였다. 오크들은 조심히 흔적을 따라갔다. 상대를 얕보는 태도는 여전했지만, 고블린들이 만든 함정이 오크들을 어지간히도 귀찮게 하기 때문에 그에 대해서 조심한 것이다.

그 예상대로라고 할까, 고블린들을 쫓을 때 마다 그들의 추적을 막으려는 듯 계속해서 함정과 함정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오크들은 그다지 걸리지 않았다. 함정을 사용하는 이들이 이 군락지의 안에서는 지금 그들이 상대하는 고블린들이 유일하다고 해도 될 정도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바깥에서도 함정을 사용하는 이들이 없다는 뜻은 아니다. 당연히 함정을 사용하는 이들은 많았으며, 당장 지금 오크 용병대 안에서도 함정 전문가들이 있다. 그룬돌이 고블린들의 함정을 얕보고 그에 대해서 신경쓰지 않았던 것도, 그들이 너무도 간단히 함정을 찾고 손쉽게 해체하는 모습을 자주 확인 했기 때문이었다. 만일 그가 그들 중 하나라도 함께 고블린들을 쳤다면, 그가 그렇게 호되게 당하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증거로 지금 고블린들의 함정은 그들, 함정 전문가 오크들의 손에 의해서 하나 하나 해체되고 있었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간신히 원시적인 장치보다 한수정도 발전한 정도에 불과한 함정들이었다. 게다가 그들이 보기에도 이 함정들은 급조된 것들로, 그저 상대방을 방해 할 수 있으면 좋고, 아니어도 별 상관없다는 의도로 만들어진것이 눈에 보였다.

고블린들은 흔적과 함께 함정을 남기면서 오크들을 유인했고, 오크들은 그 의도대로 남은 흔적을 쫓아갔다. 다만 오크들도 아무 생각 없이 그저 쫓아가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너희는 따로 빠져서 움직여라"

"굳이 그럴 필요가 있나?"

이번 파견임무의 최고 책임자를 맡고 있는 오크, 루칸은 무미건조한 표정으로 서 있는 로투스에게 부하들과 함께, 고블린들의 영역을 따로 휘저으라는 명령을 내렸다.

로투스는 명령을 받고 그대로 따르고자 했지만, 동시에 그 이유를 알고 싶었다. 그가 생각하기에는 굳이 지금의 부대를 쪼갤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니, 오히려 그 때문에 각개격파를 당할 걱정이 있다는 생각도 함께하고 있었다.

그의 물음에 루칸은 간단히 대답했다.

"음... 아무래도 수상쩍어서 말이지"

순조롭게 고블린을 쫓던 그는 이상함을 느꼈다. 그가 이끌던 오크들은 단 한번이었지만 고블린들의 행적을 놓쳤다. 지속적으로 보고를 받고 있었지만 일순간 그들의 행적을 놓쳤던 것이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찾아내면서 일시적인 실수였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고블린들을 보면 아무래도 그건 너무 녀석들을 얕본것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도록 만들었다. 그나마 처음 쫓을때는 나름대로 은밀하게 숨어다닌건지, 찾는데 제법 수고가 들었다. 반면 한번 놓치고 다시 찾은 지금은 아무런 수고도 들지 않았다. 눈에 잘 띄는 곳 마다 흔적이 남아있으며, 자기들이 여기 있었다고 주장하는 것 처럼 그들이 지나는 곳마다 급조된 함정들이 놓여 있었다.

그에 수상함을 느꼈던 함정 전문가들을 불러서 그의 의문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고블린들의 마을 근방에 있던 함정들이랑, 지금 여기있는 함정들을 비교하면 어떻지?"

"그야말로 천지차이 입니다. 놈들이 살던 숲 내부에서 찾았던 함정들도 우리 입장에서는 조잡하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렇지만... 그곳에서 발견되던 함정과 비교한다면 지금의 함정들은 잔챙이 중의 잔챙이입니다"

"시간을 들인 것과, 급조된것의 차이는 아닌가?"

"물론 그것도 영향을 끼쳤을 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석연찮을 정도로 수준차이가 큽니다"

마침 함정 전문가들 쪽도 이상함을 느끼고 있던 상황이었고, 그에게 관련 이야기들을 충분히 전달 할 수 있었다.

그들의 이야기는 그에게 확신을 주었다. 지금 고블린 놈들이 자신들을 유인하기 위해서 일부러 저렇게 대놓고 흔적을 흘리고 다닌다는 확신이 말이다.

그는 굳이 그들이 만들어 놓은 함정에 빠질 생각은 없었다. 그가 고블린들을 얕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건 그만큼 그가 이끄는 무리에 대한 자신감이 강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렇기에 그들이 처놓은 함정에 빠질 생각이 없었다.

"그래서 일부러 너희를 무리에서 분리시키려는 거다"

"그런데 그렇게 우리가 뿔뿔이 흩어지는 것이야말로 그들이 원하는거일수도 있지 않겠나?"

"크크"

로투스의 말에 루칸은 나직이 웃음을 흘렸다.

"자신없나?"

"... 그럴리가"

고작 생각한다는것이 그런거냐는 듯이 입가에 비웃음을 띄우면서 묻자 로투스는 움찔하더니 날카롭게 그를 노려보았다.

"고작 고블린들. 그런 놈들을 상대하는데 자신이 없다니. 그아하하! 거 재미있는 말을 하는 군"

그렇게 말하고 그는 뒤로 돌아서 그의 부대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알았다. 알았어. 우리는 따로 움직이도록 하지"

루칸에게 등을 보인 로투스는 웃음기 띄는 목소리로 그에게 고지하듯이 말했다.

"흠"

그리고 그의 그런 모습에 루칸은 그저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

그렇게 오크의 무리에서 하나의 부대가 빠져나가고, 고블린들을 쫓던 무리의 추격속도는 높아져갔다. 덩치를 줄이니 그만큼 기민하게 행동하기 좋아진 것이다.

오크들의 무리를 빠져나간 로투스가 이끄는 부대는, 모종의 장소로 숨어들어갔다. 그리고 그 장소는 루프스가 예상했었던 코볼트들의 배신을 증명하는듯, 그들의 마을중 한 곳 이었다.

마을의 안으로 들어선 그는 때를 기다렸다. 루칸의 말을 떠올리면 고블린들의 전력이 일시적으로 한 장소로 모일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그는 그 때를 노려서 고블린들의 마을을 습격할 생각이다.

한편 로투스의 부대가 빠져나가고, 나머지 오크들의 무리는 얼마 지나지 않아 한 장소에 도착 할 수 있었다. 사전 조사와 고블린들 내부의 정보원들이 그들에게 알려준 정보에 의하면 이곳에는 딱히 마을이라고 부를 만한 장소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나마 무언가가 있다면 이 근방에 광산이 있다는 정보만을 알고 있을 뿐이었다.

그런데 이곳은 마치 하나의 마을이 자리잡고 있는 것 처럼 나무가 울창하게 우거져 있었다. 그들은 고블린들과 엘프가 동맹을 맺고 있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이렇게 나무가 우거져 있는 모습을 이상하게 생각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해놓은 것을 보니 고블린들이 얼마나 광산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를 알 수 있었다.

오크들이 이곳에 도착하고 가장 먼저 한 일은 수색이었다. 그들이 지금까지 쫓아온 이들이 다름아닌 이곳에 있다는 사실을 그들은 잘 알고 있었다. 마지막에 찾은 흔적은 이곳으로 이어져 있었으며, 가까워졌다는 사실을 티내는 것인지 흔적의 근방에는 이렇다할 함정마저도 존재하지 않았다.

도착하자마자 오크들은 미처 휴식을 취하기도 전에 뿔뿔이 흩어져 수색에 나섰다. 고블린들을 상대하는데 굳이 휴식을 취할 필요도 없으며, 오히려 얼른 적들을 몰살하고나서 휴식을 취하는것이 이 자리에 있는 오크들 대부분의 생각이었다.

다행히 함정 전문가들에 의해서 이곳에는 이렇다 할 함정이 설치되어있지 않다는 말을 들을 수 있었기에 오크들은 안심하고 수색에 나선 것이다.

그리고 곧 이곳에 그들이 쫓던 고블린들이 있을거라는 예상이 맞다는 듯이 찾던 이들을 발견 할 수 있었다.

습격이라는 형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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