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화
준비
"뭣?!"
갑작스러운 코볼트들의 선언에 루프스를 비롯한 고블린들은 깜짝 놀랐다. 그리고 그것은 코볼트들을 이끄는 대표로서 활동하던 크링크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그를 제외한 코볼트들은 이미 상의가 끝난 이야기였는지 다들 잠잠히 그와 동조만 할 뿐이었다.
"어째서지?"
루프스는 태연한 표정을 지으면서 전투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주장하는 코볼트들을 노려보면서 물었다.
"애초에 저희가 싸울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 저희 코볼트들을 노리는것도 아닌데, 굳이 희생자가 나올것이 뻔한 싸움에 끼어들 이유가 없습니다"
"아니, 그... 무슨?!"
한 코볼트가 다른 이들을 대표하듯이 대답했다. 그리고 그의 대답에 크링크는 화들짝 놀라서 말을 잇지를 못했다.
"분명히 함께 싸우기로 하지 않았나?!"
워낙 황당한 말에 말문이 막혔던 크링크는 버럭 소리를 지르면서, 그들을 향해 따져들었다. 그들과 함께 오면서 나눴던 이야기하고는 판이하게 다르니 그로서는 역정을 내지 않을 수 없었다.
"거짓말인게 당연하잖습니까"
크링크의 외침에 대한 대답은 담담했다.마치 어찌 그런 당연한 사실도 모를 수 있느냐고 힐책하는 듯한 느낌마저 주고 있었다.
"...?!"
그가 격정에 휩싸여 아무말도 못하고 있는 사이, 코볼트들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뒤돌아 루프스의 오두막을 나서기 시작했다.
"그럼 저희는 이만 돌아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아, 혹시나 저희가 나중에라도 도와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하지 않는게 좋으실겁니다. 그럼"
고개를 숙이면서도 입가에 비웃음을 숨기지 않는 코볼트는 그대로 밖으로 나가더니 그대로 숲속 마을을 유유히 빠져나갔다.
"정말... 정말, 죄송합니다!"
쿵!
루프스의 손에 이끌려 코볼트들을 이끌던 크링크는 그를 향해서 머리를 탁자에 박으면서 사죄를 청했다. 코볼트들의 변덕 때문이라지만 그는 이렇게 행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현재 코볼트들을 이끄는 입장인것이 사실이지만 그는 아직 고블린들이 지금 이 자리, 코볼트들의 마을에 처들어오던 당시를 기억하고 있었다. 그 때, 고블린들과 코볼트들은 전쟁중이었다. 당시 별볼일 없던 크링크는 고블린들과의 전투에 최초 몇번 참가하기는 했지만, 대체로 마을의 안에서 잡일만 하면서 생활하던 이였다.
이후 코볼트들의 본거지라고 할 수 있는 마을을 점령했으며, 그들의 왕은 목이 잘려나갔다. 승리를 차지한것은 그와 같은 코볼트들이 아니라 고블린들이었으며, 그 전쟁 이후 살아남은 코볼트들은 루프스가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찌꺼기와 같은 이들이 전부였다.
전투는 지속적으로 이어져왔었고, 그리고 그 때문에 코볼트들은 큰 피해를 입었다. 특히나 주력이라고 할 수 있는 이들은 하나같이 루프스에게 단독으로 덤비다가 목숨을 잃기도 했다. 그 결과 코볼트들의 주력이라고 할 수 있는 이들은 대부분 목숨을 잃었으며, 일부러 루프스가 이끌던 고블린들에 의해서 전투에 참여하던 코볼트들 대부분이 목숨을 잃기까지 했다.
지금 반항심을 보이는 코볼트들은 그렇게 간신히 살아남은 이들이 낳은 자식들이 대부분이라 그 당시를 알지 못한다. 그리고 크링크의 경우는 운 좋게도 루프스의 눈에 띄어 여러 도움을 받아 최상급까지 어떻게든 올라오는데 성공한 녀석이으로, 당시를 직접 겪었기 때문에 이 경우 그가 어떻게 나올지 짐작이가니 두려워서라도 엎드리지 않을 수 없었다.
"제... 제가 어떻게든 다시 한번 설득해 보겠습니다!"
벌벌 떨면서도 그는 루프스를 향해서 간절히 외쳤다. 그리고 그가 그렇게 외치는데는 동족들을 가장 먼저 생각했기에 가능했다.
"..."
하지만 그의 간절한 외침에도 루프스는 아무 말이 없었으며, 그의 주변을 둘러싼 고블린들도 그의 말을 기다리기만 할 뿐 별 반응은 보이지 않았다.
"후우우-"
이내 한숨을 쉰 루프스는 이내 고개를 들더니 일단 상황을 정리하기로 생각했다.
"너는 일단 물러가 있어라"
그가 가장 먼저 꺼낸것은 크링크를 물리는 것이다. 일단 당장은 오크들의 공격을 걱정해야 하는 판국에, 코볼트들의 문제까지 걸고넘어지기에는 너무 골이 아팠기 때문이다.
"제... 제발!"
다만, 그의 말에도 크링크는 물러나지 않고 그를 향해서 어떻게든 자신이 설득하겠다고 간청했지만, 루프스는 지금 거기에까지 신경쓰지는 않았다. 어쩌면 그는 격리 시켜서 다툼을 종식시키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언젠가 이렇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건지도 모른다.
일단 가장 중요한 것은 오크들, 그렇기 때문에 일단 강제로라도 크링크를 밖으로 내보냈다. 당장 그가 도움이 된다고 생각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루프스의 생각을 눈치채고 그를 밖으로 데리고 나간 것은 티토였다. 어찌되었든 회의의 결과를 따를 생각 뿐, 딱히 의견을 제시할 생각이 없던 그에게는 회의의 결과만이 중요했기에 그를 데리고 나간다는 선택을 할 수 있었다.
끝까지 루프스를 향해서 간청하던 크링크는 그렇게 끌려나갔고, 남은 이들은 그대로 회의를 이었다.
"코볼트들은 전력이 되지 못한다고 생각해야겠군"
"어쩌면 저 녀석들도 오크들과 함께 상대해야만 하는 상황이 올지도 모릅니다"
루프스가 내뱉은 첫마디에 반응한 것은 역시나 프리트였다.
"혹시... 그들이 오크들과 내통하는 것은 아닐까요?"
그에 보충하듯이 모두가 혹시나 하고 있던 예상을 입밖으로 꺼낸 것은 엘라였다. 그녀는 코볼트들의 당당한 태도가 마음에 걸렸다. 그들이라고 현재 고블린과 코볼트들 사이의 전력 차이에 대해서 모를리가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두막 안에 있는 이들을 비웃으면서 밖으로 나간 그들이 이상하게 생각된 것이다.
"그래서 어떻게 하실 건데요?"
엘라의 말을 듣고 모두 심각한 표정을 짓는 사이에, 툭하고 말을 내뱉은 것은 지루한 표정을 짓고 있는 라둔이었다. 루프스의 자식들 사이에서 유일하다시피 늑대들과 살아와서 그런지, 이런 상황을 달가워하지 않는 그였다.
"일단 그들도 적으로 정의하고, 작전을 짜는게 맞겠지요"
"아니, 북쪽 마을을 궤멸시킨 녀석들과 언제쯤 충돌할지를 먼저 정하는게 우선이다"
프리트의 말을 루프스가 끊었다.
"그리고 틈이 생긴다면, 그 때 코볼트들 먼저 정리하고 움직인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후방이 불안정한 상태로 움직여야만 하니까"
"그럼 그러도록 하지요"
그의 말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녀석들을 마주하는 것은 이 장소가 될 것입니다. 북쪽 지형이 딱히 원만한 장소는 아닙니다만, 그렇다고 습격이나 전투를 치르기에 적합한 지형은 아닙니다"
가장먼저 의견을 낸 것은 프리트였다.
"광산 근방이면 괜찮지 않나?"
파인피가 이야기했다. 그 근방이라면 그들이 일부러 조성해 놓은 숲이 있어 민첩하고 빠른 고블린들이 활동하기에 좋았다. 그리고 여차하면 광산 자체가 그들이 숨어들 장소가 되어주니 그보다 좋은 여건은 드물 것이다.
"거기에 그 놈들이 일부러 끌려 올리가 없지 않은가?"
그를 힐책하는 눈빛으로 바라본 것은 스콘드였다. 적이 일부러 그들이 끌어들이는데로 들어갈리가 없다는 주장이었다.
"그리고 광산은 코볼트들이 주관하는 장소야. 그런데 배신의 조짐이 보이는 녀석들이 그런 장소를 내주겠나?"
이어지는 것은 프리트의 반론이었다. 하지만 그의 이야기에 동조하는 이가 있었다.
"아니, 어쩌면 가능할지도 모르지"
입을 뗀 것은 루프스였다.
"오크들이 과연 우리를 적수로 여기고는 있을까?"
루프스는 주변을 둘러보면서 물었다. 그리고 그의 물음에 대한 대답은 정해져 있었다.
"아니, 그럴리가 없겠지. 이전에 처들어왔던 그놈들, 오크들을 이끌던 놈도 그곳에서는 한낱 부대 하나를 이끄는 부대장에 불과하지. 그런 놈들이 우리를 제대로된 적수로 보기나 하겠는가?"
루프스는 피식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
"그러니 유인하는게 불가능 하지는 않을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