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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뜨니 고블린-191화 (191/374)

191화

준비

그 날은 오크들과의 전투도 끝나고, 평화로운 일상의 하루가 지나고 있던 날이었다. 일과를 끝내고 잠이 들기 전의 한가한 한 밤 중에 루프스의 오두막을 향해서, 한 고블린이 찾아왔다.

"키익, 급보입니다!"

한밤중, 대부분의 고블린들이 일과를 끝내고 잠을 자는 시간임을 신경쓴건지, 아니면 스스로를 다스리기 위해서인지 다급해 보이는 모습에 비해서는 낮은 목소리였다. 그리고 과연, 그가 들고 온 소식은 그가 예상했던, 그리고 그만큼 심각한 사안이었다.

"북쪽 마을이 궤멸했다는 소식입니다. 키익"

오크들과의 싸움 이후, 북쪽마을은 재건에 들어갔다. 경계를 감시하는 것도 필요하며, 루프스로서는 계속해서 그 장소에서 상황을 살펴야 할 이유가 있었다.

그리고 지금, 그 이유가 북쪽 마을의 궤멸이라는 소식으로 돌아왔다.

"키익, 그리고 마인님께서 또 전달하라는 말이 있었습니다. 다름아닌, 키기익 족장께서 예상한 대로라는 말을 전하라 하였습니다"

"으음... 알았다, 물러가 있어라"

루프스에게 그 이야기는 올것이 왔다는 느낌일 뿐 그 밖에 다른 생각은 들지 않았다. 이미 북쪽 마을을 다스리던 마인에게는 이상징후가 발생 할 경우 대피하도록 지시를 남겨두었으며, 방금 도착한 전령은 그 마인이 후퇴하면서 보낸 전령임을 스스로 그에게 소개하기도 했다.

소식을 들은 그는 일단 세 고블린들은 물론 현재 한 자리에 모아둔 엘라를 비롯한 각 마을의 장을 맡고 있는 자식들, 그리고 코볼트 마을을 다스리는 이들을 불러 모았다.

잠시 후, 그의 오두막을 향해서 엘라가 가장 먼저 도착하고, 세 고블린들 그리고 그 자식들 마지막으로 코볼트들이 그의 오두막에 도착했다.

그들이 모이는 곳에는 거대한 탁자가 있었다. 가장 돋보이는 자리에는 루프스가, 그리고 다른 이들은 일렬로 나란히 앉아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오면서 소식은 들었겠지?"

"북쪽 마을이 궤멸했다는 소식을 이야기하시는 거라면... 그렇습니다"

가장 먼저 대답한 것은 프리트였다. 그가 대답하자 루프스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을 이었다.

"그래, 이전에 이야기 했던 그대로다. 결국은..."

"오크들의 대공세군요. 그 때 그렇게 놓치는게 아니었는데"

루프스의 말을 이번에도 프리트가 받았다. 둘은 이미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으며, 당시에도 오크들을 상대하러 과도하다 할 정도로 병력을 뽑아서 원군으로 갔는지에 대해서도 그는 잘 알고 있었다.

오크들의 습격으로 소수나마 고블린들이 목숨을 잃었던 그 때, 루프스는 오크들의 영역을 조사했고 그 과정에서 루프스는 한가지 사실을 알아냈다.

그 어디에도 오크들의 부족이 자리잡은 장소는 족장이 있던 단 하나 뿐이었으며, 사냥을 나선 오크들의 수도 매우 희박했다. 특히나, 사냥을 나선 오크들은 대부분 가장 밑바닥에 있는 하급의 오크들이 대부분이었으니 그 시점에서 루프스는 이상함을 눈치챈 것이다.

그의 부하들을 습격한 오크들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좋았다. 중급 정도의 오크가 어쩌다가 둘 셋 정도 끼어 있었다면 충분히 정찰대와 정찰대의 원군으로 활동하는 고블린들을 저지 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가 오크 부족에서 본 것은 고블린들의 시체뿐이 아니었다. 그정도의 전력을 가지고 덤볐다가는 전멸 외에는 방도가 없는 몬스터들의 시체도 있었다.

오크들의 영역을 한바퀴 돌면서 의심을 품었던 그는, 우연히 한 장면을 목격하게 되었다. 제법 무시 못할 기운을 풍기지만 이렇다 할 무장을 하지는 못한 오크가 하나, 그리고 견실한 무장을 한 오크의 둘이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었다.

그들의 이야기를 엿들어보니 최상급 정도로 추정되는 오크는 이 곳에 있는 오크 족장의 부하 중 하나였으며, 견실한 무장을 한 오크는 외부에서 오크들로 이루어진 용병대의 한 일원이었다.

잠시 이야기를 나누던 둘은 따로 떠나가게 되었고, 다급히 부족으로 돌아간 루프스는 마인에게 약간의 당부의 말만을 전하고는 원군을 모으러 부족으로 돌아간 것이다.

그리고 오크들과 전투가 벌어졌고, 그 과정에서 부하인 오크들은 몇몇 도주에 성공한 녀석들이 있긴 했지만 대부분이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거나 포로로 잡혀들어왔다. 그들에 대해서 루프스는 여성체 오크들만을 살리고, 남성체 오크들은 모두 그 자리에서 목을 베어버렸다.

그가 그런 결정을 내린것은 코볼트들 때문이었다. 고블린들의 부하로 써먹으면서 전력으로 보충하고자 했던 그들은 결국 고블린들과 갈등만을 일으켰고, 지금에 와서는 버리기 아까우니 따로 살 장소를 마련해주는 정도로 협력을 얻어낼 뿐이었다.

괜히 한 종족을 받아들였다가는 골치만 아파질게 뻔하니 고블린들의 수를 늘리는데만 집중 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오크 족장은 그 전투에서 성공적으로 도망쳤다. 루프스를 비롯한 이들이 방심하지는 않았지만, 상대에 대해서 너무 몰랐기에 벌어진 일이었다.

그리고 그 때 부터 루프스는 이런 상황이 올 거이라는 사실을 충분히 알 수 있었으며, 그리고 지금 북쪽 마을을 궤멸시킨 이들의 정체에 대해서도 대략 짐작을 하고 있었다.

"그래, 그리고 오크들 뿐만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 말씀은?"

"인간들이 엮여 있을지도 모르지"

그의 대답에 모인 이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인간 대장장이들이 들어 왔을 때 부터 알고 있던 사실을 대입해보면 당연한 귀결이었다.

일반적인 조그만 마을의 대장장이거나, 단순한 하나의 청년으로서 살아오던 그들도 알고 있는 것중 하나가 몬스터나 이종족으로 이루어진 용병들이 있으며, 그 중 가장 용맹하고 거친것으로 유명한것이 오크들로 이루어진 용병대였다.

루프스는 자신들과 적대했던 오크 족장이 다름아닌 그런 오크 용병대중 한 곳에 적을 두고 있으며, 그가 그 용병대를 이루는 여러 부대중 하나의 부대장이라는 사실은 그 때의 대화를 통해서 알고 있었다.

그러니 그들을 습격하는 자들, 그 중에서도 하나의 마을을 궤멸로 몰고 갈 수 있을 정도의 저력을 가진 적은 그들밖에 남지않았다. 그리고 그들은 루프스가 가장 경계하던 인간들과 연계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은 이들이었다.

"자, 그럼 이제 적들에 대해서는 대충 알겠으니. 그들에 대한 대책을 나눠보도록 하지"

일단 적들을 특정한 루프스는 주위를 둘러보며 이야기 했다.

"그래도 일단 확인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정찰대를 보내 적들의 정확한 규모와 그들을 이끄는 지휘자들, 그리고 그들의 이동 경로에 대해서 파악해야 합니다"

가장 먼저 의견을 꺼낸것은 프리트였다. 단순한 추측만으로 적들을 규정하고 그들의 전력을 과소, 또는 과대 평가하는 것을 경계했기에 꺼낸 말이었다.

"전력을 한곳으로 몰아놓죠. 적들이 많든 적든, 어쨌든 버거운 적일 거라는 사실은 확실한거 아닙니까?"

파인피는 전력을 한곳으로 모으자 건의했다. 버거운 적들에 의해서 각개격파를 당하지 않도록 모든 전력을 한곳으로 모으자는 의견이었다.

"안돼. 그건 너무 위험한 발상이다. 전력을 모은다면 각 마을을 지킬 병력들이 없다. 그렇다고 지켜야 할 이들까지 모두 모았다가는 자칫했다가는 생산인력들이 모두 전멸당하는 수도 있어. 그리고 그들이 제자리를 지키지 못하게 된다면 우리의 시야가 너무 좁아져 적들의 움직임을 제대로 감지조차 할 수 없게 될거야"

파인피의 의견에 반박한 것은 프리트였다. 그는 전력을 한곳에 모으는 것을 경계하면서, 각개격파를 당하더라도 그들이 자리를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그 밖에도 다양한 이야기가 이리저리 주고 받으면서 스콘드도 엘라도 그리고 티토를 비롯한 그의 자식들도 입을 열었다.

그리고 한참만에 그들의 열변을 듣고만 있던 한 코볼트가 손을 들더니 발언권을 가져갔다.

"저희는 이번 전투에서 빠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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