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4화
준비
마인이 막 오크들의 침범을 받고 있을 무렵. 북쪽 마을을 떠나, 숲속 마을로 돌아온 루프스는 지원군을 꾸리기 시작하였다. 북쪽 마을만으로는 오크들을 상대 할 수 없었다. 무엇보다 그는 한가지 사실을 알아차리고 있었고, 그 점을 고려하면 승률은 더욱더 내려가기만 하였다.
다만 그 문제는 지금으로서는 어쩌고 할만한 사안이 아니기 때문에 그는 지원군에 대한 생각으로 몰두했다.
"출발하지"
그는 뒤쪽을 도열한 고블린들을 스윽 크게 훑어보더니 그대로 앞으로 내달리기 시작하였다. 그 뒤를 따라서 질서정연하게 도열해 있던 고블린들도 달렸다.
'최대한 빨리 도착해야 한다. 마인이랑 마을 하나의 병력으로 나 없이 버티기는 어려울게 뻔하니'
표정이 굳은 그는 그저 빠르게 내달릴 뿐이다. 최대한 긁어모은 전력들을 데리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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늪지가 있던 지역에서 하룻밤을 쉰 오크들은 기세등등하게 진군했다. 여전히 최선두는 족장인 그룬돌의 차지였다. 생각지도 못하게 당해서였을까, 오크들은 물론이고 내내 느긋하게만 보이던 그룬돌도 성이나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가는 길은 순조로웠다. 여전히 그룬돌을 제외한 오크들은 한번씩 함정을 건들였다. 어지간히도 고블린들이 함정들을 설치해놓은 결과였다. 특히나 하룻밤이 지났다 하더라도 여전히 흥분한 상태이기 때문인지 오히려 전날보다도 희생되는 오크들의 수는 늘어나 있었다.
"그르르르르"
희생자의 수가 늘어났다 하더라도, 제대로된 길을 찾았기 때문인지 결국 고블린들의 마을을 찾는데는 생각보다도 수고스러울 일은 없었다.
늪지대에서부터 출발한지 한나절만에 슬슬 노을이 생기는 무렵 오크들은 고블린들의 마을을 발견 할 수 있었던 것이다.
고블린들의 본거지라고 할 수 있는 장소가 눈에 보이자 그는 우선 몸을 멈춰세웠다. 그가 걸음을 멈추자 마찬가지로 그의 뒤를 따르던 오크들도 일단 걸음을 멈춰 세웠다.
계속해서 있는 함정들도 그렇고, 바로 전날에 당했던것을 떠올리니 그룬돌은 무작정 이대로 처들어 갈 수 없다고 생각했다. 먼저 저 안에 별다른 장치가 없는지 살피는게 먼저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게다가 고블린들이 계속 모습을 보이지 않는것도 신경이 쓰였다. 몇차례 기습에 좋은 길목을 지나쳤었지만, 단 한번도 고블린들의 공격을 받은 적이 없었다.
"그르륵, 고블린들. 움직이지 않는다. 이상하다"
"우리가 너무 강하다. 그래서 도망쳤다! 이게 분명하다. 쿠하하하!"
그룬돌은 가만히 떠올려보니 이상하게 여겨지는 상황에 주변을 훒어보았다. 무언가 수상한 것은 없는지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그 사이 오크들은 쑥덕쑥덕 떠들어댔다. 그들도 지금까지 고블린들이 보이지 않는것을 이상하게 생각하기는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변을 둘러본다고 무언가를 알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크륵, 너. 너. 너. 저기까지 갔다 와봐라"
결국 그룬돌은 그가 쓸모없다고 생각하는 몇몇 오크들을 고블린들의 마을에 접근하도록 시켰다. 그에게 점찍힌 오크들은 구시렁 거리면서도 그의 명령에 따라야했다.
그리고 그 오크들이 마을의 가까이 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동안 아무일도 없었다. 정말로 아무일도.
그룬돌은 더욱 의심 할 수 밖에 없었다. 지금까지 고블린들이 나타나지 않는것은 그렇다 칠 수 있다. 여력이 안되거나 무언가 더 큰것을 준비하고 있다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이 살아가는 터전의 바로 코 앞까지 물리적으로 다가갔음에도 아무런 반응이 없을수는 없었다.
"후우!"
의심은 더욱더 깊어져만 갔지만 이곳에 가만히 있을수는 없었다. 크게 숨을 내쉰그는 이내 각오를 다지고는 고블린들의 마을을 향해서 다가갔다. 점점 약해져가긴 하지만 이 근처에 그가 쫓아오던 흔적과 같은 것이 이리저리 흩어져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가 쫓던 이가 지금 이곳에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이곳에 있었던것 만큼은 정확한 사실이었다.
그리고 그의 흔적은 여전히 저 마을로 이어지고 있었다. 게다가 그는 후퇴라는 단어에 치를 떠는 이였다. 그런 그가 후퇴를 선택 할 수는 없었다. 그룬돌은 결국 고블린들의 마을에 진입하는 것 말고는 다른 수가 없었다.
결국 그는 오크들을 이끌고 마을로 접근하였다. 그리고 그가 기천에 이르는 오크들을 이끌고 마을에 다가가도 아무런 반응은 없었다.
이내 그들은 마을의 안으로 발을 디뎠고, 그들은 텅 빈 마을만을 보게 되었다.
"그루욱?!"
그는 물론 오크들은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놀란 모습을 보였다. 설마하니 고블린들이 후퇴했을 것이란 건 생각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그롸아아아!"
콰앙!
오크들은 그저 고블린들이 없다는것에 놀랐을 뿐이지만, 설마하니 놈들이 도망쳤을거란 생각을 못했던 그룬돌은 강하게 땅을 차면서 분을 풀었다.
전날 있었던 굴욕도 갚으며 그가 인정할만한 강자와의 일전을 기대하면서 들뜬 마음이었는데, 그것들이 모두 무산되어버린 것이다.
이곳에 그들의 적인 고블린들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자 오크들은 신나서 달려갔다. 그렇지 않아도 이들 중에는 굶주린 이들이 상당수 있었다. 그룬돌의 출전은 미리 예견되어있던 것이 아닌 갑작스러운 상황이었고, 그 상황에서 식량을 수급하는데도 큰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더 이상 싸울 필요가 없어졌다. 그리고 오크들이 보아하니 고블린들은 다급하게 도주한것이 분명했다. 자연스레 오크들의 생각은 그렇다면 이곳에는 식량이 남아있을 것이 부명하다는데까지 닿았다. 그러자 이렇게 굶고 있을 필요도 없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는 듯이 얼마 지나지 않아서 오크들은 빽빽하게 창고에 쌓인 식량들을 발견 할 수 있었다. 환호성을 내지른 오크들은 당장 달려가서 그것들을 입에 담았다. 그것은 다른 오크들의 식량을 빼앗든지 시켜서 어떻게든 식량을 수급했던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식탐이 강한 오크들이 이런 기회를 저버릴리가 없었다.
그런 오크들을 보면서도 그룬돌은 찝찝해했다. 상황을 보면 분명 그들이 도망간것은 확실했다. 하지만 그의 생각에서는 그가 이렇게 도망친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어찌되었든 여기 오기까지 상당히 고생하기는 했지만, 그 이후로는 별 수고랄것도 없이 상당량의 식량을 얻었다. 그는 일단 그에 만족하기로 생각하면서 다른 오크들이 한창 음식들을 흡입하고 있는 장소로 끼어들어갔다.
거의 모든 오크들이 고블린들의 음식에 입을 대었다. 그리고 그렇게 먹어댔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쌓아놓은 음식물의 산은 그리 줄어들지 않았다.
그런 음식의 산을 바라보면서 그룬돌은 일단 안정을 찾았다. 적으로 삼은 이들이 도주했다는 것이 불쾌하긴 했지만 그건 다시 하루를 쉬고 찾아나서면 된다고 생각하면서 화를 풀었다.
긴장이 풀린 그는 그대로 고블린들의 마을에서 하루를 휴식하기로 생각했다. 어차피 그의 눈에는 놈들을 쫓을 수 있는 흔적들이 보이고 있었으며, 하루정도 쉰다고 하더라도 크게 뒤바뀔것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오크 족장은 눈을 감고는 하룻밤을 탈취한 고블린들의 마을에서 보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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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밤하늘이 푸르스름히 밝아올 무렵. 잠들어있던 그룬돌은 잠에서 깨어났다. 평소와 같은 기상이었다. 그가 직접 움직이기 전까지는.
기이익-
몸을 일으키려 하자 그는 무언가 이상함을 느껴야 했다. 몸은 전혀 움직이지 않았으며, 무언가가 단단히 붙들고 그가 움직이지 못하게 막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