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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뜨니 고블린-179화 (179/374)

179화

준비

마인은 루프스가 떠나는 모습을 보고는 그의 부하들과 합류했다. 루프스가 경계하는 모습을 보고는 지금 상황이 심상치가 않다는 사실을 눈치챘었던 그가 미리 오크들이 나타났던 지점으로 파견해 두었던 것이다.

지점에 도착한 그는 이곳에 이렇다 할 구조물들을 만들어놓지 않았기 때문에, 은밀히 숨어보고자 나무에 올라타서 감시하고 있는 그의 부하들을 확인해야 했다. 다행히 그들은 그가 도착한 것을 알고는 모습을 드러내 주고 있었다.

재빨리 그들에게 합류한 마인은 그들과 함께 오크들의 영역을 살펴보았다. 그 사이 그가 올라오면서 생긴 빈틈들은 그의 부하들이 세세하게 덮어주었다. 오크들의 영역을 살피던 그는 마찬가지로 그곳을 주시하고 있는 그의 부하들과 속삭이듯이 말을 걸었다.

"그동안 변화는 없었나?"

만일에 대비해서인지 말을 거는 그의 목소리는 매우 작았다.

"아직까지는"

그의 옆에 바짝 붙어있던 한 고블린이 마찬가지로 낮고 작은 목소리로 그에게 대답했다.

이들은 마인의 직속 부하들로서, 그 동안 정보 수집이나 그의 대행 역할 등, 전투 이외의 분야에서 그를 돕고 있었다. 아직 태반이 중급 정도의 수준들이지만, 특히나 몸이 날랜이들이 대다수이기 때문에 정찰을 통한 정보수집이 특기들이었다.

그런만큼 그들이 목표물을 놓치는 일은 드물었다. 특히나 오크들처럼 덩치가 크고 몰려올것이 뻔한 적들의 경우는 시야에 들어오는 즉시 발견하는거이 가능 할 정도였다.

그 사실을 증명이라도 하겠다는 듯이, 마인이 도착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한 고블린이 그의 비어있는 옆으로 떨어져 내렸다.

"적을 발견했습니다. 현재 천천히 행군중이며 이곳에 도착하기까지는 하루정도의 시간이 걸릴것으로 보입니다"

정찰을 마치고 돌아온 그는 오크들의 움직임을 그에게 알려주었다. 그 이야기를 듣자 마인은 화들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벌써?!'

그는 오크들이 공격한다고 하더라도 시간이 좀 걸릴거라고 생각헀다. 이미 얼마전에 습격이 있었지만, 그 전부터 그들이 공격하려는 마음이 있었다면 단번에 들이칠수도 있었다.

하지만 오크들은 단 한번의 공격을 마치고는 다시 그들의 부족으로 돌아갔다. 그대로 불시에 고블린들을 쳤다면 적어도 북쪽의 영역을 담당하고 있는 북쪽 마을은 별다른 저항도 하지 못하고 완전히 허물어졌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은 그들이 아직 그럴 생각이 없다고 마인은 판단했었다.

그에 대해서 짐작도 하지 못했었던 그가 이 자리에 있는 것은, 그 자신이 그렇게 판단했다 하더라도 루프스의 판단을 아예 무시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가 선두에서서 직접 두 눈으로 상황을 살피려 한다면, 그것 만으로 그를 따르는 고블린들의 신뢰를 굳힐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판단은 빗나가고, 루프스의 짐작은 들어맞았다.

실제로 좀 전까지만 해도 루프스가 다시 숲속 마을로 다급히 원군을 데리고 오기 위해서 돌아가는 것도 너무 과하게 생각하는것이 아닌가 했었다. 몰랐다면 모를까, 알고 있다면 그는 이곳에 모여있는 고블린들 만으로 얼마든지 처들어오는 오크들을 물리칠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의 판단은 틀려버렸다. 그리고 그와 반대로 오크가 처들어올것이라 예상이라도했던 루프스는, 만일에 대비해서 마인에게 만일 그들이 처들어왔을 때 행동 방침들을 전달하고 돌아갔었다.

멍한 정신을 화들짝 깨운 것은 위기감이었다. 그는 이곳에 있는 그의 부하들 모두에게 이곳에서 물러나기를 명했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 물러나면서 그는 이곳에 만일을 대비해서 심어두었던 함정들을 가동시켰다.

그에게 그나마 다행인것은 그것이었다. 그는 이미 습격이 있었던 이 주변에 함정들을 깔아놓았다는 것이다. 각각의 마을의 주변에는 함정들이 잔뜩 깔려 있다. 다만 순찰의 경로에는 함정들을 깔아놓지는 않았다. 있더라도 평소에는 활성화를 시켜놓지 않는다.

마을 주변은 함정뿐만 아니라 엘프들의 도움으로 숲 지대를 형성했기 때문에 엘프가 아닌한 오고가기가 제법 까다롭다. 실제로 그 때문에 코볼트 마을의 감시자들이 돌아올 때도 동행중인 엘프가 고블린들을 안내하는 우수운 상황도 벌어지고 있었다.

그 외에는 최근들어서 활용하는 일이 드물거나 아예 없어서 묵혀두기만 했었지만, 여전히 그 발전은 계속되고 있었다. 이제는 대장장이들도 참가해, 특수한 장치들을 만들어내면서 단순히 작동되고 안되고 정도는 조절이 가능할 정도로 발달했고 그것은 마을 이외의 지역, 특히 순찰을 도는 지역을 중심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당연히 오크들과의 접경지역에도 그런식으로 함정들이 깔려 있었다. 애초 영역의 경계 모두에 비활성화된 함정들이 깔려있었다. 평소에는 순찰하는데 방해기 때문에 그런 조치를 취해놓은 것이다. 그리고 다시 함정을 활성화 시키는 것은 오로지 그 마을의 책임자만이 알고 있었다.

그리고 오크들의 습격이 알려지고 어느정도 수습이 되자 마인은 미리 이곳의 그 주변의 함정들을 활성화 시켜 놓았다. 그에게는 활성화라고 해도 발동이 안되도록 붇잡아두고 있는 넝쿨들을 끊어두는 것이지만 말이다.

일부러 무너지지 않도록, 쏘아지지 않도록 붇잡고 있던 넝쿨이 잘리면서 함정들은 재가동 되었고, 그것이 마인을 비롯한 그들이 물러나도 한동안은 오크들의 발을 잡아주는 역할을 맡아 줄 것이다.

마인은 마을로 돌아가 두단계 올라가있던 경계태세를 치우고는 적들이 처들어오고 있다는 전투태세, 그 중에서도 마을을 지키는 방어태세로 바꾸었다.

숨어서 경계를 지켜보기만 하던 고블린들은 마을로 돌아와 숲의 곳곳으로 퍼졌다. 일반적인 군락지에서 보다 두배이상 빽뺵이 들어선 나무들의 사이사이로 숨어들어갔다. 그리고 나무를 파서, 그리고 나뭇가지를 얼기설기 엮이게 만들어 나무와 나뭇잎 사이에 숨겨둔 은신처들로 숨어들어갔다. 모두 엘프들의 도움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이곳에서 전투를 준비하는 고블린들도 이곳의 모든것을 알고있지는 않다. 오로지 순찰을 돌고 마을로 들어서는 경로와 각자 담당하는 지역까지 가는 길, 그리고 그 주변에 대해서만 알고 있을 뿐이다.

고블린들은 이곳에 숨어 오크들이 오기를 기다렸다. 마인도 온전히 믿지는 않지만 루프스의 이야기를 허투루 듣지도 않았다. 그리고 몇몇 고블린을 불러내서 그에 대한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본래 모두, 같은 지역에서 떠나온 이들. 당연히 그들 중에는 그보다 오래 살고, 소수나마 루프스와 그 시작을 함께했던 이들도 있었던 것이다.

과연 그들의 이야기는 루프스와 그다지 다르지 않았다. 오히려 그보다도 더욱 두렵게 여기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당연히 그것은 마인이 오크들을 얕보지 않도록 하는데 도움을 주었다. 그리고, 정면으로 부딪히는 것을 꺼려했던 루프스를 떠올리고는 직접 맞붙기 보다는 이렇게 마을에 숨어서 게릴라로서 활동하기를 원한 것이다.

게다가 오크들이 이곳을 찾는것도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이곳에는 루프스와 마찬가지로 거주지를 숨겨주는 종족 특성을 가진 이가 머물고 있었다. 당연히 그가 머물고, 은신처라 생각하기 때문에 이곳은 그가 아군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을 제외하고는 그저 흐릿한 형상만을 취할 뿐이다.

다만 지금 루프스의 경우는 아예 보이지 않도록 만들며, 일정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다면 마을의 바깥에 나가있는 이들도 절로 가려주는 정도였다. 그가 직접 마을에 머물면 그 효과는 더욱 강력하지만 그가 마을에 없더라도 어느정도의 효과는 보여주고 있을 정도였다.

그것을 떠올리니 마인은 마음이 든든해지는 듯 했다. 그렇게 그가 오크들의 공격을 대비하고 어느정도 끝을 맺는 순간, 저 멀리서 작지만 큰 외침이 들려왔다.

"그워어어어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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