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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뜨니 고블린-175화 (175/374)

175화

준비

나무로 만들어진 흔들의자 위에 앉아있는 루프스는 밖으로 나가는 엘프를 바라보았다. 엘프는 코볼트 마을에 별다른 문제는 없다는 단순한 보고를 해왔을 뿐이었다.

"별 문제 없이 우리들의 부족은 여기까지 커질 수 있었군"

루프스는 눈을 감고, 지난 수년의 시간동안 성장한 자신의 부족에 대해서 떠올렸다.

무엇보다도 그가 머무는 마을이 가장 크게 성장한것을 떠올리면 그는 입가에 웃음이 지어졌다. 마을은 코볼트들과 분리되면서 더욱 발전하기 시작했었다.

불화가 사라지니 생산직에 종사하는 고블린들은 작업에 집중 할 수 있었으며, 여기저기서 일어나던 불협화음도 급격히 줄어들면서 발전하게 된 것이다.

그저 초라한 건물과 겨우겨우 무너졌던 벽에 간단히 세운 목책만 있던 마을에서 루프스의 키도가 두배에 달하는 높이의 성벽에 둘러쌓인 우후죽순 건물이 늘어선 하나의 요새가 되어 있었다.

최초, 동굴에서 나와 조잡한 목책을 둘렀던 조그만 마을을 떠올리면 가히 엄청난 성과라고 할 수 있었다.

"이것도 모두 고블린들의 번식력 덕분이지"

그가 다스리는 부족이 이렇게 성장한지는 정확히는 2년 정도밖에 지나지 않았다. 안정된 상태에서 시간이 지나자 차츰차츰 수가 늘어나기 시작하더니 어느 시점에서 급격히 전체적인 수가 늘어난 것이다.

그렇게 늘어난 고블린들이 대부분 일에 써먹을 수 있는 성체로 자라난 시점이 대략 2년 전이었고, 그가 자식들을 시켜서 새롭게 마을을 만들어, 경계를 지키도록 시키기 시작한것도 같은 시점이었다.

그들의 수가 늘어나자 식량 생산에 부족했던 인원들이 보충되었으며, 넓은 지역을 온전히 지킬 수 있는 병력들도 충분히 확보되었다. 그들의 무기를 생산해야 하는 대장장이들도 수가 부쩍 늘어난 고블린들 중, 흥미를 가진 이들이 늘어나면서 여유를 가지게 되었다.

그 후로는 그들은 생활 용품을 생산하는 이들과, 장비들을 만드는 이들로 나뉘어 질 수 있었다.

생활 용품은 의자나, 탁자와 같은 물건들을 생산했다. 그 외에도 남은 음식물을 담을 용기라거나, 루프스와 프리트가 필요하다 요구하는 것들을 제작하고는 했다.

장비를 만드는 이들은, 단순한 무기의 생산에만 힘쓰던 것에서 바뀌어, 이제는 방어구도 생산하기 시작했다.

고블린들과 코볼트들은 무기는 잘 제련된 인간 대장장이들과 그들에게서 배운 고블린들이 만든 것들을 착용하고 있다. 하지만 방어구의 경우는 별다른것이 없었다. 다른 몬스터의 가죽을 이용해서 만든 가죽으로 된 갑옷이나마 입은 이들도 드물었으며, 옷과 무기를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장비하지 않은 이들이 대다수였다.

과거 코볼트들은 제법 괜찮은 장비들을 하고 있던것과 비교하면 초라할 정도였다. 그런 코볼트들도 최근까지는 별다른 방어구를 착용하지 않기까지 했다.

오랜만에 방어구를 제작하는것은 그들에게도 어려웠지만, 그것만을 전문으로 하는 대장장이가 생기면서 엉망이던 품질이 점점 안정되어갔다.

지금에 와서는 고블린들 서열의 가장 밑바닥에 있는 이들도 급소를 보호하는 방어구정도는 착용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급격히 고블린들의 수가 늘어나는데 또 한번 일조하기도 헀다.

태어나고 자라는 고블린들과, 매일같이 침략해오는 적들에 의해서 죽어가는 고블린들의 수는 비슷했었다. 하지만 그것도 균형이 무너져내렸다. 방어구를 입자, 죽는 고블린들의 수는 줄어들었으며, 늘어나는 수는 그 기세를 잃지를 않으니 고블린들이 늘어나는 것은 필연이었다. 그리고 이것은 코볼트들도 마찬가지였다.

코볼트들의 수도 고블린들처럼 급격히 늘어나면서 그들이 살아가는 마을도 수를 늘여야 했다. 다만 그들은 늘이려고 하더라도 적당한 부지가 없어, 비교적 좁은 장소 두곳에 새로 뿌리를 내리는 수 밖에 없어 고블린들에 비해 적은 수임에도 불구하고 세개의 마을을 지니게 되었다.

가장 성가신 문제였던 경계를 넘어서 침투하는 적대 몬스터들이 이제는 자주 경계를 넘지 않는것으로 거의 해결되었다. 그렇더라도 그들이 절대 경계를 넘지 않는것은 아니기 때문에 여전히 경계를 위한 순찰은 진행되고 있었다. 게다가 이제는 침투해오는 적들을 방어하는게 아닌, 오히려 그들이 적들의 영역을 침투해서 고블린과 코볼트들의 성장을 꾀하고 있었다.

루프스는 과거에 비해서 크게 성장한 부족을 생각하면서 이제 슬슬 때가 가까워짐을 느끼고 있었다.

"이제 내가 원하는 때까지 얼마 남지 않았군"

흔들의자에 앉아 까딱 까딱 의자를 흔들면서 나직이 읊조렸다. 그가 직접 순찰을 하지는 않지만 그들의 보고는 항상 귀담아 듣고 있었다. 그들의 보고에 의하면 최근 고블린들의 영역 근방에서 소란스러움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그곳에서 보지도 못했던 몬스터들이 나타나는가 하면, 무언가에 쫓기듯 도망치는 것 처럼 보이는 몬스터들도 나타난다고 한다.

"애초에 시간도 얼마 남지 않은것 같고"

루프스는 그것이 인간들에 의한 것이라고 짐작 할 수 있었다. 이제 숲에 직접 돌입 할 수 있다고 판단한것이 분명하다. 그는 그들이 그러는것이 지금도 제법 늦은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그렇게 벌리던 시간도 이제는 끝이 났군"

그가 어떤 생각을 하던 이제 다시 인간들이 군락지의 내부에 관심을 두고 있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었다. 그리고 그는 그것이 지금이라는 사실에 내심 안도하기도 했다. 이제 그가 생각했던 대비가 거의 끝났기 때문이었다.

"지금 이상의 전력을 얻어내기에도 한계가 가까워졌고"

루프스의 부족이 지닌 전력을 늘이기 위해서는 충분히 강력한 몬스터들이 확보되어야만 한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는 그들이 자주 경계를 들락날락 하기 시작하면서 몬스터들의 개체수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문제가 되었다. 이제는 새로운 적들을 상대하려면 멀리까지 원정을 나가야하는 상황이지만, 그러지 못하고 있다.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만 멀리 나간다면 피해가 생길 확률이 늘어난다. 그렇지 않아도 적들의 영역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패널티를 가지고 있는 판에 지원을 가기도 어려운 멀리 나간다는 것은 희생이 늘어 날 수도 있는것을 우려한 것이다.

적들이 없으니 더 이상 성장하기는 요원한 일이다. 그리고 그것은 그가 인간들을 향해서 처들어가기에 가까운 시기가 되었다는 의미였다.

고블린들도 인간들에 대해서는 익히 알고 있었다. 엘프들과 함께 지내면서 들은 바도 있으며, 무기를 받으러 가는 대장장이들에게 듣는 경우도 자주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 곧 루프스는 부족 전체에 전쟁에 대한 알림을 전할 것이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그는 오로지 인간들과의 전쟁을 위해서 준비에 들어갈 것이다.

생산직에 종사하고 있는 이들은 고블린들과 코볼트들이 쓸 무구들을 정비하고 예비를 위한 물량들도 쏟아낼 것이며, 이 때를 위해 준비해둔 식량들도 준비 할 것이다.

코볼트들은 그들과 함께하지는 않겠지만 따로 돌아서 인간들의 신경을 분산시켜 줄 것이다.

그리고 루프스를 비롯한 세 고블린들과 그의 자식들은 먼저 인간들을 향한 길을 뚫을 것이다.

그 밖에 다양한 준비들을 떠올리면서 루프스는 흔들의자에서 일어났다. 의자에서 일어난 그는 밖으로 나와, 세 고블린들을 소집했다.

세 고블린들은 그의 소집을 듣고는 재빠르게 그의 오두막을 향해서 뛰어왔다. 그들과 함께 안으로 다시 들어간 그는 다양한 이야기를 진행했다. 곧 인간들을 공격하고자 하는 그의 의지였다.

그리고 그가 인간들을 상대하고자 생각하고 있을 때, 그가 전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생각지도 못한 이들에 의해서 만들어진 위협은 다가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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