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4화
준비
코볼트들의 마을이 완성되자 고블린들과 함께 살아가던 코볼트들 대부분이 기존에 살던 곳에서 떠나갔다. 남은 이들이 없는것은 아니었지만 떠난 이들과 비교하면 매우 극소수였다.
떠나는 코볼트에 발맞추어 루프스는 엘라의 추천으로, 과거 그녀의 부하였던 시아를 책임자로 두고 그녀의 호위라는 명목으로 고블린들을 붙여서 보냈다. 원래라면 그녀보다는 별 힘이 없는 일반 엘프를 보냈을 것이다. 그 편이 코볼트들로서는 자신들에게 위협이 되는 인물이 오는게 아니기에 안심 할 수 있으며, 고블린들을 호위 명목으로 붙여도 이상할게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루프스는 첫 파견자로 어느정도의 무력을 지닌 시아를 보냈다. 그녀가 비록 일선에서 물러났으며, 지닌 힘도 그리 크지 않다고 하더라도 중급 코볼트 정도는 상대하는것이 가능했다. 그가 그녀를 선정한 것에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었다.
먼저 그녀를 추천한 것이 엘라라는 점이었다. 애초에 그다지 무력을 보유하지 않은 엘프를 보내자는 의견을 낸것이 그녀였다. 그런 그녀의 추천이니 나름대로의 의도가 있을거란 생각을 할 수 있다.
두번째로는 새로운 밭을 만드는데 도움을 주기 위해서 선정된 것이다. 새롭게 마을이 건설된 장소는, 아직 완전히 안전이 확보된 장소가 아니다. 마을이 지어진 근방이라면 딱히 문제가 없겠을 것이다. 하지만 보통 그들이 꾸리는 밭은 보통 마을에서 좀 떨어진 장소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허다했다. 당연히 그곳까지는 안전을 보장하지 못하는 상태다. 떠돌아다니는 최하급이나 하급 높으면 중급에 해당하는 몬스터들이 출몰하기도 하니, 일반적인 식물을 가꾸는 능력정도 밖에 없는 엘프로서는 버티기 힘들다고 판단한 것이다.
후자의 이유가 보다 더 영향이 크지만 이와 같은 두가지 이유로 그녀를 보내게 된 것이다.
코볼트 마을로 파견나가는 시아의 호위로는 상급 고블린 하나와 다수의 중급과 하급 고블린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정도 인선에 코볼트들은 다행히 그다지 반발하지 않았다. 아직 지배자는 고블린이라는 인식과 그정도는 위협은 되지않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코볼트들과 고블린들의 갈등은 억지로나마 일단락을 시킬 수 있었다.
그 뒤로 격리시켜서 생활하게 두다 보니, 서로 보이지 않은 덕분인지 항상 끓어오르던 갈등이 점점 수면 밑으로 가라앉는듯 보였다. 다시 생활이 섞이게 된다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루프스로서는 만족스러운 상황이 되었다.
고블린들과 코볼트들이 싸우지 않자 영역의 관리가 수월해졌다. 군사적으로 협동 할 때는 싸우지는 않는다지만, 그것이 사이좋게 일을 처리하는게 아니라는걸 실감했다.
루프스는 지금까지도 고블린들 위주로 작업이 행해졌기 떄문에 별 차이가 없을거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실제로 뚜껑을 따보니 전혀 그렇지가 않았다.
코볼트들이 떨어져 나가면서 그 업무도 분담되었다. 코볼트 마을이 자리잡은 곳 근방은 코볼트들이 책임지고 정찰에 침략해오는 다른 몬스터들을 물리쳤다. 과거에는 정찰병들이 감당하기 힘든 적들이 발견되었을 때만, 출발하는 병력들의 사이에 끼어있었기에 출전의 기회도 적었으며 그와 비례해서 성장의 기회도 박탈당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루프스가 내어준 지역을 위주로 직접 나서서 경계를 넘어서는 적들을 물리치고 있었다. 그것은 코볼트들의 요구였다. 그들이 이제부터 살아갈 터전의 안전을 전부 고블린들에게 의지할수는 없다는 의견이었다. 루프스는 그들의 의견을 들어주었다. 그리고 그들은 그동안 강제로 떠안고 있던 남이 주는 안전을 내주고, 그들이 일궈내야하는 안전과 성장의 기회를 얻어내는데 성공했다.
코볼트들이 한 구역을 담당해주면서 고블린들이 지켜야 할 범위는 줄어들었다. 고블린들은 코볼트들이 경계를 담당할 구역을 일부 가져갔다는 사실에 그저 담담했다. 그에 대해서 전혀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고블린들은 그들이 해야하는 일만을 묵묵히 해나가기만 했다.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흘러서 몇년의 시간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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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법 긴 시간이 지나자 고블린들이 관리하는 마을은 다섯으로 늘어났다. 숲속 마을을 중심으로 두고 새로운 마을이 세개가 생겨난 것이다. 숲속 마을은 여전히 루프스의 밑에 있으며 나머지 마을들 넷은 그의 자식들이 다스리고 있었다.
고블린들의 마을이 늘어날 때 코볼트들 또한 한곳에서 모두 수용하기에는 확장에 확장을 거듭해도 버거웠다. 그 때문에 새로운 마을을 두곳을 더 만들었으며, 그곳들은 그동안 성장해 최상급에 도달하는데 성공한 두 코볼트가 다스리고 있었다. 그들의 마을이 늘어나면서 파견되는 엘프들과 고블린들을 늘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동안 엘프들이 코볼트 마을과 고블린들의 마을을 오고가면서 세세히 정보를 전달해주었다. 그것에 거짓은 없었으며, 코볼트들도 딱히 돌발행동을 보이지 않았다. 다만 주기적으로 교체해야하기 때문인지 엘프들중 절반은 강변 마을 옆에 지어둔 마을에서 숲속 마을 근방으로 이주해왔다.
이주해온 엘프들의 책임자는 엘라가 맡고 있었다. 한창 촌장의 후계자로서 교육을 받고 있던 그녀는 실전 경험도 겸해서 이곳으로 다른 엘프들과 함께 이주한 것이다.
엘프들은 적당한 시기에 코볼트 마을에서 머무는 엘프와 교대하고, 돌아온 엘프는 먼저 루프승게 직접 보고를 하고는 마을로 돌아가는 방식이다.
새롭게 교대해서 숲속 마을로 들어서는 한 엘프가 있었다. 고블린들의 호위를 받으면서 숲속을 헤치고 있었다. 고블린들은 가운데에 엘프를 둘러싸면서 수풀을 들고있는 창과 검으로 헤집고, 엘프는 울창한 나무 숲을 헤집고 고블린들이 길을 벗어나지 않도록 길잡이 역할을 했다.
고블린들도 충분히 마을을 찾아 갈 수 있는 방법이 있었다. 하지만 엘프가 직접 찾는것에 비해서 시간이 배로 걸린다. 엘프의 길잡이로 고블린들은 빠르게 마을을 향해서 접근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들은 과거와 비교도 하기 힘들 정도로 확장되면서 새롭게 지어진 성벽을 눈에 담을 수 있었다.
성벽의 한 가운데에는 문이 달려있었고, 그곳에는 둘의 고블린이 문 앞을 지키고 있었다.
고블린들이 다가오는 이들을 확인하고는 문을 열어주었다. 주기적으로 다녀오며, 얼마전에도 고블린들의 호위를 받고 출발한 엘프가 있음을 알고 있어 그들이 다시 귀환하는 이들임을 알아 챌 수 있었다.
문을 열고 안으로 진입한 그들은 안쪽으로 걸어들어갔다. 그들이 들어간 문의 주변에는 고블린들이 살아갈 오두막과 움막으로 가득 차 있었다. 대부분이 생산직에 종사하는 고블린들이 지내는 집들이었다.
그들은 더욱 안으로 들어갔고, 한참을 걸어들어가자 광경이 뒤바뀌었다. 천을 짜내는 고블린들이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있었으며, 그 재료들을 채집했는지 바깥에서 돌아오는 이들이 엘프 일행의 뒤를 추월해 뛰어 들어오고 있었다.
과거의 비교적 한산했던 그들과 비교했을 때 수배는 북적거리고 있었다.
안으로 들어가자 다시 고블린들의 거주지가 나타났으며, 그 다음은 대장간과 인간들이 머무르는 거주지역이 함께 나타났다. 그리고 보다 안으로 쭈욱 들어가면, 루프스가 살아가는 장소에 도착 할 수 있었다.
루프스의 오두막, 다른 고블린들이 사는곳과 그다지 차이도 없는 장소에 도착 할 수 있었다. 그곳에 도착하고 엘프는 자신과 함꼐 온 고블린들과 헤어졌다. 고블린들은 귀환한것을 보고하기 위해서 그들의 상사가 있을게 뻔한 훈련장으로 향했으며, 엘프는 루프스가 있는 오두막의 안으로 발걸음을 내딛었다.
끼익
오두막에 달려있는, 이질적으로도 보이는 철로 만들어진 경첩소리를 들으면서 그는 문 안쪽의 한 탁자위에 앉아있는 검은색 일색의 고블린을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