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8화
준비
스콘드와의 순찰을 마치고 루프스는 그와 함께 코볼트 마을, 그들끼리 숲속 마을로 부르는 장소로 돌아왔다. 여담으로 그들이 이사하고 지금까지 지냈던, 지금은 어린 고블린과 코볼트들이 태어나고 머무는, 최하급과 하급 몬스터들이 성장하는 장소는 강변 마을로 부르고 있었다.
현재 강변 마을은 엘프들의 식물생장 능력으로 자라난 나무들로 감춰져 있다. 그리고 숲속 마을은 현재 루프스가 머물면서 그의 능력이 적용되어 그의 휘하가 아닌 이들에게는 흐릿해져서 감춰져있었다. 루프스가 이끄는 부족의 일원이 아니라면 울창한 숲속에 가려진 흐릿한 마을을 찾는것은 매우 어렵다. 그 덕분에 루프스는 순찰을 나서면서도 걱정하지 않고 느긋하게 대화를 나누다 돌아올 수 있었다.
부족으로 돌아온 그는 고블린과 코볼트 병사들을 훈련시키는 장소로 향했다. 현재 그들의 훈련을 담당하고 있는 파인피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족장!"
루프스가 그를 찾아나선지 얼마 지나지 않아 간단하게 찾을 수 있었다. 이미 해가 저물기 시작하는 시간이라 그런지, 이미 모든 훈련 일정은 끝나 있었다. 그리고 그 시간에 넓은 훈련장에서 여전히 훈련을 하고 있는 것은 파인피 뿐이었다.
루프스가 자신을 향해서 다가오는 모습을 확인한 파인피는 소리높여 그를 불렀다. 그가 이곳에 온 목적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역시 여기 있었군"
그의 부름에 화답하듯 루프스도 웃으면서 그를 향해 다가섰다. 파인피를 향해서 다가간 그는 우선 하룻동안 실행된 훈련의 현황을 그에게서 들었다.
"평소와 별 다를바 없습니다! 특출난 녀석들은 없지만 모두 무리없이 훈련을 잘 따라오고 부상자도 사망자도 없습니다!"
그의 대답에 루프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전날과도 다름이 없는 보고였다. 형식적인 물음을 끝낸 그는 훈련장의 외곽으로 걸어갔다. 그리고는 그곳에 놓여있는 날을 뭉툭하게 만들어놓은 도끼를 하나 집어들었다.
그에 호응하듯이 파인피도 그 옆으로 다가가더니 마찬가지로 날이 둥글게 깎여있는 창을 집어들었다.
훈련장의 가운데로 간 두 고블린은 이내 서로를 향해서 무기를 겨누었다. 훈련의 마무리로 행해지는 대련을 하기 위해서였다. 둘은 자주 이렇게 하루 일과의 마지막으로 대련을 하고는 했다. 가장 큰 이유는 파인피의 취미에 루프스가 어울려주는 것이다. 게다가 그와는 사용하는 무기가 다르다. 몬스터들도 갖가지 무기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족보행에 도구를 사용하는 몬스터라면 모두가 사용한다고 할 수 있으니, 그에 대한 대비로도 좋았다.
"그럼, 오늘 마무리 훈련을 시작하지!"
자세를 잡은 루프스는 그렇게 말하고서는 파인피를 향해서 달려들었다. 짧게 잡은 도끼를 파인피를 향해서 휘둘렀다.
채앵-
다가오는 도끼를 파인피는 창의 날을 계속 정면으로 향한체 살짝 휘둘러서 튕겨냈다. 도끼에 담긴 힘이 약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도끼를 튕겨낸 그의 창은 튕겨진 도끼에 의해서 살짝 틈이 드러난 루프스의 몸통을 향해 찔러들어갔다.
쐐액- 팅-!
루프스는 찔러들어오는 창날을 재빨리 수습한 도끼의 면을 이용해서 막아냈다. 철과 철이 부딪히는 소리를 내면서 둘은 한걸음씩 물러섰다.
한걸음 물러선 둘은 다시 공격을 위해 자세를 잡았다. 서로를 향해서 창과 도끼를 겨눈 둘은 잠깐의 대치 이후 그대로 달려들었다.
챙, 챙 팅- 팅-
루프스는 첫 공격 이후로 제대로된 공격을 시도하지 않았다. 그저 파인피가 찔러넣는 공격을 도끼를 이용해서 막아내기만 할 뿐이다.
루프스로서는 파인피와 그의 힘 차이가 상당하기 때문에 힘을 살짝 빼고는 그를 상대하는 것이다. 그저 힘으로 밀어붙이기만 하면 손쉽게 이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사실은 파인피도 잘 알고 있었다. 루프스와 그 사이에는 상당한 신체능력의 차이가 있었다.
루프스가 제대로 도끼를 휘두르면 파인피는 그 공격을 제대로 막기도 힘에 겨울 것이다. 수차례 막아내는것은 가능하겠지만 그만큼 팔에 무리가 가고, 결국 무너져내릴 것이라는건 자명한 사실이다.
게다가 지금은 그가 일일이 그의 공격을 받아쳐주고 있지만 피하기로 마음먹으면 한번 공격을 피해내고는 파인피가 다시 찔러오기도 전에 그 사이의 빈틈으로 도끼를 찔러넣는것은 루프스에게는 손쉬운 일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는 훈련이 되지 않았다. 피하더라도 단번에 그를 끝낼 생각으로 하는것이 아닌 그가 능력을 이용하지 않는 한 도끼가 닿지 않는 범위에 한정했다. 그리고 이것이 그와 루프스 사이의 대련에서 루프스가 가지는 페널티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는 능력도 함부로 사용하지 못한다. 한단계의 차이는 직접 접촉이 없더라도 루프스는 능력을 이용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가 능력을 사용하면 싸움은 곧 끝났다. 그래서 그는 파인피가 능력을 사용하고 일정 시간이 지나서야만 마찬가지로 능력을 꺼낼 수 있다는 페널티 또한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패널티에 관계 없이 전투가 계속해서 이어진다 하더라도 상황이 갑작스레 달라지는 일은 없었다. 첫 공격을 제외하고는 일절의 공격도 없는 루프스는 여전히 별 힘들이지 않고 도끼를 이용해서 그의 창을 막아냈다. 대체로 찌르기 위주의 창은 그가 사용하는 도끼의 다른 무기에 비해서 넓은 면으로 막아내기 좋았다.
파인피는 이대로 가다가는 끝이 없을거라는걸 알고는 이를 악물고 그가 지닌 능력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화르륵
창대와 날을 가리지 않고 불꽃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에 끝나지 않고 파인피의 팔보호대와 신발 또한 그의 창처럼 타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루프스를 찔러들어가는 파인피의 창의 속도가 월등히 올라갔다.
펑! 펑! 펑!
창에 의해서 공기가 찢어져 터지는 듯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급가속된 그의 창을 찔러넣을 때 마다 커다란 충격파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게다가 창에 휘감긴 불꽃이 그렇게 터지는 충격파에 함께 실리면서 넓은 범위로 피해를 입히고 있었다.
처음의 몇번은 도끼로 막아 낼 수 있었다. 아직 새로운 방식의 능력 사용이 미숙한 파인피가 미처 적응하지 못해 그 속도가 약간 떨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슬슬 적응하기 시작하자 이야기가 달라졌다. 빠르게 찔러들어오는 그의 창은 점점 루프스에게도 버거워지기 시작했다.
그에 루프스는 도끼로 막기에는 무리라고 판단했다. 그는 단숨에 뒤로 뛰어서 면으로 채우듯이 들어오는 공격으로부터 피해냈다.
파인피는 그런 그를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빠르게 접근해왔다. 그 속도가 어찌나 빠른지 루프스가 순간적으로 반응하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다름아닌 파인피의 능력을 이용한 속도의 증가였다. 그는 알수없는 원리로 그가 뿜어내는 화염에 의해서 생기는 열을 조절 할 수 있다. 그 범위는 비교적 좁은 편이지만 열을 차단해서 외부에서 느끼지 못하도록 만들거나, 갑자기 열을 한번에 퍼트리는 것이 가능했다. 그리고 그는 열이 전달되는 범위를 조절 할 수 있다는 것을 이용했다. 발 뒤꿈치 부근에 열을 강하게 전달해서 그에 의한 열팽창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같은 원리로 팔꿈치 부근의 열을 이용해서 빠르게 창을 찔러넣는 방법을 생각해낸 것이다.
비록 스스로 온전히 생각해낸건 아니라지만 새로운 능력의 이용 방식은 그와 잘 맞아떨어졌다. 아직 적응의 와중에다가, 여러 패널티를 받는 루프스라지만 그를 수세로 몰아넣는데 성공까지 했다.
그렇게 파인피가 능력을 본격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하고 수세에 몰렸던 루프스는 그의 공격을 한동안 그저 막을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수세로 몰리고 시간이 지났다. 잠시 뒤 약속된 시간이 지나자 그도 능력을 사용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