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7화
준비
오크들을 이용해서 고블린들의 수를 불리겠다는 노림수는 실패했다. 설마하니 오크들이 그렇게 망가져있을지를 예상치 못했던것이 실패의 요인이었다.
그 후 그는 거점만을 남겨두고 만일에 언데드나 오크들이 처들어 올 때를 대비해서 보초만 몇 남겨두기만 했을 뿐이었다.
오크들의 영역을 침공하려던 그의 계획은 좌절되고, 고블린들의 수를 늘리는 것은 오로지 시간만이 해결해 줄 수 있게 되었다.
루프스는 그 뒤로 오로지 부족을 안정화 시키고 전력을 강화하는데 힘을 썼다. 영역을 확고히 다지고 필요한 식량을 생산할 준비도 완료되어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그들의 영역을 노리고 처들어오는 몬스터들은 많았다. 애초, 오우거들이 차지했을 때 부터 처들어오던 적들이 있는가 하면, 계속해서 주변 영역의 주인들이 바뀌면서 새롭게 나타나는 적들도 있었다. 게다가 또 다른 부족을 향해서 다가오는 '패배자'들의 무리까지 있어 그들에게 적이 끊이지 않고 있었다.
루프스는 코볼트 마을의 주변을 순찰했다. 완전히 이주하기도 했으며, 수시로 적이 처들어오는 만큼 조금이라도 전력이 많은 편이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부족에는 아직 성장하지 못한 최하급, 하급 고블린과 코볼트들만을 남겨두었다. 그리고 다수의 중급 고블린, 소수의 상급 고블린과 하나의 최상급 고블린으로 그들을 이끌도록 편성되었다.
코볼트 마을 부근은 최하급과 하급의 몬스터들이 성장하기에는 조건이 좋지 않았다. 주변에 위치한 적들은 기본으로 중급이며, 강한 적들은 최상급, 간혹 족장인 루프스와 동급의 적들이 나타나기도 한다.
그에 반해서 부족이 자리잡은 곳에는 어느새 강자라고 할 법한 상급 이상의 몬스터는 나타나지 않고 있었다. 기껏 나타나봐야 중급 몬스터 정도였다. 그리고 이제는 주로 나타나는 것이 하급의 몬스터들이어서 상급 이상의 고블린들이 성장하기에는 어려운 환경이었다.
루프스로서는 전력을 늘리기 가장 좋은 방법은 그의 자식들을 늘리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부족을 이탈한 그의 자식들이 떠올라 그 방법은 매우 꺼려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정통적인 방법을 이용해서만 전력을 늘리려고 하고 있었다.
현재 기껏 세웠던 계획도 단숨에 어긋나 버리면서 그는 오로지 시간만을 믿기로 하였다. 별도로 고블린들의 수를 늘리는 방법도 사라졌으며, 새롭게 태어나는 전력들도 시간을 들여서 차츰 축복을 받게 해서 단계를 올리려는 것이다. 다행히 그는 조건만 갖추어진다면 인위적으로 축복을 내릴 수 있었다. 그리고 그는 지금까지 그와 같은 방법으로 전력을 늘려왔었다.
그렇게 결정을 내린 그는 스콘드와 함께 영역 경계쪽을 순찰하였다. 문제가 생긴것은 아니었고, 주기적으로 행해지는 순찰이었다. 항상 족장인 루프스나 고블린들 중에서도 그를 제외하고는 최고 위치라고 할 수 있는 스콘드가 할 일은 아니었지만, 오랜 시간 대화가 별로 없었다고 느꼈기 때문에 기회를 만들어 본 것이다.
"연구는 순조로운가?"
루프스가 먼저 입을 열었다. 스콘드는 고블린들 중에서도 독 연구에 대해서는 최고봉을 차지하고 있었다. 가장 먼저 시작했던 것은 루프스였지만 자신의 능력과 함께 이용 할 생각으로 심도있게 연구한 끝에 가뿐히 그를 넘어 선 것이다.
"겨우... 약간, 만족스러워졌을... 뿐입니다"
스콘드는 입가에 슬며시 미소를 띄우면서 그에게 대답했다. 연구에 연구를 거듭한 끝에 독과 최근 그의 능력으로 다룰 수 있게 된 사기를 결합하는데 성공했다. 루프스도 그런 소식을 들어서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에 대해서 물은 것이다.
"그런가, 지금이라면 나도 이길 수 있겠나?"
"흐흐흐... 그건 불가능... 하다고 봅니다. 다만... 조건만 좀 맞춰주신다면... 가능성은 있겠지요"
그의 대답은 루프스의 입장에서는 놀라운 것이었다. 그와 스콘드는 한단계의 차이가 난다. 그리고 그 한단계의 차이는 위로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더욱 심해진다. 그 차이를 그나마 매꿔주는 것은 종족과 종족의 특성으로 인한 차이나 외부적인 요인 뿐이다. 그 예시가 최상급 트윈헤드 오우거가 루프스의 공격으로부터 버틴것으로 알 수 있다.
하지만 스콘드와 그는 동일한 고블린이다. 그 둘의 차이를 매워주는 역할은 독뿐이 기능하지 않는다. 특히나 단계가 차이나는 능력들은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그 효과가 원래에 비해서 극심히 떨어진다. 그런데 그의 말대로라면 스콘드의 능력과 합쳐진 독은 충분히 루프스와의 차이를 매꿔줄 수 있다는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그건 놀랍군. 그럼 족장의 자리에 욕심은 생기지 않던가?"
루프스는 스콘드의 독 연구 결과에 놀라면서 입가로 미소를 지으면서 그에게 물었다.
"그런 욕심은... 가지지 않습니다. 저는... 그저 제가 원하는 것을... 하고 싶을 뿐입니다"
그의 물음에 스콘드는 음울한 눈빛을 빛내면서 그렇게 답했다. 최초, 루프스의 밑으로 들어간지 얼마 안되었을 무렵의 그라면 그렇다 답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그러지 않았다. 그 때는 고블린들에게 족장이라는 목표를 제외하고는 따로 목표라고 부를만한 것이 없었다. 그리고 지금은 상황이 여러모로 변하였다.
전투 자체를 목표로 삼는 이들이 있었다. 그리고 수렵이나 채집으로 즐거움을 찾는 이들도 있었다. 그것도 아니면 그저 움직이는것만으로 만족감을 느끼는 이들도 생겨났다. 스콘드는 그 중에서 연구로 만족감을 느끼는 경우였다.
과거에는 그러지 못했다. 전투는 살아남기 위해서 행하지 않을 수 없는것으로 그것은 항상 수단이었다. 절대 목표가 될 수 는 없었다. 그리고 수렵과 채집도 정확히 필요한 분량만 빠르게 채취해서 귀환하기를 반복해야하는 단순 작업일 뿐이었으니 마찬가지의 상황이었다. 게다가 항상 체력을 유지해야 했다. 언제 적인 랫맨이 나타날지도 모르며 그것은 휴식을 취할때나 이동할때나 채집을 하고 있을 때나 마찬가지였다. 당연히 연구할 소재나, 연구라는 개념 자체도 가지지 못했었다.
"그 때에 비하면 지금은 그야말로... 만족스러운 상황입니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음울한듯한 모습은 그저 거짓이었다는 듯 만족스러운 모습의 스콘드가 그리 대답했다. 족장이 되기보다는 스스로 이어가고 있는 연구를 그리고 새로운 주제의 연구를 계속 하고 싶다는 그의 의지를 표시하는것과 같았다.
"그리고... 족장을 보면... 알게 됩니다. 이끄는 입장이 얼마나... 귀찮은 것인지"
만족스러운 가운데 미묘하게 쓴웃음을 지은 스콘드는 루프스에게 그렇게 답했다. 그리고 그것이 그의 물음에 대한 스콘드의 대답이었다. 그리고 루프스는 그의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그런가"
루프스는 그저 스콘드의 답에 수긍할 뿐이었다. 더 이상 무언가를 묻지도 않고 그저 묵묵히 아무 변화없는 순찰을 이어갔다.
스콘드는 가장 미숙하던, 그리고 여전히 미숙한 그의 곁을 계속해서 지키고 있는 부하였다. 그는 이미 단순한 부하라고 부르기도 애매할정도로 친분이 쌓이기도 헀다. 그리고 그런 스콘드가 자신을 보면서 족장에 대해서 생각해보지 않았을리 없었다.
그가 내린 결론은 루프스의 입장에서는 만족스러우면서도 아쉽기도 했다. 그 자신이 그들 전체를 이끄는 족장의 지위를 지키고 싶어했기에 가장 큰 경쟁자라고 할 수 있는 이들 중 하나인 스콘드가 그럴 생각이 없다는 것은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동시에 그는 항상 자신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어떨때는, 족장이라는 지위가 그는 무겁게 느껴지기도 하니 그 짐을 내려놓고 싶기도 했다. 그런데 스콘드에게 그럴 생각이 없다는것이 아쉽게 느껴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