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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뜨니 고블린-162화 (162/374)

162화

준비

마을 여기저기에 있는 대장간에서 지내고 있던 모든 오크들과 오우거들을 전부 정리하고 하루가 지났다. 죽은 오크들과 오우거들의 시체를 부하들에게 시키고는 그 자신은 마을의 곳곳을 둘러보았다.

"음..."

마을의 겉모습은 크게 바뀌어 있었다. 코볼트들에 비해서 큰 신장의 오크들과 그들과 비교하기 어려운 크기를 가진 오우거들이 살아왔기 때문인지 하나같이 무너져 내리지 않은 집들이 없었다. 특히나 일반 코볼트들이 살아왔던 소형 집들 중에는 남아있는 것들이 없었다. 그나마 복층으로 지어진 집들의 경우는 문이나 벽의 일부가 무너져 내린 정도의 피해 뿐으로 간신히 남아있는 모습이었다.

잠시 주변을 둘러본 루프스는 가까이 있는 대장간의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대장간에서 벌어졌던 전투 때문인지 그 내부는 여기저기 파괴되고 어지럽혀져 있었다. 오크들이 흘린것으로 추정되는 피들이 여전히 바닥과 벽을 적시고 있었다. 그리고 대장간에 있던 기구들이 여기저기 파손되어 있었다.

"이거... 다시 쓸수는 있는건가?"

영역을 버리고 떠나면서 새롭게 만들어진 부족에도 대장간을 만들어서 여전히 무기의 생산은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이주로 급하게 만들어진 대장간에서 생산되는 물품의 질은 당연히 이전보다 떨어져 있었다. 그나마 루프스나 최상급에 이른 고블린들의 경우는 이전, 시에란과 맥에 의해서 만들어진 무구로 무장하고 있다는게 다행이었다. 하지만 새롭게 상급에 올라선 이들 부터 갓 성체가 된 고블린과 코볼트들은 비교적 질이 나쁜 무기들을 들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장비들이 구식이라는 것이 문제였다. 전투에 가담 할 수 있는 인원들은 점점 늘어만 가는데 그들의 무구를 생산해야 할 장비들은 계속해서 노쇠하고 있었다. 특히나 화력이 불안정했다. 때문에 생산되는 물품들마다 각양각색 비교적 멀쩡한 성능일때가 있는가 하면 목검에도 부러지는 재질을 가진 무구가 생산되기도 했다.

모두 급하게 탈주하게 되면서 제대로된 장비들을 챙기지 못했기 때문이다. 고블린 부족이 위험해질 경우를 대비해 코볼트 마을을 다시 재건해 두긴 했었다. 하지만 그마저도 버리고 도망쳐야 하는 상황을 상정하지는 않은것이 문제였다. 소형 도구들은 어떻게든 챙겼지만 급하게 도망치면서 모루나 불을 지피고 화력을 유지할 연료들을 모두 챙기지 못했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다시 확보하려고 했는데'

오크들이 험하게 다룬 것인지 모루의 여기저기가 찌그러져 있었으며 불을지필 연료들은 이미 완전히 소모되어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거기서는 구할 수 없는 물건인데... 이렇게 되면 다시 모아야 되잖아'

그들이 연료로 사용하는 물건은 그들이 새롭게 건너간 자리에서는 얻을 수 없지만 이 일대에서는 자주 눈에 띄는 물건이었다. 어떤 원리로 어디서 만들어지는 물건인지는 알지 못하지만 코볼트들이 생활하던 일대에서 부터, 과거 고블린들의 영역에 까지 퍼져있었다.

그렇게 대장간을 한번 둘러본 그는 아직 비교적 멀쩡한 상급 고블린들을 데리고 다시한번 마을을 나서서 다음 목적지를 향해서 내달렸다.

이미 오우거들의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거점인 전(前) 코볼트 마을을 탈환했지만 동시에 루프스도 한가지 기억이 더 떠올랐던 것이다.

'광산... 그래, 광산이 있었지. 거기를 확보해야 한다. 그나마 다행히 과거 우리의 영역을 차지한건 오우거 뿐이었으니 되찾는데 문제는 없을테고'

그렇게 새로 목적지를 설정한 그는 상급 고블린들을 이끌고 발걸음을 내딛었다. 잠시간 내달린 루프스는 광산이 슬슬 눈에 들어오는 거리까지 도달 할 수 있었다.

"저건..."

광산이 눈에 들어오자 그는 함께 온 고블린들과 함께 수풀의 속으로 몸을 숨겼다. 광산의 입구에는 혹시나하는 예상과 같이 오우거들이 진을치고 있었다.

다만, 그가 예상치 못했던 점은 그들의 모습이 생각보다도 나태해 보인다는 것이다. 보초를 서는 듯한 모습의 오우거들은 총 셋이 있었다. 하나는 엎드려서 잠을자고 있었으며 다른 두 오우거는 서로 난투를 벌이고 있었다. 서로 화난 모습으로 싸우는 것이 제법 심한 다툼인듯이 보였다.

"오우거 족장이 죽은지 얼마나 되었다고 저런 모습인지, 준비해라. 두 오우거의 싸움이 끝나는 순간 돌입한다"

루프스는 제 할일만 하고 오우거 족장이 그들에게 부여한 본분을 잊은 오우거들을 비웃었다. 그리고 그는 함께 온 고블린들에게 돌입을 준비하라 이르렀다.

"크워어어어어!"

"쿠오오오오!"

두 오우거는 서로를 죽일듯이 주먹을 휘둘렀다. 그제야 그들이 무기를 들고있지 않음을 알아챈 루프스는 주변을 둘러보고는 이해했다. 바닥에 이미 부서져내린 몽둥이의 잔해가 흩어져 있었다. 이미 앞선 다툼으로 부서진것으로 추측되었다.

잠시간 이어지던 싸움은 얼마 지나지 않아 끝을 맺었다. 한 오우거의 주먹질이 정확하게 머리를 타격한 것이다. 머리를 맞은 오우거는 그것이 치명적이었는지 바닥에 쓰러져서 움직이지 못하게 되었다.

"가자!"

쓰러진 오우거가 미동도 않자 싸움이 끝났음을 확인하고는 루프스는 바로 고블린들을 이끌고 돌입을 지시했다. 고블린들은 그의 지시가 떨어지자 앞으로 달려나갔다.

"키야아아악!!"

한 고블린이 앞으로 뛰쳐나가 한바탕 싸움을 치르느라 지쳐서 움직임이 굼뜬 오우거를 향해 달려들었다. 오우거는 생각지도 못하게 적이 다가오자 놀랐지만 작은 고블린의 모습을 보고는 코웃음을 쳤다. 지닌 힘의 단위부터 다를 것임이 그 겉모습부터 보였기 때문이다.

후웅

오우거는 자신을 향해서 달려오는 고블린을 향해서 두툼하고 묵직한 주먹을 휘둘렀다. 이 한방으로 끝내겠다는 마음가짐이었다.

푹!

하지만 오우거는 상대를 너무 얕보았다. 이미 지친 몸으로 휘두르는 주먹은 고블린에게 매우 느리게 보였다. 오우거가 확실히 고블린보다도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 차이만큼 고블린들은 오우거에 비해서 월등한 속도를 지니고 있었다.

오우거의 주먹을 회피한 고블린은 곧바로 그 팔목에 들고있던 단검을 휘두른 것이다.

오우거의 팔목으로부터 피가 튀어나왔지만 그다지 큰 피해는 아니었다. 오히려 이런 공격을 받았다는 사실에 화가난 오우거는 더욱 맹렬히 고블린을 공격해 들어갔다.

하지만 이곳에 도착한 고블린은 그만이 있는게 아니었다. 또 다른 고블린이 나타나서 새롭게 공격하려는 사이 빈틈이 생겨난 발목을 향해서 검을 휘둘렀다.

푸슛

고블린이 휘두른 검은 다시 발목에 생채기를 만들었고, 또 다른 적의 등장에 오우거는 고개를 돌려 적을 확인했다. 그리고 그 틈에 다시 또 다른 고블린이 다가가 반대쪽 발목을 공격했다.

그리고 누워서 휴식을 취하고 있던 오우거에게도 같은 일이 반복되었다. 이미 거의 죽어가는 바닥에 쓰러진 오우거는 루프스가 한번 도끼를 휘둘러 그 목숨줄을 끊어 주었다. 그리고 나머지 두 오우거를 향해서는 그의 부하들인 고블린들이 달려들어 상대를 하도록 한 것이다.

오우거들은 생채기가 하나 둘 늘어만 갔다. 그들이 하는 공격은 고블린들에게 닿지 않았다. 그리고 오우거들이 하나의 고블린을 공격하면 그 외의 고블린들이 그의 의식이 미치지 않는 곳을 공격했다. 그리고 반복되는 공격은 오우거에게 이미 나있는 상처를 그대로 들쑤시기도 했다. 오우거들은 점점 심해지는 고통과 빠지는 힘에 더욱 미처서 날뛰었고, 그럴 때 마다 더욱 상처는 깊어져만 갔다.

결국 얼마의 시간이 지나지 않아 오우거들의 생채기는 점점 늘어가고 깊어져서 고블린들의 손에 절명하고 말았다.

오우거들을 처치한 루프스와 고블린들은 쓰러진 오우거들을 두고 광산의 안으로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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