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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뜨니 고블린-161화 (161/374)

161화

준비

전투가 끝나고 루프스와 그의 부하들은 부상자들과 시신을 수습하고는 부족으로 되돌아갔다. 오우거와 고블린, 코볼트의 결전이라고 부를 수 있는 전투가 있었고 그것은 고블린, 코볼트 측의 승리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곧바로 오우거들의 영역을 손에 넣었다고 이야기 할 수 는 없었다.

루프스는 먼저 부족으로 돌아가서 재정비의 시간을 가질 생각이었다. 아직 오우거의 영역에는 적이 잔존해있는 상황이며, 오우거 족장의 부재를 알아채는 순간 그 옆에 자리잡은 몬스터들이 처들어올것임은 자명한 일이었다. 게다가 무엇보다 이번 전투로 고블린들과 코볼트들의 피해가 심각했다.

오우거의 영역으로 처들어가는 것은 그들에게 중요한 일이었기 때문에 고블린과 코볼트들 중에서도 특별히 강력한 이들만을 선발해서 공격에 나섰던 것이다. 그리고 그런 전력이 반토막도 안되게 소실되었으니 그들 입장에서도 심각한 전력의 손실이었으니 일단 치료가 필요한 이들을 부족에 두고 새로 병력을 편성해서 오우거의 영역을 정리하려는 생각이었다.

고블린과 코볼트들의 무리는 무사히 부족까지 도착했다.

부족으로 그들이 돌아오자 조용했던 내부가 북적여지기 시작했다.

"캭! 저쪽 움막으로 옮겨라!"

"부상이 심각하잖아?! 키익, 중상자는 저쪽이라고!"

"급한 처치가 끝났으면 바로 다른 부상자한테 가! 하나하나 완치하는데 신경쓴다면 반드시 희생자가 나올거다!"

하급과 최하급 고블린들은 부상자들을 이리저리 옮겨다녔으며 중급 이상의 치료 능력을 가진 이들은 중상자들을 우선해서 치료하고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1차로 부상자들이 먼저 도착해 있어서 의료에 특화된 고블린들은 정신없이 바빴었다. 게다가 이번에 대량의 부상자들이 추가로 나타나자 정신없이 바빠져서 다른쪽에서 일손을 빌려와야 할 정도였다.

그나마 고블린들의 연구들로 치료에 쓰일 약초들에 대해서는 빠삭하며, 이미 모아둔 재고량도 상당했다. 덕분에 비교적 경상인 자들과 단순 과다 출혈자들은 치료 능력을 가지지 않은 이들로 충분하다는 점이 다행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정말 심각한 부상자들, 특히 트윈헤드들과 싸워 큰 부상을 입은 다섯의 부상자들은 치료 능력을 지닌 이들이 집중적으로 붙을 수 밖에 없어 치료 능력자들의 수가 부족한 상황이었다.

마인과 라둔, 그룬 그리고 크링크는 신체의 일부가 절단되어 있어 특히나 많은 치료 능력자들이 붙어있었다. 그들의 잘려나갔던 신체들은 대부분 회수해서 다행히 다시 붙일 수 있었다. 하지만 곧 다시 떠날 루프스가 전력으로서 참가시키기에는 여러모로 문제가 있었다. 절단된 부위가 다시 붙는데도 시간이 걸리거니와 다 붙는다고 하더라도 이전처럼 이용하기에는 여전히 위화감이 있을거라는게 문제다.

그 밖에 다양한 부상자들이 치료를 받고 있었고, 루프스는 개중에서도 비교적 빠르게 치료가 가능한 이들은 다음 전투에 데려가기 위해서 미리 확인해두고 있었다.

루프스는 소수의 고블린들, 특히 재빠른 이들을 오우거의 영역 근방으로 파견해 두었다. 족장이 죽은 뒤 그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지켜볼겸, 어부지리로 오우거 영역을 뺏으려는 이들이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감시자의 역할로서 파견한 것이다.

'슬슬 아슬아슬하게 균형이 잡혀가고 있으니 딱히 변화가 생길거라고는 생각되지 않지만...'

그의 움막 안에서 바닥에 주저 앉아 툭툭 바닥을 치면서 그는 생각을 이어갔다.

'혹시 모르니 감시는 계속 해두는게 좋겠지. 다시 원정을 떠나는건 한 일주일쯤 뒤로 하면 되겠고'

루프스는 그 뒤로 오우거들의 영역을 손에 넣기 위한 준비를 했고, 일주일의 시간은 눈 깜짝 할 사이에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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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상을 입은 고블린들 중에서 경상을 입은 이들이 간신히 치료를 끝낸 일주일의 시간이 지났다. 멀쩡해진지 얼마 지나지 않았지만 루프스는 그런 부하들과 중급과 하급의 고블린들중 여유 병력들을 긁어모아서 오우거의 영역을 노리는 새로운 군대를 짜냈다.

군을 구성하고 있는것은 고블린들이었다. 코볼트들도 소수 있었지만 이전의 전투로 부상을 입거나 전사한 이들이 상당했기 때문에 참가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새롭게 구성된 군대는 그대로 오우거의 영역을 향해서 진격했다. 도중에 미리 파견해두었던 정찰병들도 합류해서 오우거의 영역에 대해서 보고를 받기도 하였다.

다행히 별 문제는 없었다고 한다. 오우거들도 조용했으며 오우거들의 영역으로 새롭게 진입한 몬스터들도 없다고 한다. 몬스터들의 경우 진입을 시도한 이들이 없는건 아니었다. 하지만 모두 하나같이 적대하는 이들이 한둘이 아닌지라 일주일 사이에 오우거의 영역까지 진입 할 수 있는 녀석들은 없었던 것이다.

루프스와 고블린들은 순조롭게 오우거 영역 내부로 들어섰다. 그리고 별다른 전투 없이 이전 루프스가 둘로 나눴던 군대가 합류한 지점까지 도달 할 수 있었다. 그곳에서 하룻밤을 보낸 그는 고블린들을 이끌고 안으로 들어섰다.

그 뒤로 이어진것은 전체적인 정리였다. 고블린들중 오우거를 상대하는게 가능한 이들의 대부분이 이전의 부상자들이었다지만 휴식과 치료로 상당부분 회복했기 때문에 곳곳에 있는 소수의 오우거들을 상대하는것은 그리 문제 없었다.

오우거들이 차지한 영역들을 점점 파먹듯이 빼앗은 그는 결국 이전 그가 차지했던 지역들을 대부분 차지하는데 성공했다.

이미 고블린들이 과거에 지냈던 지역은 이전의 전투로 무주공산으로 만드는데 성공했으며, 지금 차지하는 영역은 하나같이 과거 코볼트들에게서 얻은 지역들이다. 특히나 그 중에서 백미라고 할 수 있는것은 과거 코볼트들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마을을 차지하는 일이었다.

그곳에는 마지막 결전까지 나타나지 않은 트윈헤드가 하나 자리하고 있었으며, 최상급 오우거들도 둘이 그와 함께 버티고 있었다.

고블린들의 진영쪽은 루프스를 제외하면 모두 상급 이하의 고블린들 뿐이었기 때문에 그들을 상대하는 것은 오로지 루프스의 몫이었다.

세 오우거들도 루프스의 강함을 인지했기 때문에 그를 향해서 온 힘을 다해서 합공에 나섰다. 그리고 그런 오우거들에 대항해서 루프스는 재빠른 몸놀림으로 하나 하나 농락하면서 그들을 쓰러트리는데 집중했다.

확실히 오우거이기 때문인지 최상급임에도 유일급으로 한단계 높은 루프스보다도 힘만큼은 강력했다. 정면으로 막는것이 불가능한것은 아니지만 제법 힘에 겨워질 정도였다.

하지만 루프스도 그 사실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굳이 힘으로 싸우지 않았다. 그들이 보유한 힘이 그들의 장점이라면 루프스도 그들보다 월등한 장점을 하나 가지고 있었다. 그의 속도였다.

루프스가 오우거들의 공격을 피하는것은 매우 손쉬웠다. 힘이 강한 만큼 그 속도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월등한 차이가 나는 속도는 오우거들의 속도로는 맞추기가 영 힘들었다.

게다가 그들이 보유한 능력들은 방어력과 관련된것이 아닌 덕분에 루프스의 가벼운 공격으로도 상처를 입힐 수 있었다. 그렇게 상처가 하나씩 늘어나면서 먼저 최상급 오우거들 부터 쓰러지고 끝내 트윈헤드 오우거도 쓰러트리는데 성공했다.

오우거들을 쓰러트리고 안으로 진입하자 어째서 이곳에 다른곳과는 확실히 차별되는 전력을 보유하고 있었는지 알 수 있었다. 다름아닌 그곳에 지어진 대장간들에서 오크들이 오우거들이 사용 할 무구들을 제작하고 있었던 것이다. 다만 오우거 족장이 죽으면서 새로운 생산 지시가 들어오지 않기 때문인지 대장간들은 얼마전까지 사용하던 흔적들을 제외하고는 그저 오크들의 소굴이 되어 있을 뿐이었다.

결국 그렇게 새로 자리잡은 적대 몬스터들을 완전히 마을에서 쫓아내고 죽이면서 다시 탈환한 지역에 있던 오우거들과 오크들을 완전히 배제하는데는 또 하루가 넘는 시간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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