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화
준비
루프스에게서 일격을 허용한 오우거 족장은 그 몸을 땅에 뉘였지만 아직 죽지는 않았다. 그리고 이미 그와의 싸움으로 한껏 지친상태인 루프스는 그를 죽일 체력도 남아있지 않았다.
오우거 족장이 단 한번의 일격에 쓰러진 것은 나름의 이유 때문이었다. 루프스가 최상급을 뛰어 넘어 다음 단계로 넘어가면서 그가 지닌 능력 또한 한단계 진보하였다. 하지만 이전까지와 같은 방식의 운용이 가능해서 지금까지 사용하지 않은 방식이 있었다.
지금까지는 이용하지 않던 방식까지 제대로 써야 할 정도의 강적은 없었다. 직전의 트윈헤드 오우거만이 그를 약간 고전하게 했지만 그것도 그가 설렁설렁 상대하려던것이 원인으로 상황이 어려워졌던 것이다. 마음가짐을 새로 한 그가 지금 사용하려는 방식을 약식으로 사용하고서야 간단히 물리쳤다. 하지만 오우거 족장은 그야말로 강적이라는 말에 어울리는 적이었다. 지금까지 그가 마주쳐왔던 적들보다도 월등한 그에게는 그와 같은 '약식'은 통하지 않았다. 최초 맨몸의 그에게 사용했지만 전혀 통하지 않아 그가 능력을 사용하는 것을 놓치고 말았던 것이다.
그래서 루프스는 이번에는 일종의 도박을 한 것이다. 이 능력이 오우거에게 얼마나 효용이 될지 알 수 없었지만 이 수 이외에는 그를 이길 방법이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오우거 족장이 온몸을 감싼 석갑은 그의 도끼질에 흠집만 갈 뿐 제대로 깨지지 않으며 오우거 본연의 육체 내구도는 석갑 안으로 전달되는 충격정도로는 별다른 피해도 주지 못한다. 그리고 그가 지닌 힘은 루프스에 비해서 월등하니 매번 그의 공격을 피하기 바쁜 그로서는 단 한번의 도끼질도 아슬아슬할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그는 단 한번의 도끼질에 이 싸움의 승리를 걸었으며 그 한번을 내리치기 위해서 그의 몸을 감싸기 위해서 석갑을 향해 내리쳤다. 정면에서 루프스의 본체가 상대하고 후면에서는 그의 분신이 오우거 족장의 석갑을 꺠부수기 위해서 노렸다. 그리고 오우거 족장이 후면으로 돌아선다면 그 역할은 반대가 되었다. 그의 본체와 분신은 등쪽의 단 하나의 지점만을 노려서 공격했고, 둘의 공격은 마침내 오우거의 석갑에 균열을 내고 부숴버리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도끼를 파열되어 생긴 틈 사이로 박아넣은 루프스는 도끼를 매개로 전투중에 준비를 마쳐놓은 능력을 오우거 족장의 신체 내부로 밀어넣었다.
그가 지닌 능력은 '심상의 실현' 그가 지닌 심상을 밖으로 꺼내 미약하나마 실제적인 피해로 만드는 것도 가능한 능력이었다. 하지만 이 능력의 진가는 그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등록되어있는 이름은 심상의 실현이라고 되어있지만 심상을 그대로 바깥으로 꺼낸다는 의미도 아니다. 그저 루프스가 정한 테마를 능력을 사용하는 대상의 심상에서 끌어서 그 머릿속에서 재생시키는것에 불과한 것이다. 유일하게 스스로에게 사용했을 때만 심상을 회부로 꺼내는게 가능할 뿐이다.
루프스는 이 능력을 오우거 족장에게 사용한 것이다. 그가 설정한 테마는 극한의 고통과 전신마비의 두가지였다. 오우거 족장의 몸에 박혀든 도끼를 매개로 이용해서 발동된 능력은 그가 미처 대비하기도 전에 들이닥쳤다.
최초로 극심한 고통으로 오우거 족장이 무언가 대처를 하지 못하도록 막아섰다. 그리고 그 뒤를 이어서 온몸에 마비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오우거가 느끼는 극한의 고통은 루프스에게 입었던 도끼에 의한 자상에서 느끼던 고통이 수배, 수십배로 증폭된 고통이었고, 그에게 부여된 전신마비는 손 끝에서부터 점점 감각이 사라져가는 방식이었다.
그렇게 오우거 족장은 더 이상 몸을 가누지 못하고 바닥에 쓰러져 움직이지 못하게 된 것이다.
오우거 족장을 어떻게든 쓰러트리는데 성공한 루프스는 지쳐서 쓰러지려는 몸을 지탱하면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주변에서 벌어지는 전투도 끝물이 보이고 있었다. 본래 이곳에 있던 고블린들의 전력 이백중 백이 사망과 중상으로 더 이상 움직이지 못하였다. 나머지 백에 이르는 수도 움직임에 지장은 없지만 상당한 중상으로 이후의 전투가 어려워보이는 이들이 상당수였으며 모두 최소 경상 이상의 상처를 가지고 있었다.
고블린과 코볼트들을 이끄는 입장인 고블린들도 대부분이 심각한 상황이었다.
프리트와 스콘드는 개중에도 비교적 멀쩡했지만 온몸에 타박상과 자상으로 피칠갑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다른 루프스의 자식인 네 고블린들은 제각각의 부상을 입고 있었다. 마인은 한쪽 팔이 절단되어 외팔이가 되어있었다. 티토는 눈을 당했는지 눈가에 피를 흘리면서 쓰러져 있었으며, 라둔은 한쪽 발목이 절단 당했고 그룬은 활의 시위를 잡아야 할 손가락이 사라져있었다.
특히나 티토는 눈을 당하면서 동시에 심각한 피해를 입었는지 쓰러져있는 그의 몸에서 끊임없이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크링크는 여전히 한 트윈헤드와 아직까지 싸우고 있었다. 양쪽 다 심각한 피해를 입어 오우거는 한쪽팔과 다리가 파열되어 움직이기 힘들어져 있다면 크링크는 오른쪽 팔이 완전히 뭉개져있었으며 한쪽 귀가 잘려나가고 옆구리가 크게 파여있어 피가 줄줄 흐르고 있었다.
"크허어어어엉!!"
트윈헤드 오우거의 움직임에 순간 빈틈이 드러나자 크링크는 마지막 일격을 가하기 위해서 트윈헤드 오우거의 머리까지 뛰어올랐다. 그리고는 한손에 들고 있는 망치로 그 머리를 내리쳤다.
콰지직!
순간적으로 몸의 균형이 흐트러져 움직이지 못한 오우거는 그 공격을 피하지 못하고 그대로 망치가 머리를 부수는걸 막지 못했다.
그리고 그에 모든 힘을 쏟아 부은 크링크도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쓰러져버렸다.
고블린과 코볼트 진영이 극심한 피해를 입었지만 오우거 진영은 그보다도 극심했다. 가장 처음 전장의 외곽을 포위하고 있던 오크들은 그대로 오우거 족장의 능력에 큰 피해를 입었다. 대부분이 날아오는 돌덩이와 바위에 타격을 받아 절명해 버린 것이다.
그리고 덩치가 커다란 오우거들은 더했다. 고블린과 코볼트들은 막상 싸우던 오우거들의 몸을 가리개처럼 이용해서 전력의 손실을 어느정도 막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그 가리개로 이용된 오우거들은 어디 딱히 몸을 피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그에 고스란히 노출되고만 것이다.
오우거의 튼튼한 몸은 충분히 그에 버티기가 가능했지만 속으로 충격이 축적되는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그 폐해는 오우거들이 고블린과 코볼트들과 싸울 때 드러났다. 점점 그들의 공격을 맞고 쓰러지는 이들의 수가 늘어났으며 결국 오우거들의 대부분이 고블린들에 의해서 대부분이 절명하거나 최소한 거동이 불가능한 상황이 된 것이다.
루프스가 잠시 주변을 둘러보면서 휴식을 취하는 사이에 싸움은 완전히 끝을 맺었다. 모든 오우거들은 죽었든 살았든 두 발을 땅에 붙이고 서있는 이들이 없었으며, 그들을 포위하던 오크들은 옛적에 쓰러지거나 도망쳐 이곳에 살아있는 이들이 없었다.
아직 그나마 체력이 남아있는 고블린들이 돌아다니면서 겨우겨우 살아있는 오우거들의 목에 마지막 일격을 가하면서 그 목숨을 끝내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어느정도 체력이 회복된 루프스는 오우거 족장의 앞으로 다가갔다.
"그르르륵"
움직이지 못하는 몸으로 쓰러져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그는 어느새 석갑도 완전히 풀려서 맨몸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그의 앞으로 다가간 루프스는 그렇게 쓰러진 오우거를 바라보았다. 한참 뒤에야 상대 할 줄 알았던 그가 이렇게 쓰러져 있는 모습을 보자니 감회가 새로웠던 것이다. 그는 지친 몸이 지닌 마지막 힘을 이끌어 내면서 그 목을 향해서 도끼를 휘둘렀다.
콰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