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눈을 뜨니 고블린-159화 (159/374)

159화

준비

양쪽 어깨가 떨어지자 오우거 족장은 그 원흉인 루프스를 향해서 이를 갈았다. 일부러 놈을 압살하기 위해서 특별히 커다랗게 만든 몸이었지만 그 몸이 역으로 걸리적 거렸다. 적인 루프스는 이리저리 휙휙 피하면서 어깨까지 올라왔고, 지금 그 어깨가 떨어진 것이다.

어깨가 떨어지자 딱히 그를 공격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한쪽 팔이라도 남아있었다면 어떻게든 할 수 있었겠지만 양쪽이 다 떨어져버린 시점에서 그건 헛된 생각일 뿐이다. 이제 오우거 족장은 이 커다란 몸이 오히려 더 걸리적거린다고 생각하였다.

투둑- 후두두두둑 쿠르르르 와르르!

오우거 족장의 몸을 이루던 돌덩이와 바위들이 흘러 떨어지기 시작하였다. 더 이상 필요없는 허물을 벗어버리는 듯한 그 행동은 사방으로 돌가루를 흩날리면서 이루어졌다. 다행히 이번에는 그저 벗어던지는 것 뿐인지 특별한 피해를 입히지는 않았다.

후둑- 투 툭-

마지막 돌맹이가 떨어지고 그 자리에는 방금까지 있던 거체와 같은 형상으로 본래의 오우거 족장보다 약간 큰 크기로 줄어든 돌덩이로 만들어진 오우거가 있었다.

-크르

갑자기 무너지는 어깨에서 뛰어내려 겨우 자세를 잡은 루프스는 그런 오우거 족장의 모습을 보면서 긴장한채로 침을 삼켰다. 크기는 줄어들었지만 그에게서 느껴지는 위기감은 더해졌기 때문이다.

섣불리 접근하지 못하는 루프스가 오우거 족장을 노려보던 중 먼저 움직인것은 오우거 족장쪽이었다. 오우거 족장이 본래 들고있던 대검과 몽둥이는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아랑곳 하지 않고 루프스를 향해서 발을 박찼다.

탓- 슈우욱

단걸음에 루프스와의 거리를 좁힌 오우거 족장은 주먹에 온 힘을 담아서 휘둘렀다. 위협적인 파공성을 내뿜으면서 주먹은 루프스의 안면을 향해 날아들었다.

텅!

"크그긋"

퍼퍼퍽!

재빨리 들어올린 도끼의 면으로 공격을 막아내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루프스는 오우거의 주먹질에 그 몸이 날려지는걸 막을 수는 없었다.

두 오우거와 세 고블린을 치고 나서야 그의 몸이 멈춰설 수 있었다.

"끄응"

루프스는 온몸이 쑤셔오지만 그대로 쓰러져 있을 수는 없기에 천천히 그 몸을 일으켜세웠다. 그리고 그가 몸을 일으키기 무섭게 오우거 족장이 그를 향해 접근해 왔다.

날듯이 뛰어온 그는 다시 한번 루프스를 향해서 주먹을 휘둘렀다. 간신히 몸을 가눴을 뿐인 루프스는 그 주먹을 막을 수 없었다.

뻐억-!

정통으로 복부에 들어간 오우거 족장의 주먹질은 루프스의 몸을 공중으로 붕 떠오르게 만들었다. 그리고 오우거 족장의 난타가 이어졌다.

퍽! 쿠웅- 퍼퍽! 퍼버버버벅!

이전의 거대한 덩치를 가졌을 때와는 차원이 다른 속도로 주먹을 박아넣기 시작했다. 공중으로 떠오른 몸을 바닥으로 내리 꽂더니 충격으로 움직이지 않게 루프스의 몸에 수직으로 주먹질을 해댔다.

오우거의 연속된 주먹질은 루프스가 움직이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그의 그런 모습에 주먹을 계속 내뻗던 오우거 족장은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자신을 계속 귀찮게 했던 녀석이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모습에 만족스러워 한 것이다.

온몸에 느껴지는 충격으로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방심하고 있는 듯한 오우거 족장의 기색이 느껴지자 주먹질에 계속해서 얻어맞고 있을 뿐인 루프스는 속으로 웃음을 지었다.

오우거 족장이 한참 바닥에 쓰러져있는 루프스를 향해 난타하고 있던 도중 그의 뒤로 무언가 흐릿한 것이 나타났다.

부웅-

흐릿한 몸체의 무언가가 오우거 족장을 향해서 도끼를 휘둘렀다. 그리고 그 도끼를 휘두른 이는 바닥에 쓰러진 루프스를 향해 공격을 퍼붓는데 정신이 팔린 오우거 족장이 이 공격을 막지 못할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생각대로라는 듯이 그 목을 향해 들이밀어지기 직전까지 그는 이렇다 할 반응을 하지 못했다.

텁!

하지만 그 판단은 잘못되었다는 듯이 오우거 족장은 목 언저리까지 들이밀어진 도끼를 한손으로 쥐어잡아버렸다. 그가 자신의 도끼를 받아낼거라고 짐작도 하지 못한 그는 깜짝 놀랐다. 그리고 이내 뒤돌아서 휘둘러지는 오우거 족장의 주먹이 이번에는 도끼를 휘두른 그를 향해서 휘둘러졌다.

"컥!"

돌덩이의 묵직함에 오우거 본연의 강력한 힘이 담긴 주먹질은 얻어맞는 이에게 절로 신음을 내뱉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오우거의 주먹에 날아가는 그는 어느새 투명했던 몸에 검은색이 번지면서 그 몸을 보여주고 있었다. 다름아닌 오우거 족장의 어깨 반대쪽에 올라있던 다른 하나의 루프스였다.

날아가는 그의 모습을 확인한 오우거 족장은 그로부터 거리를 벌렸다. 둘이 나타났다는 것은 자신이 때리던 것이 본체가 아닌 분신이라는 의미였다. 그리고 지금 새로 나타난 루프스도 본체가 아닐수도 있었다. 그가 한 분신을 지속적으로 가격한지 제법 시간이 흘렀으니 그 사이에 새로운 분신을 만들어냈어도 이상하지 않기 때문이다.

몸이 너덜너덜한채로 쓰러져있던 루프스는 어느새 그 몸을 흩날리면서 사라지고 있었다. 본체가 아니지 않나 하는 그의 생각을 뒷받침 하듯이.

그로부터 약간 떨어진 거리에서 쓰러져있던 다른 하나의 루프스가 몸을 일으켰다. 오우거의 공격이 제법 묵직했기 때문인지 그리 멀쩡해보이지 않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또다른 분신이나 본체가 따로 있을지 모른다는 그의 생각이 맞다는 듯이 또 다른 하나의 루프스가 그 모습을 드러내 그를 견제했다.

직접 맞상대를 해보니 루프스는 상대가 역시 만만치 않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초반에 어영부영 손쉽게 당했던 모습과 그에 화풀이하듯 드러낸 거체가 무효용이었던 그 모습이 거짓인것 같은 힘을 선보이고 있었다. 특히나 돌로 이루어진 갑주를 입은 듯한 모습이 되고는 비교적 느렸던 속도마저도 상당해지자 역시 상대하기가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니었다.

처음에 그의 주먹에 걸린것이 분신이었던 것이 다행이었다. 만약 본체였다면 지금 이렇게 반격에 나서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의 주먹을 분신이 맞는 동안 루프스의 본체는 얻어터지고 있는 분신의 유지와 함께 새로운 분신을 만들기를 시도했고, 그렇게 만들어진 분신을 이용해서 기습을 가한 것이다.

하지만 그가 새롭게 낸 방책이 허무하게 막히면서 본체까지 앞으로 나서는수밖에 없었다.

오우거는 자신을 앞, 뒤로 막아선 루프스와 그 분신을 노려보면서 견제하는 모습을 보이더니, 갑작스럽게 앞으로 튀어나가 정면에 있는 루프스를 공격했다.

부웅-

계속되던 그의 주먹질을 보면서 변한 그의 속도에 적응을 끝낸 루프스는 그 주먹을 피해낼 수 있었다. 오우거 족장의 속도가 올랐다고 하더라도 아직은 그보다는 못한 수준이었기에 가능했다.

그가 공격하기 시작하자 그의 뒤쪽에 있던 루프스도 마찬가지로 공격하였다.

오우거 족장은 정면과 후면 동시에 들어오는 도끼질을 정신없이 막아냈다. 양쪽에서 들어오는 그의 공격을 막아내는데 전력을 다한 것이다.

순조롭게 그의 공격을 막던 오우거는 점점 몸이 무거워 지는 것을 느꼈다. 양쪽에서 정신없이 들어오는 연격과 제법 묵직한 돌로 이루어진 갑주가 그의 체력을 급속히 뺏어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그가 지치는 만큼 루프스도 슬슬 그 체력이 한계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텅! 텅! 카그그그- 드르륵

날아드는 도끼를 비껴쳐내거나 면을 쳐내서 접근하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도끼는 그 주먹을 연신 조금씩 조금씩 깎아냈다. 그리고 그 중에는 미처 막지 못해 그 몸에 박혀드는 공격도 있었지만 돌로 이루어진 갑옷, 석갑을 조금씩 깎아내긴 했지만 어느정도 방어가 가능했다.

그렇게 서로를 향한 공격이 반복되고 반복되자 두 몬스터는 급격히 지쳐갔고 그것은 결판이 슬슬 가까워지고 있음을 느끼게 만들었다.

퍼석- 푸욱!

그리고 그 느낌은 틀리지 않았는지 루프스의 도끼가 많이 얇아진 등을 내리쳤고, 그곳을 방어해주던 돌을 깨부수고는 그 날을 오우거 족장의 등에 박아넣었다.

-그... 그르륵

털썩- 철푸덕

그리고 그 도끼질이 기점이 된 듯이 오우거 족장은 석갑의 틈새로 보이던 눈을 뒤집더니 이내 무릎을 꿇고 그 몸을 바닥에 뉘였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