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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뜨니 고블린-158화 (158/374)

158화

준비

루프스는 오우거 족장의 다리, 정확히는 발등 위에 올라서는데 성공하였다. 게다가 루프스가 오우거 족장과의 크기 차이를 실감 할 수 있게도 발등의 넓이는 그가 올라서도 넉넉한 크기를 가지고 있어 안정감이 있었다.

양쪽 발에 나란히 올라선 루프스와 분신은 여전히 흔들리고 있는 주변의 땅을 힐긋 보았다. 그의 발 아래에서는 전혀 진동이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시선을 약간만 바깥으로 옮기면 여전히 흔들리고 있는 땅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 모습이 지금 일어나고 있는 지진이 명백히 오우거 족장이 지닌 힘으로 발생하고 있다는걸 증명하는 것 같았다.

마음을 다잡은 그는 오우거 족장의 바위로 이루어진 몸 곳곳에 나있는 틈새를 손으로 짚으면서 올라가기 시작했다. 바위로 이루어져있기 때문인지 이곳 저곳 틈새가 많았기 때문에 손을 놓치는 일은 없었다. 하지만 오우거 족장이 루프스와 그 분신이 올라오는 모습을 두고 볼리가 없었다.

쿵- 쿵-

아직 다리를 기어올라오는 두체의 고블린을 발을 굴리면서 떼어내려하였다. 하지만 그 시도는 불발로 그치고 그들이 허리까지 뻗처오는것을 막지 못하였다. 양쪽에 달라붙어 있다 보니 한발 한발 굴리면서 떨어트리려니 그러지를 못했던 것이다. 게다가 오우거 족장은 모종의 이유로 양쪽 발을 동시에 땅에서 뗄 수 없어 점프로 떨굴 수 없다는게 크게 작용했다.

하지만 허리춤까지 올라왔따면 굳이 발만을 이용할 필요가 없다. 워낙 몸이 거대하다 보니 허리를 굽히는데도 여러 문제가 있어 다리에 달라붙은 루프스와 분신을 떨어트리는데 손을 사용하지 못했다. 하지만 허리춤이라면 손이 닿는 부분이니 그곳에서부터는 손을 이용해서 그를 떼어내려 했다.

부웅

그저 처내려 가져갈 뿐인 손이 파공성을 내면서 루프스를 향해서 접근했다. 이대로 있다가는 오우거 족장의 손아귀에 그 몸이 납작해지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먼저 접근하는 손아귀를 피하기 위해서 그와 분신은 재빨리 옆쪽으로 몸을 움직였다. 그가 지니고 있는 민첩함이 그것을 가능케 했다. 하지만 언제까지고 그렇게 피하기만 해서는 몸이 지쳐서 그의 손아귀를 피하기 힘들어질것이 분명한 사실이었다. 때문에 그는 방법을 바꿔서 본격적으로 능력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는 가장 먼저 자신과 분신의 몸을 투명하게 만들었다. 투명하다고 하더라도 약간 반투명하기 때문에 집중해서 본다면 알아챌 수 있을 정도다. 하지만 전투중의 급박한 상황에서 그를 알아채기는 어려웠다.

루프스의 모습이 사라지자 오우거 족장도 시각으로 확인하는것은 포기했다. 그리고 그는 눈으로 확인하지 않더라도 그가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를 알 수 있었다. 그가 그의 몸 위를 올라타고 있기 때문이다. 오우거 족장은 촉감으로 느껴지는 루프스를 향해서 손바닥을 내리쳤다.

쿠웅 후두둑-

오우거 족장의 손바닥은 요란한 소리를 내면서 옆구리를 쳤지만 그곳에서 루프스는 나타나지 않고 그저 돌가루만이 후두둑 떨어질 뿐이었다.

-크륵?

오우거 족장이 예상과 달리 루프스가 그의 공격에 맞지 않자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그 순간 손바닥이 떨어진 자리로부터 약간 떨어진 장소에 위치해있던 그는 재빨리 손등의 위로 올라섰다. 재빨리 손목까지 올라선 그는 빠르게 내달려 팔꿈치 부근에서 다시 매달려 올라가기 시작했다.

루프스를 떼어내고자 했던 공격이 그가 몸을 올라오기 더 좋도록 만들어준 것이다. 당연히 오우거 족장은 그런 루프스가 올라오도록 가만히 두고보지 않았다.

쿵- 부웅- 쿠웅- 쿠웅- 부웅 쿠우우웅!

오우거 족장은 손바닥으로 팔을 내리치고 루프스가 매달려있는 팔을 휘두르면서 그를 떨어트리려고 기를 썼다. 하지만 루프스도 그런 오우거 족장의 발버둥에 최대한 버텼다. 팔을 흔들때는 딱 붙어서 몸이 흔들리는것을 막았다. 그리고 손바닥이 날아들때는 능력을 이용해서 오우거 족장의 촉감을 속이고 그 자신은 최대한 빨리 올라가기를 반복했다. 오우거 족장도 나중에는 그의 패턴을 이해하면서 몇번 위험한 상황이 나왔지만 결국 어깨 부근 까지 도착 할 수 있었다.

그즈음 부터는 오우거 족장도 대응을 바꿀 수 밖에 없었다. 한쪽의 루프스 뿐만이 아닌 반대쪽도 그 부근까지 올라오기는 마찬가지의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어깨에 올라온 루프스를 떨구기 위해서 어깨 위를 손바닥으로 쓰는가 하면, 주변에 나있는 거대한 나무를 향해서 어깨 부근을 들이박는 방식으로 루프스를 떨어트리려했다.

그렇게 오우거 족장이 대응을 하기 시작했지만 어깨에 올라서면서 루프스도 제대로된 공격을 시작했다.

콰직! 콱!

오우거의 어깨를 향해서 도끼를 있는 힘껏 내리친 것이다. 다만 현재 오우거 족장의 몸이 워낙 거대하다보니 연달아 내리친 도끼에도 그저 약간 커다란 흠집을 만들어낸 정도였다.

콰직- 퍽! 퍽!

한번의 공격은 오우거 족장의 어깨에 그저 흠집만을 만들어낼 뿐이었지만 그것으로 충분하기도 헀다. 양쪽에 있는 루프스 모두 어깨를 집중적으로 내리쳐서 흠집을 조금이라도 크게 만들려는 노력을 했다.

공격이 이어지면 이어질수록 오우거는 더욱 강하게 그리고 빠르게 움직이려고 했다. 하지만 그의 어깨에 올라있는 루프스가 워낙 재빠르다 보니 맞지를 않았다. 그리고 워낙 거대한 몸은 유지하는것만으로 힘들었다. 그 때문인지 그가 낼 수 있는 속도는 그가 아무리 노력해도 능력을 사용하기 이전의 그에 비해서 훨씬 느렸다.

하지만 오우거 족장은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양쪽의 루프스를 향해서 손바닥을 내리치고 나무에 어깨를 들이박았다. 하지만 여전히 그의 공격은 루프스를 맞추지 못했다.

발판이 좁은 어깨에서 날뛰는것은 민첩한 고블린에게도 제법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재빠른 몸에 감각을 혼동시키는 능력까지 이용하자 오우거 족장을 농락하는것은 손쉬운 일이었다.

오우거 족장은 계속 몸부림을 치면서 어깨에 매달린 루프스와 분신을 어떻게든 패대기 치려고 했다. 하지만 루프스는 계속해서 어깨 위에 올라섰다가 겨드랑이 밑으로 내려가고, 등쪽에 올라서고를 반복하면서 오우거가 공격하려는 타점을 계속해서 피해냈다.

오우거 족장은 어깨위에서 촐랑거리면서 돌아다니는 고블린의 모습이 너무나도 거슬렸다. 게다가 그 고블린이 자신에게 능력을 이용하게까지 한 녀석이다 보니 더욱 화가 치밀었다. 그의 능력은 다 좋지만 치명적인 단점이 있어서 사용하길 꺼려했다. 그런데 그 능력을 사용하게 한 녀석이 저렇게 돌아다니는 모습은 그를 더욱 화나게 만들어 이성적인 생각을 못하게 만들었다.

우드득-

루프스는 그가 화를 내든 말든 아랑곳 않고 계속해서 어깨를 공격하였다. 그러면서 오우거 족장의 몸부림을 계속해서 피해내자 한가지 신호가 오기 시작했다.

우드드드- 쿠르르르르르!

루프스의 도끼질로 생기는 흠집은 어느새 균열이 되었다. 그리고 그에 신경쓰지 않고 계속해서 움직이는 오우거 족장에 의해서 그 균열은 점점 커져만 갔다. 그리고 그 균열은 어느새 어깨가 바닥으로 떨어지기 직전까지 벌어져 그 틈으로 돌덩이로 이루어진 가루들이 떨어져내렸다.

"흡!"

퍽!

그리고 간당간당하게 붙어있는 오우거의 어깨에 루프스는 마지막 일격을 가했다.

툭- 쿠과가가가강

그의 도끼질은 아슬아슬 연결된 어깨를 바닥으로 떨어지게 만들어버렸다. 그저 루프스를 향해서만 집중되었던 오우거 족장의 의식은 그제서야 제정신을 차렸다. 떨어지는 어깨를 보자 절로 반대쪽 어깨를 향해서 시선이 갔고, 그때는 그쪽도 이미 떨어지기 직전의 상황이었다.

퍽! 퍽! 퍼어억! 쿠구구구구구궁!

그리고 그가 미처 대처하기도 전에 그의 어깨는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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