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7화
준비
루프스는 세 분신체와 함께 오우거 족장을 향해서 달려들었다. 오우거 족장도 그가 제법 거센 기세로 달려들자 대검을 들이밀고 몽둥이를 뒤로 살짝 뺴면서 달려드는 루프스를 견제했다. 동시에 시야를 넓게 잡아서 정 가운데에서 노려오는 루프스와 다른 두체의 루프스도 그 눈에 담아두어 어디서 공격이 오더라도 대응하기 위한 준비를 했다.
루프스는 먼저 좌측으로 달려들어 도끼를 내리쳤다.
퍼억!
그의 도끼가 오우거 족장의 오금을 강타하려 했다. 하지만 몽둥이를 아래로 내려 짓쳐들어오는 루프스의 도끼질을 손쉽게 막아냈다.
오우거 족장의 몸이 살짝 기울어지자 이번에는 정면에서 달려들던 루프스가 가슴께를 향해서 도끼를 휘둘렀다.
오우거 족장은 정면으로 들어오는 그의 공격에 방어자세를 취하지 않았다. 정면에서 달려드는 그가 본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몸에 도끼가 박히는것 보다 먼저 처치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퍼억! 뻑!
루프스의 도끼가 오우거 족장의 가슴에 박혀드는 것과 오우거의 대검이 날아든 루프스의 몸을 가격하는것은 비슷한 타이밍에 이루어졌다.
씨익
대검에 얻어맞은 루프스의 몸을 보면서 오우거 족장은 입가를 씰룩이며 미소를 지었다. 이번 공격으로 자신이 승리했다고 믿고 있던 그는 이번의 일격으로 손쉽게 적의 대장을 죽였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의 생각을 비웃듯이 그리고 자신은 본체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듯이 대검에 맞아 몸이 기역자로 꺾인 루프스의 몸이 마치 허상이 사라지듯이 스윽 사라질 뿐이었다.
오우거 족장은 예상과 전혀 다른 상황이 벌어지자 놀랐지만 그가 놀랄 틈도 없이 어느새 그의 뒤로 돌아간 루프스의 몸 하나가 오우거의 발목에 도끼를 박아넣었다.
콰득-
"끄으읍"
예상외의 상황에 살짝 정신을 차리지 못했던 오우거 족장은 발목을 끊어버릴 듯한 도끼질에 그만 무릎을 꿇고 말았다. 오우거 족장의 기세가 일순 밀리자 두개체 남아있는 루프스가 신나게 오우거 족장의 몸을 도끼로 난도질을 해댔다.
퍽- 퍽- 콰직! 콰드득-
오우거 족장이 지니고 있는 맷집은 상당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 맷집이 방어형 능력을 가졌던 오우거들 보다 강력하지는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루프스의 도끼질로 생기는 상처들은 점점 늘어만 갔다.
오우거 족장은 루프스의 공격으로부터 일어나고자 했지만 그러기는 쉽지 않았다. 일부러 그가 집중적으로 발목과 오금과 같은 몸을 지탱하는데 중요한 부위들을 공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공격들이 계속해서 이어지지는 못했다. 오우거 족장은 루프스가 몸에 달라붙어 있는 이상은 다시 일어서기는 힘들다고 판단했다. 특히나 집중적인 공격을 받은 양쪽 발목의 아킬레스건이 너덜너덜해졌기 때문이다. 이 자리에서 살아나간다면 그가 지니고 있는 재생력으로 충분히 치료가 가능했다. 하지만 루프스와 전투중인 지금은 치료되기가 불가능했다.
오우거 족장은 그가 지닌 능력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쿠구구구
오우거 족장의 몸이 지면으로 함몰되면서 그 주변으로 돌덩이들이 날아와 그 몸에 부딪혔다. 돌덩이는 그 앞에 무엇이 있든지 상관없이 일직선으로 오우거 족장을 향해서 달려들고 있으니 루프스도 그 몸을 오우거 족장에게서 떨어질 수 밖에 없었다. 그 몸에서 떨어지고 나서도 한동안 계속해서 날아오는 돌덩이들은 계속 오우거 족장을 향해서 날아들었고 루프스와 그 분신은 그에게서 떨어진 후에도 계속 몸을 움직여 피하기 급급했다.
오우거 족장이 발동한 능력은 전장 전체에도 그 영향을 미쳤다. 날아드는 돌덩이들은 그에게서 가까운 곳에서 부터 날아오기도 했지만 전장 바깥에서부터 날아오는 경우도 있었다. 계속해서 날아드는 돌덩이를 맷집이 좋은 편인 오우거들은 그저 몸으로 떼우면서 비교적 약한 이들을 그 몸으로 가려주기도 했다. 고블린과 코볼트들은 프리트가 능력을 이용해서 늪지로 가라앉게 만들어서 피하거나 루프스처럼 몸을 움직여서 피하거나 오우거의 몸을 방패막이처럼 이용하는 경우 등 여러 방법으로 회피했다.
하지만 역시 개중에는 피하지 못하고 피해를 보는 이들이 속속들이 나타났다. 특히나 외곽 지역에서 고블린들을 가두다가 중간에 전장에 난입했던 오크들의 대부분이 쓰러졌으며 이미 쓰러져 부상을 입었던 고블린들은 부상이 악화되거나 절명하는 경우도 제법 되었다.
오우거들은 특유의 질긴 가죽 덕분인지 큰 피해를 입지는 않았지만 일부 피해를 보는 경우가 있었다. 이미 상처난 부위를 운없이 직격으로 맞기도 했으며 유난히 커다란 바위가 마찬가지로 커다란 오우거를 향해서 그대로 치고 지나가면서 피해를 본 것이다.
그렇게 한바탕 돌의 소나기가 지나가고 전장은 일시적으로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그 돌덩이들이 날아간 근원지, 오우거 족장과 루프스는 그러지 못했다. 돌의 소나기가 그치고 약간의 시간이 지난 후 오우거 족장이 있던 자리에 있는 돌과 자갈들이 뭉치고 뭉쳐 거대해진 마치 작은 동산처럼 보이는 바위가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후두둑
쿵- 쿵-
돌가루들을 흩뿌리면서 거대한 바위, 오우거 족장은 그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여러 돌덩이가 뭉쳐서 만들어진 바위는 움직이면서 그 형상을 드러내 보였다. 전체적인 형상은 오우거 족장과 그리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그 크기에 한해서 만큼은 오우거 족장과도 큰 차이를 보이고 있었다.
본래부터 축복을 받으면서 오우거 중에서는 특출나게 거대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능력을 사용해 돌로 이루어진 몸을 만들자 그 덩치가 수배는 불어나 있었다. 이제 겉보기에 루프스와 오우거 족장의 크기 차이는 족히 열배는 넘어 보였다.
돌로 이루어진 거체를 일으킨 오우거 족장은 돌가루를 부스스 떨어트리면서 루프스를 향해서 그 팔을 휘둘렀다.
후우웅
오우거 족장의 팔은 허공을 가르면서 거대한 주먹을 루프스를 향해서 뻗어냈다.
쿠우우웅
오우거 족장의 육중하다는 말로는 부족한 주먹은 루프스가 있던 자리를 향해서 내리꽂혔다. 하지만 커다란 만큼 그 패널티인지 본래의 그보다도 한층 느린 움직임에 그는 생각보다도 쉽게 그 공격으로 회피하는게 가능했다.
하지만 단 한번의 주먹질에 담긴 것은 단순한 주먹질 이상이었다. 얼마나 힘이 강력한지 그렇게 내리 꽂힌 주먹이 자리한 곳에서부터 땅이 격렬하게 흔들린 것이다.
"어, 엇?!"
발이 붙은 땅이 격렬하게 움직이자 루프스의 몸은 이리저리 흔들렸다. 당연히 오우거 족장도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반대쪽 주먹으로 그를 향해서 내뻗었다.
다만 아직 충분히 움직 일 수 있던 루프스는 어떻게든 그 공격을 피해냈지만 다시 방금과 같은 진동이 그를 덮쳤다.
쿠구구구
진동은 점점 격렬해지면서 주먹을 회피하면서 불안정해진 루프스의 발을 잡고 흔들었다.
그도 다시 한번 같은 공격을 당한다면 이렇게 될거라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 불안정한 발판으로 어떻게든 회피는 했지만 여전히 진동하는 바닥으로 떨어지면 그 착지가 불안정할거라는건 당연한 사실이니 모를 수 가 없었다.
그는 불안정한 몸을 움직였다. 지금 상황에서 또다시 공격을 받는다면 어떻게 대응하기도 전에 저 거체의 아래에 찌그러질거라는 사실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몸을 움직여 점점 그를 향해서 다가갔고 그 때는 오우거 족장이 다시 그 거체를 똑바로 세운 직후였다. 루프스는 그 몸을 자신의 키보다도 훨씬 커다란 오우거 족장의 다리에 근접하자 곧바로 뛰어서 그 위로 올라서는데 성공했다.
그의 다리 위로 올라서는데 성공하자 그의 짐작대로 바닥에서 느껴지던 진동이 마치 거짓말이었다는 것처럼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