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6화
준비
오우거들의 습격은 성공적이었다. 모두 오우거들 답지 않게 머리를 쓰면서 생긴 결과였다. 오우거 족장은 고블린 정찰대를 습격한 부하들에게서 습격은 실패했다는 보고를 들었다. 그리고 고블린들이 오우거들의 주력이 영역의 안에 없다는 사실을 알게되었다는 것을 깨닫자 작전을 바꾸게 된 것이다.
원래 오우거들은 고블린들이 영역의 안으로 더욱 깊숙히 들어왔을 때 습격하려했다. 하지만 오우거들의 주력이라고 할 수 있는 최상급의 오우거와 트윈헤드들이 깊숙한 곳에 있는 여러 마을 어디서도 발견되지 않는다면 고블린들이 이상함을 눈치 챌 거라고 생각한 것이다. 거기다 그렇지 않아도 고블린들이 입은 피해도 만만치 않으니 혹시나 퇴각을 고려할 우려가 있었던 것이다. 그 뒤 오우거는 계획을 바꾸게 되었다.
영역 깊숙한 곳에 대한 이상함을 눈치챈대다가 오우거 족장과 주력 오우거들의 부재와 전력의 감소는 고블린들에게 퇴각을 결심할 계기가 되어 줄 것이라는건 짐작하는게 가능했다.
계획을 바꾼 오우거는 먼저 매복지를 변경했다. 이미 고블린들이 퇴각할거라는건 높은 확률로 들어맞을 것이다. 하다못해 처들어간다고 하더라도 별로 건질것도 없이 남아있는 전력이라고 하기도 어려운 약간 남아있는 오우거와 오크, 랫맨, 코볼트들 몇몇만 희생될 뿐 그 뒤로는 어차피 그들의 부족으로 돌아가기 위해서 영역 밖으로 나갈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매복지로 선정된것은 그들 영역에서 약간 벗어난 지역이었다. 영역 안에서 습격하는 것은 지양했는데 영역 안이라면 여전히 고블린들이 경계심을 가지고 있을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우거들의 영역 바깥은 아직 대부분이 공백지이거나 다른 몬스터들의 영역 외곽지역이기 때문에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으니 고블린들도 경계심이 풀릴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게다가 일부러 매복을 하면서 생긴 흔적들 중 영역 부근에 나있는 흔적들에는 그다지 신경쓰지 않았다. 남겨진 흔적들을 보고 고블린들이 계속 경계하면서 제풀에 지치기를 원했기 때문이다. 고블린들이 경계 부근에서 오우거들이 흔적을 지우려던 흔적을 발견한 것은 그 부근부터 차근차근 흔적들을 지우면서 자연스럽게 발견된것 뿐이었다. 그 흔적으로 조금 더 오래 경계심이 지속되었지만 완전히 오우거의 영역을 빠져나왔다는 안심에 경계심이 풀린것이 오우거들의 습격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는데 제법 영향을 미쳤다.
오우거들의 공격은 긴장이 풀린 고블린들을 향해서 적절히 들어갔다. 그리고 고블린들은 미처 생각지도 못한 오우거들의 공격에 상당한 피해를 입었다.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일부라지만 그 수가 줄어들어 버린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지금 고블린의 전력을 구성하는 것은 모두 상급 이상의 고블린들과 코볼트들이었다. 그리고 상급 이상의 힘을 지니고 있는 부족원들은 수만에 달하는 수 중에서도 수백 정도밖에 되지 못한다. 그리고 그 상급에 달하는 부족원들도 이곳까지 온 이들은 사백정도며 그것도 여러번의 전투로 이백까지 줄어있었다. 그런데 오우거들의 습격으로 이백중에서 이십이 중상을 입거나 절명했으니 큰 피해라면 큰 피해였다.
그나마 고블린들에게 다행인 점은 오우거들의 수도 그리 많은 편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주력인 트윈헤드들이 다섯이 있고 최상급에 달하는 오우거들도 열이 있었지만 일반 오우거들은 고블린들의 절반도 안되는 오십정도의 숫자밖에 없었다.
이십의 희생자가 나오고서야 고블린들도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다. 먼저 루프스가 다급하게 분신을 불러내서 당장 죽을 위기에 처해있는 고블린과 코볼트들을 구해주었다.
퍽-!
"꾸어엉!"
고블린들 중에서는 독보적인 덩치지만 오우거들에 비해서는 빈약한 모습의 고블린이 오우거를 향해서 주먹질을 날렸다. 오우거는 자신의 옆구리를 공격해오는 모습을 확인했지만 조그만 고블린의 공격에 코웃음을 치고는 무시했다. 그리고는 눈앞의 적을 향해서 몽둥이질을 날리려했지만 그 전에 오우거가 먼저 날아갔다.
"키익?"
"커...컹!"
오우거가 들고있던 자신의 몸집보다도 커다란 몽둥이에 굳어있던 고블린과 코볼트는 갑자기 오우거가 나가 떨어지자 의아해하는 표정을 짓다가 날려진 오우거가 끙끙거리는 모습에 당했던 것을 갚아주기 위해서 달려들었다.
그런 고블린과 코볼트를 확인한 루프스의 분신은 같은 작업을 계속해서 이어가자 얼마 지나지 않아 살아남은 고블린들이 하나같이 오우거들을 향해서 칼날을 들이밀수 있었다.
그리고 그 때 까지 오우거 족장을 견제하고 있던 루프스는 그제야 그를 향해서 정신을 집중 할 수 있었다.
오우거 족장은 고블린들이 생각보다도 빨리 정신을 차리자 아쉬워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이내 크게 고함을 치면서 루프스를 향해서 달려들었다.
"쿠워어어어어어어!!!"
오우거의 고함과 같은 포효성은 마치 고막을 찢는것과 같은 큰 소리를 발출했다. 루프스도 목청껏 소리치는 오우거의 포효성에 일순간 움찔하였다. 하지만 크게 영향을 받지 않은 그는 그대로 오우거를 향해서 달려들었다.
쐐액!
루프스의 도끼는 날카로운 소음을 내면서 오우거를 향해 날아들었다. 오우거 족장은 그렇게 날아들어오는 도끼의 모습에 트윈헤드 오우거들이 들고 있던 검보다도 한층 크고 두꺼워 목재였다면 한그루의 나무로 보였을법한 대검을 들어서 가볍게 막아내었다.
째앵
도끼와 대검이 부딪히면서 귓가를 찢는듯한 소음이 발생했다. 오우거는 전력을 다해서 내리친 루프스의 공격을 손쉽게 막아냈다. 루프스는 손아귀에서 느껴지는 강렬한 느낌에 눈살을 찌푸리면서 검을 박차고 뒤로 뛰어 내렸다.
거리를 벌린 그는 다시 오우거를 향해서 달려들었다. 오우거는 자신을 향해서 공격해 들어오는 고블린을 보면서 반대손에 들려있는 또다른 무기를 그를 향해서 내리쳤다.
콰앙-!
루프스는 미처 눈치채지 못했지만 오우거는 허리춤에 비교적 작은 크기의 무기를 하나 착용하고 있었다. 철로 말들어진 몽둥이로 검과 비교했을 때 매우 짜리몽땅한 덕분에 오우거의 거체와 대검에 가려져 루프스의 눈에 띄지 못했던 것이다.
오우거의 공격은 달려드는 루프스를 다시 뒤로 뛰어서 피하게 만들었다. 뒤로 뛰어서 피한 루프스는 이어서 분신으로 오우거의 뒤를 치도록 움직였다.
타다 탓!
루프스의 분신은 달리던 몸을 띄워서 오우거의 등을 향해서 달라붙기를 시도했다. 등 뒤에서 오우거를 성가시게 만들려 공격을 시도한 것이다.
하지만 오우거는 어떻게 안 것인지 뒤를 향해서 대검을 휘둘렀다. 루프스의 분신은 대검에 맞지는 않았지만 그 풍압에 공중에 떠있던 분신은 바닥으로 추락해 사라지고 말았다.
"크윽"
분신이 사라지자 루프스는 순간 눈살을 찌푸렸고 일순 생겨난 빈틈을 오우거는 놓치지 않았다.
부웅-!
루프스를 향한 오우거의 공격은 파공성을 내뿜으면서 겉보기로도 그 힘을 보여주고 있었다. 루프스는 자신을 향해서 떨어져 내리는 오우거의 공격에 최대한 빨리 몸을 날려 회피를 시도했다.
쿵
오우거가 재빨리 작은 몽둥이로 그를 향해서 공격을 날렸지만 다행히 그의 시도는 성공적이어서 오우거의 공격을 회피하는데 성공했다.
간신히 공격을 피하는데 성공한 루프스는 재빨리 일어나서 오우거를 노려보았다. 오우거도 이번 공격에 루프스를 날릴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실패했다는 점에서 아쉬운지 잇소리를 내면서 그를 마주 노려보았다.
루프스는 오우거를 노려보면서 다시 분신을 불러냈다. 그리고 남아있는 분신과 함께 셋이서 단번에 오우거를 향해서 달려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