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5화
준비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미리 보냈던 정찰대들이 은신처에 도착하자마자 빠르게 루프스를 향해서 다가왔다. 은밀하게 숨을 수 있는 이들을 위주로 선발한 정찰대였지만 오우거들의 능력이 생각 이상이었는지 부상을 당한이들의 수도 상당했지만 전체적인 숫자도 3분지1이 줄어있었다.
"뭔가 새로 알아낸것은 있나?"
루프스는 일단 부상이 심각한이들은 뒤로 물리고 그나마 멀쩡해 보이는 부하만을 보고하도록 남겨두었다. 멀쩡해 보인다고 하더라도 온몸에 생채기가 가득하니 빠른 휴식을 통한 치료가 필요해 보였다.
"긱, 오우거 영역의 중심지라고 할 수 있는 장소를 발견 했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오우거 족장이 머무는 장소는 발견 할 수 있었습니다만... 키익, 그곳에 오우거 족장은 없었습니다. 그리고 오우거들의 모습도 전체적인 넓이에 비해서 매우 소수만이 남아있는것을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한숨을 내쉰 고블린은 한숨을 내쉬며 첨언했다.
"그리고... 남아있는 이들 중에서 트윈헤드들은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기릭"
그 밖에 그들이 알아낸 여러 정보들을 그에게 들려주고는 마지막으로 정찰대들이 습격당한 지점에 대한 이야기를 끝으로 고블린은 몸에 난 상처들을 회복하기 위해서 자리에서 물러났다.
"물러나는게 좋겠군"
고블린의 보고를 듣고 잠시 생각에 잠겼던 루프스는 그렇게 결정을 내렸다.
"그대로 진격하는게 아닙니까? 오우거 족장도 지금 없다는 이야기 같던데 말이죠"
"그러니까 물러나는거지. 오우거 족장이 없다는게 마음에 걸리는군. 그리고 어디서도 트윈헤드들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도 걸리기도 하고"
고블린이 가져온 보고에 따르면 그들은 직접 확인한 오우거들의 수도 별로 없으며, 그나마도 최저한의 거점을 지키기 위해서 남아있는 이들로 보였다. 그렇다는 것은 그곳에 원래 있어야 할 오우거들이 현재 어딘가로 이동해서 없어진 상황이라는 이야기였다.
"게다가 정찰대가 습격을 당했었다. 그 이야기는 그들이 보유한 정보를 우리에게 전달하고 싶지 않다는 거겠고, 그들이 가지고 있던 정보 중 특이하다고 할만한 것은 그들의 영역에 주력이라고 할 수 있는 오우거들이 현재 없다는 거고. 즉, 우리에게 오지 않았으면 하는 정보는 그 이야기였다는 거겠지"
"근데 어떻게 정찰대가 오우거들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있었겠습니까? 정말 보내고 싶지 않았다면 막을 수 있는 전력이 있었을 텐데 말이죠. 혹시 시간을 끌기 위해서 그러는것 아닐까 싶습니다"
"주력이 없다는게 그걸 가능케 했겠지. 그리고 우리를 무시하는 경향이 아직 남아있던 덕분에 살아올수 있었떤것 같군. 그리고 녀석들이 시간을 끌어봐야 뭘하겠나? 그래봐야 숫자나 좀 늘어나는 정도밖에 없을텐데. 일단 부족으로 귀환해서 재정비를 하고 다시 오는게 좋을거라 본다만"
프리트의 의견에 대해서 고개를 절레절레 저은 루프스는 일단 귀환하는것을 우선시했다. 지금의 피해상황으로는 처들어간다고 하더라도 어디서 주력이 나타난다면 큰 피해를 입고 패배할것은 기정사실이라고 할 수 있으니 루프스로서는 영 꺼려졌기 때문이다.
프리트도 결국 그의 의견에 동의하고는 그가 이끌었던 이들에게 돌아가서 돌아갈 준비를 시작했다. 루프스들과 마찬가지로 부상자들을 먼저 돌려보냈기 때문에 이곳에는 크게 상처입은 이들이 없어 하루를 쉬고는 부족으로 되돌아간다는 사실을 전달했다.
하루가 지나고 합쳐진 두 무리의 군대는 다시 루프스의 인솔하에 부족으로 되돌아갔다. 여전히 오우거들의 영역 내부에 있기 때문에 충분히 경계를 취하면서 전진했다. 오우거들의 영역을 빠져나갔다면 모를까, 오우거의 영역 안에 있는 상황에서는 어디서 그들이 튀어나올지 여전히 모르기 때문이다.
고블린과 코볼트들이 퇴각하는 길은 순조로웠다. 고블린들과 오우거들이 전쟁중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것인지 본래 이들의 영역을 빨빨거리며 돌아다녔을 몬스터들도 마주치지 못했으며, 어슬렁 어슬렁 들어올법한 상급이나 최상급 몬스터들도 눈에 띄지 않았다. 그리고 전투가 벌어지지 않으니 고블린들이 오우거들의 영역을 벗어날 경계까지 가는데도 이틀정도의 시간밖에 걸리지 않았다.
저벅 저벅 탓- 탓!
경계에 접근하던 루프스는 자신을 향해서 다가오는 열 정도의 숫자로 이루어진 고블린 무리들이 다가왔다. 모두 루프스가 혹시나 해서 계속해서 교대식으로 풀어놓은 고블린 정찰병들이다. 정찰을 끝낸 한 무리들이 교대하려 보고를 위해서 그에게 다가온 것이다. 빠르게 루프스를 향해서 접근한 그들은 그에게 장찰의 결과를 보고했다.
"오우거들의 발자국을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그 주변으로 흔적을 지우려한 시도들도 발견됬습니다. 아무래도 이 앞에 숨어서 기습하려 기다리는것 같습니다"
고블린들이 가져온 정보는 지금까지 들었던 것과는 다른 정보들이었다. 지금까지 정찰대들이 가지고 왔던 정보들은 대체로 발견하지 못했던 오우거의 마을의 흔적이나 오우거가 지나갔던 흔적들이 발견되었었다.
발견한 오우거의 마을은 모두 빠져나가 빈 장소 뿐이었고 오우거가 지났던 흔적들에 경계도 했었지만 결국 그들의 앞으로 나타나는 오우거들의 모습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그런데 지금 정찰병들이 가져온 정보는 지금까지와는 달랐다. 오우거의 발자국은 자주 발견되었던 것들이지만 그 주변에 지우려는 흔적들이 남아있다는 것은 처음 들어온 정보였다.
지우려는 흔적이 있었다는 이야기에 루프스는 다시 경계심이 솟아나는걸 느꼈다. 지금까지 오우거들이 추가로 나타나지 않는것에 경계심이 조금씩 풀어졌지만 이번에 발견했다는 수상한 흔적은 그에게 경계심을 다시 심어주는 것에 효과적이었다.
정찰대를 무리의 안으로 들여보내고 새로운 정찰대를 내보낸 그는 한껏 경계심을 가지고 전진했다. 혹시나 어디서 오우거들이 튀어나오지는 않을지 경계하면서 걸었지만 오우거들의 영역으로부터 바깥으로 걸음을 내딛을때까지 오우거들은 나타나지 않았다.
오우거들이 나타나지 않은것이 이상했지만 좋은게 좋은거라 최소한의 경계심을 가지고 부족을 향해서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때 그가 그토록 경계했던 오우거들이 나타났다.
"쿠워어어어!"
오우거의 영역을 벗어났다고 해도 울창한 숲이 어디로 사라지는것은 아니었다. 빽빽히 솟아난 나무들과 최하급 고블린이라면 그 몸을 모두 가릴정도로 길게 자라난 수풀들은 자연이 만들어준 매복지였다.
수풀과 나무의 뒤에 숨어있던 오우거들이 한꺼번에 나타나 고블린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오크들을 이용해서 고블린과 코볼트들을 포위하고는 포위진의 안으로 오우거들이 진입해서 고블린과 코볼트들을 때려잡기 시작했다.
쿠웅! 콰앙! 콰드드드득!
오우거들이 내리치는 몽둥이와 각종 무기들이 고블린들을 납작하게 만들고 코볼트들을 날려보냈으며 그들이 서있는 자리를 폭삭 주저앉도록 만들어버렸다.
순간적으로 긴장을 풀었던 루프스는 생각지도 못하게 나타난 오우거들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었다. 그가 고블린들과 코볼트들의 대장이라는 정보를 알고 있는건지 그를 향해서 넷의 트윈헤드들이 나타나 공격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발견하지 못했던 트윈헤드들이 모두 이자리에 있는 듯이 지금까지 마주했던 이들보다도 많은 수가 고블린들을 공격하고 있었다.
트윈헤드들의 공격을 피하면서 상황을 살피던 루프스는 생각보다도 안좋게 돌아가는것에 절로 잇소리가 새어나왔다. 생각지도 못한 공격에 당황했던 것은 그 뿐만이 아니었는지 제대로 정신을 차리고 반격에 들어가는 고블린이나 코볼트들이 적어 대부분이 그저 당하고만 있었던 것이다.
그 때 그는 약간 떨어진 거리에서 한 오우거를 발견했다. 지금까지 봐왔던 그 어떤 오우거보다도 거대한 덩치에 온몸이 갈라진듯이 보이는 특이한 형상을 취하고 있는 오우거로 다름 아닌 이 오우거 무리의 대장인 오우거 족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