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눈을 뜨니 고블린-154화 (154/374)

154화

준비

오우거가 갑자기 미쳐버린듯이 아군 오우거를 공격한 것은 모두 루프스의 작품이었다. 그동안 능력을 이용해 여러번 실험해보면서 그저 떨어진 거리에서 거는것보다 가까이 근접할수록 효과가 좋다는 것과 상처로 순간 정신이 흔들리는 순간이 그의 능력에 취약한 시점이라는 것을 알아낼 수 있었다.

트윈헤드 오우거는 머리가 둘이기 때문인지 일반적인 최상급의 몬스터들 보다 능력이 잘 걸리지 않았다. 틈틈이 오우거를 향해서 능력을 사용했지만 녀석을 경계해 멀리 떨어져있을 때는 무언가에 막힌듯이 그의 능력이 들어먹지를 않았다. 게다가 어쩌다 걸리는 경우가 있다 하더라도 양쪽 머리를 동시에 걸지 않으면 효과가 반감되고 금방 풀려버려 별 효과를 보지 못했다.

루프스는 오우거의 가슴께에 남아있는 찢어진 갑주의 틈새를 향해 공격하면서 순간 고통에 흔들리는 오우거의 양쪽 머리에 순차적으로 능력으로 만들어진 허상을 보여주었다.

가장 먼저 오우거의 눈과 감각에 보여준것은 도끼질로 밀려오는 고통에 순간 몸부림치는 순간 얼결에 얻어맞은 루프스의 몸이 튕겨나가는 모습이었다. 그렇게 튕겨나간 그의 모습이 갑자기 거대해지면서 그 모습을 동료였던 오우거의 몸 위로 겹쳐놓은 것이다.

당연히 루프스의 능력에 걸린 오우거는 동료를 그라고 착각하고 공격해댄 것이다.

결국 오우거는 죽고 또 다른 하나의 오우거만이 남게되었다.

오우거의 목 위에서 일어선 루프스는 이제 하나 남은 적을 노려보았다. 거리가 좀 떨어져있지만 언뜻 보이는 그의 부하들도 슬슬 마무리에 들어서고 있는 상황이었다.

오우거를 노려보던 루프스는 그를 향해서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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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블린들과 코볼트들은 방금전까지 오우거들의 영역이었던 곳을 파괴하고는 길을 떠났다. 루프스가 마지막까지 맡았던 트윈헤드 오우거는 루프스의 손에 손쉽게 절명했다. 전까지 싸우던 녀석과는 달리 가죽도 평균 수준이었고, 땅을 움직이는 능력이 좀 특출났지만 그의 상대가 되지는 못했다. 오우거는 그 뒤로 한번 더 완전치유로 살아났었지만 혹시몰라 대기하고 있던 루프스가 오우거가 살아나자마자 다시 죽여서 완전히 끝을 냈다.

그렇게 싸움이 끝나고 고블린과 코볼트들은 다음 마을을 상대하기 위해서 길을 떠난 것이다.

루프스가 선두에 선 두 종족의 연합군이라고 할 수 있는 그들은 하나 하나 순차적으로 오우거들의 마을을 전멸시켜 나갔다. 적들도 어느정도 대비를 해놓았기 때문인지 마을 하나에서 다음 하나로 건너갈때 마다 버티고 있는 적들은 제각각 달랐지만 싸우기가 더욱 힘들어지고 있다는것은 사실이었다.

첫번째 마을을 해체한 뒤 이틀의 시간을 걸어 다음 마을로 건너가자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던 것은 하나의 트윈헤드 오우거와 다수의 일반 오우거들이었지만 그들은 정예들이었다. 특히나 일반 오우거라고 무시했던 이들 중에서 축복을 받았는지 트윈헤드 오우거만큼 상대하기 성가신 녀석들이 둘 있었다.

결국 루프스와 마인과 티토의 세 고블린들의 활약으로 최상급의 오우거들은 모두 죽었으며, 그 밑에 있는 오우거들도 마찬가지로 그와 동급인 고블린들의 손에 의해서 목숨을 잃었다.

다음 오우거의 마을을 찾아 떠난 그들은 다시 하루정도의 시간을 두고 다음 마을을 찾아냈다. 그리고 그곳에는 셋의 트윈헤드 오우거가 진을치고 기다리고 있었다. 특히나 이전의 싸움에서 어떻게 그들의 정보를 수집한건지 아니면 그런 종류의 능력을 지니게 되는 경우가 많은건지, 셋 모두 가죽을 단단하거나 질기게 만드는 능력을 가지고 있어서 상대하기가 특히 까다로웠다. 개중에는 속도를 빠르게 하는 종류의 능력을 가진 녀석도 있어 더욱 상대하기 까다로웠다.

다만 루프스가 있던 덕분에 어떻게든 승리를 쟁취 할 수 있었지만 최상급의 두 고블린은 중상을 입었고, 상급 고블린들도 반절에 가까운 수가 목숨을 잃었다.

부하들의 상태가 더 이상 진격하기는 힘들거라 판단한 루프스는 일단 다친 동료들을 부족으로 물러나도록 만들었다. 경상을 입은 이들을 주축으로 부족을 향해서 귀환할 병력을 구성했다. 그렇게 부하들을 돌려보낸 뒤 그는 남아있는 부하들을 이끌고 헤어졌던 이들과 합류를 시도했다.

최종적으로 합류지점으로 지정한 장소가 있었기에 그는 그곳을 목표로했다. 다행히 목표로잡은게 헛되지는 않았는지 이미 먼저 고블린들이 도착해서 대기하고 있었다.

"먼저 와있었군"

"오셨군요. 그런데... 수가 많이 줄었군요"

"음..."

그가 접근하고 있는 것을 확인하고 다가온 프리트가 그를 반겨주었다. 그러면서 슥슥 주변을 둘러보더니 어느새 수가 많이 줄어든 병력을 확인 할 수 밖에 없었다.

루프스는 그가 줄어든 병력에 대해서 묻자 할 말이 없었다. 생각보다도 그들이 입은 피해가 컸던 것이다. 그런데 그를 피해서 주변을 둘러보던 그도 반대쪽을 훑고 온 그들도 루프스가 이끌던 이들만큼은 아니지만 수가 상당히 줄어있었던 것이다.

"녀석들이 기습을 가하더군요"

루프스가 그에 대해서 묻자 프리트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면서 그렇게 답했다.

"다행히 트윈헤드들은 그다지 나타나지 않아서 큰 피해를 보진 않았지만 제법 피해를 보게되었죠. 게다가 습격이 한번이 아니라 여러번 오다보니 수는 저절로 줄어들더군요"

한숨을 내쉰 프리트는 고개를 절래절래 저었다. 아무리 습격이었다지만 충분히 이길 수 있는 이들의 손에 이렇게 큰 피해를 입게 되었다는게 착잡하다는 태도였다.

"이미 피해를 본건 어쩔 수 없지. 그러고보니 오우거들의 틈에 침투시켰던 이들에게서 별다른 연락은 없었나?"

루프스는 그들이 숲에 습격을 가하면서 같이 남겨둔 고블린들에 대해서 물었다. 그가 과거 보냈던 오우거들을 습격했던 고블린들은 대체로 귀환을 해서 정보를 물어다주고는 절반은 다시 오우거들의 영역으로 들여보냈었다. 이번에는 습격보다는 정보수집의 차원으로 침투시켰었다.

초입부부터 중반 부근까지는 습격하면서 저절로 알게 된 정보들로 어느정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후반부에 대해서는 그다지 가지고 있는 정보가 없었다. 게다가 트윈헤드들의 존재 때문에 그들의 수와 어디어디에 존재하고 있는지를 알아볼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오우거들의 족장이 어디에 있는지를 알아야 했기 때문에 그들을 다시 오우거의 영역으로 들어가게 한 것이다.

루프스들은 최초 가지고 있던 정보만을 듣고 오우거들의 영역을 침범한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그저 어디어디에 오우거들이 만들어낸 마을이 있다는 정보만이 유일한 가치가 되었다. 한 마을에 하나만 있던 트윈헤드들이 둘, 셋씩 뭉쳐서 나오는 순간 트윈헤드들의 원래 분포에 대한 정보는 가치를 잃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이 따로 뭉쳐있기 때문인지 루프스들이 찾은 마을들은 여럿이었지만 실제 전투를 겪은 것은 셋 뿐이었다. 그런 만큼 이제 새로 들어올 정보들이 그들에게는 그만큼 중요한 것이었다.

"지금 막 오고 있다는 연락은 받았습니다. 거의 다 왔다고 하니 조금만 기다리면 이곳에 도착하겠지요"

루프스의 물음에 프리트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답했다. 정찰대의 사이에 텔레파시 종류의 능력을 지닌 이들을 섞어놓은 덕분에 미리 그들의 소식을 조금 들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들에게 정보를 얻은 뒤에 행동방침을 결정하지"

이미 상당한 피해를 입은 고블린과 코볼트들이지만 그만큼 적인 오우거들도 제법 피해를 입은 상황이다. 루프스로서는 이번 공격으로 단번에 오우거들을 공략 할 수 있기를 원하고 있기 때문에 많은 피해를 입은 상황이라지만 뒤로 물러나고픈 마음은 없었다.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프리트는 곧 멀리서 보이는 고블린들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지금 막 들어오고 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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