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3화
준비
루프스는 자신을 향해서 맹렬히 돌진해오는 오우거를 보면서 재빨리 몸을 움직였다.
파팟!
날렵한 몸놀림으로 본체와 분신체 모두 전투중이던 오우거로부터 거리를 벌렸다.
'녀석이 노리던게 이거였나!'
몸을 움직이면서 그는 집어 던졌던 두 고블린의 상태를 힐긋 확인하고는 이를 갈았다. 그렇지 않아도 루프스는 오우거를 상대하는데 생각보다 애를 먹고 있었다. 원래라면 손쉽게 해치우는게 가능했어야 하지만 그의 뜻대로 되지는 않았는데 이번에는 오우거에게 원군이 생긴데 더불어 그의 아군인 두 고블린은 바닥에 쓰러져 움직이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그가 상대해야하는 오우거의 수도 늘어나니 그로서는 매우 곤란한 상황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그가 우너래 상대하던 오우거를 쓰러트리는데도 생각보다도 시간이 걸려서 성가셨는데 적이 늘어나기까지 하니 그의 입장에서는 짜증이 솟구치는 상황이었다.
그가 짐작하기에 이 트윈헤드 오우거가 쓰러지지 않는 이유는 온몸을 둘둘 감싸고 있는 갑주와 재생력도 문제지만, 그의 생각보다도 그의 도끼가 박히지를 않는다는게 문제였다.
그가 알기로 한등급의 차이는 상당하다. 동급이라면 오우거와 고블린의 사이에는 상당한 차이가 발생 할 수 있다. 실제로 고블린으로서는 오우거의 강력한 힘이 담긴 일격을 받아내기란 요원한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과거 루프스가 상급에 올라섰을 때도 오우거와 싸우기를 꺼려했으며 얼마전에 있었던 습격에서도 최대한 그들의 공격을 피하면서 공격했던 것이다. 그리고 동급인 고블린들의 공격은 오우거에게 충분히 상처를 입힐 수 있었고, 그렇기 때문에 이기는것이 가능했다.
하지만 지금 그가 상대하는 오우거에게는 그의 공격이 제대로 먹히지를 못하고 있었다. 일차적으로 갑주가 그의 공격을 막아서고 있지만 그의 힘을 실은 도끼는 충분히 갑주를 뚫고 그 안으로 충격을 실어날라 그 날을 박아넣을 수 있었다. 그렇지만 갑주가 한번 상쇄한 그 힘은 안쪽에 있는 오우거의 가죽에 흠집을 낼 수 있었지만 상처라고 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었다. 그나마 상처라고 할 수 있는 경우는 대체로 무릎과 팔꿈치 겨드랑이나 발목 골반과 같은 관절부위에 도끼를 찍어넣은 경우 뿐이었다.
'아마 공격이 박히지 않는것도 녀석이 가진 능력이겠지'
쿠웅!
연달아 들어오는 공격을 피하면서 그는 다른 오우거를 살펴보았다.
'저녀석이 가진 능력은 뭐지? 분명히 목이 꿰뚫리는것 같았는데... 목뿐만 아니라 어디에도 상처는 커녕 어디 긁힌 생채기하나 보이지 않는군. 티토의 싸움방식을 생각하면 저렇게 움직이기도 힘들건데?'
오우거의 갑주에는 기스가 나고 찌그러진 흔적들이 여실히 보였지만 틈틈이 보이는 오우거의 살갗은 매끈한 자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뭔지는 몰라도 단숨에 몸을 회복시키는 종류이겠군. 언제 또 그 능력이 발동할지는 모르니 이 녀석은 우선 그저 견제정도만 해두는게 좋겠군'
계속 휘둘러지는 오우거들의 검을 사이사이로 피해내면서 그는 생각을 마쳤다. 다행히 그가 원래 상대하던 녀석은 갑주가 찢어지고 여전히 회복중인 상처도 있어 구분하기는 어렵지 않았다.
맹렬히 내려치는 오우거들의 검을 피하고 피하면서 그는 원래 상대하던 오우거에게 달려들었다. 이번에는 이전보다 더욱 본격적으로 전투에 임했다. 루프스가 달려들자 오우거는 방어자세로 바꾸었다. 오우거는 그의 위험성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가 달려들자 당연스레 공세를 수세로 바꾼것이다.
루프스는 달려들면서 도끼를 휘둘렀다. 그의 도끼는 이미 이전에 파놓은 갑주의 틈새로 파고들어갔다.
콱!
도끼가 박혀들자 루프스는 다시 도끼를 회수해서는 그의 몸에서 떨어졌다.
"끄워어어!"
오우거는 고통스러운지 괴성을 지르더니 검을 휘둘렀다.
쾅!
"꾸워엉?!"
오우거의 공격은 바로 옆에 있던 동료를 후려쳤다. 갑작스러운 동료에게서 불의의 일격을 받은 오우거는 막대한 힘이 실린 검에 의해서 쓰러져버리고 말았다.
"그워어어어어!"
동료가 쓰러지는 모습을 보면서도 검을 휘두른 오우거는 환호성과 같은 포효를 내뱉으면서 쓰러진 오우거를 향해서 검을 휘둘렀다.
오우거는 갑자기 동료가 미쳐서 자신을 공격하자 당황스러웠다. 게다가 서로 비슷한 실력을 지니고 있는 이로서 불의의 일격이라지만 한방에 몸이 넘어가고 말았다는것에 수치심을 느끼기까지 했다. 그리고 아직 루프스를 제대로 상대하지 않은 그는 그의 위험성을 아직 깨닫지 못했다. 오우거는 목표를 바꾸게 되었다. 그의 머릿속에서 루프스의 존재는 지워졌으며 갑작스레 공격한 동료의 모습만을 그 머릿속에 새길 뿐이었다.
꾸웅!
내리쳐진 둔탁한 칼날은 바닥을 파고들었다. 오우거가 몸을 굴려서 피해낸 것이다. 과거 동료였던 그리고 지금은 그의 적이된 오우거는 그렇게 굴러가는 오우거의 거체를 보면서 다시 바닥에 박힌 검을 들어올렸다.
위기를 한차례 넘긴 오우거는 재빨리 몸을 일으켜 세웠다. 계속해서 누워있다가는 다시 내리쳐지는 검에 의해서 그 몸이 찌부라질것이란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몸을 일으킨 오우거는 마침 휘둘러지는 검을 향해서 자신이 들고 있는 검을 마주 휘둘렀다.
타앙! 카가가가각
비등한 힘을 소유한 오우거는 밀고 밀리면서 힘으로 서로의 검을 찍어눌렀다.
두 오우거가 마주 싸우고 있는 사이에 루프스는 가장 먼저 쓰러진 두 고블린들을 수습했다. 아직 멀쩡히 살아있는 모습이기는 했지만 저 오우거가 휘두르는 검에 직격당했으니 속까지 멀쩡할리는 없기 때문에 먼저 치료를 하기 위해서였다.
다행히 오우거들은 그에게서 관심을 거두었기 때문에 두 고블린들을 부하들의 틈바구니로 던져넣는일은 순식간에 끝낼수 있었다.
함께 따라온 치유의 능력을 지닌 고블린들과 코볼트들이 두 고블린에게 달라붙는것을 확인하고는 그는 두 오우거가 격렬한 전투를 벌이는 현장으로 돌아왔다.
쾅! 쾅! 쾅!
두 오우거는 서로를 향해서 검을 휘둘렀다. 그 격렬한 싸움과 충격파는 루프스가 처음보는 광경이었다. 오우거의 막강한 힘이 실린 두개의 검이 부딪히면서 굉음을 쏟아냈다. 그 충격음이 얼마나 컸는지 아직 제법 떨어진 거리에 있는 루프스의 귓가를 얼얼하게 만들 정도였다.
얼얼한 귓가를 문지르면서 그는 먼저 그가 수작을 부린 오우거를 향해서 다가갔다. 그가 다가가는 동안 오우거들의 전투는 한층 더 힘을 쏟아내고 있었다.
루프스가 수작을 부린 오우거로부터 확인한 능력은 두가지였다. 급격한 재생능력과 질기디 질긴 피부를 지닌것 두가지였다. 두 가지 모두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능력이니 이 오우거의 모습에 그다지 특별한 변화는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반대쪽에 있는 다른 오우거는 그렇지 않았다.
그가 파악하기로는 갑작스럽게 회복되는 능력 하나만이 파악된 그 오우거는 또다른 능력을 한가지 더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의 정체는 지금 이 순간 드러났다.
휘리릭- 착! 드드드득
갑자기 오우거의 발 밑의 흙더미들이 솟구치더니 마치 올가미처럼 적 오우거의 발목을 옭아매버린 것이다.
"크웅?"
흐릿한 눈동자를 하고 있는 오우거는 그런 자신의 발목을 보면서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가 상대하는 적이 낼 수 있는 능력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의아한 상황에 순간 정신을 놓은 오우거는 순간 힘이 빠졌고 그 틈을 노린 오우거는 그의 검을 처내고는 들고있던 거대한 검을 전력을 다해서 휘둘렀다.
콰앙
"꾸억!"
거대한 검은 순식간에 마주선 오우거의 복부를 후려쳤고, 공격을 맞은 오우거는 갑주가 미처 해소하지 못하는 둔중한 충격으로 쓰러지면서 고통을 호소했다.
그리고 그 틈을 노린 루프스는 쓰러져 몸부림치는 오우거의 몸 위로 올라타서는 그 목에 도끼를 찍어내렸다.
콰직!
"그컥!"
콰직! 콰직! 콰직! 콰직!
계속해서 내리친 그의 공격은 결국 오우거의 특출나게 질긴 피부를 뚫고 그 목을 반쯕 절단내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오우거의 목은 두개였고, 하나가 죽었지만 아직 남은 하나가 살아있었다. 하지만 그쪽 목도 곧 짓눌러지면서 절단이 나버리고 말았다.
쾅!
쓰러진 오우거를 상대하던 오우거가 그 목에 검을 휘둘러 내리쳤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