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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뜨니 고블린-152화 (152/374)

152화

준비

마인과 티토가 하나의 트윈헤드 오우거를 상대하는 사이 루프스도 남은 하나를 상대하고 있었다.

"으워어!"

오우거는 괴성을 지르면서 루프스를 향해서 몽둥이라고 봐야 될 것 같은 검을 내질렀다.

후웅

둔탁한 형태의 검은 허공을 베어낸다기 보다는 밀어내는 느낌으로 루프스를 향해서 들이 닥쳤다. 밀려드는 바람이 거세게 루프스를 향해서 불어왔지만 그는 손쉽게 그 공격을 피해냈다. 속도를 장기 중 하나로 삼는 그가 오우거의 늘릿한 속도로 내리치는 공격을 피하는건 쉬운 일이었다.

공격을 회피한 루프스는 곧장 트윈헤드 오우거를 향해서 달려들었다.

쐐액!

도끼를 이용한 그의 공격은 상당한 근력이 실려있어 상당한 속도를 발했다. 도끼에 실린 힘은 그를 상대하고자 나선 트윈헤드 오우거가 무시하기에는 제법 부담스러웠지만 속도도 그가 몸을 움직여 피하기에는 힘들 정도였다. 하지만 당연히 그를 상대하는 트윈헤드 오우거도 아무런 대비 없이 그저 공격을 무방비하게 받아주지는 않았다.

카각

정면으로 들어오는 공격을 오우거는 몸을 살짝 비틀어 갑주의 면으로 도끼를 흘려보냈다. 오우거의 흘려내기에 루프스의 도끼는 갑주에 큰 흔적을 남기고는 흘러내려갔다.

루프스는 공격이 억지로 비껴나면서 균형이 흐트러져 몸이 휘청거렸고 오우거도 온전히 힘을 소화하지는 못해 한걸음 뒤로 물러서게 되었다.

둘 모두 순간적으로 이렇다할 움직임을 보이진 못했지만 루프스에게는 몸을 가누지 못한 상태에서도 공격이 가능한 방법이 있었다.

후웅!

한걸음 물러선 오우거의 다리를 향해서 갑작스럽게 나타난 도끼가 휘둘러졌다.

콰직!

도끼는 정확하게 발목의 미세하게 나있는 틈새를 찍었고, 그 공격은 오우거의 발목에 제법 큰 충격을 주었다. 비틀거리면서 물러나자마자 발목에서 생긴 충격은 그의 몸을 바닥으로 끌어내렸다.

쿠웅-!

"꾸워어어어"

연달아 벌어지는 일에 정신을 차리지 못한 오우거는 어, 어 하는 사이에 바닥에 넘어져버리고 말았다.

루프스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하나만 불러냈던 분신을 하나 더 추가해서 단번에 오우거를 공격하였다. 그런 루프스의 공격에 오우거는 온몸을 웅크려서 그런 공격을 방어했다.

퍽! 퍽! 콰직- 카드드득

오우거가 온몸을 웅크려서 방어했지만 루프스는 놓치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도끼를 내리찍었다. 오우거는 제대로 반응도 못하고 그저 몸을 웅크리기만 할 뿐이었다.

"쿠워어어어억!"

부웅!

하지만 그저 몸을 웅크리고 맞기만 하는건 아니었던지 한참 맞던중 갑작스럽게 일어나서 그에게 붙어있던 루프스와 그 분신들을 손에서 놓지 않고 있던 검을 휘둘러 떨어뜨려버린 것이다.

분명히 오우거의 아킬레스건에 상당한 타격이가서 몸을 일으키지도 못하는 상태였음이 분명하건만 오우거는 멀쩡하게 일어나버린 것이다. 오우거의 공격에 날려진 루프스는 순간적으로 집중이 흐트러지자 분신들도 되돌려보내졌다.

등이 바닥에 닿자마자 재빠르게 일어선 그는 다시 일어선 오우거를 노려보았다. 그의 공격에 의해서 갑주의 이곳저곳이 찌그러지고 패이고 찢어진 흔적들이 적나라했으며 피까지 흘러내린 자국들이 보였지만 그 어디에도 도끼질에 의해서 살갗이 찢어지거나 찍힌 상처들은 없었다.

"이런?!"

이정도까지 노골적이면 루프스도 못알아차리는 것이 더 어려웠다. 오우거는 분명히 재생과 관련된 능력을 가지고 있음이 분명했다.

적이 가진 특화능력을 알아내는데 성공했지만 루프스의 표정은 풀리지 않았다. 하필 오우거가 가지고 있는 능력이 성가신것도 있지만 그는 아직 오우거에게 또다른 능력을 지니고 있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다시 짓처들어오는 오우거의 공격을 피하면서 루프스는 사라졌던 분신들을 다시 불러냈다. 그러자 그의 의식이 확장되면서 시야가 늘어났다. 다른 각도에서 그의 모습과 오우거의 모습이 보이고 본체를 움직이는것과는 또 다른 기묘한 감각이 분신을 그의 의도대로 움직이게 해주고 있었다.

루프스는 분신이 생겨난 감각이 느껴지자 세 방향으로 오우거를 조여갔다. 정면에서 그의 본체가 오우거의 의식을 끌었으며 그 틈에 뒤쪽에있던 분신이 오우거를 집중적으로 공격했다. 그럴때마다 오우거의 의식은 옮겨갔지만 그러면 옮겨진 의식으로 비어버린 틈새를 차지한 분신이나 본체중 하나가 다시 오우거를 공격했다.

루프스의 공격이 매서워 두 머리의 의식 모두 그를 향해서 집중해야만 어느정도 막아내는게 가능했다. 정확히는 그의 힘은 비록 오우거보다 떨어지는게 사실이지만 속도의 면으로 보자면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로 큰 차이가 난다. 그의 움직임을 잡으려면 두 머리가 한번에 그 하나만을 집중해서 포착하고 있어야만 했다. 그런데 두 마리의 분신까지 나타나니 오우거로서는 대응하기에 큰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오우거에게 패착이 드리워 졌을 때 변화가 일어났다. 루프스의 자식인 마인과 티토가 힘을 합쳐서 상대하던 오우거가 쓰러지는 굉음이 울려퍼진 것이다. 그 소리에 순간적으로 흘깃 루프스와 오우거는 반대편의 상황을 살펴보았다.

마침 루프스가 그곳을 보는 순간 티토의 단검이 오우거의 목덜미를 찌르고 들어가는 모습이 보이고 있어 이제 좀 있으면 아군의 승리로 끝맺을 수 있다는 사실에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그 미소는 언뜻 보인 오우거에게 맺힌 미처 참지 못하고 나타난듯 억눌린 비웃음을 보는 순간 사라지고 말았다.

'뭐야, 지고있는 상황에 저게 뭐하는 표정이야?'

오우거의 비웃음은 그의 가슴에 한줄기 불안을 심어주었고 그것은 그의 속도를 순간 떨어지게 만들었다. 속도가 떨어진 루프스는 그의 머리 하나로 충분히 감당이 가능해졌다.

그것은 지속적으로 늘어나던 오우거의 상처늘어나는 속도가 급격히 느려지는 상황을 만들었다. 계속 상처는 늘고 있으니 얼마 지나지 않아 오우거가 쓰러질거라 생각했지만 상황은 루프스의 의도대로 돌아가지는 않았다.

루프스가 왠지 모를 불길함에 인상을 찌푸린 그 때 약간 떨어진 거리에서 오우거를 죽이는것에 성공했던 두 고블린이 루프스가 상대하고 있는 오우거를 향해서 달려왔다. 먼저 싸움이 끝났으니 그를 돕고자하는 의도였다. 하지만 그들의 의도는 들어맞지 못했다.

후웅- 퍼퍼억!

달리던 도중 두 고블린의 허리춤을 향해서 뭉툭하고 거대한 검이 부메랑처럼 날아들어 직격한 것이다.

"케엑!"

"...!"

갑작스레 날아든 공격에 두 고블린은 허공으로 날려보내졌다. 루프스도 두 고블린이 언제 다가오는지 살피기 위해서 살짝 뒤를 돌아본 순간 보이는 광경에 화들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오우거를 상대하던 분신을 뒤로 빼내서는 두 고블린들을 전장에서 멀리 떨어놓기 위해 움직였다. 그러면서 확인해보니 다행히 두 고블린은 아직 멀쩡히 살아있었지만 충격이 컸는지 기절해있는 상황이었다. 두 고블린을 팔로 휘감아 짐짝처럼 든 그의 분신이 두 고블린의 육체를 안전한곳으로 옮기기 위해 움직였다. 그리고 그 순간 그는 두 고블린의 뒤편에서 오우거가 움직이는 모습을 확인했다. 그 오우거는 다름아닌 목이 뚫려 죽었을거라 생각했던 그 오우거였다.

오우거는 목이 뚫렸던것 치고는 너무도 멀쩡한 모습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점점 속도를 높인 그 오우거는 두 고블린을 업어 맨 고블린을 향해서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다. 루프스의 분신은 다가오는 오우거의 모습에 재빨리 움직이려 했지만 도저히 돌진해오는 오우거를 피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하고는 들처맸던 두 고블린을 최대한 멀리 집어 던졌다.

콰직

그리고 그 직후 루프스의 분신은 오우거의 발 아래로 찌그러지며 사라져버렸다. 그렇게 그의 분신을 하나 없앤 오우거는 저 멀리 동료인 다른 트윈헤드 오우거를 공격하고 있는 루프스의 본체와 남아있는 분신을 향해서 속도하나 줄이지 않고 돌진했다.

콰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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