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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뜨니 고블린-150화 (150/374)

150화

준비

마을의 안으로 들어선 루프스의 군대는 무차별적으로 공격을 시작했다. 당연하다면 당연하달까 이전 처들어왔던 고블린들에 의해서 무너진 마을의 내부를 보수하고 새로 건물을 짓고 있던 오크들과 랫맨은 무기가 아닌 연장을 들고 있었다. 연장이라도 충분한 무기가 될 수 있지만 제대로 제련된 무기들로 이루어진 군대를 막기에는 너무도 빈약했다.

티잉- 콰직 뚜둑

나무를 다듬던 조그만 칼은 고블린이 들고 있던 검과 맞부딪히자 바로 부러져 버렸으며 망치는 자루가 부러졌고 무작정 들고 돌진했던 대패는 단번에 부서져버렸다. 오크와 랫맨들의 발버둥은 아무런 의미도 이루지 못하고 하나 둘 줄어들어갈 뿐이었다.

그렇게 루프스가 이끄는 군대의 물량 대부분을 이루는 중급의 고블린들과 코볼트들이 오크들과 랫맨들을 학살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동안 진짜 주력이라고 할 수 있는 상급 고블린 이상의 전력들은 마을의 가장 안쪽에서부터 달려오는 오우거들을 맞이했다.

하지만 그들의 돌진은 고블린들에게 별로 효과적이지 못했다. 분명 그들의 속도는 제법 빠르다고 할 수 있었지만 힘보다는 속도와 민첩함을 장기로 삼는 고블린들을 습격하기에는 너무나도 느릿했다.

푹-

오우거의 돌진을 그저 옆으로 살짝 돌아서는 것만으로 피해낸 고블린들은 곧바로 그들의 몸통과 다리에 단검을 하나씩 박아넣는데 성공했다.

"끄워어엉"

오우거들은 몸에 박힌 단검들에 고통스러워 하면서도 그에 스러지지 않고 몸에 박아넣은 단검의 준인인 고블린들을 찾아 달려갔다. 본래 오우거와 동급의 몬스터들이라면 보통 한번 이상의 축복을 받으면서 한가지의 능력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태생부터 상급인 그들은 그에 어울리는 적이 적은 만큼 축복을 받기가 극히 힘들어 능력을 가진 오우거가 매우 드물며 그것은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정면으로 맞붙은 고블린과 오우거들은 서로 백중세를 이루었다. 이 싸움은 일견 아무런 능력 없이 타고난 힘으로 밀어붙일 뿐인 오우거들이 더 불리한 싸움처럼 보인다. 하지만 오우거들에 대해서 생각한다면 그리 이상한 일도 아니다. 오우거들이 가진 힘은 정말 강력해서 그 자체만으로도 하나의 능력이라고 말해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다. 과거 루프스가 상급에 오르고 나서도 오우거들과의 싸움을 꺼려했던 이유 중 가장 큰 점도 그런 오우거들의 무지막지한 힘 떄문이었다.

이전 기습으로 보낸 고블린들이 생각보다도 손쉽게 오우거들을 상대하는데 성공했지만 그건 무엇보다도 오우거들의 방심이 가장 큰 이유였다. 그들이 오크들과 랫맨들을 모아놓았고 고블린들을 먼저 상대했던 것도 그들이었지만 그들은 고블린들을 전혀 감당하지 못했다. 그도 그럴것이 오우거들이 그들을 모은 이유는 단순히 잡부를 원하기 때문이었으며 그에는 특별히 강한 몬스터를 들일 필요가 없었다. 게다가 오우거의 영역에는 다른 몬스터들로부터 피난 온 저급한 몬스터들이 많아 그들이 충분한 노동력이 되어준것이다. 그 때문에 모여있던 몬스터들은 대부분이 최하급이나 하급의 몬스터들이었고 당연히 상급 이상으로 구성된 고블린 습격조를 이기기란 요원한 일이었다.

오우거들은 기본적으로 자기보다 약한 자들에게 한결같이 같잖아하는 태도를 보인다. 그리고 그것은 당시 처들어왔던 고블린들을 보는 시선도 마찬가지여서 그들이 아무리 오크들과 랫맨들을 베고 썰어도 별 감흥이 없던 오우거들은 단지 고블린들이 그들과 싸우려 들기에 싸우는 한가득 방심한채로 싸우다보니 어어하는 사이에 고블린들의 당초 예상보다도 손쉽게 쓰러져간 것이다.

콰앙-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못했다. 특히나 이전 유용하게 써먹었던 아킬레스건의 공략으로 쓰러트리는 방법같은건 이미 오우거들도 알고 있기 떄문인지 발과 발목 부근에는 움직이기 좀 불편하더라도 엉성한 철판과 같은 것들을 덧대서 방비를 해놓았다. 게다가 오우거들은 하나같이 온 힘을 다해서 고블린들을 공격했고, 고블린들은 오우거들의 공격을 피하면서 확실한 틈이 생겨야만 검을 그 몸체에 박아넣으면서 전투를 이어갔다.

오우거들의 공격은 단 한번도 고블린들을 직격하지 못했고, 고블린들의 공격은 여러번 오우거들의 몸체에 직격을 했지만 오우거의 움직임을 조금씩 굼뜨게 만들어갔다.

겉보기의 전투는 일방적으로 흘러가는 싸움 같았다. 백중세라고 말하기 민망하도록 오로지 고블린들의 공격만이 계속해서 성공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 본다면 지금 고블린들이 그다지 유리한 상황이 아니란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오우거들에게 피해가 계속해서 누적되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건 그다지 대세에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었다. 고블린들은 한번 한번 오우거들의 공격을 전력으로 피해야만 했다. 그들의 공격을 단 한번이라도 직격당한다면 십중팔구 온몸이 찌그러져서 단말마도 내지 못하고 죽을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우거들은 딱히 고블린들의 공격을 피하고자 노력하지 않았다. 고블린들의 공격 하나하나가 그다지 그들에게 위협이 되지 않은 것이다.

콰앙- 쿠웅- 푹! 쾅쾅쾅- 푸욱!

하지만 딱히 별다른 이변이 없이 그 싸움은 계속 되었다. 아직 이곳의 대장이라고 할 수 있는 트윈 헤드 오우거가 나타나지 않고 있으며 그를 경계하는 루프스와 마인, 그리고 티토도 섣불리 움직이지 못하고 있으니 그들의 전장에 변화가 생길 이유가 없었다.

변수는 아무 변화 없이 전투가 지속될것만 같았던 고블린들과 오우거의 전장에서 벌어졌다. 한 오우거의 몸에는 다른 오우거보다도 압도적일 정도로 많은 수의 단검과 침들이 박혀있었고, 그 오우거의 움직임은 다른 오우거의 절반도 채 되지 못하고 있었다.

"그... 그어어어"

힘없는 포효성을 내질렀지만 그건 그가 상대하는 고블린에게 아무런 피해도 주지 못했다. 오히려 그에게 '나는 지금 힘이 없다'고 광고를 하는 격이었다.

오우거의 힘없는 목소리는 결국 그를 상대하고 있던 고블린에게 힘이 되어주었을 뿐이었다. 자신의 전략이 틀리지 않았다는 사실을 재차 인식한 고블린은 한층 더 거센 기세로 오우거를 몰아세웠다. 그러면서 자연히 오우거의 몸에는 침과 단검이 지속적으로 박혀들어갔고, 오우거의 동작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굼떠지기만 했다.

결국 얼마 지나지 않아 오우거는 몸을 완전히 멈추게 되었고, 손에 들고 있던 곤봉을 들 힘도 없어진 그는 힘없이 바닥에 쓰러져 절명했다.

"후우"

하나의 오우거를 죽이는데 성공했지만 고블린도 딱히 정상적인 상태는 아니었다. 비록 마지막 승리를 가져간 것은 고블린이었지만 오우거와의 싸움은 그의 기력을 거의 완벽하다 할 정도로 뺴앗는데 성공했다.

만약 고블린이 한가지 수작을 부리지 않았다면 결국 지쳐서 먼저 쓰러지는 것은 그였을 것이다. 처음 공격에 나서면서 루프스는 오우거들에게 처음 써먹었던 전법은 통하지 않을것이라고 생각했다. 이전이었다면 모를까 지성체의 면모를 보이는 지금의 오우거들이라면 그에 대비할거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새로운 전략이 필요했고 그가 새로 생각해낸 방법은 여러개의 무기에 미리 독을 발라놓는 것이었다.

독을 발라놓은 무기들은 오우거의 몸에 하나, 둘 씩 박혀갔고 오우거들에게도 고블린들과 같은 독에 대한 저항력이 어느정도 있는지 큰 효과를 보지 못 했다. 하지만 그 거체에 꽂히는 무기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오우거들의 동작은 점점 느려져갔고 결국은 독이 골수까지 침투해 그 목숨줄을 끊어놓은 것이다.

한 오우거가 쓰러지는 것을 시작으로 행동이 자유로워진 고블린들이 동료들을 도왔고, 결국 오우거들은 점점 늘어나는 고블린들과 계속해서 찾아오는 어지러움과 통증에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몸은 그들의 수를 줄여주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그렇게 오우거들이 쓰러지기 시작하자 얼마 지나지 않아 그곳에 자리했던 모든 오우거들은 바닥에 그 거체를 누이게 되었다.

그렇게 모든 오우거들이 쓰러졌지만 고블린들은 여전히 긴장을 풀지 못하고 있었다. 대부분의 오우거가 쓰러지자 미동도 없던 움막에서 반응이 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쿵- 쿵-

묵직한 발걸음 소리가 울리면서 움막의 입구를 가리던 가죽이 움직였다.

펄럭-

움막에 가려져있던 거체가 바깥으로 그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은 지금까지 루프스를 비롯한 고블린들이 가장 긴장하고 있던 상대였다. 그가 움막의 안에 있음을 알고 있는 고블린들이었지만 실제로 몸을 드러냈을 때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이어서 그들이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상황이 벌어지기 까지 했다.

쿵- 쿵- 쿵-

육중한 거체를 움직이는 트윈 헤드 오우거는 오우거들을 쓰러트린 고블린들을 향해서 다가갔다. 그 뿐이라면 그저 고블린들이 긴장 할 뿐인 일이었지만 그들을 경악하게 만든 것은 그들에게 다가오는 트윈 헤드 오우거가 둘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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