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눈을 뜨니 고블린-149화 (149/374)

149화

준비

루프스의 확고한 결심을 들은 프리트는 그저 고개를 숙여 그를 따를 뿐이었다.

"그럼 이제 문제가 되는 그 오우거 녀석을 잡을 고민을 해보자고"

루프스는 화제를 다른 방향으로 돌리고는 프리트에게 뭔가 의견은 없는지를 물었다.

"그렇다면..."

///

고블린들이 알아냈듯이 지금의 오우거는 과거의 오우거와는 달랐다. 이전의 오우거들은 싸움밖에 모르는 전투광들로 싸움이 없으면 움직이기도 귀찮아하는 괴상한 놈들이었다. 게다가 그 때문인지 지능도 그에 맞춰서 싸울때를 빼고는 제대로 기능을 안 해 아무생각 없이 행동하기로 유명한 종족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한 오우거가 나타나면서 이야기가 달라졌다.

그 오우거는 지금까지의 오우거들과는 확실히 달랐다. 외견적인 차이는 별로 없었으나 그 지금까지의 오우거들과는 확실히 다른 지능은 무엇보다도 커다란 차이였다.

오우거는 동족들 사이에서도 특출난 힘을 가지기까지 그 모습을 직접 드러내지 않았다. 강자를 숭배하는 오우거들이라면 일반적으로 가지는 힘 정도로는 그들을 이끌지 못 할 것이라고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느정도 힘을 가지고 나서는 본격적으로 세력을 쌓기 시작했다. 시작은 만만한 오우거들을 하나 둘 굴종시키는 것에서부터 시작했다. 오우거들이 싸움을 너무 좋아하기 때문인지 그들은 대체로 자신들을 굴복시킨 자를 따르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나 그 대상이 동족이라면 그다지 망설임이라는 것도 사라지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게 일정 수 이상의 세력을 가지게 되자 그는 휘하의 오우거들을 교육시키기 시작했다. 교육이라고 해도 그들의 머릿속에 새로운 지식을 박아넣는게 아닌 그의 명령만큼은 잘 듣도록 만드는 일에 불과했다.

그렇게 그를 도와줄 세력이 어느정도 형성되고 그는 다음 작업으로 넘어갔다.

그는 자신을 따르는 오우거들이 멍청하다는 것에 한탄을 하고는 했다. 특히나 교육을 마쳤음에도 자신의 얼굴을 까먹어서 말을 안듣는 녀석들이 나올때면 지금까지한 일에 대해서 큰 회의감을 느끼곤 했다. 그러던 그는 어느날 한 왜소한 존재를 만나게 되었다. 그리고 그는 언어를 접하게 되었다.

이 변종 오우거가 지식을 습득하는 속도는 상당하지만 사고의 흐름과 같은 면은 오우거보다는 훨씬 높을 뿐 보통의 지성체들과 비슷한 정도일 뿐이다. 그리고 보통의 사람들이 그러하듯이 언어를 만들겠다는 생각을 하지 못한, 아니 오히려 언어 자체를 모르고 있었다. 그런 그에게 이런 언어의 체계는 큰 충격이었다.

포획한 인간에게서 언어와 다양한 지식을 습득한 그는 그 인간이 더 이상 쓸모가 없다고 판단하고는 관심을 꺼버렸다. 그 덕분에 도망치는데 성공한 인간은 결국 주변의 다른 몬스터에게 잡혀서 죽임을 당하고 말았을 뿐이었다.

오우거는 인간에게서 언어뿐만이 아닌 또 다른 한가지 실험의 가치가 있는 이야기를 하나 더 얻을 수 있었다.

아이가 부모의 특징을 받아들여 태어나는 경우가 자주 있다는 이야기였다.

그 이야기를 들은 오우거는 암컷 오우거들을 잡아다가 번식에 대한 힘을 쓰기 시작했다. 완전히 자신을 닮지는 않더라도 충분히 이야기가 통하는 이들이라도 태어나기를 바랬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시도는 반쪽자리 결과만 내놓았다. 머리가 둘 달린 돌연변이들만 잔뜩 태어나게 만들어 버린 것이다. 그리고 최초 그저 기괴한 모습 뿐인 실패작들이라고 생각했던 그들은 성장하면서 그의 가장 중요한 전력이 되어주었다.

그리고 얼마전 통치의 기반이 되어주는 머리가 둘 달린 트윈 헤드 오우거로부터 한가지 소식을 들으면서 일대의 패자로서 우뚝 선 오우거들이 일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

고블린들과 코볼트들로 이루어진 군대가 오우거들의 영역을 향해서 진격을 시작했다. 가장 선두에서는 루프스가 앞장서고 있었으며 그 뒤로는 그의 측근인 세 고블린들 중 둘이 그를 따르고 있었으며 그 옆으로는 유일하게 코볼트 중 최상급으로 올라선 과거 그의 안내를 맡았었던 크링크가 따르고 있었다.

그리고 둘로 나누어진 군대의 가장 앞에는 가장 맏이인 마인과 동복 동생인 티토가 한 무리의 군단을 반대편에서는 라둔과 그룬이 나머지 하나의 군단을 이끌었다.

그 밖의 시에란과 레레와 같은 비전투계열의 능력을 가지고 있는 그의 자식들과 파인피 그리고 코볼트들은 부족을 지키기 위해서 남겨두었다. 비전투라고 하더라도 그 신체능력은 최상급 고블린과 비교해서 밀리지 않으며 남아있는 코볼트들도 상급 코볼트들이 다수 남아있어 부족의 방위에 한 손 거들고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최종적으로 스콘드가 남아 그들을 이끌고 있어 루프스가 안심하고 출전 할 수 있었다.

"여기서 나뉘지"

오우거들의 영역 초입에 들어선 루프스는 둘로 나뉜 군대를 양쪽으로 나누어서 보내기 시작했다. 루프스가 마인과 티토가 이끄는 군단을 따라갔으며 프리트와 파인피, 그리고 크링크가 라둔과 그룬이 이끄는 군단에 합류해서 완전히 둘로 갈라졌다.

루프스가 트윈 헤드 오우거에 대한 대책으로 내놓은 것은 그리 특별한 방법이 아닌 단순한 물량 공세였다. 정확히 몇체의 트윈 헤드 오우거가 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보고된 바를 확인했을 때 극히 일부 뿐이며 그 중 그가 확실히 그 존재를 인식한 트윈헤드 오우거는 세체였다. 비록 그 세체가 모두는 아니었겠지만 파견된 고블린들 중 일부만이 만났다는 것이 그들의 수가 그리 많지 않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었다.

"그러면 다수로 단숨에 헤치워나가야지"

얻어온 정보 중에는 오우거들의 가죽에 중급과 상급 고블린들의 공격에 제대로 피해를 입히지 못했다고 한다. 즉, 추정되는 트윈 헤드 오우거의 힘은 최상급의 몬스터라고 봐야만 했다. 그리고 그렇다면 동급의 최상급 몬스터들이 다수 협공한다면 충분히 이겨낼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무슨 말씀 하셨습니까?"

중얼거리는 루프스의 말소리를 들었는지 옆에서 동행하던 마인이 그에게 물었다.

"음? 아무것도 아니다. 그저... 오우거 놈들에 대해서 생각했을 뿐이다"

그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인 마인은 앞으로 나섰다. 이제 조금만 더 진행한다면 트윈 헤드 오우거가 살고 있는 마을에 도착 할 것이다.

그 짐작이 틀리지 않은듯 얼마 지나지 않아 오크들과 랫맨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는 모습의 거대한 한 마을이 고블린들과 코볼트들의 눈에 들어왔다.

"저기로군"

무너진 목책을 보수하고 또 고블린들이 처들어올것을 예상했는지 목책의 바깥으로 땅을 깊숙히 파고 있는 모습들이 확인되었다.

"시간을 끌었으면 귀찮아졌었겠군. 준비해라"

그런 오크와 랫맨들의 모습을 보면서 루프스는 잠시의 정비 시간을 가지고는 곧장 돌격했다.

"공격!"

그 한마디를 남기고 루프스는 제일 선두로 앞장섰다.

한창 작업에 몰두하던 랫맨들과 그들을 지휘하고 있던 오크들은 갑작스러운 그들의 공격에 화들짝 놀라서 돌진해오는 이들의 앞을 막아섰다.

하지만 지금 그들의 마을로 처들어오는 이들은 대부분이 중급에 이르른 고블린들과 코볼트들로 이루어져 있었고, 대부분 노동을 위해서 힘의 고하보다는 숫적으로만 보충했던 오크들과 랫맨들로서는 막아내기 힘든 상대들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입구 부근에서 작업을 하던 오크와 랫맨은 전멸했고 루프스의 군대는 입구를 지나 그 안쪽으로 발걸음을 들이밀었다.

그곳은 바깥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무너진 건물들을 보수하고 있었으며, 그곳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에서는 오크들과 랫맨들이 게으름을 피우진 않는지 감시하는 오우거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런 오우거들의 가장 뒤쪽에는 루프스와 그 부하들이 노리는 트윈 헤드 오우거가 있을것으로 짐작되는 거대한 움막이 자리잡고 있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