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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뜨니 고블린-148화 (148/374)

148화

준비

하나의 마을에서 벌어진 전투는 생각보다도 허무하게 끝을 맞이했다. 하지만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것은 그 마을 뿐이 아니었다.

"그워어어!!"

쾅- 뿌직!

"켁...!"

다른 마을에서 벌어지는 전투는 전혀 다른 양상이 펼쳐지고 있었다. 오우거를 향해서 검을 휘두르고 창으로 찌르며 도끼가 내리찍어졌지만 오우거는 모든 공격을 담담이 받으면서 하나 하나 정확히 고블린과 코볼트를 노려서 곤봉을 내리찍었다.

이미 고블린과 코볼트들은 처들어오기 전부터 확인된 오우거들의 마을과는 다른 특출나게 거대한 모습에 다른 마을에 파견된 전사들 보다 수배는 많은 수가 파견되었었다. 그리고 그 판단은 오우거 마을의 잡부로 일하고 있던 잔챙이 몬스터들을 처치하고, 그제야 그들의 앞에 선 오우거들을 대부분 죽이는데 성공한 순간까지는 워낙 수월하게 넘어가 굳이 이렇게 많은 병력을 편성할 필요가 있었나 하는 의문을 떨쳐내지 못했다. 하지만 그 순간 마을에서 가장 거대한 건축물에서 녀석이 걸어나왔다.

그 오우거의 외양은 지금까지 그들이 봐온 오우거들과는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한층 거대한 덩치에, 제대로 제련돼보이진 않았지만 충분히 효과를 발휘할 무기와 갑주를 입고 있었으며 무엇보다 이질적인 것은 이 오우거의 머리가 둘이라는 점이었다.

두개 달린 머리는 장식이 아니었는지 오우거는 두가지의 능력을 사용했다. 정확한 능력은 파악하지 못했지만 녀석의 피부를 날카롭게 벼려져 있는 창칼로 흠집하나 내기 힘들었으며, 오우거가 휘두르는 어떤 몬스터의 두개골로 만들어진 몽둥이가 휘둘러질때마다 고블린과 코볼트들은 제대로 피하지도 못하고 곤죽이 되어버렸다. 분명히 그리 빠르지 않은 공격임에도 불구하고 조금도 피해내지 못한 것이다.

"커... 컹, 후퇴! 후퇴해라!"

한 화려한 장식으로 이루어진 무구를 입고 있는 코볼트가 무력하게 죽어나가는 아군들을 보더니 후퇴를 명령했다. 대장으로 보이는 코볼트의 지시에 두 몬스터로 이루어진 무리는 신속하게 퇴각을 시작했다. 승산이 없다는 사실은 이미 당한것만으로 충분히 깨닫고 있던 그들은 오우거를 견제하면서 천천히 뒤로 빠지면서 후퇴했다. 오우거가 집요하게 공격해왔지만 몇의 희생으로 결국 그들은 무사히 빠져나갈 수 있었다.

결국 마을에 남은 것은 하나의 오우거뿐이었지만 루프스 부족의 전사들이 속수무책으로 밀려나 후퇴를 선언한 몇 안되는 패배의 현장이었다.

///

"소식이 끊긴 무리가 열이고 큰 피해를 본 무리는 열 다섯, 그 외에는 자잘한 피해들을 입기는 했지만 무사히 부족으로 귀환했습니다"

프리트가 루프스의 앞에 서서 그의 지시를 이행한 무리들의 현황에 대해서 보고하고 있었다.

"으음..."

가만히 보고를 듣던 루프스는 생각보다도 피해가 크다는 사실에 마음이 불편했다. 특히나 소식이 끊긴 무리중에는 구성원들의 수가 다른 이들의 배에 달했기 때문에 그들의 소식이 끊겼다는 것은 그들이 예상외로 큰 피해를 입게 되었다는 이야기였다.

가만히 그의 이야기를 듣던 루프스는 이내 그에게 한가지 사실을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뭔가 특이한 보고 같은건 없었나?"

그가 묻는것은 다름아닌 새로운 정보였다. 오우거들에 대한 정보는 과거 직접적인 충돌로 알아낸 정보들이나, 인간들을 쥐어짜내서 얻어낸 정보가 있었지만 지금까지 그가 알던 오우거들과는 다른 행동을 보인다는 사실에 새로 얻어지는 정보들에 목이 마른 것이다.

"있었습니다"

"그래? 그게 뭔가?"

"특이한 오우거들의 출몰에 대한 정보가 여럿 들어왔습니다"

"특이한 오우거?"

특이하다는 소리에 루프스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가 알기로 몬스터들에게 어지간해서 특이하다는 타이틀을 붙이기는 어렵다. 같은 종 내에서도 축복이 야기하는 결과에 따라 그 겉모습은 천차만별로 바뀌기 때문이다. 하지만 특이하다는 타이틀이 붙은걸로 봐서는 그에 어울리는 이유가 있을거라 판단한 그는 프리트의 보고에 관심을 기울였다.

그렇게 루프스가 큰 관심을 표하자 얼떨떨한 표정을 짓던 프리트는 이내 수긍하더니 그의 물음에 답했다.

"머리가 둘 달린 오우거들이 종종 나타난다는 정보들이었습니다"

"머리가... 둘?"

끄덕

"게다가 그것 때문인지 녀석들은 사용하는 능력도 둘이라는 보고도 같이 올라왔습니다"

그의 설명은 루프스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겨다 주었다. 그가 알기로 머리가 둘 달린 몬스터는 정말 희박한 확률로 태어나는 돌연변이로 알고 있었다. 그와 관련된 정보를 알아보고자 루프스는 두루마리들을 뒤적거리더니 개중 하나를 집어들어 책상 위로 펼쳐냈다. 그것은 완전히 엘프 마을로 넘어가기 전 엘라가 그에게 전달해준 각종 정보 중 몬스터들의 생태에 관해서 적힌 두루마리로, 그 안에 그와 관련된 지문이 있었다.

-트윈 헤드 몬스터: 요주의 대상

"요주의?"

간결한 문장이었지만 그 문장은 그에게 일말의 압박감을 부여해 주었다. 그도 그럴것이 요주의는 두루마리 내에서도 특히 강한 종족들이나 위험 물품, 멋모르고 입에 댔다가는 최상급 몬스터들도 버티기 힘든 독초와 같이 정말 위험한 대상에게만 붙어있는 단어였다.

한껏 긴장한 그는 다음으로 페이지를 넘겼다.

-특징: 신체능력은 동급의 몬스터와 동일하나 특화능력을 두가지 보유하고 있는 경우가 다수 확인되었다.

루프스는 그곳에 적혀있는 한가지 대목에서 크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능력이 둘이라고?!"

"게다가, 머리가 둘이라서 몸의 움직임과 능력의 사용을 각각 담당해서 다른 녀석들보다도 더욱 위협적이지요"

루프스도 그동안 전투를 겪으면서 느꼈던 것이 몸을 움직이는 것과 능력을 사용하는 것 두가지를 동시에 해내기에는 여간 어려운것이 아니었다. 몸을 움직이다가 능력을 사용하는것을 잊은적이 한두번이 아니었으며 능력에 집중하다보면 몸의 움직임이 절로 둔해지고는 했다. 그런 경험을 가지고 있던 루프스는 프리트의 말대로 어쩌면 의식이 둘이라는것이 가장 위협적인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니까, 동급으로는 상대하기가 힘들다는 이야기인데..."

"아뇨, 동급이라도 여건만 맞다면 충분히 이길 수 있습니다. 같은 몸 의식이 둘이라는건 장점이 될수도 있지만 단점이 될수도 있으니까요"

루프스와 세 고블린들은 오우거들을 공격하기를 결심했었다. 오우거들이 자리잡고 있는 영역은 인간들이 가장 많이 조사한 장소기 때문에 포기하기에는 너무나 아까웠다. 그리고 오우거들이 자리잡았다고 비켜가기에는 대부분이 그에 버금가는 몬스터들이 영역으로 잡고 있기 때문에 굳이 피해가서 얻을 이득은 전혀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러니 그들이 협상도 못하는 오우거들과 싸우겠다 결론을 내린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다만...

"그런데 그냥 오우거들을 건들이지 않고 숨어서 힘을 키우는것이 더 나을것 같습니다만..."

프리트로서는 인간들을 공격하려는 루프스가 왠지 조금해 보일 수 밖에 없었다. 특히나 오우거들을 공격하는것은 무리하는 것으로까지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의견에 루프스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저었다.

"안된다. 물론 오우거들이라면 튼튼한 방벽이 되어줄 것이고 그것은 다른 몬스터들도 마찬가지겠지. 하지만 인간들도 그들을 충분히 상대할만한 전력을 가지고 있다. 그들이 이곳까지 오지 않는것은 굳이 여기까지 큰 희생을 치르면서 올 이유가 없기 때문이지. 하지만 그것도 언제까지 이어질수는 없을거다"

루프스는 지금과 같은 상황이 계속해서 이어질거라 생각하지 않았다.

"그 '사기'를 내뿜던 주체가 멀쩡하니 살아있으니 언제 또다시 그때와 같은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그리고 그때는 인간들도 그저 가만히 방관하면서 처들어오는 몬스터들만 상대하는게 아닌 직접 이 군락지의 안으로 들어오는 공세로 나오겠지. 그때는 몬스터들의 벽은 벽도 아니게 될거다. 위기는 곧 기회라고 할 수 있으니 영역 다툼으로 혼란스러워진다면 그 틈은 인간들에게 영토를 넓힐 하나의 기회가 될뿐이겠지"

그렇기에 루프스는 오우거들에 대한 공격을 결심했다.

"그러니까 먼저 공격받기 보다는 공격을 하려고 하는거다. 그게 우리에게는 더 피해가 적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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