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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뜨니 고블린-147화 (147/374)

147화

준비

다섯의 고블린들이 정면에서 방패를 들고 버티고선 오크들을 향해서 달려들었다. 대부분의 오크들은 마을의 안에 있거나 외부로 나가있어서 고블린들이 직접 상대하는 오크들의 수는 미처 셋이 되지 못했다.

"갸아아아아앗!"

부딪히기 직전 고블린들은 기이한 기합성을 내지르면서 손에 들고 있는 무기를 휘둘렀다.

카각- 트드드드 콰직!

고블린들의 무기와 오크들의 방패는 곧 부딪혔다. 충돌의 결과는 모두 제각각이었다. 검날과 철로 감싸인 방패의 외곽 부분이 마주치면서 어떻게든 막아낸 경우가 있는가 하면, 방패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나무 판자가 갈려나가면서 방패에 큰 피해가 생겼지만 어떻게든 막아내는 경우가 있었고, 단번에 꿰뚫어오는 창끝이 발패를 관통하고 그 날이 심장에 닿는 경우도 있었다.

정면으로 고블린들과 오크들이 부딪히자 그제야 정신을 차린 랫맨들이 허둥지둥 무장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상황은 그들을 기다려주지 않았다. 오크들과 무기를 맞댄 고블린들의 뒤편에서 또 다른 고블린들의 무리가 오크들을 공격한 것이다.

핏-

순식간에 고블린들이 오크들을 스쳐지나가면서 단검을 휘두른 것이다. 그렇게 휘둘러진 단검은 단번에 오크의 명줄을 끊어버리는데 성공했다.

푸화아-

"크워어어...."

목에서 핏줄기를 뿜어내면서 마을의 입구를 막아서던 오크들이 모두 단번에 쓰러져버렸다.

오크들을 한 순간에 절명시킨 고블린들은 그대로 쓰러지는 오크들을 지나쳐서 마을의 안으로 들어섰다. 그런 고블린들의 손에 가장 먼저 희생되는 것은 아직 전투 준비를 끝마치지 못한 랫맨들이었다.

서걱- 콰드득!

"찌, 찌지직!"

"찌이..."

마을의 안으로 들어선 고블린들은 가장 가까이 있는 랫맨들의 목을 처내거나 가슴께를 갈라내면서 수를 줄여나갔다. 그렇게 무아지경으로 랫맨들에 대한 공격을 이어나가자 어느새 고블린들의 근접까지 다가온 오크들이 고블린들의 모습에 방심하고 있다고 판단했는지 빠르게 옆구리를 찔러들어갔다.

"킥!"

그렇지만 오크들의 공격은 별로 효과를 보지 못했다. 랫맨들을 상대하면서도 고블린들은 떨어진 장소에서 그들을 주시하는 오우거들 때문에 언제 공격해올지 몰라 주변에 대한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던 고블린들은 오크들의 움직임을 훤하게 알아차린 것이다. 그 순간 오크를 상대하는 이들과 남은 랫맨의 잔당을 상대하는 이들 두 패로 고블린들이 갈라졌다.

오크들은 두패로 갈라지는 고블린들을 보았지만 자신들에게 다가오는 고블린들에게 집중했다. 현재 상황으로는 랫맨들까지 도우러 가기는 힘들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크우워어어어! 우리가! 더 강하다!!"

방금전 입구를 지키던 오크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모습에 자극 받았는지 사기를 증진시키기 위해서 한 오크가 크게 외치면서 선두에 위치한 고블린을 향해서 대검을 휘둘렀다.

부웅-

그렇게 휘둘러진 대검은 한 고블린을 대각선으로 베어 내려갔다. 그리고 고블린은 그런 대검을 보면서도 태연하게 맞받아칠 생각도 하지 않고 오크에게 달려들었다.

"쿠우하하하하하!"

하지만 고블린이 오크에게 닿기 전에 이미 대검에 크게 베어졌고, 그 모습을 확인한 오크는 그런 고블린의 모습에 크게 웃으면서 다른 상대를 찾아 떠나려 했다. 하지만 그 때 오크가 생각지도 못한 상황이 벌어졌다.

푹-

자신이 검에 베인 모습을 확인한 고블린의 옆을 호탕하게 웃으면서 지나가자 갑작스레 죽었을거라 생각했던 고블린이 곧바로 고개를 치켜들더니 오크의 목에 단검을 박아넣은 것이다.

"끄...끄르르으으"

당연히 목에 단검이 푹하고 깊게 박힌 오크는 몇걸음 걷지 못하고 쓰러져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그 곁에는 오크의 대검에 베였다고 생각되던 고블린이 피 한방울 나지 않는 멀쩡한 모습으로 서있었다. 고블린은 목에 박힌 단검을 단번에 회수하더니 날에 묻은 피를 허공에 흩뿌리고는 태연하게 허리의 검집에 집어넣었다.

오크를 해치우고 고개를 돌리며 상황을 파악하던 고블린은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모습을 확인하면서 다음 목표를 향했다.

그렇게 고블린들의 맹공이 이어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모든 오크들과 랫맨들은 쓰러졌고 그곳에 남아있는 것은 고블린들 뿐이었다. 두 몬스터들을 물리친 고블린들은 다음 목표를 향해서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태연하게 누워서 세 종족의 싸움을 지켜보던 오우거들이 있었다.

"쿠우... 쿠쿠쿠쿠쿠"

고블린들의 전투를 지켜보던 오우거들은 나직히 웃음을 터트렸다. 오우거들을 노려보던 고블린들은 그들의 도발적인 웃음소리에 움찔했지만 이내 그들과 마찬가지로 히죽 웃으면서 그들을 향해 다가갔다.

점점 자신들과 가까워지는 고블린들의 모습에 웃음을 뚝 멈춘 오우거들은 이내 그 거체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쿠구구구-

오우거들은 주변에 지어진 건축물들을 무너뜨리면서 요란스럽게 일어나더니 다가오는 고블린들을 보면서 포효를 내질렀다.

"그르워어어!!"

우웅 우웅

"키!"

오우거들의 외침소리가 얼마나 컸는지 그들에게 접근하던 고블린들이 걸음을 멈추고 귀를 싸매며 고통스러워했다. 오우거들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재법 빠른 속도로 고블린들에게 달려들면서 손에 들고있는 나무몽둥이를 휘둘렀다.

"키잇!"

오우거들의 외침에 이명과 고통에 몸부림치던 고블린들은 왠 나무의 모습 그대로 남아있는 물체를 곤봉처럼 쥔 오우거 하나가 자신들을 향해서 그 물체를 내려치자 화들짝 놀라서 몸을 굴려서라도 피하려했다.

콰앙!

"키야아아아아악!!"

대부분이 몸이 굼떠진 와중에도 무사히 오우거의 공격으로부터 피해내는데 성공했지만 미처 온전히 피하지 모한 한 고블린의 팔이 곤봉에 적중당하면서 한쪽 팔이 완전히 피떡이 되어버렸다.

동료가 죽지는 않았다지만 앞으로 팔을 쓰지 못하는 불구가 되는 모습에 간신히 정신을 차린 고블린들은 공격해온 오우거들에게 반격을 하기 시작했다.

스슷- 쾅!

오우거들은 두더지 잡기를 하듯이 고블린들을 눈에 보이는데로 나무의 모습 그대로 남아있는 곤봉을 내리쳤다. 하지만 고블린들에게는 다행히도 그들이 내리치는 곤봉의 속도는 눈에 보일정도로 느릿했기 때문에 공격을 피하는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오우거들의 공격 하나 하나를 피해낸 고블린들은 가장 먼저 오우거들의 아킬레스건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오우거들의 키가 워낙 크다보니 고블린들로서는 제대로 급소를 공격하기 힘들어 일단 그들을 꿇어 앉히려는 목적이었다.

고블린들의 공격을 받는 오우거는 총 세마리였다. 그 중 한마리의 발목에 달라붙듯이 붙은 고블린들이 순차적으로 발목을 그어버렸다.

"끄워어!"

먼저 공격당한 오우거는 결국 발목의 아킬레스건이 끊기면서 그 육중한 몸체를 버티지 못하고 쓰러지고 말았다. 그 모습은 나머지 두 오우거에게도 충격이었다. 작고 약해보이는 녀석들이 동족을 아직 죽이지는 못했다지만 고꾸라뜨리는 모습은 방심하고 있던 그들의 무의식에 일침을 꽂아주었다.

그렇게 고블린들을 얕보던 마음을 지우고 날카롭게 감각을 세운 오우거들이었지만 이미 늦은 대응이었다. 세 오우거들의 연속적인 몽둥이질로 서서히 퇴로를 막아갔다면 모를까 마구잡이식 공격은 틈을 주었고 그 틈은 한 오우거가 쓰러지면서 더욱 커져 버려 고블린들을 잡을 기회를 놓쳐버린 것이다.

고블린들의 공격은 멈추지 않고 이어졌고 앞의 오우거의 절차를 밟은 남은 두 오우거도 결국 아킬레스건이 끊기고 제대로 움직이도 못하고 쓰러지고 말았다.

결국 쓰러진 오우거들은 가만히 앉아서 곤봉을 휘두를 뿐이었지만 그 둔한 휘두름은 고블린들에게 별 피해를 주지 못했고, 남은 고블린들은 그런 오우거들의 목을 손쉽게 그어버리면서 오우거들의 마을에는 더 이상 고블린들을 제외하고 살아있는 생명체는 존재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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