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6화
준비
인간들을 침공하기 위한 준비를 시작한 루프스가 가장 먼저 시작한 일은 그가 선정한 길목의 초입을 정찰하는 일이었다. 정찰병으로는 고블린들을 선별했다. 아무래도 강력한 몬스터들이 자리잡은 장소를 향해야 하다보니 보다 날렵하고 은밀한 이들을 뽑다보니 고블린들로 정해진 것이다.
고블린들이 그가 길목으로 유심히 살펴보는 장소들을 전체적으로 한번씩 둘러보면서 적이 될 수 있는 몬스터들의 분포를 확인하고는 돌아왔다.
"으음..."
루프스는 그의 앞에서 보고를 올리는 다섯의 고블린들을 보면서 신음성을 흘렸다. 사전에 이전에 사로잡았던 인간들에게서 얻었던 정보들로 알고 있던 사실과 지금 정찰의 결과 보고에 차이가 있었던 것이다.
"여기에 있는게 오우거들이었다고?"
"캬캭, 정확히는 오우거들이 왕노릇을 하고 있었습니다"
"왕노릇?"
고블린의 대답에 루프스는 의아하다는 듯이 고블린을 처다보았다. 그가 알고 있는 오우거들은 그들보다 약한 몬스터들에게 식량으로서의 관점 말고는 관심이 없는것으로 알고 있는 그로서는 그들이 왕노릇을 한다는 말이 이상하게 여겨진 것이다.
"키익, 오크들과 랫맨들을 부려서 집을 짓고, 코볼트들을 부려서 동물들을 사육하고 있었습니다"
정찰병이 전해준 말은 그를 크게 놀라게 만들었다. 그가 알고 있는 오우거들과는 전혀 딴판인 이야기들이었기 때문이다.
"오우거들이 그럴 수 있는 지능이 없을텐데?"
그가 알고있던 싸움밖에 모르던 무식한 오우거들이 지금까지 그가 보아온것과는 전혀 딴판인 모습들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은 그에게 위화감 그 자체였다.
부족이 새로 자리잡으면서 처들어온 몬스터들 중에서 오우거가 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동안 보아온 오우거들은 이전에 마주했던 이들과 그리 다를 것이 없는 이들이었다.
"그런데 그렇게 바뀌었다는건 뭔가 이유가 있다는거곘지"
그 이유가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루프스는 괜스레 머릿속이 심각해졌다. 게다가 지금 오우거들이 있는 장소는 본래 그들이 아닌 그리폰들이 자리잡고 있어야 하는 장소였다.
"약한 몬스터들을 부릴 줄 아는 지성에 하늘을 나는 몬스터들을 상대 할 수 있는 방법까지 있다는건가"
어떻게 몬스터들이 오우거를 따르는지에 대해서는 딱히 의문은 들지 않았다. 애초에 약한 몬스터들에게 관심을 두지 않는 그들의 특성은 오우거들을 알고 있는 이들이라면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보나마나 위협적인 주변의 상황에 그들이 동족들을 일부 제물로 삼는 상황이 오더라도 전멸보다는 낫다는 생각으로 오우거들의 영역으로 들어선 것은 쉽게 짐작 할 수 있었다.
"진짜 문제는 그 '오우거'들이 몬스터들을 자신들 밑에 두고 부려먹을 지성이 생겼다는거지"
그렇지 않아도 오우거들은 그 존재만으로 심대한 위험이라고 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그들의 힘은 거대한 바위도 단숨에 분쇄하는 강력함을 보여준다. 게다가 힘이 좋은 만큼 그 속도도 제법 빠른편이었다. 그나마 단점이라면 반응속도가 좀 느리다는점 뿐이지만 지금 들리는 오우거들의 이야기를 생각하면 그것도 지금 단점이라고 할 수 있는 상황인지는 알 수 없었다.
"프리트와 스콘드를 불러오거라"
그 외에는 몇몇 종족들의 위치가 바뀌었다는 점 말고는 더 이상 그들에게 들을 정보가 없다는 판단을 내린 루프스는 손을 휘휘내저으며 그들을 밖으로 내보내다가, 마침 떠올랐다는듯이 물러나는 김에 두 고블린들을 불러오라는 지시를 내렸다.
현재 파인피는 포레스트 앤트들의 영역에 실행중인 작업 상황을 살피기 위해서 파견나가있기 때문에 그를 제외한 둘을 불러들인 것이다.
정찰병 고블린들이 물러가고 얼마 안있어 그가 기다리던 두 고블린이 그의 집 안으로 들어섰다.
"부르셨습니까?"
먼저 들어온 프리트가 나서서 그에게 물었다. 최근 이렇게 불러들이는 일이 없었기 때문인지 약간 의아해하는 표정이었다.
끄덕
"음..."
그 때까지 생각을 이어가던 루프스는 둘이 들어오는 모습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답했다.
"조금 해야 할 이야기가 있어서 말이지"
여전히 표정이 찡그려져 있는 루프스가 약간 투덜대는 듯한 말투로 그들에게 이야기했다.
"무엇때문에 그러신지요?"
프리트가 공손한 어투로 그의 심기가 어째서 어지러워 보이는지를 물었다.
"문제가 좀 생겨서 말이지"
그러면서 루프스는 두 고블린에게 방금 정찰병에게 들은 이야기들을 전달해 주었다. 그의 이야기에 둘은 놀라기도 곤란해하기도 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영 곤란한 상황이라는 것에 루프스와 마찬가지로 얼굴을 찡그리고 있었다.
"그거 골치 아프군요"
프리트와 스콘드도 자주는 아니지만 직접 오우거를 상대해본 입장에서 그들이 지능까지 올랐다는 것이 얼마나 귀찮고 위협적인 일인지를 단숨에 눈치챘다.
한숨을 내쉰 프리트는 루프스에게 한가지 의견을 내세웠다.
"그런데 그렇게 지능이 올라갔다면 교섭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음..."
교섭이라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던 루프스는 그의 말에 놀란 표정을 지었다가 그의 이야기가 일리가 있다고 판단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한번 사자를 보내보기로 하지"
///
오우거들에게 고블린들이 교섭을 위한 사자를 보냈지만 오래도록 반응이 없자 다시 세 고블린들을 불러들였다. 어느새 돌아온 파인피도 그들의 사이에 끼여서 루프스의 집으로 들어섰다.
"아무래도 교섭은 불가능 할 것 같군"
"으음... 아직까지 돌아오지 않는 것이 아마 무슨 일이 생긴것 같습니다"
교섭을 위해서 보낸 사자는 오우거들이 무시하지 못하도록 세 번의 축복을 받아 상급에 도달한 고블린이었다. 그런 고블린이 아직까지 감감무소식인 것은 오우거들이 루프스들과 교섭 할 의사가 전혀 없다는 사실만을 알려주고 있었다.
아무리 오우거들이 무시하지 못하도록 제법 강한 고블린을 파견보냈다지만 상급 고블린이면 그들의 부족 안에서도 상당한 강자 중 하나다. 가장 강한 루프스와 그 밑의 세 고블린들을 필두로 소수의 고블린, 코볼트, 세눈 늑대들의 바로 밑에 위치한 이들인 것이다. 즉, 특히 강한 몇몇을 제외한다면 주력이라고 부를 수 있는 이들인 것이다.
루프스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상급 고블린 하나가 허무하게 죽었다는 사실에 이를 갈았다. 그는 어떻게 오우거들을 공략할 것인지 세 고블린들과 본격적으로 의견을 나누기 시작했다.
///
스스슷-
소수의 고블린들이 날렵하게 숲속을 뛰어가고 있었다. 게다가 무슨 일인지 빠르게 달리는 상황임에도 그들의 모습은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 은밀함도 가지고 있었다.
타닷- 탓
곧 목적지에 도착한 듯 한발 한발 천천히 딛으면서 달리던 고블린들은 곧 멈춰섰다. 멈춰선 그들의 시야에 들어오는 것은 몇몇 몬스터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그들의 중심에 거대한 오우거들이 나태한 모습으로 휘적휘적 걷거나 낮잠을 자는 모습을 보이는 한 마을이었다.
마을의 모습을 확인한 고블린들은 이내 서로 눈을 마주쳤다.
눈을 마주친 그들은 이내 목적지가 맞다는듯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오우거들의 마을을 향해서 달려들었다.
파파팟
빠르게 달린 고블린들이 오우거들의 마을로 추정되는 장소에 도달하는 것은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크륵, 습격! 습격이다!!"
가장 먼저 마을을 향해서 달려드는 것은 마을의 입구를 지키고 선 오크들이었다. 오우거들을 믿는것인지 왠지 모르게 나태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지만 보초의 역할을 아예 버려둔것은 아니었는지 그들을 향해서 달려드는 고블린들의 모습을 재빠르게 발견하였다.
"찌, 찍?!"
오크들이 재빠르게 정비해서 달려드는 고블린들을 맞이할 준비를 하기 시작했지만 그 반면 랫맨들은 오크들의 외침에 혼란스러운듯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고블린들이 여기에 처들어오게된 가장 큰 이유라고 할 수 있는 오우거들은 그저 흥미롭다는 듯이 곧 오크들과 부딪힐 고블린들을 보기만 할 뿐 별다른 대응을 하는 모습을 보이진 않았다.
빠른 속도로 달리던 고블린들에게도 오크들의 외침이 귓속으로 들어왔고, 그 순간부터 더욱 가속해서 가장 선두에 나서있는 오크들을 향해서 괴성을 크게 외치면서 달려들었다.
"갸아아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