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3화
준비
포레스트 앤트들이 만들어 놓은 통로를 이용하기 전, 루프스는 먼저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후우-
'전에 아무 대비도 안하고 통로로 들어선건 정말 멍청한 짓이었어'
처음 포레스트 앤트들의 통로를 이용 할 때 루프스는 아무런 대비도 하지 않고 몸을 그저 안으로 집어넣기만 했을 뿐이었다. 그리고 지금, 그는 자신이 멍청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때, 내가 사용한 통로가 녀석들이 주로 사용하는 통로 중 하나였다면 제법 손해를 봤을 거야'
루프스는 통로에서 통로로 옮겨가는 모습을 보이던 무수한 포레스트 앤트들의 모습을 떠올리면서 준비를 마쳤다. 그가 서 있던 자리는 어느새 살짝 일그러진 풍경만이 보일 뿐 루프스의 모습은 포착하기가 힘들었다.
그렇게 모습을 감춘 루프스는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고 포레스트 앤트들의 통로인 나무들을 감시하는 병력을 제외한 인원들이 자신이 통과한 통로로 들어서도록 지시해두고는 뻥 뚫린 나무의 틈 사이로 자신의 몸을 집어넣었다.
퉁
나무의 통로로부터 빠져나온 그의 몸은 무언가에 부딪히고는 한번 튕기더니 그대로 굴러갔다. 루프스는 익숙치 않은 두통을 느끼면서도 몸에서 느껴지는 감각을 허투루 보지 않았다. 아직 어지러운 와중에도 자신의 몸이 무엇에 부딪힌 것인지를 확인했다.
'이런!'
자신이 무엇과 충돌했는지는 금방 알 수 있었다. 그가 빠져나온 것으로 추정되는 나무의 앞에 한 포레스트 앤트가 등의 갑각이 파손된채로 부들부들 떨고 있는 모습을 발견 한 것이다.
예상치도 못한 포레스트 앤트의 모습에 잠시 당황했지만 이내 그는 자신이 현재 투명화 상태라는 것을 떠올렸다. 간신히 진정한 그는 우선 주변을 확인했다. 주변에 무엇이 있는지를 확인하지 않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이 목적한 장소라는 사실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이걸... 운이 좋다고 해야 할 지 안좋다고 해야 할 지'
그가 발견 한 것은 커다란 구덩이였다. 그리고 그 주변으로 수는 적지만 병정개미의 변형으로 추정되는 방어형 변종이 보초를 서는 모습은 그의 짐작에 확신을 심어주었다.
루프스는 단 두번의 이동만으로 포레스트 앤트들의 심장부라고 할 수 있는 장소를 찾아낸것에 기뻐했지만 동시에 얼떨떨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는 동시에 아픈 머리를 쥐면서도 정신을 차릴 수 밖에 없었다.
커다란 구덩이의 주변으로 지금까지 보고 겪은 것과는 비교하기도 힘들 정도로 무수한 수의 포레스트 앤트들이 나무와 구덩이를 이리저리 오가면서 움직이고 있었다. 지금까지 본것과 같은 질서정연하고 끊김하나 없는 연속적인 움직임이었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루프스가 나타나면서 갑작스런 충격으로 움직이지 못하는 포레스트 앤트의 모습은 매우 이질적이었고, 그것은 곧 다른 포레스트 앤트들에 의해서 발견 되었다.
당연히 이상한 모습을 보이는 동족을 보면서 포레스트 앤트들은 무언가 이상이 생겼음을 인지했다. 그가 상황파악을 하고 있는 사이 이상함을 느낀 보초를 서던 방어형 변종들은 그의 주변으로 몰려오기 시작했으며, 이리저리 바쁘게 움직이던 포레스트 앤트들은 그 움직임을 멈추고 주변을 예의주시하면서 경계했다.
방어형 변종들이 깨진 갑각으로 고통스러워하는 포레스트 앤트의 곁으로 다가가더니 그 주변을 수색하기 시작했다.
스슥- 스슥-
개미의 가느다란 다리가 수풀을 헤집으면서 주변에 남아있는 미세한 흔적을 쫓아 루프스가 쓰러진 방향으로 점점 다가갔다.
자신에게 다가오는 변종을 보면서 루프스는 속으로 투덜거리지 않을 수 없었다.
'크윽, 두통이 너무 오래가는데... 그리고 어떻게 저렇게 정확히 찾아오는거야?'
슬슬 이제막 조금씩 가라앉기 시작한 두통을 견디면서 그는 주저앉아 있는 발에 힘을 주고 일어 설 수 밖에 없었다.
'얼마 안있으면 다른 녀석들이 하나, 둘 씩 건너오기 시작할 거야. 지금 정리를 안해두면 희생이 커진다'
두통이 줄어들면서 생각하는데 조금씩 원활해지고 있었다. 이미 통로에 들어서면서 익히 알고있던 사실이지만 두통과 동시에 주변의 포레스트 앤트들을 확인하면서 잠시 망각했었다.
부하들이 뒤따라 온다는 것을 떠올린 그는 점점 자신에게 다가오는 변종의 모습을 주시했다.
포레스트 앤트의 변종은 그저 갑각이 깨진 동족에게서 남은 흔적을 쫓아갈 뿐이지만 정확하게 루프스의 위치를 향해 다가왔다.
녀석이 다가오는 것을 알고 감각을 혼동시키기 시작했지만 변종은 이상 할 정도로 잘 찾고 있었다. 하지만 다행히 변종이 그에게 다가왔을 때는 루프스의 두통이 상당부분 완화된 상황이었다.
뻐억!
바로 코 앞까지 다가온 변종의 얼굴을 후려쳤다.
--!
갑자기 공격당한 변종은 주먹에 담긴 힘을 이기지 못하고 옆으로 쓰러지면서 버둥거렸다.
그렇지 않아도 조심스레 움직이던 변종의 움직임을 주시하던 포레스트 앤트들은 갑자기 녀석이 쓰러지자 그곳으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
---!
변종을 쓰러트리고 재빨리 자신이 나왔던 나무의 통로 앞으로 다가간 그는 먼저 그 자리에 남아있던 부상당한 포레스트 앤트를 등에 지고 있던 도끼로 내리찍어 쪼개버리고는 통로의 앞을 지키고 섰다.
그가 통로의 앞을 지키고 선 순간 그를 인식한 포레스트 앤트들의 공세가 시작되었다.
-!
한 포레스트 앤트가 그의 종아리를 향해서 턱을 들이밀어 짓이기려는 시도를 했다. 루프스는 그에 반응해서 다리를 향해서 도끼를 내리찍었다.
콰직
그렇게 한 포레스트 앤트의 머리가 두쪽으로 갈라졌을 때 이어서 다른 포레스트 앤트가 그의 도끼를 턱으로 물고는 버텼다.
창졸간에 물린 도끼를 빼내려 했지만 그러기도 전에 또 다른 녀석이 그를 향해 몸통박치기로 그를 향해서 들이 받았다.
"큭"
포레스트 앤트의 공격은 도끼가 물려 잠시 멈칫했던 그의 몸을 정통으로 가격했고 큰 피해를 입지는 않았지만 입가로 신음이 새어나오는 것은 막지 못했다.
그런 포레스트 앤트의 공격에 그는 분신을 하나 불러내 자신을 향해서 그대로 들이받은 포레스트 앤트를 공격했고, 그 공격으로 잠시 멈칫했던 그는 재빨리 움직여 도끼를 물고 있는 포레스트 앤트를 발로 걷어찼다.
퍽-
팅
발에 차인 포레스트 앤트는 물고 있던 도끼를 놓칠 수 밖에 없었다. 이어서 도끼를 포레스트 앤트를 향해서 내려치자 그 몸은 두 조각으로 갈라졌다.
그 뒤로는 오로지 그의 학살뿐이었다. 무언가 공격을 시도하던 포레스트 앤트는 그의 팔이나 다리에 막히고 마무리로 이어지는 도끼질에 목이 달아나거나 머리와 몸통이 쪼개지면서 하나 둘 절명해갔다.
그렇게 드디어 통로의 앞, 어느정도 공간을 확보하자 그 뒤로 통로를 통해서 그의 부하들이 넘어오기 시작했다. 바로 그를 돕게 하지는 못했다. 통로를 건너면서 부작용으로 두통이 생기는 것은 그의 부하들 모두에게 통용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하나, 둘 씩 부하 고블린과 코볼트 그리고 늑대들이 통로를 건너면서 생기는 부작용을 이겨내고 그의 곁으로 포레스트 앤트를 향한 공격에 참여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그 때부터 루프스는 본격적으로 힘을 쓰기 시작했다. 뒤에 고통에 정신을 못차리는 부하들이 있으니 포레스트 앤트들이 뒤로 넘어가는 것을 막아야 했기 때문이다.
단 하나의 분신만 불러냈던 그는 그 순간부터 셋의 분신을 불러내 총 넷으로 나뉜 몸으로 포레스트 앤트들의 공세를 막아서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