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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뜨니 고블린-141화 (141/374)

141화

준비

고블린 부족의 석벽의 앞. 그곳에는 얼마전과 같은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엘라에게서 정보를 얻은 그는 하루 빨리 포레스트 앤트들의 위협을 차단하기 위해서 간부라고 부를 수 있는 최상급 고블린들과 상급 고블린들 그리고 소수의 코볼트들을 모아놓고 회의를 진행 했었다.

다만 이번 회의에서 인간들과 엘프들은 제외되었다. 두 종족은 그 수가 얼마 되지 않으며 전력을 보유하고 있는 이들의 수는 더욱 적다. 거기에 포레스트 앤트와의 싸움은 몬스터인 고블린과 코볼트 그리고 세 눈 늑대들에게 상당한 의미를 가진다.

지금 부족에서 가장 문제되고 있는 것이 몬스터들을 성장 시켜 줄 만한 적들이 주변에 없다는 점이다. 괴물 물고기, 괴어들을 낚아 죽이면서 최하급의 몬스터들을 성장시키고는 있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 와중에 나타난 대량의 몬스터들이면서 몬스터들의 성장에 충분히 도움이 되는 그들의 존재는 가뭄의 단비와도 같은 존재들이었다.

하지만 적들은 그들이 마음대로 다룰 수 있는 만만한 이들이 아니었다는 것이 문제였다. 직접 상대해보면서 간을 보려고 출전했던 이들은 갈수록 변하는 적들의 공격에 매번 대비하지 않을 수 없었으며 전혀 예상치도 못하게 그들의 거점인 부족을 공격당하는 모습까지 떠올린다면 포레스트 앤트들이 만만한 적들이 아니라는 판단을 절로 떠올릴 수 밖에 없었다.

처음 회의에서는 다양한 의견들이 나왔었다. 포레스트 앤트들이 처들어오는것을 막지 않는다는 의견이 있었으며, 그 외에도 나무 통로를 수색해 녀석들의 심장부를 치자는 의견, 주변의 나무들을 엘프들의 방식으로 처리해 부족 근방의 안전만 확보해 두고 부족으로 오는 포레스트 앤트들만 상대하자는 의견등이 대표적이었다.

최종적으로 정해진 결론은 다름아닌 포레스트 앤트들의 심장부를 장악하는 것이었다. 루프스가 알아온 정보에 의하면 포레스트 앤트들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여왕은 무수한 2세들을 생산하기 위해서 비대한 몸체를 하고 있으며 그 때문에 몸을 한번 움직이는 것도 힘들다고 한다. 게다가 다른 포레스트 앤트들과는 달리 나무를 통해 통로를 만들지도 못하며 다른 포레스트 앤트들이 만든 통로로는 통과 자체가 불가능 하다고 한다.

즉, 포레스트 앤트들은 여왕이 있는 중심지역에서 지속적으로 새로 태어나고 있으니, 그 지역 일대만 차지한다면 괴어들 이외에 지속적으로 아군 몬스터들을 성장 시킬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는 이야기였다.

게다가 그들은 기본적으로 개미들의 습성과 유사해서 '굴'을 만들어서 생활한다고 하며 그들이 굴 바깥으로 나갈 때는 오로지 식량을 구할 필요가 있을 때만 나선다고 한다.

'지금이야, 워낙 그 수가 많은 만큼 구해야 할 식량도 많아 수시로 바깥으로 나서는 거겠지. 그러니 굴을 만든 그 일대만 손에 넣는다면 녀석들 모두를 내 손아귀에 쥘 수 있을테지!'

루프스는 자신의 뒤에 도열한 고블린들과 늑대들, 마지막으로 코볼트들을 바라보면서 희망적인 생각을 떠올리고 있었다.

'이번에 포레스트 앤트들만 손에 넣는다면 더 이상 최하급과 하급 몬스터들을 어떻게 성장 시켜야 할 지 고민 할 필요가 없어지지, 게다가 그 이상인 녀석들은 딱히 고민 할 필요도 없이 지금 부족으로 처들어오는 놈들만으로 충분할테고'

씨익

'그렇게만 된다면 인간들을 공격 할 최소한의 준비는 끝이 나겠지'

그 생각을 끝으로 루프스는 고블린들을 이끌고 포레스트 앤트들의 굴을 목적으로 출발하였다.

///

행군은 길게 이어졌다. 루프스가 이끄는 무리의 목적지는 다름 아닌 루프스가 처음 포레스트 앤트들을 발견한 곳이며 동시에 축적된 피해로 더 이상 진군하기 힘들다고 판단하고 회군을 결정했던 그 장소였다.

그가 목적지를 그곳으로 설정 한 것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부족에서 약간 거리가 떨어진 장소를 조사해 보면 분명히 포레스트 앤트들이 나타나는 통로가 되어주는 나무들을 쉽게 발견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루프스가 현재 찾으려는 장소는 그들의 중심부다. 그는 그가 가장 먼저 그들을 발견했던 장소를 중심으로 찾아볼 생각이기 때문에 최근에 만들어진 통로라고 할 수 있는 부족 주변에 있는 곳들 보다는 최초 그들을 발견했던 장소가 보다 중심부에 가깝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목적지를 향한 진군은 순조롭게 이어졌다. 그럴수 밖에 없었다. 이미 그들이 이전에 지나가면서 포레스트 앤트의 토로란 통로는 모조리 무너뜨린 것에, 새로운 통로도 만들지 못하게 진군하는 길목마다 있는 나무들을 모조리 쓰러뜨려 넘겼기 때문이다.

그 어떤 공격도 받지 않고 그들은 목적지를 향해서 발을 옮겼고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은 그들은 그들의 생각보다도 빨리 목적지에 도착 할 수 있었다.

"샅샅이 뒤져보자고"

지금까지 걸어온 길과 마찬가지로 이리저리 쓰러진 나무들 천지에 썩어 들어가기 시작한 포레스트 앤트들의 시체로 즐비한 장소에 도착하고 루프스는 주변 일대를 조사하기를 지시했다.

"구멍 같이 보이는건 모두 확인해둬라!"

"특히 나무들을 중심으로 조사해야한다! 캭, 녀석들의 통로는 모두 나무니 뭐라도 나올것이다!"

고블린과 코볼트들, 그리고 늑대까지 혼합된 무리는 흩어져서 쓰러진 나무나 시체들을 걷어내면서 혹시나 포레스트 앤트의 본거지에 대한 단서가 없나 혹은 아직 살아있는 통로는 없는지 조사를 시작했다.

늑대들은 쓰러진 포레스트 앤트들의 냄새를 거슬러 올라가는 작업을 시작했으며 그 곁에서 코볼트들이 보조하고 있었다. 그리고 고블린들은 그 수를 무기로 닥치는데로 주변을 휘저으면서 이리저리 조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루프스가 원하던 수확은 그리 머지 않아서 발견되었다.

"족장! 여기 뭔가가 있다!"

한 고블린이 밑동만 남긴 나무의 뿌리를 살피다 그 위에 엎어져 있는 포레스트 앤트의 시체를 치우더니 구멍 하나를 발견했다.

시체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던 통로가 그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그 사실을 확인한 그는 먼저 그 주변에 있는 부하들을 물러서도록 지시했다. 혹시나 막혀있던 구멍을 통해서 포레스트 앤트들이 새로 나타날것을 우려했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시체가 치워지면서 드러난 구멍은 별다른 반응이 없었고, 루프스를 비롯한 간부역의 고블린들과 코볼트들이 자세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

겉으로 보기에는 그저 어떤 이유로 뚫린 나무의 흔한 구멍 중 하나로 보였다. 아무것도 모르고 본다면 그저 자연스럽게 생긴 구멍으로 보일 뿐이었다.

하지만 가까이 다가가 자세히 살펴보니 그것은 확실히 특별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비록 구멍 너머의 광경이 보이지는 않았지만 녹색의 빛가루가 흩날리는 그 모습은 신비로우면서도 이것이 그저 평범한 나무의 속이 아니라는 것을 확신하게 되는 모습이었다.

그렇게 루프스가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자 그의 지시로 주변 일대를 샅샅이 조사하고 있던 무리의 인원들은 하나 둘그의 곁으로 다가왔다.

한참을 구멍을 살펴보던 그는 이내 안쪽으로 직접 분신을 침투시키기로 결심했다. 다행히 구멍의 크기는 엎드려서 간다면 고블린들 중에서 가장 큰 덩치를 지닌 루프스도 충분히 지나갈수 있는 크기였다.

순식간에 분신을 만들어낸 루프스는 분신에 의식을 집중하면서 그를 한걸음 한걸음 구멍의 속으로 들여보냈지만 언뜻 녹색 빛가루와 어둠의 틈바구니로 저편의 광경을 일순 확인한 순간 분신과 루프스와의 연결은 끊어지고 그대로 분신은 증발해 버렸다.

"크윽!"

분신의 증발은 순간적으로 그에게 약하지만 부담을 주었고 그는 잠시 그대로 굳어서 멈춰있었다. 그런 그의 모습에 주변의 부하들은 걱정을 내비쳤지만 곧 정신을 차린 그는 손을 휘휘 내저으면서 불안을 종식시켰다.

분신이 구멍을 넘어서 통로의 저편으로 도달 할 수 없다는 것을 느낀 그는 이내 다른 방법을 찾았고, 결국 그는 직접 통로로 들어서는 것을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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