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화
준비
엘라가 포레스트 앤트들이 어째서 부족의 주변에서 나타나지 않는지 알고 있는 듯한 태도로 이야기하자 루프스는 절로 그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포레스트 앤트들이 부족 주변에 나타나지 못하는 이유는 간단해요. 이미 저희가 방비를 해놓았기 때문이예요"
그들에 대해서 어디서부터 이야기해야 할지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던 그녀는 별것 아니라는 투로 그에게 이야기 하기 시작했다.
"그 놈들에 대해서 저희가 알고 있는 이유는 어찌보면 매우 간단해요. 포레스트 앤트들은 우리 엘프들과, 음... 단적으로 말하자면 사이가 매우 나쁘죠. 그 녀석들은 나무들을 이용해서 이동을 해요. 뭐. 그렇다고 나무 안이나 밑에 굴을 파놓는다거나 그런것이 아니예요"
그녀의 말에 루프스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지금까지 포레스트 앤트들이 나무에 구멍을 뚫고 나오는 이유를 깊게 생각하지 않았었기에 품는 의문이었다. 그런 그의 태도에 엘라는 눈을 게슴츠레 뜨더니 그를 노려보았다.
"설마... 녀석들이 나무 밑동에 구멍을 뚫고 나오는걸 보고 아무런 의문도 품지 않은 거였어요?"
"어... 음... 그러니까..."
그녀의 질문에 루프스는 난감한 표정을 짓는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런 그를 한심하게 바라보던 엘라는 이내 표정을 풀더니 어째서 포레스트 앤트들이 나무의 밑동에서부터 쏟아져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인지를 알려주었다.
"그건 그 놈들의 종족 특성 때문이예요. 사실 인간들도 잘 모르는 사실이 있는게, 포레스트 앤트들은, 음... 간단히 말해서 몬스터가 아니예요. 몬스터로 취급하긴 하지만 그건 아무것도 모르는 인간들이 정해서 그렇게 불릴 뿐이죠"
그녀의 이야기는 그가 전혀 예상치도 못한 말이었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본 그는 이내 그녀의 이야기가 틀린 말이 아닐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가 그렇게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는 다름 아닌 두가지의 변종들이었다.
그가 알고 있던 그리고 그동안 겪어온 몬스터들은 절대라고 할 정도로 그들과 같은 모습을 보일 수 없었던 것이다.
"기억하고 있나요? 세상에는 세 종류의 생명체들이 살고 있다고. 저희 엘프와 인간 그리고 드워프와 같은 인류가 있으며, 당신 같은 고블린이나 코볼트 그리고 트롤이나 오우거, 만티코어, 그리폰 같은 몬스터, 마지막으로 그 외의 동물이나 영물들이 속하는 중립에 속하는 생명체들이 있다는 이야기였죠. 포레스트 앤트는 그 중 세번째 중립에 속하는 생명체 중 하나예요"
그녀의 이야기에 따르면 포레스트 앤트들은 숲에 적응한 한 개미가 오랜 세월을 살아남아 드물게 진화를 이룩한 녀석들이 포레스트 앤트가 된다는 이야기였다.
"즉, 그놈들은 일종의 영물인 거죠. 그리고 그들이 대량으로 나타나는 것을 보면 아무래도 그 놈들 중에서도 여왕개미가 영물로 진화한 거겠죠"
그녀는 확정된 사실을 이야기하듯이 그에게 알렸다.
"어떻게 그렇게 확신하는거지?"
그런 엘라의 모습에 의아함을 느낀 루프스는 그에 대해서 묻지 않을 수 없었다.
"후우... 영물들은 대체로 종족이 같으면 가진 능력의 종류도 같아요. 그리고 나무에서 나무로 이동하는건 일반적인 포레스트 앤트들이 보유한 능력들이죠"
그녀의 이야기를 듣던 루프스는 한가지 사실에 대해서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그렇게 많은 수가 단번에 진화하는 경우가 있는건가? 그 물량을 보면 어지간한 수가 아닌것 같던데"
"그건 아마 여왕이 있는거겠죠. 포레스트 앤트들이 나타나는 나무들을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결국 그들이 태어나고 자라는 굴을 찾을 수 있을 거예요"
그러면서 그녀는 어째서 그들이 그렇게 수가 많은지를 구체적으로 이야기 해 주었다. 포레스트 앤트의 여왕은 다른 포레스트 앤트들처럼 나무에서 나무로 이동하는 방식을 이용 할 수 없다고 한다. 대신 여왕은 영물 상태 그대로인 개미들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한다. 게다가 일반적인 개미들처럼 그녀에 의해서 태어나는 포레스트 앤트들은 계급이 나누어져 있고 그것이 루프스들이 만났던 일반 포레스트 앤트들과 변종들의 정체였다.
"영물이라고는 해도 기본 습성들은 개미였던 때와 같다고 보셔도 될거예요. 일개미들이 식량을 구해오고 병정개미들은 침략자들을 막아세우며 수개미들은 여왕의 옆에서 호위와 번식의 보조를 하는 역할을 맡고 있죠"
"그 덩치가 한층 큰 녀석들이 병정개미고 하늘을 나는 녀석들이 수개미들인가보군"
"맞아요. 뭐, 우리 엘프들이 그들에 대해서 비교적 자세히 알고 있는건 워낙 자주 부딪혀서 그런거지만요"
"자주?"
"나무에서 나무로 이동하는데 하필 저희 마을들이 하나같이 사방에 나무를 달고 살고 있잖아요? 당연히 포레스트 앤트들은 자주 상대했던 녀석들이예요. 그래서 우리도 포레스트 앤트들을 방지하기 위한 방법도 마련돼있고요. 뭐, 이번 녀석들은 좀 특이한것 같지만요"
"아!"
숲 전체를 가꾸고 꾸려가는 엘프들은 포레스트 앤트들에게 있어 침략하기 딱 좋은 상대들이었다. 동시에 어째서 부족의 주변에서 놈들이 나타나지 않는것인지 알 수 있었다. 이 일대에 있는 모든 나무들은 하나같이 엘프들의 손길이 닿지 않은것이 없었다.
나무의 대부분은 열매가 열리는 과수들이 대부분이며 목재 생산을 위한 나무들이 소수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엘프들은 새롭게 나무를 기르면서, 원래 있던 나무들을 가꾸면서 항상 하는 버릇처럼 포레스트 앤트들의 침입을 막기 위한 가공을 처음부터 끝낸 것이다.
"그런데 특이하다니?"
"원래 이 포레스트 앤트라는 놈들은 지금처럼 급격히 확장하는 녀석들이 아니었거든요. 식량이 부족해질 경우나 그 구성원의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지 않는 이상은..."
"음..."
그녀는 갑작스럽게 영역을 확대하고 있는 포레스트 앤트들의 모습이 이상하고 느끼는 모습이었다. 다만 루프스는 애초에 처음보는 종류의 적이었기 때문에 의아함을 느끼고 말고 할 사이가 없었다. 하지만 그라고 전혀 짐작되는것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혹시..."
슬쩍 운을 떼는 그의 모습에 엘라의 시선이 집중되는 것을 느끼자 마저 입을 열었다.
"초입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투가 원인이지 않을까? 지금도 그렇지만 예전부터 계속되는 그 싸움에 영역을 넓힐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가 조금씩 균형을 찾아가는 와중에 빠져나왔다면... 그다지 이상한 일은 아닐거라고 생각한다만"
그의 이야기를 듣던 엘라는 놀란 표정을 짓더니 이내 수긍했다. 그의 말이 충분히 일리가 있다고 판단 한 것이다.
"그럴수도 있겠네요. 그래서 이제 어떻게 할 건가요? 마음같아선 저희도 도와드리고 싶습니다만... 알다시피 저희들은 수가 너무 적어요. 겨우겨우 마을만 방비하는 정도일 뿐이죠. 그래서 정보나 저희의 기술이 필요한 일이라면 얼마든지 도와드릴수는 있지만 지금처럼 전투가 일어났을 때는 당신에게 기대는 수 밖에 없어요"
그러면서 급속도로 늘어나는 고블린이나 코볼트들과 비교해 보았을 때 그야말로 멈춰있다고 해도 좋을 인구를 생각하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뭐, 그거야 내가 알아서 해야 할 일이지. 그 전에 그렇다면 녀석들을 상대하는데 어떻게 하는게 좋겠는지 이야기 해주지 않겠나?"
그녀의 한탄을 들으면서 뒷머리를 긁적이던 루프스는 그녀를 비롯한 엘프들이 적어도 자신들 보다는 포레스트 앤트들과의 전투 경험이 많다는 것을 떠올리면서 그녀에게 물었다.
"음... 일단 여왕만 먼저 찾는다면 이기는건 그다지 어려운 일은 아닐거예요. 특히나 그들의 여왕은 나무에서 나무로 이동하는 것이 불가능해요. 덩치가 그 틈으로 들어가는게 불가능 할 정도로 크거든요. 그리고 나무에서 나무로 옮기는 능력도 없어서 이동하려면 미리 만들어진 통로로 들어가야만 하는데 그게 불가능해요.
그리고 여왕을 찾는 방법은 아까 이야기 했다시피 포레스트 앤트들이 나오는 나무들을 거슬러 올라가는게 가장 좋은 방법이예요. 그들이 만드는 나무 속 텔레포트 기능은 그리 만능은 아니라서 당신이 직접 사용하는것도 그리 무리한 이야기는 아닐거예요.
다만 한번에 이동이 가능한 거리도 그리 먼게 아니라서 지금 녀석들의 기세를 보면 여러번 시도해야만 겨우 도착 할 거예요"
그렇게 엘라에게 조언을 들은 루프스는 하루를 엘라의 집에서 보내고는 다음날 다시 부족으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