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눈을 뜨니 고블린-138화 (138/374)

138화

준비

무리를 이끌고 부족으로 접근한 루프스는 제일 선두에서 가장 먼저 적들을 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의 뒤를 따라서 그를 쫓은 무리의 구성원들도 부족의 석벽을 치고 있는 포레스트 앤트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포레스트 앤트들은 고블린들이 뒤치기를 해올줄은 생각지도 못했던 듯 허둥대면서 후열에 위치한 이들이 몸을 돌리지만 목적을 이루어낸 이들은 소수였다.

"족장께서 돌아오셨다! 버텨! 버티기만 해라! 그럼 우리가 이길 수 있다! 캬아아악~!"

그들의 등장을 알아챈 석벽 위의 한 고블린이 고함을 질렀다. 길쭉한 불과 같은 형상의 창을 휘두르는걸 보면 단숨에 그가 파인피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의 고함은 상당한 효력이 있었다. 계속된 녀석들의 공세에 지쳤었는지 루프스가 도착했을 때는 상당히 소극적으로 적들의 접근만을 방해하고 있을 따름이었다. 하지만 그의 등장을 알아채자 석벽 위의 아군들도 호응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단순히 석벽으로의 접근을 차단하던 태도에서 완전 타도로 목적이 바뀐 행동양식은 포레스트 앤트들의 피해로 나타났다.

"쏴라!"

석벽에 구비된 발리스타가 육중한 창과 같은 화살을 쏘았고 화살은 단번에 둘에서 세마리의 포레스트 앤트를 꿰뚫는 것이 가능했다.

"투석기 준비!"

발리스타를 쏘아낸 이들의 옆으로 한 무리의 코볼트들이 단단히 고정된 투석기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이내 한껏 당겨진 스푼처럼 둥그렇게 파인 머리부분에 한 코볼트가 자기 몸통만한 돌덩이를 올려놓았다. 그리고 투석기를 미세하게 조정하는 듯 하더니 이내 돌덩이를 포레스트 앤트를 향해서 발사했다.

퉁 퉁

쾅- 쾅-

그들의 손에 의해서 발사된 돌덩이는 큰 충격과 소리를 내면서 포레스트 앤트들을 깔아 뭉개면서 바닥에 부딪혀 쪼개지거나 박혀버렸다.

석벽으로부터 원호가 들어오자 후방을 공격하던 루프스의 무리도 한층 더 힘을 내기 시작했다.

"키야앗!"

카가가각-

퍼석

최대한 힘을 주고 내려친 고블린들의 공격으로 포레스트 앤트들의 각갑이 파괴되어 갔다. 대부분이 일반적인 포레스트 앤트들이었으며 그보다 고위의 포레스트 앤트들은 대체로 석벽의 근처에 위치해 있었기 때문에 고블린들의 진격을 막을 수 있는 이들은 별로 없었다.

파죽지세로 포레스트 앤트들을 갈아내면서 고블린들은 석벽에 점점 접근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만큼 부족을 침범한 적들의 수는 점점 줄어들어갔다.

불리하게 변하는 전황에 포레스트 앤트들도 위기감을 느꼈는지 방식에 변화를 주기 시작했다. 후방으로 쳐져있던 가장 수가 많은 일반 포레스트 앤트들이 앞으로 자리를 옮겨가고 하늘을 날면서 파인피와 스콘드를 비롯한 고위 고블린들을 상대하던 녀석들이 후방으로 와서는 루프스들을 상대하기 시작했다.

성가신 적들이 사라진 것에 석벽 위에 있던 고블린들은 더욱 거세게 적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하늘을 날 수 있는 포레스트 앤트가 빠진것은 그들의 자충수였다. 빠르게 병력들을 궤멸시키고 있는 루프스들을 막기 위해서 그나마 강한 이들이 나선 것이었지만 그들의 공백이 곧바로 티가나기 시작한 것이다.

"크아아아압!"

격전의 와중에도 성가신 녀석들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알아챈 파인피는 석벽의 위는 스콘드에게 맞기고 스스로는 밖으로 뛰어내려 포레스트 앤트와 직접 마주했다.

쿠웅

한 포레스트 앤트의 앞으로 뛰어내린 그는 불길 그 자체가 되어있는 창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후웅

콰직- 화르륵

한번 휘두른 그의 창은 두꺼운 포레스트 앤트의 갑각을 깨트리고는 불을 붙여버렸다. 일반적인 녀석들 보다 한층 덩치가 큰 녀석은 루프스의 도끼질도 한두번은 막아내는 갑각이 파인피가 휘두르는 창격에 간단히 파손되어 버린 것이다. 이어서 불길이 붙은 포레스트 앤트는 미처 뭔가를 하기도 전에 불에 타 죽어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그는 물만난 물고기처럼 온통 포레스트 앤트 투성이의 한복판을 창 한자루를 들고 종횡무진하기 시작했다.

파인피가 단숨에 포레스트 앤트들에게 큰 피해를 입히고 있는 모습을 석벽 위에서 바라보던 스콘드는 공중을 날아다니는 포레스트 앤트를 향해서 사기를 방출했다. 수가 많아 그의 역량으로는 모두 감당 할 수 없어 자제하고 있었지만 머리위를 지키던 포레스트 앤트들 중 일부가 물러가면서 사용할 결심을 한 것이다.

제 집마냥 날아다니던 포레스트 앤트들은 수의 일부가 빠져나가 있는것은 신경쓰지 않고 계속 하던데로 날아다니면서 고블린들의 움직임을 방해하고 견제하고 있었다. 그러던중 스콘드가 사용한 사기의 방출이 그들에게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처음엔 시야를 막아서는 정도의 방해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시야뿐이 아닌 청각과 후각도 마비가 되더니 마지막에는 촉각까지 전혀 느껴지지 않는 상태로 번져버렸다. 사기에 완전히 뒤덮인 포레스트 앤트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사기와 함께 통째로 석벽 위나 벽의 바깥, 포레스트 앤트들의 진영 한복판으로 추락해 버렸다.

석벽 위에 추락한 녀석들은 스콘드의 시체 조종으로 움직이는 각종 시체들과 고블린과 코볼트들의 합공으로 하나, 둘씩 그들의 손에 절명했다.

벽의 바깥으로 떨어진 녀석들은 가장 먼저 동족들에게 피해를 주고 말았다.

--!

----!

급속한 낙하는 결국 낙하의 주인공에게 큰 피해를 주었지만 동시에 낙하지점에 있던 이들은 예상치 못한 육중한 몸체의 추락으로 더욱 큰 피해를 입히고 말았다. 포레스트 앤트의 추락으로 하나의 구덩이가 만들어지고 말았다. 그리고 구덩이의 근방에는 그의 낙하로 산산조각이 나버린 포레스트 앤트들의 시체 뿐이었다.

다섯의 하늘을 나는 포레스트 앤트가 있었지만 셋은 석벽의 위로 떨어지면서 그곳에 있던 고블린들과 코볼트들에 의해서 죽고 말았으며 땅에 떨어진 이들도 아군에게 피해를 주면서 동시에 그들의 몸도 중상을 피할수 없었다.

그나마 중상으로 살아있던 둘은 얼마 지나지 않아 석벽에서부터 쏟아지는 투석과 발리스타의 화살로 넝마가 되어 절명하였다.

그렇게 가장 성가신 적들을 해치운 스콘드는 고개를 돌려 루프스가 있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그곳에서도 루프스의 힘으로 하늘을 나느 포레스트 앤트들을 떨구고는 다른 고블린들의 합공으로 죽어나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석벽의 근처는 파인피의 불길로 포레스트 앤트의 병력들이 불태워졌고 후방에서 다가오던 루프스는 무리를 이룬 고블린들을 이용해서 대부분의 포레스트 앤트들을 몰살시켰다.

석벽에 다다른 루프스는 그 주변에 타서 검은 재가 되버린 포레스트 앤트들을 둘러보면서 가장 전면에서 나서 싸우던 파인피를 찾아갔다.

"족장!"

반갑게 손을 흔들면서 그를 찾는 모습에 성큼성큼 다가간 그는 이게 어떻게된 일인지를 물었다.

"후우"

그의 물음에 파인피는 한숨을 쉬더니 그 물음에 대답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녀석들은 루프스들이 떠나고 제법 시간이 지난 어느순간 갑자기 나타났다고 한다. 다행히 주변에서 순식간에 나타난 것은 아니었다고 한다. 본래 이 자리에 있던 나무들은 대부분 부족의 건물로서 만들어지면서 소모되었고 이 자리에 있는 나무들 대부분이 엘프들의 손길이 닿아 새로 자라난 나무들 뿐이었다.

하지만 녀석들은 나무를 통해 이동하면서 부족 주변의 나무가 아닌 제법 떨어진 장소에서부터 나타난 것이다. 포레스트 앤트들을 상대하기 위해서 족장인 루프스가 무리를 이끌고 나선것을 알고 있던 그들은 깜짝 놀랄 수 밖에 없었다.

루프스들이 떠난지 이미 수 일이 지나 있어 이제 슬슬 돌아오거나 때가 지나지 않았나 걱정하기 시작하던 무렵에 쳐들어온 그들의 모습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럴리 없다고 생각하지만 갑자기 부족을 향해서 처들어오는 포레스트 앤트들을 보면 엄한 생각이 안 들 수가 없었다. 그렇게 걱정하면서도 부족을 지키기 위해서 녀석들과 싸우기 시작했다.

대장장이들이 만들어낸 발리스타와 투석기를 동원하고 현재 부족에 남아있는 최고 전력인 파인피와 스콘드가 앞서서 지휘해 녀석들로부터 대항한 것이다.

위기상황이라 부를 순간은 없었지만 성가시게 들러붙어오는 포레스트 앤트들의 모습에 지치고 질려갈 무렵에서야 루프스가 이끄는 무리가 모습을 드러내었고 지금의 상황까지 온 것이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