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6화
준비
지금까지 만난 포레스트 앤트와는 확연히 다른 위압감과 한층 거대하고 단단한 몸체를 가진 녀석들이 부하들을 보호하기 위해 원진을 짠 고블린들을 향해서 돌진해 들어왔다.
뻑- 쿠당탕
"꺽!!"
쾅 쿠드드드
"키이이!"
상급 고블린들은 약간 버겁긴 하지만 간신히 물러서지 않고 포레스트 앤트의 돌진을 막아냈다. 하지만 원진을 짠 고블린들 중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중급 고블린들이 포레스트 앤트의 돌진에 당해 날려보내졌다. 크게 다쳐보이진 않지만 일시적으로 날려지는 바람에 원진에 구멍이 뚫려버렸다.
"키...키익!"
"막아!"
원진의 내부에서 고위 고블린들의 행동을 유심히 지켜보던 그들은 진형이 뚫리고 그 사이를 비집고 포레스트 앤트가 들어오자 대응하기 시작했다. 다만 그들도 이들이 지금까지 만났던 포레스트 앤트와는 비교가 불가능 할 정도로 강력한 이들이라는 사실은 인지하고 있었다. 각자의 연계로 기존의 포레스트 앤트는 손쉽게 잡혔지만 이번에 나타난 녀석들은 그들보다 월등히 강력한 고위의 고블린들의 협공으로도 제대로 막아내지 못 한 이들이었다.
"방패 들어! 검병들은 검을 버리고 방패병들 뒤를 받쳐줘야한다! 캬악! 델바님도 버티지 못한 녀석을 우리가 홀로 막아 낼 수 있을거라 생각하면 안돼! 창병들! 대기하다 녀석들이 다가오면 찔러버려!"
한 하급 고블린이 앞장서서 갑작스러운 사태에 반응이 늦은 고블린들을 지휘했다. 그는 자신보다 뒤로 날려간 한 중급 고블린이 부들부들 떨면서 못 일어나는 모습을 힐긋 보면서 더욱 단단히 뭉칠것을 요구하고 다가오는 적을 견제하는 것은 창병에게 맡겼다.
앞장서서 다른 고블린들을 지휘하는 그의 등장은 다른 고블린들에게 자극이 되었다.
"뭉쳐! 뭉쳐서 상대해야 우리가 살 가망이 생긴다!"
"캬악! 이 머저리야! 검 들고 찌를 생각하지 말고 버티는 녀석들이나 받쳐주라고! 왜 이렇게 말을 안들어 처먹어!"
마찬가지로 하급으로 올라선 고블린들이 앞으로 나서서 최하급 고블린들을 지휘하기 시작했다. 다행히 돌진을 감행했던 포레스트 앤트는 중급 고블린을 날린것도 무리를 했던 듯 정신을 못차리고 있어 고블린들이 정비 할 수 있는 시간을 주었다.
----!
고블린들이 대비를 마쳐갈 무렵 상급 이상의 고블린들이 최대한 몰려드는 적들의 수를 줄이고 있었지만 계속해서 나타나는 녀석들을 모두 물리치기에는 중과부적 이었다. 그 사이 정신을 차린 포레스트 앤트들이 다시 돌진하기 시작했다.
투두두두두
개미 치고는 두터운 발이 땅을 박차면서 발구름으로 울리는 소리가 그들을 맞이 할 준비를 하던 고블린들의 귓가를 강타했다.
꿀꺽
그리고 그들이 긴장하는 모습을 신경쓸 이유가 없는 포레스트 앤트들은 그 육중해보이는 몸으로 다수의 고블린들이 서로의 몸으로 지탱해주는 방패의 벽을 들이 받았다.
쿵 쿵 쿵
한 곳이 울리기 시작하자 그 외의 장소에서도 몸으로 벽을 쳐대는 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키이잇!!"
생각보다도 강력한 포레스트 앤트의 몸통 박치기에 최소 다섯이서 뭉쳐서 버티는 그들의 입에서 절로 이가는 소리가 입가를 새어나왔다. 그리고 그들의 노력이 통했는지 선두의 방패가 찌그러지고 뒤쪽에서 그들을 받쳐주던 이들의 팔도 부러지거나 꺾이는 등의 피해가 있었지만 그들의 수준에서는 막기가 불가능에 가까운 돌진공격을 무사히 이겨낸 것이다.
하지만 역시 그들의 힘으론 역시 보다 높은 위치에 있는걸로 보이는 포레스트 앤트를 상대로 승산은 없었다.
뚝- 뚝-
방패로 그들의 돌진을 막아낸 것은 좋았지만 곧 이어서 고블린들이 예상하지도 못한 공격이 들어온 것이다.
치이익
"킷?"
그들의 돌진을 막아내느라 지쳤지만 후속 공격이 들어올 것을 대비하던 고블린들은 의아함을 느꼈다. 고블린들의 예상과는 달리 후속 공격이 들어오지 않았던 것이다.그에 의아함을 느낀 제일 선두에 있는 고블린은 눈을 조심스레 뜨고는 눈앞을 바라보았다.
뚝- 치이익
언뜻 보아도 징그러운 포레스트 앤트의 얼굴에 그 입가에는 녹색의 액체를 질질 흘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다른 포레스트 앤트들도 마찬가지 였다. 땅에 떨어진 그것은 지면을 녹이고는 연기를 피어올렸다. 그렇게 피어오른 연기가 한 고블린의 호흡으로 들어가자 그 고블린은 급속도로 죽어갔다.
"키... 키이...기익!"
이렇게 갑작스레 피어오른 독연에 의해서 고블린들은 당초의 생각보다도 큰 피해를 입게 되었다.
그렇게 고블린들의 피해가 커지는 가운데 외곽에서 싸우던 고위의 고블린들의 싸움은 끝이 보이고 있었다.
---, ---!
한 무리의 포레스트 앤트가 늪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었다. 그리고 상급 고블린들과 다시 회복하고 돌아온 중급 고블린들이 몰려드는 포레스트 앤트들을 막아내면서 그 수를 줄이고 있었다.
그리고 루프스는 격전이 벌어지고 있는 무리에서 떨어져 나와서 포레스트 앤트가 쏟아져 나오는 나무를 틀어막고 있었다.
무리의 진을 침투한 포레스트 앤트들의 독으로 고블린들이 조금씩 피해를 보기 시작할무렵 루프스도 대부분의 나무를 틀어막는데 성공했다.
이 녀석들은 무엇때문인지는 모르지만 나무를 통하지 않고는 나오지를 못한 덕분에 녀석들이 쏟아져 나오는 나무들만 파괴시켜 놓으면 그들의 전력 보충을 막을 수 있었다.
포레스트 앤트의 전력의 공급을 끊어낸 루프스는 몸을 돌려서 먼저 무리의 안쪽으로 침투한 포레스트 앤트들을 상대했다.
콰드득
홀로 앞으로 나서면서 녀석들이 지닌 갑각의 단단함은 이미 경험했었지만 그의 도끼로도 겨우 겉 껍질을 파괴하는 정도가 다였다.
독을 흩뿌리는 그들의 시선을 돌리기 위한 공격은 그의 의도대로 포레스트 앤트의 주의를 그를 향해 집중하도록 만드는데 성공했다.
이미 상당한 피해를 입은 고블린들이었지만 포레스트 앤트들도 독을 뿜어낼때는 따로 움직이지 못하는지 독으로 인한 피해 이외에 그들이 입은 피해는 적었다.
녀석들의 주의가 돌려진 틈에 아직 살아있는 고블린들은 무거운 몸을 이끌고 루프스와 포레스트 앤트의 틈바구니에서 멀어졌다. 그리고 그들이 보유하고 있던 해독제를 집어 삼켰다.
그 사이 루프스는 고개를 돌린 포레스트 앤트의 사이를 뛰어다니며 그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콰직- 퍽
그는 일률적으로 그들의 관절을 향해서 도끼를 내리쳤다. 이어서 발로 차버려 단번에 머리와 가슴을 갈라버렸다. 갑각으로 둘러쌓인 곳은 여러번 내리쳐야만 그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에 비교적 얇은 관절부위를 노리는 것이다.
머리와 가슴 사이의 관절이 절단난 포레스트 앤트는 얕은 비명성을 지르면서 쓰러져갔다.
포레스트 앤트들을 상대하면서 그는 어째서 이놈들이 그대로 공격을 이어가지 않고 그저 독을 뿌리기만 했는지 알 수 있었다.
'이놈들 어쨰 둔한데?'
그가 마주친 녀석들과 다른 중급, 상급 고블린들이 상대하는 녀석들과는 달리 유난히 둔해 몸을 돌리는데도 시간이 상당히 걸렸다. 덕분에 그저 이리저리 돌면서 공격을 이어가는 것만으로 손쉽게 상대가 가능했다.
'게다가 어째 좀 물컹거리는데?'
개미들의 내부 근육들로 도끼에 걸리적 거리는 것이 있어야 함에도 그런 느낌이 별로 들지 않는것이다.
수차례 녀석들을 상대하다보니 루프스는 곧 그 원인을 알 수 있었다.
'이녀석들... 내부가 엉망이잖아?'
포레스트 앤트들의 둔한 몸짓과 별로 걸리지 않는 속살들의 원인은 다름아닌 고블린들이 다중으로 겹쳐서 녀석들의 돌진을 막아냈기 때문이다.
그들의 갑각이 충돌에서 생긴 충격을 상당히 막아주었지만 그 충격의 일부가 내부에 전달이 된것이 문제였다. 워낙 강력한 충격이었기에 일부뿐이었지만 그것만으로 포레스트 앤트의 내부를 곤죽으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즉사 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것만으로 최하급 고블린들과 부딪힌 녀석들이 움직이기 힘든 상황이었다. 결국 녀석들은 고육지책으로 독을 퍼트려 다른 고블린들의 움직임을 막으면서 피해를 주는것이 최선이었던 거이다.
다른 중급, 상급 고블린들과 마주친 녀석들은 그 힘을 고블린에게 온전히 쏟아내거나 여러번 부딪혀 조금씩 해소했기에 이들만큼의 상황은 아니었던 것이다.
루프스가 상태가 곤죽이 된 포레스트 앤트들을 상대하고 그들을 모두 절명시켰을 때 마치 짠듯이 외곽에서 다른 포레스트 앤트들을 상대하던 고블린들도 무사히 녀석들을 물리칠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