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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뜨니 고블린-135화 (135/374)

135화

준비

고블린 기병들이 앞으로 나서서 포레스트 앤트들의 한복판을 통과하며 두패로 갈라놓았다. 한차례 관통한 기병들은 둘로 쪼개져서 다시 줄어든 포레스트 앤트들을 다시 한번 갈라냈다. 그 뒤를 이어서 보병들이 다가왔다. 보병들은 갈라진 포레스트 앤트들을 향해서 검과 창을 내질렀다. 능숙하게 이어지는 연계였다. 하지만 계속 비슷한 전법을 사용한 고블린들을 경험한 포레스트 앤트들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모습을 내보이기 시작했다.

포레스트 앤트들을 공격하는 고블린들이 서있는 장소의 바닥이 들썩이기 시작한 것이다.

푸확

눈앞의 적을 상대하느라 방심한 고블린들은 미처 대비하지도 못하고 갑작스러운 포레스트 앤트들의 등장에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금까지 진형을 약간 변형하거나 더욱 많은 지원을 보내는 방식등 크게 다르지 않은 전투를 고집했던 이들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렵게 전혀 다른방식의 공격이었다.

고블린들도 갑작스러운 적의 등장에 당황스러웠지만 이내 침착하게 대응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틈 사이를 파고들어 다른 포레스트 앤트들 처럼 진형을 찢어버리는 녀석들의 행동에 고블린들은 소수나마 뭉치기 시작했다.

고블린들은 급한대로 동료의 직업군이 어떤것이든 관계없이 뭉쳐들었다. 적어도 홀로 적들과 대치하는 상황만큼은 피해냈다. 처음 겪는 돌발상황에 당황하긴 했지만 고블린들은 침착하게 주변에 있는 동료들과 뭉치는데 성공했다.

그 조합은 모두 제각각이었다. 검병끼리 모여든 이들이 있는가 하면 검병, 방패병, 창병등이 골고루 섞인 이들이나 도끼병에 창병, 방패병에 궁병 등 다양한 조합이 만들어졌다.

돌발상황을 대비해 최소한의 연계는 훈련되어있던 그들은 능숙해 보이는 자세로 눈앞의 포레스트 앤트들과 전투에 돌입했다.

검병끼리 모인 곳에서는 주로 서로를 보조해주는 연계를 다양한 병과가 모인 이들은 각자의 특기에 맞춰서 대응했다. 다만 궁병들의 경우 모두 원거리 공격수기 때문에 일부가 무장을 단검으로 바꿔 가까이 다가온 적들을 대응하는 것이 좀 특이한 점이었다.

"---"

결국 평소와 다른 공격에 고블린들이 피해를 보긴 했지만 포레스트 앤트들을 상대로 무사히 이겨낼 수 있었다.

지금까지 고블린의 무리들은 무수히 많은 포레스트 앤트들을 상대했다. 특히나 그들의 수가 어찌나 많은지 한마리의 고블린이 지속적으로 다수를 상대하다 보니 한번 한번 희생이 예상보다 적다고 해도 계속 누적되는 그 수는 무시하지 못 할 정도였다. 게다가 더욱 심각한 것은 이 수가 지금 상대하는 포레스트 앤트들의 전체 수에 비한다면 극히 일부일것이 분명하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제법 많은 전투를 거치고 무수한 포레스트 앤트들을 죽였지만 여전히 당시 루프스와 프리트가 들어섰던 장소까지 도착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미처 도달하지 못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포레스트 앤트들은 쉬지 않고 계속해서 그들을 습격하고 공격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아주 위험한 상황이나 예기치 못한 상황에만 고위 고블린들이 나섰기 때문에 대부분의 포레스트 앤트를 상대하는 것은 전투 경험이 필요한 최하급 고블린들이었고 충분히 많은 고블린들이 진화의 문턱에 다다랐다. 특히나 일부는 루프스의 힘으로 축복을 내리지 않았음에도 자력으로 얻어내는 이들도 있었다.

고블린의 무리는 그 뒤로도 계속해서 움직였다. 그리고 그들이 움직이는 길에는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정도로 포레스트 앤트들이 나타났다.

그들의 고블린을 향한 대응은 시간이 갈수록 다양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땅에 숨어있다가 나타나는가 하면, 그들이 지나간 자리에서 죽은척을 하던 녀석들이 일어나 공격을 해오거나 기병 돌진을 별다른 저항없이 받아들이다 양옆에서 덮치는 식으로 그 대열을 무너뜨리려는 시도를 해왔다.

포레스트 앤트들이 고블린에 대한 대응이 변하는 것처럼 고블린들도 시간이 지날수록 그들에 대한 대응이 익숙해져 갔다. 기존의 방식을 따라가면서 땅에 숨는 녀석들이 나타나자 수시로 땅을 향해서 무기를 찔러넣어 대비했다. 별다른 능력을 지니지 못한 최하급 고블린들로서는 최선의 방법이었다.

죽은척하는 녀석들은 다시 확인사살로 비록 살아있는 이들이 있더라도 그 목숨줄을 끊어 주었다. 기병들의 경우는 애초에 포레스트 앤트들의 대응이 그다지 효과를 보이지 않았다. 빠르게 달리는 그들을 쫓아가는것도 어려울뿐더러 사나운 늑대들은 비록 아직 약한 상태라 하더라도 가속도가 붙은 와중에 덤비는 개미들을 수월하게 분질러버리는 것이 가능했다.

고블린들의 진격은 파죽지세와 같았다. 점점 포레스트 앤트의 영역 안을 휘젓는 그들은 지체되는일이 드물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은 루프스와 프리트가 포레스트 앤트들을 발견한 장소에 다다를수 있었다.

저벅 저벅

계속된 전투로 늑대들의 등에서 내려오지 못한 고블린들을 지나치면서 루프스가 선두로 나섰다. 이전과 분명히 풍경은 같았지만 왠지모를 위화감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음... 뭐지?"

"왜 그러십니까?"

주변을 휘휘 둘러보는 루프스의 모습에 의아함을 느낀 프리트가 그의 옆으로 다가서면서 물었다.

"뭔가... 변한것 같은데 그렇게 느끼는 이유를 모르겠군"

그의 아리송한 대답에 프리트는 의아함을 느끼고 그를 따라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그가 그렇게 느끼는 이유를 눈치챌수 있었다.

"...!"

변화는 사소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사소한 만큼 주의깊게 살피고 관심을 주지 않았다면 알아차리지 못했을 것이다. 그가 느낀 위화감의 원인을 알아낸 프리트는 그에게 자신이 발견한 것을 이야기했다.

"흠...!"

그가 이야기한 사실에 그 변화를 유심히 바라본 그는 결국 사실을 알아챌수 있었다. 그리고 그는 곧바로 행동하기 시작했다.

기병들을 뒤로 물리고 무리를 지키기 위해서 고위 고블린들이 앞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무리 전체를 빙 둘러서 감싸고 대비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이번에도 그들이 지긋지긋하게 본 포레스트 앤트들이 뛰쳐나오기 시작했다.

---!

밀려오는 개미들은 발음이 부정확한 울음을 내면서 그들을 향해서 달려들었다. 그런 포레스트 앤트들의 행동에 선두에 선 고위 고블린들도 녀석들을 막아내기 시작했다.

고블린이 휘두른 검에 개미가 동강이 났다. 그리고 다른 곳에서는 고블린이 내리친 망치에 몸이 박살이 나기도 했으며 창과같은 무기로 찔러넣어 단숨에 절명시키기도 했다.

최하급 고블린들의 치열해 보이던 싸움과는 다른 그야말로 학살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싸움이었다.

그렇게 포레스트 앤트들을 베고 찌르고 부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루프스가 느꼈던 위화감의 원인이 나서기 시작했다.

-----!

그가 느꼈던 위화감의 정체는 다름 아닌 나무의 뿌리 부근에 난 구멍의 크기가 확대되었다는 점이었다. 본래라면 눈치채기 힘들었겠지만 계속해서 균일한 크기의 구멍을 보다가 갑자기 그 크기가 변하니 루프스가 위화감을 느꼈던 것이다. 그리고 그곳을 비집고 한 포레스트 앤트가 밖으로 뛰쳐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은 이 일대에 있는 모든 나무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었다.

퍼석

나무의 옆구리를 다시 한번 넓히고 나온것은 한 포레스트 앤트였다. 녀석은 지금까지 나타난 녀석들과는 달리 그 덩치부터 한층 컸으며 비교적 둔탁해 보이던 일반 포레스트 앤트들의 턱과는 달리 예리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 그 겉은 매끈하고 짙은 암녹색의 광채로 광택이 나고 있어 더욱 단단해 보였다.

-----!

푸스스스스

녀석들이 내뱉는 울부짖음에 나무의 이파리들이 흔들리면서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그리고 그 낙엽이 바닥에 닿기도 전에 그들은 한 장소에 고립된 고블린 무리를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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