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2화
전장의 축복(5)
다시 자신의 부족으로 그리고 집으로 돌아온 루프스는 자리에 주저 앉았다. 한 사실의 진상을 알아내면서 진이 빠진 표정이었지만 그의 무의식은 하던일을 계속 하고자 했다.
[이름: 루프스 종족: 고블린
칭호: 고블린 족장(변경)
등급: 유일
특화능력: 심상실현
종족특성: 이상번식
종족특성: 단체은닉
전장의 축복까지: 0%]
띄어 올린 그의 정보창에는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항목인 칭호가 떠올라 있었다. 이제 마지막 점검으로 이번에 새로 생긴 칭호에 대해서 알아보기 위해서 칭호의 부분을 꾹 손가락으로 눌렀다.
[고블린 족장
당신은 고블린들에게 충분히 신뢰를 받고 있는 족장입니다. 그 어떤 고블린들도 당신의 지휘를 받는것에 거부감이 들지 않습니다. 고블린들은 아주 특별한 사유가 없는한 당시의 말을 따를 것 입니다.]
고블린 족장의 칭호를 확인한 루프스는 그곳에 담겨있는 뜻에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런게 적용이 된다는건가? 아니면 지금의 나를 족장으로서 평가한건가?"
정확히 어느쪽인지는 모르지만 떠있는 정보창에 그의 안색이 곧 심각해졌다. 고블린들이 별 거부감 없이 그를 따른다는것에서 혹시나 제대로 의견도 말하지 못하는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이었다.
"... 조심해야겠군"
고심하던 그는 결국 최대한 조심하자고만 결론을 내렸다. 아직 정보창에 쓰여있는 것이 모두 적용이 되는 것인지 지금 고블린들의 상태를 나타내는건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속단하기에는 이르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렇다고 완전히 무시할수도 없으니 일단 스스로가 최대한 조심하기를 결심했다.
'고블린 족장'의 칭호에 대해서 살핀 그는 나머지 칭호들도 살펴봤다.
[어설픈 지도자
제법 큰 무리를 이끌고 있지만 당신은 아직 스스로를 어설프다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당신의 부하들이 당신의 부족한점을 매워줄 것입니다.]
[이종족을 이끄는 자
무리의 구성원이 두 종족이 넘습니다! 많은것이 다른 그들은 다툼이 자주 일어납니다. 하지만 같은 무리라는것이 그들을 묶어줄 것입니다.]
[숨기에 급급한
자잘한 문제는 단번에 해결하지만 가장 큰 문제로부터는 도망치고 숨기 급급합니다. 눈을 피하고 싶어하는 당신은 보다 효과적으로 적의 눈으로부터 숨을 수 있을 겁니다.]
다른 세가지의 칭호를 바라본 그는 헛웃음을 지었다. 그곳에 있는 칭호들 어떤것도 그가 받기에 알맞은 칭호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좀전까지 생각하던것과 함께 마지막의 '숨기에 급급한' 이라는 칭호는 너무 시기적절해서 헛웃음이 절로 나왔다.
루프스는 다른 세개의 칭호보다 마지막 칭호가 지금까지의 자신을 표현한다고도 생각했다. 그리고 그것을 보면 볼수록 결심이 굳어지는것을 느낄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그는 칭호가 변경이 가능하다는것에 주목했다. 칭호가 어떻게 적용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는 왠지 꺼려지는 '고블린 족장' 칭호보다는 '어설픈 지도자'를 적용해 놓았다.
그렇게 설정을 마친 그는 본격적으로 인간들을 상대하기 위해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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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루프스가 계속 이렇게 살수는 없다는 생각에 결전을 결심했다지만 곧바로 공격해 들어가지는 못했다. 크게 두가지의 문제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군락지의 초입에 몰려있는 강력한 몬스터들이 첫번째 장애물이었다. 루프스와 몇몇의 고블린들이라면 그들과 싸우는데 아무런 장애가 없지만 그 밑의 부하들의 경우는 그렇지 않았다.
현재로서는 중급 이하의 고블린과 코볼트들로서는 제대로 대적하기 힘든 이들이 무수히 많으니 당장 인간들의 국가를 향해서 쳐들어가기가 힘든 상황이었다.
두번째로는 전력이 문제였다. 분명히 인간들의 국가 중에서도 인구가 소수뿐인 소국도 분명히 있었지만 그런 이들은 이곳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있었다. 당장 숲을 벗어나 가장 먼저 만나는 왕국들은 하나같이 최소한 수백만의 인구를 자랑하는 국가들이었다.
대국이라고 할 수 있는 이들의 인구수가 수천만에 달하는것과 비교하면 초라해보일지도 모르지만 중규모는 되는 나라들이었다. 그에비해서 그 수가 대폭늘어났다고 하더라도 루프스의 무리 전체의 수를 합하면 이십만 정도의 수밖에 되지 않았다. 비록 대다수의 인원들이 전투원이 될 수 있다지만 그렇다고 그들 모두를 전투원으로서 전쟁에 참가시킬수는 없었다.
전쟁이 시작되면 그들이 지닌 무기는 매일같이 이가나가고 충격이 쌓이면서 폐기되는만큼 새로 만들어야만 한다. 그리고 고블린들이라고 식량을 소비하지 않을리가 없다. 오히려 그들이 소비하는 식량은 신체의 크기에 비해서 많은 편이다. 그러니 남아있는 이들 중에서 대장일을 해야하는 이들과 농사일과 사냥으로 식량을 공급해줄 이들도 필요하다.
그 사실을 알고 있는 루프스는 최대한 부족의 인원들이 죽지 않도록 주의하고 있었다. 수가 늘어나는것은 걱정하지 않았다. 루프스가 부족의 문제를 해결하고 처들어오는 적들을 물리치는 등 바쁜 행적에 여전히 자식들을 껄끄러워하는 마음에 새로운 자식들을 만들 노력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다른 고블린들은 이야기가 다르다. 훈련을 마치고 피곤한 이들도 어디서 그런 힘이 나는건지 매일 같이 새로운 자식을 만들어내는 과정을 반복하고 있었고 그만큼 많은 아이들이 태어나고 있었다.
루프스는 최대한 인원을 보존하기 위해서 전투에 나선 이들의 사이에서 그들을 보호했다. 모두를 보호하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눈먼 공격에 당하는 상황은 만들지 않으려고 했다. 그리고 그것만으로 상당히 많은 이들이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렇게 활동을 이어가던 중 그는 지금 이상태로는 충분한 전력을 가지기는 힘들다는 생각을 했다. 매일같이 죽어나가는 하급고블린들도 그렇지만 하루에 최하급에서 하급으로 올라서는 이들의 수에도 한계가 있었다. 아직까지는 괜찮지만 시간이 더욱 지난다면 최하급 고블린이면서 본격적인 전투에 대한 경험이 없는 이들이 전체 수에서 70%를 넘게 차지할 것이다.
"그것만은 막아야 돼!"
"그럼 적어도 그들이 상대 할만한 이들, 아무리 강해도 하급정도의 몬스터가 필요할텐데요?"
머리를 싸매며 고함을 치는 루프스의 옆에서 프리트가 이야기했다. 갓 성체가 된 고블린들의 상대가 될만한 몬스터들을 찾아 둘은 영역의 바깥을 둘러보는 중이었다.
"그런데, 그런 녀석들이 아직까지 있을까?"
"설마 하나도 없겠습니까? 그 때 도망친 녀석들도 제법 있을테고, 소수만 도망치는데 성공했다고 해도 지금까지 살아남았다면 수가 상당히 늘어났을 겁니다"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루프스에 반해 프리트는 희망적으로 보고 있었다. 루프스는 아직까지 그치지 못하고 있는 격전의 소용돌이에서 빠져나와 다시 재건에 성공한 종족들이 있을거라고 생각하기가 힘들었다.
프리트는 그 반대였다. 설마 그 많은 최하급에서 하급 종족들 중에서 도망치는데 성공한이들이 하나도 없겠는가 하는 것이었다. 그들의 수가 그리 많지 않았다면 그도 루프스의 의견에 동의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수는 감히 지금의 고블린들이 짐작하기도 힘든 수였다.
사실 인간들은 대륙의 끝자락에 있는 숲에 몬스터들이 몰려있다고 생각하고 있고, 그 넓이가 얼마나 되는지는 잘 모르고 있었다. 초입을 넘어서는 순간부터 소수의 탐험가나 모험가가 살피기에는 큰 부담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직접 군락지에서 살던 고블린들은 이 숲이 얼마나 넓은지를 체감하고 있었다. 일만이 넘는 수로 이곳에서 생활하기도 했지만 그것도 매우 작은 일부에서의 이야기였다. 그리고 그런 몬스터들의 수는 얼마든지 있었다. 당장 고블린들과 싸웠던 코볼트들도 그 수만큼은 십만에 가까웠다. 그리고 숲에는 수많은 종족이 있으면서 그들이 모두 한군데 뭉쳐있는 것이 아니었다. 즉, 어딘가에는 고블린들이 본 코볼트들보다 큰 부족을 이루는 코볼트들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보지 못한 몬스터들도 이곳저곳에 무수히 분포되어 있을 것이다.
프리트가 노리는것은 그 점이었다. 그렇게 무수한 몬스터들이 모두 위험한 적들이 나타났다고 죽었을리는 없었다. 오랜시간 자리잡은 이들이라면 충분히 강자들이 있을 것이니 격전 속에서 버티는 것도 불가능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렇지 않더라도 강자를 상대로 무작정 달려들지 않고 숨어서 기회를 노리는 이들도 많았을 것이다.
"그러니까 어딘가에는 어린녀석들을 상대해줄만한 녀석들이 있지 않겠습니까?"
프리트는 날카롭게 웃으면서 그에게 자신만만하게 이야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