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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뜨니 고블린-130화 (130/374)

130화

전장의 축복(5)

부족으로 돌아온 루프스는 자신의 집으로 들어갔다. 축복을 부여받기 위해서 최대한 조용한 곳을 찾아간 것이다. 그는 집 안에서도 훈련을 위해서 만들어진 공간으로 들어갔다.

훈련장은 매우 황량한 모습이었다. 넓은 공간에 벽에 훈련용으로 보이는 도끼들이 걸려있을 뿐인 공간이었다. 중앙으로 걸어간 루프스는 털썩 주저앉더니 하나의 알림창을 불러들였다.

[전장의 축복을 받으시겠습니까? 예/아니오]

그의 손은 '예'를 향해 다가갔다.

꾹-

실제로 느껴지는 감각은 없었으나 마치 뻑뻑한 버튼을 누르는 듯한 느낌이 들면서 변화는 시작되었다.

겉으로는 흐릿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단단한 육체가 단번에 분해되었다. 그리고 그의 육체가 분해된 자리에는 스멀스멀 투명한 기류가 주변광경을 어그러뜨리면서 바닥에서부터 기어오듯 올라왔다.

그렇게 어그러진 광경의 안쪽에서부터 루프스의 신체가 재구축되고 있었다. 그렇게 구축되는 그의 신체는 피어오르는 기류와 같이 투명한 색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주변 광경의 왜곡률이 높아 그의 모습은 선명하게 보일 것이다.

거친 숲의 길을 걷기 위해서 그의 발은 먼저 단단한 발바닥부터 여차하면 무기로 사용 할 수 있는 날카로운 발톱이 생겨났다. 그리고 오밀조밀 뭉친 근육으로 이루어져 코볼트들의 다리보다 얇음에도 불구하고 굳건해보이는 다리로 구축되었다. 이어서 척추와 함께 척추를 곧게 잡아주는 근육이 함께 생겨났다.

그렇게 계속되는 신체의 재구축은 머리까지 완전히 바뀌고 나서야 끝이 났다. 새로 재구축된 그의 신체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그때 정신을 차린 루프스는 자신의 몸을 둘러보았다. 칠흑과도 같았던 피부는 색이 사라지고 일그러진 주변의 광경을 담고 있었다. 그리고 몸을 움직이면 그에 맞춰서 일그러짐이 움직여지는 것이 보였다. 다만, 루프스는 몸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알 수 없는것에 불편함을 느끼고 과거의 몸을 떠올렸다.

동시에 그의 몸은 다시 이전처럼 검은색으로 도배되었다. 그리고 그제서야 루프스는 자신의 바뀐 몸을 제대로 볼 수 있었다.

두개의 뿔이 자리잡고 있던 머리 위에는 세개의 뿔이 꼬인 모습으로 변해 있었는데 그 모습이 마치 하나의 장식물처럼 보였다. 그리고 상급이 되면서 나타난 꼬리는 어느새 다시 사라져 있었다.

그의 양 팔은 날카로운 발톱이 돋아난 발과는 달리 뭉툭한 손끝을 가지고 있었지만, 폭발적인 힘을 내기 위해서인지 팔부터 어깨에 이르기까지 전체적으로 얇은 몸과는 어울리지 않게 비교적 굵은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맨발로 땅을 딛는 그의 발은 더 이상 바닥의 자갈이나 나무조각과 같은 물체로 상처를 입지 않도록 탄탄한 발바닥과 보기만해도 살갗이 베이는것 같은 예기를 뿌리는 발톱이 여유로이 그 몸을 받쳐주고 있었다.

그렇게 변한 몸과 끓어오르는 힘을 감상한 루프스는 다시 시선을 앞으로 돌렸다. 그리고 그곳에는 다시 새로운 정보창이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전장의 축복이 내려졌습니다.]

[등급이 '유일'이 되었습니다.]

[신체와 결합된 특성이 한층 진화합니다.]

[특화능력 '환상'이 고유능력 '심상실현'으로 변합니다.]

[숨겨져있던 특전이 드러납니다.]

[칭호가 개방됩니다.]

['고블린 족장' 칭호를 획득했습니다.]

['어설픈 지도자' 칭호를 획득했습니다.]

['이종족을 이끄는 자' 칭호를 획득했습니다.]

['숨기에 급급한' 칭호를 획득했습니다.]

눈앞에는 생각보다 많은 정보가 떠오르고 있었다.

"이번엔 뭐가 이렇게... 고유능력에... 숨겨져있던 특전이랑 칭호라고?"

그는 먼저 자신의 능력을 살펴보았다. 언제는 도움이 되기도, 또 언제는 전혀 소용이 없기도한 능력이었지만 하급 고블린 때부터 지금까지 그와 함께해온 능력이었다. 그런 능력이 바뀌었다는 사실에 그의 관심이 안갈리가 없었다.

다만 이번에는 별다른 정보를 보여주지 않았다. 이전에 특화능력이 써있던 곳이 고유능력으로 바뀌고 그곳에 있던 환상과 그 외 추가 능력들이 사라지고 그저 '심상실현'의 네글자만 있을 뿐이었다.

"아무런 정보가 없는게 아쉽지만..."

살짝 아쉬운 표정을 보인 루프스는 아무런 정보가 없으니 능력을 직접 사용해보기로 결정 내렸다. 집에서부터 나온 그는 신체능력의 점검도 겸하기 위해서 홀로 부족을 나섰다.

그의 능력을 실험할만한 몬스터들은 그의 부족 근처에는 없어 멀리까지 찾아나서려 했다.

그러다 그의 입장에서는 운좋게도 마침 부족이 있는 곳 스쳐지나가는 방향으로 어슬렁 어슬렁 다가오는 한 몬스터를 발견 할 수 있었다. 다름아닌 소머리에 인간과 같은 몸을 가진 미노타우로스였다.

"이녀석은 오랜만인데"

그동안 부하들에게 양보하느라 직접 상대해본지 오래된 몬스터였다. 하지만 그 전부터 비교적 수월하게 상대하던 녀석이라 루프스는 별달리 긴장하지도 않고 검은 신체 그대로 녀석의 앞길을 막아섰다.

갑자기 자신의 앞길을 막는 루프스의 모습에 호전적인 미노타우로스는 곧바로 다가가 들고있던 대검을 휘둘렀다. 어디서 가져온 것인지 투박하지만 거대한 대검이 거친 파공음을 내면서 루프스를 향해서 다가왔다.

자신을 향해서 다가오는 대검의 모습에 그는 양손으로 도끼자루를 잡고는 대검을 막아냈다.

카가가가강-

직접 마주친 도끼와 대검은 치열해보이는 접점을 보였지만 그 내실을 따져보면 그렇지 않았다. 대검의 경로를 굳건히 막고 있는 도끼는 일말의 미동도 보이지 않았지만 도끼를 내려친 대검은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던 것이다.

그는 자신의 도끼와 직접 마주한 대검으로부터의 느낌에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대검이 주는 무게감이 그의 상상 이상으로 가벼웠던 것이다.

미노타우로스는 자신의 온 힘을 다한 대검의 공격에도 상대가 꿈쩍도 하지 않자 열을 받았는지 고함을 지르면서 재차 공격을 이어갔다.

"무오오오오오!"

캉! 캉! 캉!

미노타우로스는 쉬지 않고 연달아 도끼를 내리쳤다. 그런 미노타우로스를 보면서 루프스는 능력의 실험을 해보기로 마음먹었다.

"쿠웃?!"

루프스는 미노타우로스의 시야를 한순간에 반전되도록 능력을 사용했고, 순간적으로 시야가 뒤바뀌어 몸이 느끼는것과 시야에서 느껴지는 괴리감에 일순간에 몸의 균형이 무너져버렸다.

그때를 놓치지 않고 루프스는 분신을 만들어내서 균형을 잃어 일순간 몸을 가누질 못한 미노타우로스의 어깻죽지를 향해서 도끼를 휘둘렀다.

그리고 루프스의 예상과는 다른 상황이 벌어졌다.

콰득

그저 상처를 낼 목적으로 내리친 공격이 미노타우로스의 팔을 절단내버린 것이다. 그가 추측한 현재 자신의 힘이라면 분명 수월하게 해낼 수 있는 일이지만, 그가 알고 있는 분신이 해내기에는 버거운 일이었다.

하지만 그의 예상과는 달리 그의 분신은 수월하게 미노타우로스의 팔을 절단해냈다. 그리고 루프스가 예상 밖의 상황에 일순 굳은 순간 그의 분신은 다시 미노타우로스를 향해서 몸을 돌려서 어깨에서 느껴지는 통증에 절규하는 미노타우로스의 목을 쳐서 날려버렸다.

순식간에 끝이 난 상황에 그제서야 정신을 차린 루프스는 분신을 다시 없애고는 어떻게된 일인지 알아보기 위해 다양하게 능력을 사용해 봤다.

비록 다른 몬스터들이 없어 별달리 실험할 대상은 없었지만 다양하게 사용해 능력을 점검한 그는 놀란 표정을 짓게 되었다.

지금까지 그가 사용해온 방식이 모두 수월하게 사용이 되었다. 그것도 이전보다 훨씬 위력적이었다. 특히나 그가 주로 사용한 분신은 본신과 비슷한 능력을 보이고 있었으며, 스스로에게 능력을 걸어보았을 때는 가짜라고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사실과 같이 느껴졌다.

조금만 정신을 차리면 위화감이 느껴지던 이전과는 또 달랐다. 그리고 그의 능력에는 또 다른 변화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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