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8화
이주
루프스가 부족의 일을 해결하려 노력하는 동안 심문을 하는 고블린들도 슬슬 인간들에게서 제대로된 정보를 뽑아낼 준비를 하고 있었다. 사실 루프스로서는 포로가된 인간들에게서 많은 정보를 얻으면 좋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그건 그저 덤일 뿐이었다.
최초 그가 인간들을 발견했고, 그쪽도 분명히 정찰을 하던 고블린들을 발견했음에도 내버려둔것은 이들이 숲을 빠져나가기 전에 죽어나갈것이 확실했기 때문이었다. 현재 고블린들이 이곳에 영역이랍시고 자리를 잡기는 했지만 완전히 장악했다고 말하기에는 매우 부족했다. 그 증거로 고블린들은 인간들이 끌고왔던 몬스터가 고블린들이 자신들의 영역이라고 믿는곳에서 나왔음에도, 그에 대해서 전혀 아는바가 없었다.
수시로 펼쳐지는 정찰에서도 그렇게 빠져나가는 몬스터들이 있다. 그리고 고블린들의 영역 바깥에서는 넓은 공백지대가 펼쳐져 있지만 그 공백지대를 지나치면 그 공백지대의 원 주인들의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다. 그리고 그 틈새를 지치고 녹슨 무기를 들고 있는 인간들이 파고들기란 불가능하다.
그런 이유로 루프스는 그저 스쳐지나가던 인간들에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그 인간들은 루프스가 지내는 부족을 향해서 몬스터를 이끌고 달려왔다. 그 과정에서 인간들을 손쉽게 포획 할 수 있었다. 루프스로서는 그 김에 간편하게 인간들을 보면서 궁금했던 점과 엘프들이 지닌 정보들을 보충하고자 포로들을 심문할 뿐이었다.
특히나 그가 궁금해 하는 것은 이 인간들이 어째서 숲으로 들어왔는가 하는 점이다. 최근에 숲에서 일어났던 일들을 생각하면 짐작가는 바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는 확신을 가지고 싶었다. 그리고 어쩌면 이들은 그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을지도 몰랐다. 이미 숲에 들어온지 오랜시간이 지난것은 확실하며 그 길다 추정되는 시간동안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했다고 생각하기는 어려웠다.
그리고 그가 궁금해하는 것은 한가지가 더 있었다. 게다가 이것은 특히나 중요한 이야기로 혹시나 이들이 들어온 것에는 자신을 비롯한 고블린 부족이 문제가 된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인간들이 고블린들을 몰살시키고 싶어한다는 이야기에 잔뜩 경계중인 그로서는 기왕 이렇게 포로가 손에 들어온 김에 그에 관련된 정보에 대해서 알고 싶었던 것이다.
그렇게 루프스의 궁금증을 풀기 위한 심문은 슬슬 한단계 올라서 고문의 단계로 변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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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나고 루프스는 몇몇의 최하급 고블린들을 데리고 강가로 향했다. 이번에 찾은 방법이 얼마나 먹힐지 모르기 때문에 그 실험에 나선 것이다.
사전에 미리 강 밑에 있는 녀석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알아보기 위해서 배를 띄우거나 목재로 다리를 놓는 등의 방식을 이용해 보았다.
다행히 이 물고기들은 수면에서 벌어지는 일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는지 위쪽에서 무슨일이 벌어져도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았다.
이 사실을 안 루프스는 대장간과 방직소에서 그가 부탁한 물건들이 완성되는 동안 특히 완력이 좋은 고블린들과 코볼트 건축가를 동원해서 다리를 만들고자 했다.
그리고 다리와 그가 부탁한 물건은 비슷한 날짜에 완성이 되었다.
물건을 들고 다리로 향하는 고블린들을 보면서 루프스는 나직히 말했다.
"그럼 시작하지"
루프스의 지시가 떨어지자 한 고블린이 다리에 걸려있는 한 물체를 향해서 달려갔다. 그리고는 물속에 잠겨있는 물체를 힘껏 끌어올렸다.
"흐읍!"
카라라랑
끌어올릴 때마다 나무와 돌을 함께 이용한 다리와 부딪히면서 긁어 올라오는 소리를 냈다. 고블린의 손길에 의해서 올라오는 것은 얇은 덩쿨로 조밀히 엮여 있는 그물 망이었다. 이 망의 특징중 한가지는 다름 아닌 망의 곳곳에 날카로운 철침이 매달려 있다는 것이었다.
루프스는 이 괴물 물고기들을 일일이 손으로 잡는것으로는 시간이 너무 걸리며 비효율적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단번에 많은 괴물 물고기들을 끌어올리면서 녀석들을 최대한 많이 죽이는 방법을 생각해낸 것이 이 그물이었다.
고블린이 끌어올리는 그물에는 한종류의 물고기들이 그물 가득히 보였다. 그리고 그 물고기들은 모두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었다. 철침에 찔려 온통 피를 흘려 강물의 색이 붉게 변하고 있었으며 그물에도 그런 물고기들의 피로 붉게 적셔져 있었다.
그 후 고블린이 한번 그물을 강하게 조이고 풀은 다음 살아남은 것들을 일일이 가지고 있던 칼로 찔러 죽였다.
그런 고블린을 바라보면서 동시에 유심히 지휘관 창을 살펴보던 그는 작업을 마친 고블린이 축복을 받는것이 가능한 상태로 변한것을 확인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겉으로 보기에도 금방 드러났다.
고블린의 몸이 이전에 비해서 더욱 크고 단단해지고 있었던 것이다.
만족스러운 실험의 결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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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로 고블린 부족의 성장은 더욱 가속화했다. 성체로 자라나 충분한 훈련을 받은 고블린들은 그물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맡아 한단계 성장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그리고 그들을 한단계 끌어올려주는 것은 이제 루프스의 보편적인 매일매일의 반복중 하나가 되었다.
그 과정에서 식량으로 삼을 수 있는 무수한 괴물 물고기들이 나왔지만, 모두 소모하기에는 그 양이 너무 많았기에 무리가 소모할 분량만 획득하고 나머지는 다시 강으로 던져넣었다.
그렇게 던져넣어진 괴물 물고기들의 시체는 다시 그물에 걸리지 않은 동족들의 뱃속으로 사라져 또다른 괴물 물고기를 생산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다시 자라난 괴물 물고기들은 고블린들을 성장시키는 원동력이 되었고 이후 앞서와 같은 일이 반복되었다.
그렇게 자라나 하급이 된 고블린들은 중급 고블린들이 이끄는 부대에 들어가 부족을 향해 쳐들어오는 다른 몬스터들과의 싸움에 동원되었다. 상급 이상의 몬스터와의 싸움에는 전혀라고 할 정도로 도움이 되지 않았지만 중급 몬스터와의 싸움에서는 그들의 신경을 분산시켜주는 정도의 역할은 충분히 맡을 수 있었고, 그것만으로 충분히 중급으로 올라서는 고블린들이 충분히 확보되었다.
그렇게 이후 고블린들이 충분한 성장의 인프라를 구축해낸 것이다.
그 후로 이 부족은 급격히 성장하기 시작했다. 고블린들만이 이용하던 그물을 이용한 성장치를 쌓는 방법은 늑대들이나 코볼트들도 사용이 가능하도록 제공되었으며, 그렇게 성장한 이들이 고블린들의 사이에 끼어서 전투를 경험했다.
그렇게 하루 하루가 지나면서 조금씩 조금씩 상위의 몬스터들이 확보되고 있었으며, 엘프들도 지지 않고 고된 훈련을 통해 그들을 따라잡아가고 있었다.
그렇게 루프스의 무리들이 성장을 계속해서 이어가던 어느날, 루프스는 잡아온 포로들에게서 드디어 제대로된 정보를 얻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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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로 만들어진 탁자를 사이에 두고 루프스는 자신의 측근이라고 할 수 있는 이들과 둘러 앉았다. 모두 인간들에게서 얻은 정보를 듣고 모여든 것이다.
"인간들이 이 숲에 들어온 이유야 예상했었지만... 설마 녀석들이 이미 우리에 대한 정보를 얻었을 줄이야"
"게다가 제법 오래되었다고 합니다. 인간들 중에서 우리 동족들에게 현상금을 걸었던 단체가 이곳에서 제법 떨어진 곳에 있었는데 숲의 접경지에 있는 요새에 파견된 전력들이 있었다고 할 정도니까요"
루프스의 탄식에 프리트가 설명을 보충했다. 그리고 이어서 스콘드도 자신이 들은 이야기를 이들에게 들려주었다.
"처음, 엘프들을 납치하려던 인간놈들, 그 놈들 중에 생존자가 있었다고 합니다"
"전원 죽였다고 생각했었는데, 후우"
그리고 루프스는 이어서 인간들이 알려준 하나의 이야기를 떠올렸다.
'아마... 숲...에,서 이...이,변...이 발생...하지 않...았다면 얼...마 지나지 않...아서 토벌대가 결성...되었을 거...다'
과거 인간들의 대장이었던 이가 피투성이의 얼굴로 지치고 겁에 질려 쉰 목소리로 그에게 한 이야기였다.
"그 이변 때문에 우리가 살 수 있었다니... 헛, 사실 그것때문에 입은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는데, 그만큼 혜택도 봤었던 거군"
몬스터들의 대이동이 일어나고 언데드들이 범람했던 당시를 떠올리면서 루프스는 헛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주변을 빙 둘러본 루프스는 이곳에 모여있는 모두에게 이야기했다.
"어쨌건 녀석들이 언제까지고 들어오지 않고 가만히 있지는 않겠지, 최소한 우리가 전멸했는지 아직 살아있는지 확인을 위해서 한번은 들어올 것이다. 그리고, 언제까지고 인간들의 눈치만 보고 있을수는 없겠지. 지금부터 우리가 우선해야 할 목표는 인간들이 감히 넘보기 힘들정도의 세력을 쌓는것이다"
그렇게 말을 마친 루프스는 자리에있는 고블린들에게 각자의 역할을 알려주고는 회의를 끝마쳤다.